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의 빛’바꾸는 게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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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이 화두다. 같은 제품이라도 디자인에 따라 매출이 크게 오르내린다. 마찬가지로 같은 공간이라도 빛을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이미지가 확연히 달라진다.
하지만 정미 이온SLD 대표가 국내에 ‘조명설계디자인’ 회사를 차릴 때만 해도 조명은 ‘빛을 비추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지 못했다.
“중요한 행사가 있으면 외국에서 ‘모셔온’ 디자이너 한 명에게 모든 것을 맡기던 때였어요. 남편, 어시스트 두 명과 ‘맨땅에 헤딩’식으로 부닥쳤지요.”
정 대표의 남편인 정강화 건국대 디자인학부 교수는 현재 이 회사 고문을 맡고 있다. 둘은 120년 전통의 일본 도쿄예술대 유학 시절 ‘부부 디자인 박사’로 유명했다고 한다. 둘 사이에서 태어난 이온SLD는 설립 8년차지만 회사 이름이 낯설다.
하지만 그동안 맡은 프로젝트를 열거하면 ‘아!’ 하는 감탄사를 내뱉게 된다. 압구정 갤러리아백화점 외벽, 서울타워·청계천 경관, 인사동 쌈지길·여의도 윤중로 벚꽃길·한강 선유도 야간 경관을 비롯한 곳곳의 명물이 정 대표의 손을 거쳤다.
2002년 월드컵 때는 ‘빛의 서울’을 연출했고, 현재 서울시 전체 야간 경관, 송도 국제업무지역 등 여러 프로젝트를 맡고 있다. 양평 영어마을, 광주 시립미술관 등 지방과 중국 항저우, 베트남 시청사 등도 이온SLD의 무대다. 보통 1년에 80~100개의 프로젝트를 소화하는데 직원 수는 열둘이고 모두 디자이너다.
많은 빛을 다루면서도 정 대표가 잊지 않는 것은 ‘따뜻함’이다. 회사 이름도 ‘따뜻함으로’라는 뜻의 ‘이온(以溫)’으로 지었다. SLD는 ‘Space&Lighting Design’의 줄임말이다. “빛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존재입니다. 고도의 심리 작용이지요. 그래서 치매 병동 조명은 너무 어둡게 하면 안 됩니다.” 철학은 확고하지만 처음부터 디자이너가 될 생각은 없었다.
“브랜드를 살릴 수 있는 직업을 가지라”는 아버지의 충고에 법조인을 꿈꿨다고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법조인=브랜드’가 성립하지 않았지요. 그러던 중 미국 잡지에서 성공한 한국인 디자이너 기사를 봤습니다. 이거라면 내 이름을 걸고 세상을 바꿀 수 있겠다 싶었어요.”그렇게 열일곱 소녀의 꿈은 디자이너를 향했다. 정 대표는 요즘 두세 달에 한 번씩 일본을 찾는다. 건축 디테일을 중시하는 일본의 트렌드를 배우기 위해서다.
“조명은 정체성(identity)을 만들어 줍니다. 도쿄는 정적이면서도 화려한 빛이 돋보이고, 중국 상하이는 신흥국답게 불빛도 빠르게 움직이지요. 홍콩은 야경 자체가 관광자원이고요.” 대한민국 서울은 어떨까. “처음엔 ‘켜는 것’이 무조건 좋은 줄 알아요. 하지만 점점 최소한의 빛으로 아름다움을 표현하게 됩니다.”
정 대표의 ‘최소한의 빛’은 2006년 숭례문에서 빛을 봤다. 그는 숭례문 내부의 132개 조명등을 45개로 줄이고, 음영효과를 줘 동양적인 실루엣을 살렸다는 평을 들었다.“한강 다리 조명도 과할 때가 있어요. 빛을 줄일 곳은 줄이고 더할 곳은 더해야 해요.” 패션이 발달한 강남은 화려하게 밝히고, 유적지가 많은 4대문 안은 빛을 줄이라는 얘기다.
디자인 외에 설비까지 맡아 회사를 키우고 싶은 욕심을 부릴 법도 한데 정 대표는 디자인과 설계만 고집한다. 전문성을 살리겠다는 얘기다. 그는 (열일곱 꿈 그대로) ‘아시아의 빛’을 바꾸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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