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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넘게 부풀려진 곳 수두룩

1억 넘게 부풀려진 곳 수두룩

국토해양부는 2006년부터 아파트 실거래가를 공개하고 있다. 부동산 투기를 방지하고 투명하게 세금을 부과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이 제도가 오히려 아파트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등 부작용을 낳고 있다. 국토해양부가 공개하는 실거래가가 엉터리기 때문이다.
올해 3월. 5년 넘게 서울시 도봉구 A아파트에 살던 C씨는 집을 옮겨야 했다. 새로운 집을 장만하기 위해서는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를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C씨는 적정 매매가를 알아보기 위해 국토해양부에서 제공하는 실거래가 공개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같은 크기 아파트의 2월 거래가는 4억9000만원. 시세를 확인한 C씨는 부동산중개업소를 통해 같은 가격에 집을 내놓았다. 하지만 중개업자는 “4억4000만원가량이 현재 시세”라며 “그 가격에는 절대 팔리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해할 수 없었던 C씨는 “지난달 같은 크기 아파트가 4억9000만원에 팔렸다”며 “이를 국토해양부 실거래가 홈페이지에서 확인했다”고 반박했다. 그제야 전후 사정을 알게 된 중개업자는 “국토해양부에서 제공하는 실거래가는 실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중개업자들도 대부분 참고용으로만 보고 있다”고 전했다. 어처구니가 없었던 C씨는 “그럼 정부에서 실거래가 공개를 왜 하는 것이냐”고 물었지만, 중개업자는 잘 모르겠다는 듯 어깨만 으쓱 했다. C씨는 “서민들의 혼란만 가중시킬 바엔 없애든지, 기왕 유지하려면 정확한 매매가를 공개해야지 정부가 도대체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06년 1월 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는 부동산 투기를 방지하고 세금을 공평하게 부과하자는 취지에서 ‘아파트 실거래가 공개제’를 시행했다. 좋은 뜻으로 시작됐던 이 제도는 최근 각종 비판에 직면해 있다.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실거래가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시 25개 구 소재 아파트를 무작위로 선정해 조사한 결과, 구 평균 1~2개 이상 아파트에서 실제 매매가보다 국토해양부 실거래가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표 참조) 가장 큰 차이를 보인 곳은 종로구 익선동 현대뜨레비앙(70m2). 국토해양부는 올해 2월 이 아파트의 거래가를 2억9500만원으로 공개했지만, 실제 거래가는 1억7000만원가량으로 조사됐다. 무려 1억2500만원 차이다. 익선동에서 부동산중개업소를 하는 한 업자는 “이 아파트 82.5m2짜리가 요즘 들어 겨우 2억원을 넘기고 있다”며 “그보다 작은 게 3억원에 이르는 국토해양부 실거래가는 한마디로 참고할 가치도 없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성동구 성수동 강변건영아파트(92.4m2) 와 양천구 신정동 경남아너스빌(105.6m2)도 각각 1억원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변건영아파트의 국토해양부 공개가는 6억6900만원, 경남아너스빌은 6억2000만원이다. 하지만 이들 아파트는 5억원 초·중반에서 거래된 것으로 파악됐다. 광진구 구의동 현대프라임 105.6m2 (8500만원 차이), 노원구 중계동 경남아너스빌 99m2(7800만원 차이), 중구 신당동 파라다이스 105.6m2(7500만원 차이) 등도 국토해양부가 공개한 실거래가가 실제 거래가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국토해양부 담당 공무원은 “부동산 가격은 변동이 심한 편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차이는 인정해야 되지 않겠느냐”며 “하지만 그 정도로 차이가 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장에서 아파트를 매매하는 업계 목소리는 국토해양부와 온도 차가 크다. 민간 부동산경제연구소의 한 임원은 “전부 다라고 판단할 순 없지만, 이 정도 사례라면 국토해양부 실거래가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뿐 아니라 정보를 왜곡하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과거에는 세금을 줄이기 위해 당국에 신고하는 매매가가 실거래가보다 훨씬 낮았는데 왜 이런 반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업계 관계자는 “국토해양부 실거래가가 높은 이유는 이들이 업계약서(실제 거래가보다 높은 가격을 계약서에 쓰고 지자체에 신고하는 것, 다운계약서의 반대)를 쓰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여러 지역에서 업계약서가 난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집값을 올릴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실제 효과(?)도 있다. 업계약서를 통해 일정 가격을 넘어서게 되면 2~3개월 만에 집값을 최대 5000만원가량 올릴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또 양도소득세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도 업계약서가 판치는 이유 중 하나다. 예컨대 어느 아파트를 5억원에 사고 거래가를 6억원에 신고했다고 가정하자. 몇 개월 뒤 7억원에 되판다고 했을 때 이 아파트 주인은 1억원에 해당하는 양도세만 내면 되는 것이다. 특히 이들은 단기간에 높은 차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매번 거래 때마다 집값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노원구 L부동산 사장은 “최근 강북지역 집값이 껑충 뛴 이유가 다양하지만, 업계약서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며 “집값이 많이 뛴 다른 강북지역도 조사해 보면 비슷한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최근 강북의 집값이 폭등한 데는 국토해양부의 부풀려진 실거래가에도 원인이 있다는 얘기다. 부동산 투기를 막자고 시행된 제도가 오히려 투기세력을 불러들이고 있는 셈이다. 이뿐 아니다. 국토해양부에는 매매가의 진위 여부를 판단할 검증 시스템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국토해양부 실거래가가 공개되는 과정을 보자. 현재 국토해양부 실거래가는 각 지자체에서 보고한 매매가로 공개된다. 예컨대 노원구에서 아파트 매매가 있었다면, 노원구청 재정경제국에서는 매매계약서를 바탕으로 국토해양부 전산시스템에 매매가를 입력한다. 이를 받은 국토해양부에서는 국민은행 부동산시세정보나 한국토지공사 자료 등을 통해 실거래가 이상 여부를 판단한 후,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큰 허점이 보인다. 결국 부동산중개업소와 매매자가 짜고 업계약서 또는 다운계약서를 작성해 지자체에 보고할 경우 그 값이 그대로 국토해양부 실거래가로 공개되는 것이다. 실거래가를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에 대해 국토해양부 부동산 심사를 담당하는 직원은 “현실에 맞지 않거나 이상한 점이 발견되는 가격은 부적격 판정을 내려 지자체에 다시 조사토록 하고 있다”며 “분기 평균 10%가량이 부적격 판정을 받고 있기 때문에 검증 제도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자체의 얘기는 다르다. 이번 조사에서 국토해양부 실거래가와 실제 거래가의 차이가 큰 아파트 소재 지자체 한 직원은 “시행 2년 동안 국토해양부에서 그런 지시를 받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만약 그런 지시가 내려와도 인원이나 비용 문제 때문에 검증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엇갈리는 의견은 제대로 된 검증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정부가 실거래가를 공개하면 그것은 실제 매매가의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대부분 사람은 정부의 말을 신뢰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거래가가 어떤 이유로든 부풀려져 있다면 이는 큰 문제다. 집값을 올리는 지렛대 역할을 정부가 자초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실에 맞지 않는 정보를 공개해 놓고 스스로 집값을 잡겠다고 한다면 누가 믿겠는가. 또 그 정보를 믿고 집을 사거나 팔려는 사람만 낭패를 보는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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