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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과 함께 읽는 HOT ISSUE] ‘불황’ 남용은 공포심만 조장

[영문과 함께 읽는 HOT ISSUE] ‘불황’ 남용은 공포심만 조장

미국 경제에 대해선 매우 대조적인 시각이 공존한다. ‘실물 경제’는 지출·생산·고용 측면에서 약화되긴 하지만 결코 붕괴 상태에 있진 않다. 그러나 요즘 이성을 잃은 대부분의 경제평론가는 붕괴론을 주장한다. 그들은 주식과 채권 시장이 ‘혼란’에 빠진 듯 묘사한다. 사람들은 칭기즈칸 군대가 다시 쳐들어오기라도 하는 양 경기침체를 얘기한다. ‘불황’이란 끔찍한 말을 속삭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2008년에 미국인들은 약 1500만 대의 승용차·SUV·경트럭을 구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6년의 1650만 대에 비하면 줄었지만 여전히 꽤 많은 양이다. 사람들이 주변에서 직접 보는 현상과 권위 있는 전문가들로부터 듣는 얘기 사이엔 차이가 있다. 석유가 상승, 집값 하락, 일자리 감소 등 전자의 현상은 당혹스럽지만 14조 달러 규모의 미국 경제에선 정상적 경기 둔화의 조짐일 뿐이다. ‘공황’이니 ‘금융 붕괴’니 하는 후자의 얘기는 보통 사람들이 겪어본 적도 없는 대재앙이라도 시작된 인상을 풍긴다. 지난주 뉴욕 타임스는 1면 기사에서 미국 경제가 “한 세대 만에 겪는 최악의 경기침체에 진입하기 직전”에 있는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불길한(그러나 부정확한) 경고다. 그러나 전통적인 경제 통계나 주류 전문가들의 예측으로 볼 때 그렇게 판단할 증거는 부족하다. 경기침체는 생산이 뚜렷하게 감소하는 시기다. 경제학자들은 사후에야 경기침체의 정확한 시점을 규정한다. 학자들은 제2차 세계대전 이래 10차례의 경기침체가 있었다고 본다. 경기침체는 평균 10개월간 지속되면서 매달 최고 7.6%의 실업률을 기록하고, 1.8%의 경제 생산(국내총생산[GDP]) 감소를 불러왔다고 무디스 이코노미닷컴의 마크 잰디는 말한다. 두 차례 최악의 경기침체(1981~82년과 1973~75년. 최고의 실업률은 각각 10.8%와 9%였다)를 제외하면 평균적인 최고 실업률은 약 7%였다. 경제 성장이 둔화됐음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모두는 아니지만 많은 경제전문가는 경기침체가 벌써 시작됐다고 생각한다. 잰디도 그렇게 본다. 그러나 그는 이번 경기침체의 최고 실업률을 6.1%, GDP 감소율을 0.4%로 예측한다. 그의 전망이 맞다면 2008년의 경기침체가 2차대전 이래 최악이 될 거란 다른 전문가들의 예측은 무색해진다. 올해의 경기침체는 전후의 평균적인 경기침체 그리고 마지막 두 차례 침체(1990~91년과 2001년)보다 완만하게 진행될 것이란 얘기다. 주식시장에 대해서도 대체로 비슷한 얘기를 할 수 있다. 현재까지의 증시 약세는 예외적인 현상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주가가 20% 이상 하락할 때를 ‘약세장’으로 본다. 지난주 증시는 몇 차례 그 기준에 근접했다. 그러나 경기침체가 되려면 주가가 훨씬 더 떨어져야 한다. 스탠더드 앤 푸어스(S&P) 500 지수를 기준으로 할 때 1936년 이래 약세장은 11차례였다고 S&P의 하워드 실버블랫은 말한다. 평균적으로 약세장은 20개월 지속됐고 평균 34% 떨어졌다. 한 번은 60%(1937~42년), 두 번은 약 50%(1973~74년과 2000~02년. 후자가 이른바 ‘기술 거품’) 떨어졌다. 현재의 히스테리에는 낯익은 요인들이 있다. 언론의 호들갑, 정치인들의 과장된 책임 공방, 월스트리트의 우는 소리 등이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다른 큰 요인이 있다. 경제가 고도로 불안정한 상태에 있다는 생각이다. 정말로 그런지, 아니면 경기순환이 대체로 자기조정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선 견해가 엇갈린다. 경제가 고도로 불안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경제가 “불안정한 피드백 고리”에 휘말렸다고 주장한다. 쉬운 말로 ‘악순환’에 빠졌다는 것이다. 집값이 떨어지면서 대출금 상환 불이행과 주택 압류 사태가 지속된다. 모기지 관련 금융상품의 손실이 커지면서 은행과 투자기관들의 자본이 잠식되자 이들은 다시 대출을 줄인다. 이는 경제를 약화시키고 주택 가격을 내리누르며 더 많은 압류와 손실을 초래한다. 1930년대의 대공황기처럼 망가진 금융 시스템은 불황을 확산시킨다. 따라서 정부의 강력한 시장 개입만이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는 게 악순환론의 골자다. 그러나 반드시 정부의 개입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시장에 자기조정 능력이 있다면 말이다. 주택 가격이 떨어지면 더 많은 매수자가 시장에 들어온다. 그러면 집값이 오르고 건설 경기가 소생한다. 전후 대부분의 경기침체는 짧고 완만했다. 논쟁의 여지는 있지만 시장의 자정능력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재고가 너무 쌓이면, 경제계는 생산 속도를 늦추고 과잉 재고 분을 매각한다. 그런 뒤에 생산량을 다시 늘린다. 또 소비자나 기업은 부채가 너무 많아지면 지출을 줄여 빚을 갚는다. 그리고 부채가 줄면 지출이 늘어난다. 경기 악순환은 이론상으론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드물다. 정부는 경기순환의 완만한 이행을 도울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너무 적극적으로 개입하면 사태를 악화시킬 우려도 있다. 1970년대에 바로 그런 현상이 발생했다. 통화 이완 정책 때문에 두 자릿수의 인플레이션이 발생했고, 정부는 인플레를 억누르려고 금리를 급격히 인상했다가 경기침체를 초래했다. 이처럼 상반된 견해의 어느 한쪽을 융통성 없게 고집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의식적이든 아니든 어느 한쪽의 견해를 선호한다. 서브프라임 사태가 어떤 사람들에게는 매우 위협적으로 보이지만(연쇄반응의 시작), 다른 사람들에게는 덜 그렇게 보인다. 지금 상황을 대공황기와 비교해선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당시 대규모의 은행 파산 사태 때문에 평범한 경기침체가 재앙으로 변질된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정부 정책(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지나치게 경직된 태도) 때문에 은행 도산 사태가 악화된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1930년대의 경제 상황(평균 실업률 18%)은 오늘날과 너무 다르다. 따라서 ‘불황’이란 표현을 남용하는 것은 공연히 공포심을 조장하는 행위다. 요즘의 히스테리가 암시하는 대재앙이 발생한다면 아마도 우리가 모르는, 혹은 상상도 못한 무엇 때문에 일어날 것이다. 그런 재앙은 없을 것이란 얘기다.
Hold the Hysteria (for Now)
Regarding the economy, it's hard not to notice this stark contrast: the "real economy" of spending, production and jobs - though weakening - is hardly in a state of collapse; but much of today's semi-hysterical commentary suggests that it is. Financial markets for stocks and bonds are regularly described as being "in turmoil." People talk about a recession as if it were the second coming of Genghis Khan. Some whisper the dreaded word "depression." Meanwhile, Americans are expected to buy about 15 million cars, SUVs and light trucks in 2008; though down from 16.5 million in 2006, that's still a lot. There's a disconnect between what people see around them and what they're told, often by highly respectable authorities, about what’s happening. The first is upsetting (rising gas prices, falling home prices, fewer jobs) but reflects the normal reverses of a $14 trillion economy. The second ("panic," "financial meltdown") suggests the onset of something catastrophic and totally outside the experience of ordinary people. The economy, said The New York Times in a page-one piece last week, may be on "the brink of the worst recession in a generation" - an ominous, if imprecise, warning. It may be, but as yet, the evidence is scant from either conventional economic statistics or mainstream forecasts. A recession is a noticeable period of declining output. A group of academic economists set the exact dates of a recession in hindsight, and since World War II, they're declared 10 of them. On average, these have lasted 10 months, involved a peak monthly unemployment rate of 7.6 percent and resulted in a decline of economic output (gross domestic product) of 1.8 percent, reports Mark Zandi of Moody's Economy.com. If the two worst recessions (those of 1981-82 and 1973-75, with peak unemployment of 10.8 percent and 9 percent, respectively) are excluded, the average peak jobless rate is close to 7 percent. No one doubts that the economy has slowed. Many economists think a recession has already started. Zandi is one. He forecasts peak unemployment of 6.1 percent (present unemployment: 4.8 percent) and a GDP drop of 0.4 percent. If that comes true, the recession of 2008 wouldn't be one of the worst since World War II; it would actually be milder than the average postwar recession and milder than the last two, those of 1990-91 and 2001. Broadly speaking, the story is similar for stocks. So far, their weakness is unexceptional. A standard definition of a "bear market" is a drop of 20 percent or more. Last week, the market was at times close to that. Declines would have to get much worse to qualify as momentous. Since 1936, there have been 11 bear markets as measured by the Standard & Poor's index of 500 stocks, says Howard Silverblatt of S&P. On average, they're lasted 20 months and involved a decline of 34 percent. One was 60 percent (1937-42) and two were nearly 50 percent (1973-74 and 2000-02, the last being the "tech bubble"). Some causes of the present hysteria are familiar: media hype, political finger-pointing and whining from Wall Street types. But there's another large, invisible cause. It's an idea: disagreement over whether the economy is highly unstable or whether business cycles are mostly self-correcting. Those who think the economy is highly unstable talk now of an alarming "negative feedback loop" - a "vicious circle" to most people. Housing prices fall, creating more defaults and foreclosures; losses on mortgages increase, eroding the capital of banks and investment banks and causing them to curtail lending - which weakens the economy, depresses housing prices and causes more foreclosures and losses. Just as in the Depression, a crippled financial system spreads the slump. Only forceful government intervention can break the downward spiral. Not necessarily, if most markets self-correct. As housing prices fall, more buyers come into the market; sales and construction revive. Most postwar recessions have been brief and mild, arguably because these mechanisms are pervasive. If inventories get too high, production slows and surpluses are sold; then production accelerates. If consumers or businesses are over-indebted, they reduce spending to repay loans; spending speeds up when debt burdens drop. Possible in theory, vicious circles are rare in practice. Government can help smooth business cycles. But if government is too aggressive, it may make matters worse. That occurred in the 1970s when easy credit created double-digit inflation - and then required harsh recessions to suppress it. Hardly anyone adheres rigidly to either view but, consciously or not, many favor one or the other. That explains why the subprime losses seem so threatening to some - the start of a chain reaction - and less so to others. The Great Depression doesn't settle the issue. It's true that massive bank failures helped convert an ordinary recession into an economic calamity; but it’s also true that government policy - excessive rigidity by the Federal Reserve - actually aggravated the banking collapse. Still, the economic conditions of the 1930s (average unemployment: 18 percent) are so different from today's that casual use of the term "depression" amounts to fearmongering. If the calamities implied by today's hysteria occur, they will probably result from something we don't now know or haven't yet imagin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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