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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뜨거워진 실업률 논쟁

더 뜨거워진 실업률 논쟁

1882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최초의 노동절 행사는 노동의 존엄성을 기리기보다는 하루 8시간 노동을 요구하는 시위에 더 가까웠다. 당시엔 하루 10시간에서 12시간 근무가 예사였다. 그때와 비교하면 미국의 노동자 권익은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 의회가 1894년 연방공휴일로 지정한 이래 노동절은 노동조합의 울타리를 뛰어넘어 보다 넓은 의미의 노동 현실을 돌아보기보다는 일반적으로 그냥 쉬는 날이 된 지 오래다.

하지만 올해는 실제로 노동의 현실을 생각하게 한다. 올 노동절은 1980년대(1982년 9월 실업률이 10.1%로 치솟았다) 이후로 가장 을씨년스럽다. 지난 8월 9.7%까지 치솟은 실업률은 앞으로 더 오를 전망이며, 낙관론은 찾아보기 어렵다. 미국의 진보적 두뇌집단의 하나인 경제정책연구소(EPI)는 현재 노동 시장의 현실을 다음과 같이 그렸다.

아래는 간추린 내용이다. 2007년 12월 경기 침체에 접어든 이래 줄어든 일자리 수가 690만 개에 이른다. 실업자의 3분의 1은 6개월 이상 실직 상태에 있으며, 이 수치는 지난해 이맘때의 두 배에 가깝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높다. 임금 인상폭이 턱없이 줄었다. 2007년 상반기 전체 민간부문의 임금은 연율로 환산해 3.7% 올랐으나 올 상반기엔 1.3% 인상에 그쳤다.

•실업 및 불완전 취업 비율이 16.8%나 된다. 여기엔 공식 실업자와 정규직을 선호하는 비정규직, 구직활동을 중단한 취업 포기자가 포함됐다. 성향의 미국 기업 연구소(AEI)의 칼린 보우먼이 취합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취업자들의 불안감도 증폭된다. 지난 8월 갤럽 여론조사에서 해고를 걱정하는 취업자 비율은 31%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시기 조사에서는 그 수치가 15%에 그쳤다. 또 임금이 삭감될 수 있다는 취업자도 16%에서 32%로 곱절 늘었으며, 복리 후생 감소를 우려하는 비율도 27%에서 46%로 증가했다. 장의 취업 실태보다 향후 전망이 더 불길하다. 1981~82년 경기침체 이후 실업률은 꾸준히 떨어졌다.

1982년 9.2%였던 실업률이 1984년 7.5%, 1988년엔 5.5%까지 내려앉았다. 이번 불경기 국면에선 실업률 하락 속도가 훨씬 더 둔화될 걸로 예상된다. 2014년에도 실업률이 7.6%에 이른다고 경제분석 전문기업인 IHS 글로벌 인사이트(IHS Global Insight)가 예상했다. 이 회사는 실업률이 내년 초 10%로 절정을 이루리라 예상했다.

실업률을 낮추자면 현재의 실업자뿐 아니라 노동력의 자연 증가분까지 흡수할 정도로 경제가 빠른 속도로 성장해줘야 한다. 하지만 경기 회복이 아주 더디게 진행되리라고 대부분이 예측한다. 이래서는 설령 노동력이 서서히 증가한들 실업률을 낮추는 데는 큰 도움이 안 된다.

“1982년 경기 침체는 주로 물가 상승의 근원을 없애려는 노력에서 비롯됐다”고 IHS의 니겔 골트 경제분석가가 말했다. “그 때는 물가를 잡았다고 판단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내리자 경제가 성장의 날개를 달았다.” 그 결과 자동차와 주택 등 금리에 민감한 부문이 경기회복을 이끌었다.

이와는 달리 요즘의 불황은 금융 위기의 산물이라고 골트는 말했다. FRB가 이미 금리를 내렸기 때문에 앞으로는 오를 일만 남았다. 금리가 오르면 부채가 많은 가계는 빚을 갚아서 부담을 줄여야 하기 때문에 소비가 위축되게 마련이다. 고실업률의 장기화가 현실이 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해 이제껏 제대로 규명된 적이 없다.

직업이 없는 이들은 기술을 익히지 못한다. 대학을 갓 졸업한 청년들이 이미 취업난에 시달린다. 높은 실업률은 향후 몇 년간 임금 소득을 억누르게 된다. 또 보호주의와 고질적인 빈곤을 부추기게 된다. “1990년대 말의 불황기엔 기업들이 실업자나 실직 위험에 있는 취약 노동자들을 싼 맛에 고용하곤 했다”고 하버드대 경제학자 래리 카츠가 지적했다.

EPI의 로런스 미셸은 고실업률이 저소득 가정에 미치는 영향은 재앙에 가깝다고 본다. 즉 2007년 18%이던 아동 빈곤율이 27%까지 치솟을 가능성도 있다는 말이다. 론 이처럼 암담한 경제 전망이 틀릴 가능성도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의 장밋빛 전망이 그랬듯이 말이다.

“불황을 예견한 세계의 제조업체들이 생산량을 너무 과도하게 줄였다”고 JP모건체이스의 데이비드 헨슬리가 주장했다. 지금은 국내외 기업들이 생산을 다시 늘리기 시작했다고 그는 말한다. “생산을 과도하게 줄였던 기업들이 이제는 고용을 늘리고 있어 소비지출도 탄력이 붙게 된다.”

미국 경제는 역사적으로 일자리 창출에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 앞으로 일자리 창출 여부에 따라 경제 논쟁의 윤곽이 판가름 날 듯하다.

컨대 정부의 더 많은 개입을 원하는 측과 원치 않는 측 간의 논쟁, 또 재정적자를 경계하는 측과 더 많은 경기 부양을 바라는 측 간의 논쟁, 그리고 저임금이 경제회복의 걸림돌이라는 측과 저임금이 고용을 촉진한다는 측 간의 논쟁 말이다. 2009년 노동절을 맞아 일자리 문제는 미국 경제의 상공에 그려진 거대한 물음표다.

[필자는 ‘대인플레이션과 그 여파(The Great Inflation and Its Aftermath)’의 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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