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크린 밖으로 나온 ‘덤블도어의 군대’
![]() ![]() (왼쪽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한 서점 앞에서 노숙하며 해리 포터 최종편을 기다리는 사람들. 영화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해리 포터 캐릭터를 들고 있는 인도 어린이들. 영화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 ‘해리 포터와 혼혈왕자’가 진열된 독일 베를린의 한 서점. |
‘해리 포터’에서 호그와츠 마법학교의 아이들은 어둠의 마법과 싸우려고 ‘덤블도어의 군대’를 결성한다. 그런 일이 현실에서도 일어난 듯하다. 단지 현실 세계 ‘덤블도어의 군대’는 공인 비영리단체다. 빈곤, 문맹, 집단학살의 뿌리를 뽑으려는 해리 포터 팬들의 모임이다.
얼마나 진지하냐고? “‘해리 포터’에서 덤블도어 교수가 말하듯 지금은 어둡고 어려운 시기다. 우리는 올바른 일과 그냥 하기 쉬운 일 중에서 늘 선택해야 한다.” 현실 세계에서 ‘덤블도어의 군대’를 창설한 앤드루 슬랙의 말이다. ‘해리 포터 동맹(Harry Potter Alliance)’으로 불리는 이 단체는 2005년 설립된 이래 전 세계에서 10만 명 이상을 회원으로 끌어들였다.
그들의 좌우명은 “우리가 가진 무기는 사랑”이다. “마법의 가장 강력한 형태가 사랑”이라는 뜻이라고 슬랙이 설명했다. 그들은 ‘WHAT WOULD DUMBLEDORE DO(덤블도어라면 어떻게 할까?)’라는 표어가 인쇄된 티셔츠를 입는다. 블로그와 유튜브 비디오를 통해 미얀마와 아프리카 수단의 다르푸르 난민 구호를 목적으로 1만5000달러 이상을 모금했고, 전 세계의 불우한 아이들에게 책 1만4000권을 기부했다.
‘해리 포터’ 책 시리즈는 2년 전에 모두 끝났다. 하지만 ‘해리 포터 동맹’이 보여주듯이 골수 팬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심지어 그들은 열광적인 ‘스타 트렉’ 팬들의 미스터 스폭 뾰족귀 열풍을 거의 잠재울 정도다).
아이튠스(멀티미디어 서비스)와 마이스페이스(친구 만들기 서비스)에는 ‘해리 포터’ 책 내용을 담은 ‘마법사 록음악(wizard rock, 줄여서 wrok)’을 연주하는 밴드가 300개가 넘는다. 그들은 책에서처럼 호그와츠 마법학교의 기숙사(그리핀도르, 슬리더린 등) 이름을 딴 동아리를 구성해 모임을 갖는다.
인기 높은 팟캐스트인 PotterCast와 MuggleCast는 해리 포터 팬들 사이에선 이미 일반명사가 됐다. 그러나 ‘해리 포터 동맹’은 팬의 세계에서도 독특하다. 그 회원들은 해리 포터를 통해 살기 좋은 세상 만들기가 가능하다고 믿는다. ‘해리 포터 동맹’은 그 책에서 전달하려는 가치(결론을 미리 누설해서 미안하지만 ‘권선징악’이다)를 구현하고자 한다.
다시 말해 자선사업이다. 동맹 설립자 슬랙은 그 책의 내용과 우리가 사는 현실을 연결해 해리 포터 팬들이 사회운동의 필요성을 인식하도록 유도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책에서 마법사 신문들이 극악무도한 볼더모트경의 귀환을 무시하듯이 우리 현실에서도 주류 언론이 다르푸르의 집단학살에 합당한 관심을 쏟지 않는다.
또 해리의 담당 교수 레무스 루핀은 늑대인간이라는 이유로 집단적인 박해를 받는다. 우리의 현실도 그와 다르지 않다. 지금 수많은 사람이 인종, 종교, 성적 성향(동성애 등)을 기준으로 차별을 받는다. ‘해리 포터 동맹’의 덤블도어 강령은 심지어 동성 결혼도 지지한다.
단지 덤블도어가 동성애자이기 때문만이 아니다. 그 단체의 웹사이트 TheHPAlliance.org에 게재된 성명서는 “동성 결혼은 도덕적이며 매우 중요하다”고 선언한다. ‘해리 포터 동맹’의 회원들은 대다수 해리 포터 팬처럼 유치한 순박함에 가까운 이상주의를 공유한다. 올해 29세인 슬랙이 그 상징이라고 할 만하다.
코미디 배우로 활동한 적이 있는 그는 말이 아주 빠르다. 문장과 문장 사이에 숨을 쉬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윌 페렐(재능 넘치는 코미디언)보다는 닥터 필(인생 상담 대담 프로그램 진행자)에 가깝다. “불과 잿더미 속에서 신세계가 탄생한다”고 슬랙이 말했다. 덤블도어의 애완용 불사조에서 자선사업의 영감을 얻는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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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자선사업을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의 재탄생 과정으로 봐야 한다.” 슬랙은 도시의 불우한 아이들을 위한 연극 교사로 자원봉사를 할 때 ‘해리 포터’ 책을 읽어주면서 동맹 결성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브랜다이스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뒤 북아일랜드에서 평화중재를 연구했다.
2005년 ‘해리 포터’ 제6편이 나오자 자신이 생각하는 평화중재의 메시지를 전파하려면 해리 포터 골수 팬들과 ‘연줄’을 맺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는 폴 드조지라는 사람에게서 그 연줄을 찾았다. 드조지는 동생 조와 함께 가장 유명한 마법사 록밴드 ‘해리 앤 더 포터스’를 이끈다.
“한 고등학교 체육관에서 공연을 막 시작하려는 순간이었다”고 드조지가 돌이켰다. “그때 앤드루(슬랙)가 우리에게 다가와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냈다. 그는 체육관에서 운동을 막 마친 상태였기 때문에 땀을 무척 흘렸다. 이 정신 나간 듯한 사람이 해리 포터를 주제로 한 사회운동 단체를 만들겠다는 제안을 내놓았다.”
그 나머지 이야기는 ‘해리 포터 동맹’의 역사가 됐다. 드조지와 슬랙은 아직도 함께 조직을 운영한다. 밴드 ‘해리 앤 더 포터스’도 여전히 수익금의 일부를 동맹에 기부한다. 그러나 최근 마법사 록밴드의 사업이 신통찮아졌다. 가사의 소재를 제공할 새 책이 더 이상 나오지 않고 관객을 끌어 모을 출판기념 행사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리 앤 더 포터스’는 활동을 줄였다. 2007년만 해도 100회가 넘는 공연을 했지만 2008년엔 10~15회의 공연에 만족해야 했다. 해리 포터 팟캐스트도 규모를 줄였다. 더 이상 주간으로 활동하지 않으며 지금은 해리 포터 영화 소식에 초점을 맞춘다. 해리 포터 책 시리즈의 마지막 7권을 바탕으로 한 영화가 2010년 두 편으로 나뉘어 개봉될 예정이다.
그때가 되면 해리 포터 팬들이 어디서 위안을 찾을까? ‘해리 포터 동맹’이 최상의 위안처가 될지 모른다. “그쪽이 해리 포터 드림을 계속 살리는 한 가지 방법”이라고 시러큐스대의 대중문화 역사가 로버트 톰슨이 말했다. 그는 ‘해리 포터 동맹’이 대중문화 애호가들 사이에서 팬들을 주축으로 결성된 최초의 자선단체라고 말했다.
또 팬들 중 다수가 자선사업 쪽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더 이상 책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책 토론이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톰슨은 ‘해리 포터 동맹’의 매력 중 하나가 롤플레잉(role-playing: 역할 연기) 게임과 유사하다는 점일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우리가 진정으로 해리 포터가 되고 싶다고 해도 우리 모두가 악한 볼더모트를 처치하려고 바실리스크(뱀의 형상을 한 괴물)를 찾아나서기는 불가능하다”고 톰슨이 설명했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 해리 포터와 비슷한 인물이 되는 방법을 찾는다면 그중 한 가지가 자선사업이다.
자선을 통해 은유적인 의미의 ‘볼더모트’들을 퇴치하는 일이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해리 포터 동맹’은 그런 투쟁을 영화관에까지 가져갔다. 최근 열린 ‘해리 포터와 혼혈왕자(Harry Potter and the Half-Blood Prince)’ 시사회에서 회원들은 매표소 앞에서 동맹을 홍보하며 ‘DUMBLEDORE TAUGHT ME …(덤블도어에게서 …을 배웠다)’라는 스티커를 나눠줬다.
누구나 마음대로 채워넣도록 말줄임표를 사용했다. 그런 생각이 터무니없다고 느껴진다고? 사실 슬랙도 같은 생각이다. “물론 ‘해리 포터 동맹’의 결성은 주책없는 짓이다”고 그가 말했다. “하지만 바로 그 점이 우리 조직이 효과적인 이유 중 하나다. 해리(포터)를 보라.
그가 볼더모트와 싸우지 않을 때는 ‘키디치(Quidditch: 빗자루를 타고 벌이는 축구 비슷한 경기)나 ‘익스플로딩 스냅(Exploding Snap: 카드 놀이의 일종인데 도중에 임의로 카드가 폭발한다)’을 즐기지 않는가?” 슬랙과 그의 동료들은 빗자루 타고 하늘을 날지 못한다. 하지만 나름대로 터득한 마법을 전파하는 일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해리 포터, 최고의 프랜차이즈 영화로 장수할 듯
‘Potter’ Will Be Top Franchise for at Least ’10 or 12 Years,‘ Analysts Say
SARAH BALL 기자
내뻗은 막대기 하나와 더러워진 안경으로 무장한 해리 포터가 권총을 든 동료 영국인 제임스 본드를 굴복시켰다. 어떻게 그랬느냐고? 7월 15일 수요일 0시 1분 ‘해리 포터와 혼혈왕자’가 미국의 영화 흥행 사상 최고의 심야 개봉작으로 등극했다. 입장권 수입이 2220만 달러였다.
해리 포터 시리즈 제6편인 이 영화는 수요일 개봉작 전체 중 최고, 또 개봉 주말 사상 최고의 흥행수입을 올린 영화가 될 전망이다. 이전에 나온 어떤 해리 포터 영화보다 예약으로 팔린 입장권이 많았고, 예약 판매 전체로 따져도 ‘스타워즈 에피소드3-시스의 복수’ 다음으로 2위다.
세계 전체로 보면 해리 포터가 제임스 본드가 차지했던 최고의 프랜차이즈 영화(속편이 계속 제작되는 영화) 자리를 빼앗을 전망이다(인플레이션을 감안하지 않을 경우다). 007영화 시리즈는 총 23편으로 전 세계에서 50억74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해리 포터 영화 시리즈는 ‘혼혈왕자’가 나오기 전에 45억 달러에 약간 못 미친 상태였다.
미국만 따지면 해리 포터 시리즈는 스타워즈(19억 달러), 007(16억 달러), 배트맨(팀 버튼 감독이 1989년 다시 만들기 시작한 이래 7편이 총 14억5000만 달러)에 뒤진다(현재 14억1000만 달러). 하지만 이번 ‘혼혈왕자’로 프랜차이즈 대작 3작품을 전부 굴복시키리라고 예측된다.
분석가들은 해리 포터의 개봉 흥행수입 최고치에는 아직 도달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시리즈의 마지막 편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은 두 편의 영화로 분리 제작되는 중이다. “특히 이런 프랜차이즈 영화가 시리즈의 대단원을 내릴 때는 그 마지막 영화가 전편들보다 더 나은 흥행 성적을 낼 가능성이 크다”고 영화 흥행 조사 웹사이트 Box Office Mojo의 브랜든 그레이 대표가 말했다.
하지만 우리의 마법사가 얼마나 오래 버틸까? 미국 영화정보 사이트 Rotten Tomatoes의 편집장 맷 앳치티는 장수의 가능성을 점친다. 스타워즈는 전혀 위협이 아니다. “물론 조지 루커스 감독이 오래전에 세 편을 더 만들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는 경우는 다를지 모른다”고 그가 말했다.
그렇다면 반지의 제왕은? 아카데미상을 탄 그 프랜차이즈 영화는 피터 잭슨, 길레모 델 토로 감독이 추가편을 만드는 중이지만 해리 포터만큼 “폭넓은 인기”를 누리지 못한다. 배트맨의 경우 몇 편이 더 나올 예정이지만 그레이는 ‘다크 나이트’의 대박이 되풀이될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그 영화는 조커 역을 열연한 히스 레저의 비극적인 사망 때문에 흥행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40년에 걸쳐 23편이나 제작됐고 주인공의 대를 이은 배우가 6명이나 되는 007 영화는 엄청난 탄력성을 이미 입증했다(영화의 완성도는 별개의 문제로 치자). 마치 해리 포터의 악당 볼더모트처럼 말이다.
“10년이나 12년 뒤 007 영화가 서너 편 더 나오면 제임스 본드가 그 영광을 되찾아갈지 모른다. 해리 포터를 능가할 만한 유일한 경쟁자는 제임스 본드”라고 앳치티가 말했다. “그 캐릭터에는 아직 생명력이 남아 있다.” 해리 포터로서는 마지막 편을 두 편으로 나눈다는 점이 또 다른 장애물이 될지 모른다. 역사로 보면 기복이 큰 전략이라고 그레이가 말했다. “각 영화가 그 자체로서 완결성을 가져야 성공한다.” 아무튼 해리 포터, 등극을 축하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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