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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틀림 없는’ 성장 계속된다

‘뒤틀림 없는’ 성장 계속된다


자동차 생산업체가 다소 무거운 강철 프레임 방식을 고집한다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 것이다. 무거운 차는 기름이 많이 들 것이라는 단순 논리 때문이다.

21세기 경영의 화두는 ‘경량화’다. 두꺼운 것은 얇게, 무거운 것은 가볍게 만들어야 하는 시대다. 이런 경향은 휴대전화·디지털카메라 등 소형 전자제품은 물론 자동차·경비함정·장갑차 등 중후장대형 제품에서도 나타난다.

최근 부품 소재로 산업의 쌀이라는 ‘철’ 보다 ‘알루미늄’의 가치가 높게 평가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알루미늄은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다.

변형력이 큰 탓에 뒤틀림 현상이 발생하기 쉽다. 변형력이란 외부 환경에 따라 ‘물체가 커지고 작아지려는 힘’을 말한다. 겨울철 찬바람을 맞았을 때 얼굴이 당기는 것은 일종의 변형력 때문이다.

알루미늄 부품소재업체 동양AK코리아 서정열(48) 대표는 2002년 알루미늄 유통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런데 유독 국산 알루미늄 부품의 불량률이 높았다는 게 서 대표의 말. 변형력을 제거하는 데 소홀했기 때문이었다.

“변형력을 제거하는 게 그렇게 어려울까라는 의문을 가졌습니다. 그래서 외국 업체들이 어떻게 알루미늄 부품을 제조하는지 공부하기 시작했죠. 그때 외국 업체들이 변형력을 제거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아! 이것이다 싶었죠.”

서 대표가 눈여겨본 기술은 ‘수직 퀀칭(quenching) 시스템’이다. 알루미늄 등 금속재료는 여러 가지 원료를 합금해 생산한다. 각 원료를 뜨겁게 달궈 녹인 뒤(용체화) 다시 냉각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 문제는 용체화된 원료가 냉각되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변형력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달궈진 원료를 빨리 냉각해야 변형력을 제거한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양질의 알루미늄 소재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용체화 원료를 빠른 시간 안에 냉각기에 집어넣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변형력을 잡을 수 있죠. 국내 알루미늄 부품의 경우 냉각기로 들어가는 대기 시간이 길어(1분), 변형력이 높았던 것입니다. 하지만 수직 퀀칭 시스템을 이용하면 대기시간을 무려 12초까지 단축할 수 있었죠. 곧바로 이를 도입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서 대표는 2003년 수직 퀀칭 시스템이라는 핵심기기를 무기로 창업을 선언했다. 주위에서는 거듭 만류했지만 그는 자신만만했다. ‘혁신이 성공을 담보할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서 대표의 예상은 보란 듯이 맞아떨어졌다. 창업 첫해 연 매출 19억원을 올렸고, 이듬해엔 두 배 성장(연 매출 44억원)을 이뤄냈다. 거래처도 2년 사이 150여 개로 훌쩍 늘어났다.

더욱 큰 성과는 동양AK코리아의 제품이 차별성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당시로선 생소했던 수직 퀀칭 시스템을 도입한 덕분에 ‘동양AK코리아에서 만드는 부품은 믿어도 된다’는 인식이 확산됐던 것이다. 그렇다고 이 회사가 승승장구만 했던 것은 아니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2005년 한 차례 큰 위기를 경험했다.

“한참 성장하고 있을 무렵 알루미늄 부품의 원자재인 인고트(Ingot) 가격이 ㎏당 2300원에서 3000원으로 올랐어요. 다른 원자재도 마찬가지로 급등했죠. 도저히 영업이익을 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당근과 채찍 전략으로 위기 탈출

서 대표는 ‘해법 찾기’에 골몰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무엇보다 공장가동률을 낮출 수 없었다. 납품일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적자를 감수하면서 제품을 생산하는 것도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이었다. 혁신이 절실한 상황에 서 대표는 ‘사람’에 주목했다. 근로자를 활용해 원가절감을 꾀했던 것이다.

“시간당 생산량을 늘리고, 불량률을 최소한으로 떨어뜨리는 전략을 썼습니다. 근로자의 ‘힘’으로 위기를 돌파할 수밖에 없었죠.”

물론 근로자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한 것은 아니다. 한편으론 환경개선 작업을 통해 근로자에게 최적의 근무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애썼다. 소음방지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근로자에게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고 최상의 실적을 요구한 셈이다. ‘당근과 채찍’ 전략이었다.


서 대표는 이와 함께 기술개발과 설비확충에도 힘썼다. 수직 퀀칭 시스템으로 만족하기엔 시장 상황이 너무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 결과 동양AK코리아는 2005년 KS인증(알루미늄 합금 압출 형재)을 시작으로 방위산업소재 지정업체(2005년), 기술혁신형 중소기업(2007년), 유망중소기업(2007년)으로 선정 또는 지정됐다. 공장 등 생산설비도 국내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제1공장에는 연간 4800t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췄고, 제2공장에는 국내에서 둘째로 큰 압출기(4000t)를 설치해 화제를 모았다. 강도 높은 기술혁신, 과감한 설비투자 덕분에 동양AK코리아의 매출은 2005년 70억원, 2006년 128억원, 2007년 164억원으로 성장을 거듭했다. 올해는 350억원, 2009년엔 500억원의 매출이 예상된다.

그럼에도 서 대표는 만족하지 않는 눈치다. 이제는 ‘알루미늄을 넘어 신소재로 영역을 확대하고, 수출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게 그의 포부다. 국내산 알루미늄 부품과 신소재로 세계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야심 찬 꿈이다. 올 2월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해 기술개발에 힘을 쏟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이봉상 동양AK코리아 기술연구소장은 “기술연구소 설립 3개월 만에 생산자동화 시스템 및 표면처리기술 개발을 위한 정부 과제를 획득해 3억원의 지원을 받고 있다”며 “연차적으로 생산에 적용되면 상당한 효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산업의 장을 세계 속에 활짝 열겠다”고 말하는 서 대표와 동양AK코리아의 도전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이 회사의 ‘건강진단’
낮은 순이익률 높여야
동양AK코리아는 2003년 3월 설립돼 항공기·선박·고속전철 및 자동차 경량화를 위한 알루미늄 압출품을 제조하는 회사다. 이 회사의 과거 3년간 매출액은 각각 2005년 70억원, 2006년 128억원, 2007년 164억원으로 3년 사이 200% 이상 성장을 달성했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에도 과거 3년간 1.8~3.3%의 낮은 순이익률을 기록한 것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 회사는 2007년 자산규모 99억원으로 70억원 이상 돼 외부감사 대상이 됐다. 지난해 4000t 압출설비 구축에 따른 차입금과 유형자산 규모가 각각 27억원, 25억원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러한 차입금 증가로 부채비율이 352%로 늘어난 것은 문제다. 회사의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2007년 2억4900만원을 기록하고 있지만 향후 차입금 상환 및 금융 비용 부담을 커버할 수 있는 영업 현금 흐름 확보를 위해선 순이익률 향상이 필수적으로 판단된다.

(본 의견은 기업의 공시자료 등을 기초로 작성했으며, 삼일회계법인의 공식 의견이 아닙니다. 투자 등 중요한 의사결정 시에는 전문가와 상의 바랍니다.)
손지원 삼일회계법인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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