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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집 부풀려 ‘누구든 덤벼봐’

몸집 부풀려 ‘누구든 덤벼봐’

▶포스코가 중국에 세운 일관 제철소.

“포스코는 1만 명이 2800만t의 철을 생산한다. 철강 100만t 생산에 1000명의 인력이 필요한 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룰이었던 점에 비춰보면 상당히 높은 생산성이다.” 세계 철·철강 연구소(International Iron and Steel Institute: IISI)가 펴낸 ‘세계 철강 상황 2006(World Steel in Figures)’ 보고서의 지적이다. 포스코를 바라보는 국제 철강업계의 시각이기도 하다. 포스코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글로벌 조강생산이 3110만t에 이른다. 인도의 아르셀로 미탈과 신일본제철에 이어 세계 3위 철강업체로 자리 잡았다. 덩치는 물론 경영상으로도 글로벌 우량기업으로 우뚝 섰다. 기업가치 534억 달러, 연결기준 매출 31조5000억원, 영업이익 4조9000억원의 수치가 말해준다. 4월 1일로 창립 40주년을 맞는 포스코는 이렇듯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에서 세계 철강업계의 모범 기업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IISI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세계 철강산업의 현황과 포철이 갈 길을 살펴본다. ◇기술과 자본력으로 몸집 불리기 = 글로벌 철강업계에선 최근 몇 년간 국경을 넘는 인수합병(M&A)이 예사다. M&A의 목표는 신기술의 획득과 신제품 생산능력의 확보다. 이것이 철강 국제 트렌드의 핵심이다. 현재 전 세계 철강업체들은 M&A로 몸집을 불리고 체력을 키우는 한편, 활발한 제휴로 합종연횡하며 생존력을 강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는 세계 철강업계의 주요 흐름이다. 인도에서 출발해 지금은 전 세계에서 공장을 운영하면서 세계 최대의 글로벌 철강그룹으로 떠오른 아르셀로 미탈이 대표적이다. 이 그룹은 M&A를 통한 몸집 불리기로 세계적 기업으로 올랐다. 포스코도 이와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해외에 직접 공장을 세우는 ‘그린필드 방식’과 기존 시설을 M&A하는 방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는 M&A에 유리한 상황이다. 우선 이를 위한 실탄이 비교적 넉넉하다. 지난 몇 년 동안 막대한 흑자를 올리면서 한국 기업 가운데 현금 동원 능력이 가장 뛰어난 업체의 하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건이 좋은 매물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포스코는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M&A를 통해 시너지를 크게 거둘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 지난해 5월 세계 최초로 완공된 파이넥스 공장의 경우 가루 형태의 철광석과 일반 유연탄을 가공 없이 바로 사용함으로써 경제성을 높이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환경오염을 획기적으로 줄여 세계 철강 제조기술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지구온난화에 대한 대처가 필수적인 시점에서 포스코가 확보한 환경오염 저감 기술은 대단히 요긴하다.

◇인도가 승부처 = 현재 철강산업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가 인도다. 경제가 성장세를 유지하려면 연간 1인당 철강 소비량이 300kg은 돼야 한다. 인구 10억의 인도라면 연간 생산량이 3억t은 돼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현재 생산량은 연간 5000만t 정도다. 지금의 6배로 늘려야 한다는 얘기다. 인도는 1947년 독립 때만 해도 철강 생산량이 연간 100만t에 불과했다. 경제 개방을 시작하던 1991년에도 1400만t에 불과했다. 그러던 것이 그 뒤 10년 동안 생산량이 두 배가 됐으며 최근까지 다시 곱절로 늘었다. 확대는 계속되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인도의 연간 철강 생산량은 2012년까지 1억2400만t, 2020년까지는 2억7500만t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렇게 된다면 인도는 세계 2위의 철강 생산국이 된다. 포스코는 애초 창립 40주년에 맞춰 인도 공장을 착공할 예정이었으나 ‘현지 사정’으로 계속 미뤄지고 있다. 심지어 올해 안에 착공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할 정도다. 현지의 복잡하고 늦은 행정 처리와 공장 건설로 살던 곳을 떠나야 하는 주민들의 계속되는 민원 때문이다. 포스코가 인도에서 제철소 건설을 추진하는 지역은 현재 미탈을 비롯한 글로벌 철강기업 모두가 공장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성장하는 인도의 철강시장을 보고 달려든 것인데, 그만큼 그 지역이 경쟁력이 있다는 증거기도 하다. 그곳에선 이미 무한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인도에서는 늑장 행정처리와 지역 주민 민원문제 등이 겹친 악조건 속에서 생존하는 기술도 경쟁력이 된다. 포스코는 베트남에서도 현지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도이모이(개혁·개방)와 경제 성장을 추진 중인 베트남 정부는 제철소 유치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은 상당한 인센티브 제공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포스코는 현재 사업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다. 포스코에서는 인도 공장보다 더 늦게 추진 작업에 들어간 베트남 공장이 더 빨리 지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중국의 철강 생산력 증가세는 최근 들어 멈칫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구가 13억이란 걸 감안하면 중국의 철강 생산력은 여전히 추가 확대가 필요하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꾸준히 늘기는 했다. 오랫동안 철강 순수입국이었으며, 최근 들어 순수출국으로 전환했다. 중국의 철강업계는 최근 몇 년간 투자 확대보다 기존 기업의 합병과 재편성으로 힘을 비축하는 시기로 보인다.


◇후발국이 분발하는 세계 철강산업 = 전 세계적으로 연간 철강 생산량은 현재 10억t에 이른다. 글로벌 철강 생산량은 20세기 이래 계속 늘어왔다. 20세기 초 2800만t 수준이던 것이 21세기가 시작될 무렵에는 7억8000만t으로 증가했다. 그러면서 서유럽, 미국, 소련, 동유럽, 일본 중심이던 철강 대량 생산국이 한국, 브라질, 인도로 확대됐다. 중국의 경우 연간 철강 생산력이 2003년 2억2010만t, 2005년에는 3억4936만t으로 늘었다. 2005년 중국이 생산한 철강은 같은 해 일본이 생산했던 1억1247만t, 미국의 9390만t, 러시아의 6615만t을 합친 것보다 많다. 1974년 5억2100만t에 이르렀던 미국의 연간 생산량은 2000년 2억7800만t까지 떨어졌다. 유럽연합의 경우 9억9600만t에서 2억7800만t까지 감소했다. 4억5900만t을 생산하던 일본도 1억9700만t까지 실적이 줄었다. 74년엔 거의 존재감도 없었던 한국은 이제 연간 4600만~4800만t의 생산력을 확보하고 있다. 포스코는 앞으로 자사만으로 연간 5000만t 이상을 생산하겠다는 복안이다. 브라질은 3000만t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인력 고용 면에선 이점 떨어져 = 제철업계에선 철강회사가 1명을 고용하면 주변에서 3.5개의 파생적인 일자리가 생기는 것으로 추정한다. 문제는 갈수록 철강사 고용 인력이 줄고 있다는 점이다. 구미에선 산업 쇠퇴로, 신흥 철강강국에선 기술 강화가 이유다. 1974년에서 99년 사이 전 세계 철강업계의 고용 인력은 큰 폭으로 줄었다. 미국에선 52만1000명에서 15만3000명으로, 일본에선 45만9000명에서 20만8000명으로 감소했다. 독일에선 23만2000명에서 7만8000명으로 줄었다. 영국에선 19만7000명에서 불과 3만1000명으로 줄었다. 브라질의 경우 11만8000명에서 5만9000명만 남았다. 남아공에선 10만 명에서 5만4000명으로 축소됐다. 한국의 경우 99년 고용인력이 5만8000명에 불과했다. 전 세계적으로 25년 동안 150만 명의 고용 인력을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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