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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리앗’ 꿈꾸는 다크호스

‘골리앗’ 꿈꾸는 다크호스

항만이나 자동차 공장, 조선소에 가면 빠짐없이 거대한 철골 구조물을 보게 된다. 크레인이다. 우리나라가 세계 수출 강국으로 성장할 때 묵묵히 중력과 싸움을 벌여온 크레인은 어찌 보면 한국 경제의 공신이다. 성도크레인스는 조선·제철·자동차 산업용 크레인을 만드는 회사다.

성도크레인스는 이름도 생소한 호이스트 크레인(Hoist Crane), 갠트리 크레인(Gantry Crane), 크랩 크레인(Crab Crane), 골리앗 크레인(Goliath Crane), 집 크레인(Jib Crane) 등 각종 크레인을 설계·제작한다. 이 회사는 8월 10일 설립 4주년을 맞았다. 신생티를 못 벗은 업력이지만 성도크레인스는 이미 업계의 다크호스로 성장했다.

설립 이듬해 20억원을 찍은 매출은 지난해 250억원으로 늘었다. 계열사인 성도중공업, 중국에 있는 옌타이성도유한공사를 합친 연결기준 매출은 지난해 360억원을 기록했다. 노영민(41) 대표는 대학 졸업 후 11년간 부친이 운영하는 성도기계라는 중소기업에 근무했다. 성도기계는 화물을 들어올리는 장치인 호이스트 같은 크레인 구성품 제조업체였다.

부친은 회사 승계를 원했다. 하지만 노 대표는 부장직을 끝으로 회사를 나와 성도크레인스를 세웠다. 완성품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였다. 노 대표는 “조선업이 초호황을 맞을 것이고, 따라서 관련 기계설비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기회라고 생각했죠. 보수적이고 탄탄한 경영을 강조하셨던 아버지는 완성품 크레인 시장 진출을 반대하셨어요. 결국 독립을 택했습니다. 현재도 성도기계와 지분관계는 전혀 없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노 대표가 회사를 차릴 당시 크레인 시장은 양분돼 있었다. 상위 그룹은 1500억~3000억원 정도 매출을 올렸고 하위 그룹 3~4곳은 보통 500억원 이하의 매출을 올리고 있었다.

“크레인 시장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다 보니 대기업 아이템은 아니었어요. 반드시 있어야 할 시장인 것은 분명하죠. 그러면 중간레벨이 받쳐줘야 하는데 그 틈새를 노린 겁니다.”

노 대표는 발에 땀이 나도록 뛰었다. 그는 “어떤 날은 중국 선양에서 옌타이를 거쳐 한국에 들어온 후, 다음날 바로 베트남을 거쳐 루마니아로 날아가는 강행군을 했다”며 웃었다. 이렇게 뛴 결과 성도크레인스의 수출 비중은 70%를 넘어섰다. 설립 초반에는 사람 뽑는 것조차 어려웠다. 본사가 김포에 있다 보니 실력 있는 엔지니어를 데려오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고육지책으로 본사를 서울로 옮겼다.



‘설계 인력’에 대한 자부심 대단

노 대표는 이렇게 뽑은 ‘설계 인력’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그는 “현재 16명인 우리 회사 설계 부문의 능력은 업계 최상”이라고 했다. 또한 “현재 중국에 부두시설을 갖춘 공장 완공을 앞두고 있는데, 이곳에서 일할 R&D 전문인력 20명을 키우고 있다”며 “향후 50명까지 기술개발 인원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성장이 일사천리는 아니었다. 감당하기 어려운 순간도 많았다. 대폭 적자가 불가피한 수주를 했을 때 일이다. “30억원짜리 크레인을 수주했는데, 납기가 절반 진행된 상태에서 보니 30억원 정도 적자가 날 것 같았죠. 설계 요구 사양이 너무 높았던 탓이었습니다. 임직원들이 포기하자고 했습니다. 저희 같은 작은 회사가 30억원을 만회하려면 몇 년이 걸릴지 모를 일이었으니까요.”

노 대표는 고민했다. 장고 끝에 그는 직원들에게 “일 받아서 포기한 적 없고 돈을 더 요구한 적도 없다”며 적자를 감수하고 결국 제품을 납품했다. 이 일을 마무리 지으면서 노 대표는 명확한 경영원칙을 세웠다.



3년 내 매출 1000억원 돌파할 것

“기계는 정직한 물건입니다. 투입한 만큼 효과가 나오죠. 사양은 절대 속이지 않는다, 정통을 표방한다, 이것이 제가 세운 원칙입니다. 지금은 우리와 우리 제품을 써 본 고객만 알지만, 언젠가는 모두가 알아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노 대표는 “크레인 시장은 경기에 1년 정도 후행한다”고 말했다. 지난 1년간 조선·철강·자동차산업 업황을 감안할 때 올해 하반기와 내년 초에 상당히 힘들 것이라는 얘기다. 노 대표는 “원래 올해 450억원 정도 매출을 목표로 했는데, 달성은 힘들더라도 400억원 돌파는 충분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와중에 대단한 선전이다. 노 대표는 “3년 내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미 완공된 경남 함안공장과 완공을 앞두고 있는 중국 공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크레인 시장에서는 대단위 부지와 부두를 확보하고 있느냐가 경쟁의 핵심입니다. 150m짜리 부두에만 200억원 이상이 투입된 중국 공장이 완공되면 성도크레인스는 우리나라에서 생산능력이 가장 큰 업체로 거듭납니다. 여기에 우리의 설계 능력과 해외 프로젝트 경험을 통해 대규모 항만 크레인 시장에도 진출할 것입니다. 결국 우리의 목표는 세계적 브랜드로 성장하는 겁니다.”

경기는 변동하고, 크레인이 더 많이 필요한 때는 반드시 온다. 많은 곳에서 크레인이 바쁘게 가동될수록 세계 경제는 성장할 것이다. 당분간 주식시장에 상장할 것이 아니라면, 또는 관련 업계 종사자가 아니라면 이 회사를 알아야 할 이유도 알 필요도 없다. 다만 어느 날 국내외 어느 곳에 웅장하게 서 있는 백 몇 미터짜리 크레인에 ‘성도크레인스’라는 로고가 찍혀 있다면 이것만 알아주면 된다.

‘열정을 갖고 도전하던 젊은 기업이 참 많이 컸구나’.

혁신의 출발은 고객과의 신뢰
성도크레인스의 혁신은?
□ 고객과의 약속은 끝까지 지킨다
□ 과감한 인력 양성과 공격영업 그리고 틈새시장 공략
□ 중국 공장 완공되면 업계 최대 생산능력 확보
수주 경쟁 심화 불구 안정적 재무구조
이 회사의 ‘건강진단’

성도크레인스는 지난해 매출액 250억원, 당기순이익 45억원을 달성했다. 2007년 대비 매출은 약 4.5배로, 순이익은 3.5배로 불어났다. 이는 회사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수출 증가에 기인한다.

올해도 베트남 항만 및 도로 공사, 루마니아 대우 망갈리아 조선소 등 해외 수주실적 호조로 1000만불 수출의 탑 수상이 예상되는 등 지속적인 매출 성장을 이루고 있다.

다만 외형성장에 비해 매출총이익률과 영업이익률은 2007년과 2008년에 각각 25.0%에서 9.2%로, 7.4%에서 4.5%로 감소했는데, 이는 매출액 증가에 따라 동종 산업 내 수주 경쟁이 심화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회사는 약 5%대의 영업이익률을 정상 영업이익률로 판단하고 있다.

한편 해외 자회사인 중국 옌타이성도유한공사의 실적 호조로 2007년과 2008년 각각 11억원과 33억원의 지분법이익이 발생했다. 중국 현지공장에서 진행 중인 항만부두 공사가 완료되면 향후 항만 크레인 등 초대형 크레인 시장에 진출해 제품 다양화에 따른 추가 매출 발생이 기대된다.

회사의 2008년 차입금은 약 53억원이다. 전년 대비 약 33억원 증가했으나 매출액 증가에 따른 관련 매출채권 증가, 지분법이익 발생에 따른 지분법 적용 투자주식 증가 등으로 부채비율은 286.4%에서 163.7%로 오히려 감소했다.

유홍서 삼일회계법인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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