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녹색·주황색으로 죽음 느낌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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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들에게 죽음은 꼭 한 번 거쳐야 할 필연적인 주제 중 하나다. 죽음은 인간의 숙명이며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숙제기 때문이다. 특히 죽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한 분야는 음악이다.
김연아 선수가 피겨스케이팅의 배경 음악으로 써서 유명해진 카미유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나 러시아 국민주의 작곡가 무소르그스키의 대표작 ‘벌거숭이 산의 하룻밤’은 죽음을 다뤄 성공했다.
죽음을 주제로 삼은 대표적 음악으로 혼을 달래는 종교음악인 ‘진혼곡’을 들 수 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으로 모차르트의 ‘레퀴엠’이 꼽힌다.
이 음악은 당시 아마추어 음악가인 발제크 백작이 의뢰한 것으로 자신의 죽은 아내를 위한 것이었다. 많은 돈을 주고 의뢰하는 대신 의뢰자 신분을 숨겨 달라고 부탁했는데, 이는 자신이 작곡한 것으로 곡을 발표하기 위해서였다. 이런 일은 귀족사회에서 종종 있었던 일이다.
모차르트는 레퀴엠을 완성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고, 제자인 쥐스마이어가 완성한 것으로 알려진다. 미술에서 역시 죽음은 중요한 주제로 다뤄졌다. 죽음을 상징하는 이미지로 해골을 떠올리는 것은 미술가들의 영향이다. 죽음을 주제로 한 그림으로 상징주의 화가인 아르놀트 뵈클린의 ‘망자의 섬’이나 조르주 드 라투르의 촛불 그림들이 유명하다.
죽음을 가장 설득력 있게 표현한 화가로는 단연 에드바르 뭉크(1863~1944)가 꼽힌다. 어린 시절 겪은 어머니와 누이의 연이은 죽음이 그의 회화 세계를 지배하는 중요한 동기가 된 것이다. 뭉크는 죽음을 직접 주제로 다루거나 빗대어 표현한 작품을 많이 남겼다. 그중에서 ‘죽은 사람의 침대’는 죽음의 분위기를 가장 훌륭하게 담아낸 것으로 평가 받는다.
지금 막 세상을 떠난 사람을 보려고 방 안으로 들어서는 장면을 그렸다. 문을 열어주는 사람은 죽음을 확인한 의사로 보이며, 오열하며 들어서는 사람은 아마도 가족일 것이다. 텅 빈 방에는 죽은 사람의 침대만 놓여 있다. 이 그림은 제목을 확인하기 전에 주제가 죽음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을 만큼 강렬하다.
그런 분위기는 지극히 절제된 색채로부터 나온다. 여기에 쓰인 색채는 녹색, 가라앉은 주황색, 검은색과 흰색 그리고 갈색이 전부다. 살아있는 사람은 모두 무채색으로 표현하고 주검을 유채색으로 나타낸 것이 이채롭다. 보통 생명의 약동을 상징하는 봄 이미지를 담는 데 쓰는 보색 관계의 녹색과 주황색으로 죽음의 강렬한 느낌을 표현한 뭉크의 천재성이 돋보인다.
여기에 대담한 구성이 죽음의 분위기를 한층 더 고조시킨다. 그림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마루에는 아무것도 그리지 않았다. 주황색으로 쓱 칠하고 나서 공간의 느낌이 드는 선 몇 가닥을 집어넣은 것이 고작이다. 주검이 있는 녹색 침대와 벽은 화면 뒤쪽으로 물러서 있다.
이런 구성 때문에 죽음이 가져다주는 허무, 공허함, 부질없음이 느껴진다. 죽음이 주는 가장 강한 감정은 슬픔이다. 인물의 어둡고 창백한 얼굴빛, 단순화한 표정, 절제된 동작에서 슬픔의 깊이를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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