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948년 경북 생, 67년 경북사대부고 졸업, 77년 고려대 금속공학과 졸업, 88년 대우중공업 구매 부장, 89년 진로산업 이사, 91년 서진공업 사장, 2005년~ TMC 사장 | |
급등하는 유가와 내수경기 침체에도 불황을 모르는 ‘굴뚝 회사’가 있다. 전 세계 선박용 케이블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TMC가 그 주인공이다. 이 회사의 송무현(60) 사장은 “새벽이면 가슴이 벅차 눈을 뜬다”고 말한다.
6월 10일 충남 천안 입장면에 위치한 TMC 공장. 입구에 들어서자 1만 평이 넘는 공장 앞마당은 지름 3cm가 넘는 굵은 케이블로 가득 차 있었다. 이 회사의 김명락 과장은 “모두 120억원어치로 일주일 안에 조선소로 출하될 것”이라며 “대형 유조선 한 척에 들어갈 수 있는 물량”이라고 말했다. 선박에 사용되는 전선값은 전체 배값의 1.5~2%를 차지한다. 1조원짜리 유조선을 한 척 건조하면 150억~200억원어치의 전선이 들어간다. 특히 바다에서 사용되기 때문에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된다. 일반 전선에 비해 방수는 물론 내구성이 뛰어나야 한다. LPG선, 시추선, 크루즈 등 선박 종류에 따라 요구사항도 다양해 전선 중에서도 가장 생산하기 힘든 제품으로 꼽힌다. 국내에서 선박용 케이블을 만드는 회사로는 극동전선, JS전선, LS전선 등이 있다. TMC는 이들 쟁쟁한 대기업을 제치고 선박용 케이블 시장에서 지난해 국내 1위이자 세계 1위에 올랐다. 송 사장은 “가격 대비 뛰어난 품질과 납기일 준수가 우리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선박용 케이블 전 제품에 대해 10개 선급기관의 까다로운 인증을 모두 취득했다. 지난 4월 기준으로 납기일 준수율도 97.5%다. TMC가 선박용 케이블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은 불과 3년 전. 이전까진 진로산업 등에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제품을 납품했다. 하지만 2005년 공장을 새로 짓고 자사 브랜드로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2005년 189억원에 그쳤던 매출은 2006년 636억원, 지난해 1256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송 사장이 원가절감 노력을 설명했다. “OEM으로 제품을 생산하던 10여 년 동안 기계설비의 국산화에 노력을 많이 기울였습니다.” 고려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한 송 사장은 대우중공업에서 사회생활의 첫발을 내디뎠다. “애초 기계 쪽에서 근무했는데 나중에 대우조선소 구매 부장으로 발령이 났죠. 배를 건조하면 50% 이상은 구매가 책임집니다. 외부에서 기자재를 아웃소싱하면서 자연스럽게 조선업과 관련된 수많은 아이템을 접하게 됐죠. 그 중에서도 선박용 케이블이 가장 매력적이었습니다.” 대우중공업을 그만둔 뒤 선박용 케이블 시장 1위였던 진로산업에서 연구소장과 공장장을 맡았다. 91년엔 회사를 세우고 선박용 케이블을 진로산업에 납품하기 시작했다. 순항하던 회사는 외환위기 때 좌초될 뻔했다. 원청 업체가 18억5000만원을 결제하지 못해 부도를 맞으며 함께 부도 위기에 처했다. “어느날 직원들이 보너스를 모두 모아서 저를 찾아왔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눈물이 나더군요. 직원들의 신뢰에 힘입어 난관을 넘어설 수 있었습니다. 보너스는 그 다음에 다시 지급했고요.”
회사가 안정되자 이번엔 거래회사인 진로산업이 부도를 맞았다. 이때 송 사장은 진로산업을 아예 인수하기로 마음먹었다. “진로산업은 자본금 500억원에 연 매출 2000억원을 올리던 회사였죠. 제가 가진 돈을 아무리 합쳐도 100억원 정도 밖에 안되더군요. 하지만 누구보다 경영을 잘 할 자신이 있었습니다.” 투자자를 수소문한 끝에 대한전선을 만났다. 사세를 확장하던 대한전선은 부도가 난 진로는 물론 자회사인 진로산업에도 관심을 보였다. 송 사장은 대한전선과 함께 진로산업의 부실 채권을 매입해 갔다. 하지만 대한전선의 라이벌인 LG전선(현 LS전선)이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결국 인수가 좌절됐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였다. 진로산업 인수를 위해 할인된 가격으로 매입했던 진로산업 채권이 수익을 안겨줬다. 진로의 부활과 함께 채권을 액면가 90% 이상의 금액으로 회수할 수 있었다. 그는 “투자 금액의 몇 배를 벌었다”며 “이를 바탕으로 내 브랜드를 가진 회사를 세우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진로산업 인수에 같이 뛰어들었던 대한전선이 대주주로 참여했다. 2006년 초 공장을 세운 지 일 년도 채 안 돼 ‘사고’를 쳤다. 대우조선해양이 진행한 세계 최대 규모의 해양 플랜트 프로젝트였던 부유식원유저장설비(FPSO)의 전선 공급자로 선정된 것이다. 1000만 달러 규모의 수주였다. 송 사장은 “첫 단추를 잘 꿴 덕에 그 뒤부터는 탄탄대로였다”며 웃었다. 그는 최근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한 신규사업 진출에도 관심이 많다. 2005년 디지털영상기억장치(DVR) 전문 회사 4NSYS를 인수했고, 지난 3월엔 코스닥 상장기업 KPF의 최대 주주가 됐다. KPF는 볼트 생산업체로 지난해 1175억원 매출과 57억원의 이익을 올린 알짜 회사다. 특히 지난 5월 유기 태양광 분야에서 GE, 코닥과 함께 세계 특허를 보유한 미국의 플렉트로닉스와 합작법인을 세우기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올해 안산에 연구겙낱?R&D) 센터를 세우고 2013년까지 청주에 유기 태양광 패널 공장을 짓고 생산할 계획이다. 해외시장 개척에도 적극적이다. 중국을 공략하기 위해 다롄(大連)에 1만4000평 규모의 선박용 케이블 양산 공장을 짓고 있다. “기업을 경영해 보니 자전거를 타는 것과 비슷해요. 자전거를 배울 때 겁이 나서 가만히 있으면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넘어지고 말죠. 하지만 페달을 밟으면 오히려 넘어지지 않습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실에 안주하다 보면 회사가 성장하지 않고 도리어 후퇴합니다.” 외부적으로는 공격적이지만 내부 살림엔 철저히 보수적이다. 직원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은 원가 개념이다. 그는 “설비, 인건비 등 제품의 원가에 대한 개념을 철저하게 심어주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현재 송 사장은 TMC와 KPF를 주축으로 부동산 개발회사인 남강개발, 건설회사인 남강건설, 설치공사 전문회사인 남강중공업 등 7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올해 매출 목표는 5000억원에 달한다. “돈을 벌기 위해 회사를 키우는 건 아닙니다. 죽을 때까지 아마 50억원도 못쓰고 죽을 겁니다. 딸이 한 명 있는데, 회사를 물려줄 생각도 없어요. 그릇은 타고나는 것이라 실력이 안 되면 전문경영인에게 맡겨야겠죠. 지금이 좋습니다. 고(故) 정주영 회장이 그랬죠. 일이 하고 싶어서 해 뜨기 전에 눈을 뜨게 된다고요. 제가 요즘 그렇습니다. 월급쟁이 시절엔 꿈도 꿀 수 없었던 일이죠.” 송 사장의 취미는 바둑이다. 공인 5단으로 대우조선소 근무 시절 3만 명 직원 중 최고였다. “바둑을 둘 때 국지전에 신경 쓰는 사람은 대세를 보는 사람을 이기지 못합니다. 기업도 긴 안목으로 봐야 성공이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지난 3년 동안 우리의 변신이 놀랍다고 하지만 전 앞으로 3년이 더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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