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영주권 따면 소득세 준다

영주권 따면 소득세 준다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율이 35%가 아니라 17%라면 어떨까. 외국인 근로자는 연말정산 때 벌어들인 소득의 30%에 대해선 세금을 아예 내지 않거나, 17%의 단일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다. 이 제도는 외국 영주권을 가진 한국인에게도 해당된다. 이 제도를 이용하기 위해 단기에 외국 영주권을 취득하는 사람도 있다.
국내 증권사의 K(39) 이사는 요즘 횡재한 기분이다. ‘공돈’을 손에 쥐게 됐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연말정산 때 종합소득세로 약 1600만원을 냈다가 최근 940만원을 돌려 받았다. K씨가 1000만원이나 되는 금액을 공제받은 이유는 뭘까? 그는 2006년까지 미국 증권사에서 일하다 지난해 국내 증권사로 자리를 옮긴 미국 영주권자다. K씨처럼 외국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갖고 국내 기업에서 일하고 있다면 소득세 혜택이 있다. 이 제도가 바로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과세특례’다. 이 경우엔 두 가지 소득세 제도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근로소득에서 30%를 공제한 뒤 일반 소득세율을 적용받는 방법, 또는 전체 근로소득에 17% 단일세율을 적용받는 방법이다. 국내 소득세는 소득이 높을수록 더 많은 세금을 내는 누진 체계란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혜택이다. 이 제도를 몰랐던 K씨는 그동안 국내 소득세법에 따라 세금을 납부했다가 올해 들어서야 자신이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과세특례’ 대상임을 알고 나서 경정청구를 요청했다. 경정청구란 관할 세무서에 이미 납부한 세금 중 일부를 돌려달라고 신고하는 제도다. 신고 기한은 연말정산(매년 2월 10일까지 완료) 이후부터 3년 이내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 영주권자이면서 이 제도를 적용 받지 못했다면 2005년 소득부터 경정청구를 할 수 있다. 기획재정부 소득세제과 최진규 사무관은 “이 제도는 우수한 외국인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외환위기 이후 정부에서 추진해 2003년 법으로 제정됐다”고 설명했다. 최 사무관은 “이 조항은 2006년에 법이 개정되면서 2009년 12월 31일까지만 적용된다”고 덧붙였다. 이 제도는 외국 국적을 갖고 있는 한국인들이 더 관심이 많다. 미국 시민권자로 국내 은행에 일하는 K상무는 과세특례를 적용받으면서 소득세 부담이 줄었다고 얘기한다. 연봉 2억원 이상을 받는 그는 과세특례를 적용받지 않은 해에는 35% 소득세율로 세금을 냈다. 과세특례를 활용하면서부터 소득에서 30%를 공제받을 수 있게 됐다. 현재 국내 소득세율은 소득에 따른 과세표준 기간을 구분해 적용된다. 소득세율은 1200만원 이하일 때는 8%이고, 1200만~4600만원은 17%, 4600만~8800만원은 26%이며, 8800만원을 초과할 때는 35%가 적용된다.
국민은행 PB영업사업부의 원종훈 세무사는 “고객 중 외국인 영주권자이면서도 이 사실을 몰랐다가 나중에 세금을 환급받은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제도의 가장 중요한 점은 외국인, 근로자의 의미와 적용 대상이다. 세법에서 외국인은 외국 국적을 취득한 사람으로 외국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갖고 있을 때를 의미하고 근로자는 기업에서 월급을 받으며 일을 하는 직장인을 일컫는다. 기업 오너나 CEO들도 임금을 받고 일을 하는 근로자다. 한국 국적을 갖고 있어도 외국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취득해 기업을 다니고 있다면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과세특례’를 적용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비거주자는 제외된다. 예를 들어 미국 시민권자로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일 년에 절반은 미국에서 살고 나머지 절반만 국내에서 사업을 하는 경우는 이 특례가 적용되지 않는다. 세법상 소득세는 국내에 주소가 있거나 일 년 이상 국내에 산 거주자에 한해서 적용되기 때문이다. ‘외국인 근로자’는 두 가지 소득세 제도 중 어떤 것을 선택하는 편이 유리할까. 원 세무사는 “자신의 연봉 액수에 따라 달라지므로 신중히 따져보라”고 조언한다. “고액 연봉자는 전체 근로소득에 17% 단일세율을 적용 받는 게 유리하고, 근로소득이 낮은 경우엔 30%를 공제한 뒤 일반 소득세율로 내는 편이 좋습니다. 근로소득이 낮으면 30%를 공제한 뒤 의료비 공제 등을 더 받을 수 있습니다.” 좀 더 정확히 계산하면 약 3억940만원을 기준으로 연봉이 이 금액을 초과하면 17% 단일세율이 낫고, 이하면 30% 비과세를 받는 게 이득이다. 단 종합소득공제를 500만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얘기다.

연봉 3억940만원 초과하면 17% 단일세율이 유리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과세특례는 억대 연봉자에겐 솔깃한 제도다. 우리투자증권 재무 컨설팅팀의 심철수 과장은 “간혹 상담 고객 중 이 제도에 관심을 갖고 적용 받는 방법을 묻는 분들이 있다”고 귀띔한다. 국내에서 비교적 충족하기 수월한 조건으로 영주권을 받는 방법이 투자 이민이다. 영주권을 받을 수 있는 투자 규모는 국가에 따라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선진국인 미국은 약 5억원을 투자할 경우 6개월부터 일 년 사이에 영주권이 나온다. 이에 비해 에콰도르, 베네수엘라 등 소득 수준이 낮은 중남미 국가들은 약 2000만원만 투자하면 한 달 안에 영주권이 나온다. 실제로 세금을 줄이기 위해 돈을 들여 외국 영주권을 따는 사례도 있다. 미국 유학파인 금융계의 L(50) 씨는 “강남 부자들 사이에서는 이 제도를 위해 새로 영주권을 딴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지인 가운데 한 명이 2년 전에 필리핀에 투자 이민으로 영주권을 획득해 소득세 혜택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필리핀의 경우 5000만원을 필리핀 은퇴청이 지정한 은행에 6개월간 예치하면 영주권 개념의 은퇴비자를 받을 수 있다. 이민 상담회사인 아폴로 이주공사의 홍영규 미국 변호사는 “소액 투자 이민을 상담하는 사람이 전보다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영주권을 유지하기 위한 현지 거주 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애써 딴 영주권이 취소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KB국민카드 “KB페이로 자산·소비 관리 다 하세요”

2메리츠화재, 반려동물 평균수명 20년 시대 맞아 캠페인 시작

3김인 새마을금고중앙회장 "올해 신뢰와 명예 되찾는 원년"

4최우형 케이뱅크 행장, 임직원과 세운상가∙종묘 돌담길 플로깅 행사

5닥터지, 두피 탄력 케어 ‘두피랩 코어 펩타이드’ 2종 출시

6교촌치킨, 중국 진출 가속화…항저우에 직영 2호점 오픈

7도쿄일렉트론코리아, 하천 정화 위한 ‘흙공 던지기’ 진행

8“배양육 기술로 환경·식량·동물복지 문제 해결한다”

9‘하반기엔 좀 살아날까?’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7인이 내다본 국내 증시

실시간 뉴스

1KB국민카드 “KB페이로 자산·소비 관리 다 하세요”

2메리츠화재, 반려동물 평균수명 20년 시대 맞아 캠페인 시작

3김인 새마을금고중앙회장 "올해 신뢰와 명예 되찾는 원년"

4최우형 케이뱅크 행장, 임직원과 세운상가∙종묘 돌담길 플로깅 행사

5닥터지, 두피 탄력 케어 ‘두피랩 코어 펩타이드’ 2종 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