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파도 연연 말고 큰 물줄기에 몸 맡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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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주식시장 왜 요동치나?
외국인 순매도 전환이 결정적올해 3월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던 증시가 지난 9월 22일 이후 급락세로 돌아설 조짐이다. 이처럼 주식시장 내 변동성이 확대된 배경으로 크게 네 가지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장기간 상승 지속에 따른 부담 ▶외국인의 매도 전환 ▶3분기 기업 실적과 경기 모멘텀 둔화에 대한 우려 ▶원-달러 환율 하락이 그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서 경기침체 우려가 더해지며 한때 코스피지수 1000대를 위협받았던 국내 증시는 9월 말까지 80%가량 상승했다. 특히 상승이 본격화된 3월 이후에는 조정다운 조정 없이 상승으로만 일관해왔다. 기술적으로는 이미 오래전부터 과열상태를 보였다. 그러나 조정의 결정적 요인은 외국인의 순매도 전환에 따른 수급불균형이었다.
외국인은 올 들어 순매수 행진을 지속했다. 특히 지난달 FTSE 선진국지수 편입을 앞두고 단기간에 5조7000억원의 주식을 사들이며 주가지수 1700선 돌파를 주도했다. 그러나 FTSE 이벤트가 마무리되자 주도주에 대한 차익 매물을 쏟아내면서 8일 연속 순매도를 보여 취약한 수급구조의 한계를 드러냈다.
좀 더 큰 그림으로 보면 경기와 펀더멘털(기본 여건)에서 모멘텀 둔화, 그리고 최근 주식시장의 변동성 확대를 조정의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아직 경기 회복의 지속성이 의심받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고용지표와 제조업 지표의 악화, 한국 산업생산지표의 전월 대비 마이너스 성장 등 경기둔화 신호가 나타나면서 주가지수에 부담을 줬다.
3분기 기업 실적 발표를 앞두고 기대감보다는 4분기 기업 실적 둔화에 대한 우려가 더 크게 반영된 점 또한 주가지수 하락에 기여했다. 마지막으로 원화 강세 현상 역시 국내 수출 둔화 우려를 낳아 주가지수를 끌어내렸다.
그동안 강세를 보인 IT와 자동차 등 수출주가 원화 강세의 부정적인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아 빠르게 하락한 것이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더욱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양경식 하나대투증권 투자전략실장
WHO 외국인 투자자의 향방은?
공격적 매도 전환 가능성 작아외국인 투자자들은 2009년 주식시장 상승을 이끈 주체였다. 지난 3월 이후 본격적으로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한 외국인은 이후 7개월 연속 순매수를 기록하면서 9월 말까지 약 24조원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글로벌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대표 우량주들의 선전 ▶원화 약세에 따른 환차익 기대감 ▶지난달 FTSE 선진국지수 편입 호재 등이 외국인 순매수를 지탱하는 요인이었다.
그러나 FTSE 이벤트가 마무리되고 나서 외국인이 연속적인 순매도 움직임을 보이자 국내 주식 투자에 대한 방향을 전환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순매도 전환 우려를 반영해서인지 1조원을 약간 넘는 외국인 순매도에 9월 하순 이후 주가지수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등 불안한 모습이다.
갑작스러운 외국인의 순매도 전환에는 경기 회복 속도의 둔화 가능성, 원화 강세에 따른 국내 기업 실적에 대한 기대치 하향 조정 우려, 호주의 금리인상 영향으로 한국은행의 출구전략이 조기 단행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등이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외국인이 본격적으로 매도로 전환했다면 국내 증시의 취약한 수급기반을 감안할 때 주식시장은 앞으로 상당히 고통스러운 과정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외국인이 추세적으로 국내 주식을 내다 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계절적 경기 모멘텀 둔화와 순환적 기업 실적 둔화 기간에 순매수 강도가 일시적으로 약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외국인이 올해 국내 경기와 기업 실적에만 전적으로 의존해 국내 주식을 사들였다고 보기 어렵고, 국내 경기의 회복 속도가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가장 빠른 모멘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올해 외국인 매수 확대의 배경에는 선진국지수 편입 효과가 주효했다는 점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투자 성향이 단기에서 장기로 바뀌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본다.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 국내 기업에 대한 재평가 역시 앞으로 외국인 투자자의 투자 형태를 바꾸는 요소가 될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달러 약세, 원화 강세가 상당 기간 지속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외국인이 매도로 공격적인 전환을 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양경식 하나대투증권 투자전략실장
WHAT 눈여겨볼 변수는 무엇?
금리 인상, 올해엔 없을 것4분기 주식시장의 여러 변수 중에서 환율 움직임과 정부의 출구전략 시행시기를 특히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원-달러 환율의 고공 행진은 올해 국내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 확보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IT와 자동차 등 주요 수출기업들은 환율 상승의 수혜를 입어 2~3분기에 기대 이상의 영업실적을 거뒀다. 해외에서 시장점유율도 높아졌다. 하지만 환율이 하락(원화 강세)하면서 주식시장의 주도주가 바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환율 하락세가 가속화하면 그동안 상승폭이 컸던 IT와 자동차 등 수출업체는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다. 연말 환율은 달러당 1130~1150원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리고 내년 평균 환율은 1100원 정도로 예상한다. 즉, 원화 강세 현상은 추세적으로 이어질 것이지만 환율 하락 속도는 빠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이렇다. 달러 약세 현상과 국내 경기 회복 속도를 고려하면 원화 가치 상승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대외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의 현실에서 정부가 환율의 빠른 하락세를 방관할 수만은 없을 것이고, 환율이 하락하면서 무역수지 흑자 규모와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 규모가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주목해야 할 사항으로 출구전략 시기를 들 수 있다.
출구전략은 금융위기 발발 이후 각국이 단행한 재정·금융정책에서 위기 대처 수단을 철회하는 것으로 유동성과 금리 수준을 위기 이전 수준으로 되돌려 정상화하는 과정을 뜻한다. 최근 호주가 G20(주요 20개국) 국가 중 최초로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각국의 출구전략이 조기 시행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일고 있다.
그러나 호주는 올해 플러스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고 있고, 대표적인 원자재 생산국으로 글로벌 경기 회복이 본격화하면 다른 나라보다 물가상승 압력이 높다는 특수한 상황에 있다. 반면 한국 정부는 비교적 빠른 경기 회복 속도에도 출구전략 시행에 매우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아직 민간 부문 자생력이 약해 금리 인상 시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클 것이라 판단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일부 시사한 만큼 올해 4분기에 본격적인 출구전략이 시행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정부의 시각과 현재 물가 수준이 안정적인 점 등을 고려하면 금리 인상 등의 적극적인 출구전략 시행시기는 내년 1분기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올해는 비정상적으로 풀린 유동성을 회수하는 시기가 될 전망이다.
WHEN 증시 변동 언제까지…
연말까지 1500~1700대에서 등락 반복“뜻밖에 회복이 빨랐고 조정도 예상보다 빨랐다.”
요즘 증시 전문가들이 또 한 번 시장 예측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다. 주요 증권사들의 4분기 코스피 전망을 보면 최저점이 1500, 최고점이 1850이다. 350포인트가량 차이가 있다. 그만큼 예측하기 어려운 장세임은 분명하다. 1700 중반 정도를 고점으로 등락을 거듭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서는 추가 상승과 조정 지속으로 의견이 나뉘었다. 여기서 추가로 상승하든 조정이 지속되든 모두 그 속도나 폭은 점점 줄어들 거라는 전망이 눈에 띈다. 이는 경기 회복이라는 큰 줄기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준다. 지금은 그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한 시기인 셈이다.
가장 고점인 1850을 제시한 한국투자증권은 추가 상승을 기대했다. 단기적인 조정이 있고 나서 연말로 갈수록 재상승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는 의견이다. 하나대투증권의 양경식 투자전략실장 역시 “충전 과정을 거치고 나면 다시 상승할 것”이라며 낙관론에 무게를 실었다.
양 실장은 “연말로 갈수록 출구전략 같은 펀더멘털을 위협하는 요소가 두드러질 수 있어 상승 탄력은 약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주로 낙관적인 전망을 해온 현대증권의 서용원 리서치센터장은 “일부 지표가 예상치를 밑돌면서 조정을 받고 있지만 단기적인 변동성일 것”이라며 기존 전망치인 1800을 적정 지수로 내놨다.
하지만 조정 국면이라는 의견도 팽팽하게 맞선다. 박종현 우리투자증권 센터장은 “주가가 많이 올라 부담스럽고 외국인의 환차익 기대가 줄었으며 기업 실적 전환 계기가 이미 많은 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여 조정 장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희진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경기 상승 추세가 주춤한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부담이 작용해 조정이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신한금융투자의 박효진 연구원은 “지수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중앙은행·외국인·국내펀드의 수급 악화 등으로 과잉 기대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주가가 오버슈팅(과잉 상승)이고 원가절감 등 기업 효율성 개선이 일시적이라는 것이 확인되면 하락장이 올 것이라는 비관적인 의견도 있었다.
김학주 삼성증권 센터장은 “하락장이 시작되면 주가 변동성이 매우 심해질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시기다. 언제 현재의 변동성이 사라지고 시장이 안정될지에 대해 서용원 센터장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답했다. 대부분 구체적인 시점을 밝히는 것에 난색을 보였지만 연말까지 등락을 반복할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다.
김영익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3·4분기 중에 고점을 찍고 내년 1분기에 주가가 급락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부사장은 “반전은 분명히 있겠지만 올해 남은 기간엔 쉬어갈 것”이라며 “내년 하반기에 부실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최은경 기자·chin1chuk@joongang.co.kr
WHERE 무슨 종목에서 대박 찾나?
환율 수혜주에 ‘손길’, 내수주에 ‘눈길’요동치는 증시 어디쯤 금맥이 있을까? 올해 증시를 이끌어 온 주인공은 업종 대표주다. 어느 증시 전문가가 “대형주의 질주가 끝나면 장이 무너진다”고 말할 정도로 그 위세는 거셌다.
특히 IT와 자동차 주가 돋보였는데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경쟁력이 더욱 강화됐다는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대표 격이다. 최근 원화 강세, 외국인 매도 움직임으로 주춤했음에도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여전히 매력적인 종목으로 손꼽힌다.
미래에셋증권은 “원화 강세와 수출주의 경쟁력 하락을 연결 짓는 것은 아직은 무리”라고 분석하며 삼성전자·현대차·현대중공업 같은 수출기업을 추천했다.
대우·한국투자·현대증권 등도 선진국 경기 반등에 따른 수혜를 기대한다며 IT와 자동차 업종에 대해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환율 변동 위험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도 뒤따랐다.
수출기업으로서는 불안정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새롭게 주목 받는 업종은 단연 원화 강세 수혜주다. 많은 증권사가 환율 하락으로 원료를 싸게 수입할 수 있는 CJ제일제당과 해외여행 수요를 바라보는 대한항공을 추천했다. 삼성증권의 김학주 리서치센터장은 여기에 “조선업체의 수주 재개를 기대해 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달러 약세로 원자재 가격 상승이 예상됨에 따라 대체에너지 관련 기업과 유가 상승 수혜주도 금맥 후보에 올랐다. SK에너지·LS·KCC·에쓰오일 등이 관련 기업이다. 그동안 시장에서 소외된 내수주 역시 관심 대상이다. 경기 확장 국면에서 비중 확대를 고려해 볼 업종은 금융·광고·통신·유통업종 등으로 은행·보험주는 금리 상승 수혜를 입을 수 있다.
우리투자증권·하나대투증권·신한금융투자가 KB금융, 신한지주,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을 포트폴리오에 포함했다. 또 현대증권은 “노후 기계 장비 교체와 관련한 기업에 관심을 둘 만하다”고 조언했다.
최은경 기자·chin1chuk@joongang.co.kr
중장기 관점서 간접투자증시는 무엇으로 움직이는가? 수많은 석학과 애널리스트가 증시의 동력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고민하지만 속 시원한 해답을 얻지 못했다. 어느 개그 유행어처럼 ‘그때그때 달라요’라는 말이 답이라면 답일까?
일부 연구에서는 증시 전문가의 예측 능력을 원숭이와 수익률 게임에 빗댈 정도로 전망에 대한 회의론이 만만치 않지만 그럼에도 증시 전문가들이 건재한 것을 보면 증시 예측과 투자 의사결정이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고 관대함을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개인투자자의 수익률이 저조하다는 기사를 볼 때마다 개인투자자의 투자원칙은 무엇이고 어떤 세부 행동을 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당연한 얘기지만 지금 같은 장세에서 투자자의 대처 방식은 시장의 불확실성을 전제하고 접근하는 ‘돌다리도 두드려 건너는’ 식이 돼야 할 것이다.
최근 국내외 증시는 경기 사이클과 기업 이익에 좌우되는 모멘텀 장세로 규정할 수 있다. 모멘텀 장세는 오랫동안 국내 증시를 규정하는 단어로 쓰여왔다. 코스피지수를 경기선행지수 혹은 국내총생산(GDP) 전년 동기비와 겹쳐보면 놀랍게도 추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국내 증시가 경기 모멘텀에 얼마나 좌우되는지를 대변하는 증거다. 자체적인 경제전망에 따르면 2010년 GDP 성장률은 4.5%가 예상된다(2009년 -2.6% 전망). 2010년 국내 기업의 영업이익 역시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보여 한국 증시가 경기와 기업 이익 모멘텀을 추종한다는 특성을 고려하면 낙관적인 견해를 가질 수 있다.
뱃사공 되려는 모험심 자제할 필요다만 장기적으로 경기 회복이 이뤄진다는 전망에도 투자자들은 “So What(그래서 어쩌라고)?”라며 어깨를 으쓱한다는 것이 문제다. 지금 당장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궁금하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항상 최적의 매매 대상, 최적의 매매 시점, 그리고 최적의 투자자금 배분에 대한 정보를 얻길 원한다.
하지만 애초에 인간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허버트 사이먼의 ‘제한적 합리성’에 따르면 투자 의사결정 역시 최적화를 만든다는 것은 이론에 불과하다. 그러나 준최적화 즉, 최선 혹은 현명한 투자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은 가능하다. 바로 잔파도에 연연하지 않고 큰 물줄기에 몸을 맡기는 것이다.
특히 이번 조정처럼 다시 불확실성이 떠오르는 때에 배 주인이 굳이 뱃사공이 되려는 모험심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개인투자자(배 주인)가 투자 의사결정에 쏟는 노력 역시 혼자 결정하기보다 전문가(뱃사공)에게 일부를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큰 물줄기에 몸을 맡기는 것이 뭘까?
경기 모멘텀이 개선될 것을 생각해 위험자산 투자에서 기간과 자산을 배분하는 일이 필요하다. 개인의 투자 성격과 위험 선호도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간접투자(적립식 펀드 등) 쪽으로 눈을 돌리는 것도 괜찮다.
직접투자자들은 시장을 지켜보며 우량주 위주로 기간을 나눠 분산 투자하는 것이 출렁이는 증시 파고에서 순항할 수 있는 길이 아닐까 한다. 아직 곳곳에 남아 있는 위험에 대처하는 방법은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곽병열 유진투자증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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