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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야, 이날 오길 기다렸다

렉서스야, 이날 오길 기다렸다

▶현대 제네시스

1960년대 석유파동을 틈타 북미시장에 진출한 일본 자동차 메이커는 작고 싸다는 점을 무기로 내세웠다. 기름 적게 먹고 차값이 싼 일본차는 빠르게 시장에 퍼졌다. 반면 ‘일본차=싼 차’라는 등식에 사로잡혀 성장에 한계를 느끼기 시작한다. 이를 탈피하기 위한 자구책이 프리미엄 브랜드 창출이었다. 이렇게 등장한 브랜드가 도요타의 렉서스, 혼다의 어큐라, 닛산의 인피니티였다. 이들은 일본차의 낡은 틀에서 벗어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개발 초기부터 최대시장 북미를 염두에 두고 차를 만든 덕에 점차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했다. 궁극적인 경쟁 상대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에 맞설 수 있는 성능과 품질은 물론 브랜드 가치까지 차곡차곡 쌓기 시작했다.

▶인피니티 M

현대 제네시스 역시 이들의 전철을 밟고 있다. 개발 초기부터 BMW의 성능에 벤츠의 안락함, 아우디의 스포티를 추구했다.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해 현대의 이미지에서 탈피하려는 노력도 강했다. 차체 어디를 봐도 현대 느낌을 찾기 어렵다. 고유의 엠블럼 대신 독특한 날개 모양으로 이를 대신했다. 현대는 제네시스를 앞세워 환골탈태하려고 한다. 다만 당초 예상과 달리 막상 북미시장에서 선보일 V6 3.8ℓ와 V8 4.6ℓ 모델의 판매가격이 결정되면서 니어 럭셔리를 앞세운 크라이슬러와 전통적인 아메리칸 고급 브랜드 캐딜락 등과 맞서게 됐다. 제네시스 V6 3.8 기본형은 3만3000달러에, 주력모델이 될 V8 4.6 모델 기본형은 3만8000달러 선에서 가격이 결정됐다. 이에 맞서는 크라이슬러 300(V6 3.5ℓ)은 3만3000달러, 캐딜락 CTS(V6 3.6ℓ)는 3만7000달러 수준에서 팔리고 있다. 넓게는 3만2000달러에 팔리는 폰티액 G8(V6 6.0ℓ)까지 경쟁상대로 꼽을 수 있다.
폰티액은 경쟁상대 못될 듯

▶렉서스 GS

크라이슬러 300은 벤츠 E 클래스의 언더 보디를 들여와 크라이슬러의 디자인과 마무리로 완성한 차다. 벤츠 기술을 들여오면서 상품성이 몰라보게 개선된 것이 특징. 나아가 아메리칸 머슬 세단의 전형을 보여주듯 우람한 모양새가 크게 어필했다. V6 3.5ℓ 엔진을 바탕으로 최고출력 250마력을 내지만 체감출력은 수치에 못 미친다. 파워트레인의 기술적 완성도는 뛰어난 반면 마무리와 내구성 면에서 현대차가 근소하게 앞서 있다. 최근 갖가지 제작결함이 드러나는 것도 선택을 주저하게 만든다. 맞대결을 피할 수 없게 된 캐딜락 CTS 역시 2000년대 들어 크게 변화한 상황이다. 할리우드 SF액션 영화에 스포티한 모습으로 등장한 이후 나이 든 브랜드 이미지를 벗겨냈다. 미래지향적이고 세련된 보디라인을 선보이면서 젊은 층까지 공략하고 있는 셈. V6 3.6ℓ 엔진은 최고출력 255마력을 내지만 이미 오래된 엔진으로 통한다.

▶캐딜락 CTS

전통적으로 큰 배기량을 고수해 왔던 캐딜락이 비교적 작은 배기량의 V6 엔진을 꾸준히 다듬어 이제는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파워트레인 자체만으로는 손색이 없으나 전체적인 조화를 따졌을 때 차체가 무거운 느낌이다. 폰티액 G8도 조심스럽게 맞대결 구도를 잡고 있다. V6 3.6ℓ(2만8000달러)와 V8 6.0ℓ 엔진 두 가지가 나온다. 큰 배기량, 고성능 세단을 지향하고 있고 V8 모델은 제네시스 V6와 겨뤄도 좋을 만큼 가격 경쟁력을 지녔다. 큰 배기량에서 얻을 수 있는 꾸준한 파워는 높은 점수를 줄만 하지만 초기 가속이 둔하다. 무엇보다 내구성과 마무리 품질 등에서 이미 폰티액은 제네시스의 경쟁상대가 못 된다. 호적수는 렉서스 GS와 인피니티 M이다. 한국 소비자들에게도 인기 있는 스포츠 세단인 이 두 모델은 성능, 내구성, 마무리 품질을 모두 갖추고 있다. 렉서스 GS V8 4.6ℓ(5만3000달러)의 성능은 이미 입증된 바 있다.

▶폰티액 G8

제네시스와 가장 유사한 느낌의 이 차는 342마력의 강력한 힘과 8단 자동변속기까지 장착돼 조용하면서도 부드러운 주행을 가능하게 해 준다. 렉서스 특유의 내구성과 마무리 품질은 세계적 수준이다. 인피니티 M45(5만1000달러)는 인피니티 특유의 높은 배기량을 기반으로 역동적인 주행성능이 강조된 차다. 스포츠 세단을 지향하는 차로 일본에서는 BMW를 타깃으로 삼고 있다. 저속은 물론 고속에서도 폭발적인 힘으로 밀어붙이는 성능이 뛰어나다. 즉답식에 가까운 가속페달의 반응성은 역동성을 좋아하는 운전자들에게 안성맞춤이다. 마무리 품질 역시 일본차답다. 제네시스의 가장 큰 경쟁자는 이 두 일본차가 될 가능성이 크다. 럭셔리한 외관과 함께 주행성능 및 인테리어 품질, 내구성까지 갖춘 차는 두 일본차밖에 없다. 다만 앞의 두 차는 제네시스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제원상 오히려 우위에 있는 V8엔진을 갖고도 1만 달러 이상 싼 제네시스로 소비자들의 선택이 몰릴 가능성도 크다.
낮은 브랜드 파워가 걸림돌

▶크라이슬러 300

여기에 몰라보게 달라진 내구성과 마무리 품질 역시 제네시스의 전망을 밝게 해 주고 있다. 현대는 1980년대 값싼 엑셀을 내세워 북미시장에 진출했으나 낮은 품질 탓에 결국 철퇴를 맞았다. 이후 뼈를 깎는 노력을 거듭했고 최근 몰라볼 정도의 품질을 완성해냈다. 한마디로 파워트레인의 조화가 경쟁 모델보다 뛰어나다. 같거나 조금 모자라는 출력으로 ‘한결 잘 달리는 차’라는 생각을 심어놓은 것도 주효했다. 현대는 이미 NF쏘나타에 얹고 있는 세타 엔진을 개발해 크라이슬러에도 나눠주는 입장이다. 이보다 한 단계 진보해 있는 V6 람다 엔진과 북미시장 주력으로 선보일 V8 타우 엔진은 비슷한 그레이드의 경쟁 모델과 맞서 결코 뒤지지 않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제네시스는 다양한 옵션도 경쟁 모델에 비해 앞선다. 운전자 통합정보 시스템은 물론 다양한 능동적 주행안정장치, 안전 장비 등을 따졌을 때 경쟁 브랜드에 뒤지지 않는다. 여기에 유럽 브랜드조차 쉽게 덤빌 수 없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까지 얹었다. 프런트 그릴에 달린 센서를 통해 앞차와의 거리를 맞춘 다음 일정한 차간거리를 스스로 유지하면서 달리는 첨단 크루즈 컨트롤이다. 신선한 이미지도 강점이다. 최근 한국차의 디자인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제네시스는 오래 봐도 질리지 않을 디자인이라는 견해가 많다. 품질과 가격 면에서 제네시스는 어떤 차와 경쟁해도 뒤지지 않을 수준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 팔릴 때는 품질과 브랜드가 같이 고려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무리 성능이 뛰어나도 브랜드 파워가 떨어지면 밀릴 수밖에 없는 게 시장의 법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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