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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형주가 만난 한국의 리더들 5

임형주가 만난 한국의 리더들 5

세계적인 팝페라 테너 임형주가 다섯 번째로 만난 한국의 리더는 오세훈(48) 서울시장. 그가 경영을 맡은 이후 서울시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한강공원, 서울광장 조성 등 눈에 보이는 서울의 외모뿐 아니라 공무원 조직문화도 확 바꿨다.

변호사와 정치인을 거쳐 서울시 경영을 맡은 오세훈 서울시장. 잠자는 시간을 빼곤 ‘즐겁게 일에 미쳐 있다’고 얘기할 만큼 그는 서울시 경영에 푹 빠져 있다. 임기 말이 다가오면서 그는 추진해 온 사업을 마무리하기 위해 더욱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10월 14일 오전 9시에 서울시청 집무실에서 만난 그의 얼굴에는 피곤한 빛이 역력했다. 하지만 서울시 변화로 얘기를 시작하자 금세 열기를 띠었다.



임형주 시간이 참 빠릅니다. 취임하신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3년이 지났네요. 소감이 어떻습니까.



오세훈 정확히 얘기하면 3년 하고 4개월이 지났습니다. 거의 임기 말이 다가오네요. ‘정말 뭐에 미친 것처럼 달려온 3년이었다’는 생각이 먼저 들고요. 3년이라는 시간이 너무 짧아 큰 성과가 나오기 전에 다음 임기를 맞거나 임기 말이 올 것 같습니다. 다행히도 3년이 지난 순간부터 속속 성과가 나오면서 그 보람이 저를 굉장히 행복하게 합니다.

왜 땀 흘리고 난 다음에 느끼는 성취감이랄까. 앞으로도 광화문광장, 북서울숲, 한강 4대 특화지구, 시프트(장기전세주택) 등 그동안 진행한 사업이 시민 고객들에게 서울에 사는 자긍심을 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임형주 변화의 키워드로 ‘매력’을 꼽으셨죠. 매력적인 서울이란 어떤 도시를 얘기하나요.



오세훈 간단합니다. 시민이 자랑스럽게 여기는 곳이죠. 다음에는 즐겁고 행복해야죠. 욕심을 더 낸다면 서울을 보러 오고 싶어야 하고, 투자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야 하죠. 이 모든 게 이뤄진다면 삶의 질은 좋아지고 서울의 경쟁력은 향상될 것입니다.



임형주 시장님 말씀을 들어보면 서울 시민에 대한 애착이 느껴지는데요. 그 마음은 취임하신 이후부터 커진 거겠죠?



오세훈 하하. 그럼요.



임형주 행사나 공연을 하면서 국내외 많은 분을 만나는데 공통적인 화제가 서울의 변화입니다. 서울이 젊어지고 역동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거죠.



오세훈 ‘역동적이다’는 것은 눈에 보이는 변화를 말할 거예요. 반포의 달빛무지개분수, 달빛광장 등 한강변 곳곳에 쉼터가 생기고, 도로 한복판에 광화문광장이 들어서는 모습이죠. 실제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가 더 중요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로부터 눈에 보이는 변화들이 무한대로 창출될 수 있는 에너지가 생겨나는 거죠.

즉 창의적인 상상력이 나올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과거의 공직사회는 얼어붙어 있었어요. 시스템 자체가 직원들의 재능을 키워주지 못하고 뭔가 끊임없는 시도를 하면 손해를 보도록 돌아간 거죠. 서울시의 업무 풍토, 공무원의 일하는 자세 등 조직문화가 젊어지고 역동적으로 바뀐 점을 더 평가받고 싶습니다.



임형주 조직문화가 어떻게 바뀌었다는 얘기죠.



오세훈 일반적으로 공직사회는 본인에게 주어진 업무만 수행하는 데 굉장히 익숙한 조직이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주어진 일은 기본이고 자신이 하고 있는 일과 관련해서 혹은 무관하더라도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죠. 순환보직 형태로 인사가 이뤄지고 있어 다른 부서로 옮기면 또 다른 경험과 지식을 쌓습니다.

기존 부서에서 근무할 때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는 거죠. 직원들에게 “당신이 하는 일과 관련해 고객을 어떻게 감동시킬 거냐”고 자주 물어봅니다. 직원들이 일을 할 때마다 고객 감동을 생각하는 단계까지 만들려면 쉽지 않습니다. 왜냐고요? 십 년, 이십 년 동안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거든요. 완전히 생각의 틀을 바꿔야 하는 거죠.

이것이 시민 고객 입장에서 이름 붙여진 ‘창의시정’입니다. 직원과 시민이 공감할 수 있는 창의시정을 완성하는 게 제 남은 임기, 혹은 한 번 더 할 수 있다면 더 하는 동안에 만들어야 할 과제입니다.

▎서울시청 집무실에서 일하는 모습

▎서울시청 집무실에서 일하는 모습

서울시청 직원들의 아이디어 제안이 모이는 곳이 상상뱅크 사이트다. 공무원들이 평소 자기 업무를 하면서 ‘어떻게 하면 시민 고객이 좀 더 편안하고 행복해질까?’라는 고민을 하면서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올릴 수 있는 공간이다.

상상뱅크 개설 초기에 발굴된 ‘반포대교에 낙하분수를 설치하자’는 아이디어는 사업으로 채택돼 2008년 9월 한강 무지개 분수가 만들어졌다. 이뿐이 아니다. 상상뱅크에 모인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실행에 옮겨진 우수한 사례는 ‘고객 감동 창의발표회’를 통해 시민고객에게 소개된다.

특히 상황극, 프레젠테이션 등 자유롭고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고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시민평가단의 점수가 가장 높은 팀에는 상금을 주고 있어 참여 열기가 뜨겁다.




임형주 시장님이 바라는 서울 공무원의 인재상은 크리에이터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런데 기존 틀을 깨기 쉽지 않았을 텐데 직원들의 마음은 어떻게 움직이셨나요?



오세훈 일단 교육 프로그램을 다 바꿨습니다. 공무원 교육원 수업을 강화하는 한편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출퇴근 시간 등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외국어, 리더십, 경제뉴스 등을 휴대전화나 노트북을 이용해 배울 수 있게 800여 개 다양한 콘텐트를 제공했죠.

끊임없이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접하고 창의력을 키우는 데는 공부만큼 좋은 게 없습니다. 이름하여 ‘Y-지식여행’입니다. 이 프로그램에 접속하면 누가 어떤 공부를 하고 몇 시간 했는지 체크됩니다. 수강 과정은 인사에 반영하죠. 조직을 움직이는 방법은 간단해요. 적절한 당근과 채찍이죠.

일을 잘하면 칭찬과 함께 상을 줍니다. 보상체계가 확실한 거죠. 그래서 조직에는 시스템이 중요한 거예요. 본인이 아무리 게을러도 시스템이 돌아가면 자연스럽게 움직이게 돼 있습니다. 다만 직원들의 마음에 열정을 불어넣는 건 리더의 몫이죠. 가장 좋은 방법은 리더가 솔선수범하는 겁니다.

리더가 끊임없이 일에 미쳐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예를 들어 ‘고객 감동 창의 발표회’는 한 달에 세 번 합니다. 아무리 바빠도 이 행사에는 빠진 적이 없어요. 여러 번 반복되면 조직은 리더가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알아채죠.



임형주 화제를 바꿔볼까요. 최근에 서울시 운영 경험을 담은 책 <시프트> 를 내셨더군요. 읽어봤는데 특히 디자인을 많이 강조하셨는데요. 시장님이 생각하는 디자인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오세훈 제가 취임하고 느꼈던 서울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갈증입니다. 뭔가 2% 부족했어요. 그게 뭘까 고민했는데 디자인 마인드가 없다는 거죠. 서울시를 필요할 때마다 디자인하다 보니 조화롭지 않아요. 디자인의 본질은 계획입니다. 청사진을 그린 후 계획을 장·단기로 나눠 체계적인 전략을 짜야 하는 거죠.

우리는 인생도 디자인합니다. 임형주씨도 여러 가지 디자인 끝에 여기 와 있을 거고요. 사람 인생도 디자인하는데 도시에 대해서는 제대로 디자인했느냐는 겁니다.



디자인에 대한 갈증 풀고 싶다



임형주
디자인은 회사를 경영하는 CEO에게 도움이 될 거 같습니다. 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CEO도 회사를 디자인해야 하지 않을까요.



오세훈 그렇죠. 디자인 마인드는 CEO에게 필요한 덕목이죠. 디자인 마인드를 갖기 위해서는 생각을 정리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생각하지 않고 남이 하라는 대로 살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되죠. 생각대로 살고 싶으면 생각을 하라는 거죠. 특히 리더의 생각은 중요합니다.

리더의 생각과 결정에 따라 회사 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이죠. 창의적인 사고를 위해서는 좌뇌보다 우뇌를 쓰는 습관을 갖는 게 좋습니다. 쉽진 않을 거예요. 끊임없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임형주 시장님은 챙겨야 할 사람도 많습니다. 서울시 직원뿐 아니라 서울 시민의 얘기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텐데요.



오세훈 서울시 직원은 본청 숫자만 1만5000명이고, 자치구 직원과 산하단체 공기업 직원까지 합하면 6만 명이 넘습니다. 여기에 1000만 시민 고객이 있죠. 창의경영만큼 중요하게 꼽는 게 소통입니다. 하지만 제가 자주 접하는 사람은 임원들이 대부분이죠.대신 직원들에게 끊임없이 대화를 하고 싶다는 느낌을 전하려고 노력합니다.

임기 초에는 직원들에게 편지를 자주 썼습니다. 시청에 이슈가 있거나 서울시의 비전을 얘기하고 싶을 때 진심을 담아 전 직원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책과 강연을 이용해 생각을 공유하기도 하죠. 같은 책을 읽고, 같은 강연을 들으면 생각의 차이는 있지만 같은 주제를 두고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 때는 강사를 불러 강연을 하고 토론하면서 생각을 맞추고 비전을 공유합니다. 보다 적극적으로 스킨십을 하고 싶을 때는 부서별로 모여 남산을 달리죠. 달린 후에는 족발에다 막걸리를 마십니다. 3년 내내 함께 달린 직원이 1000명이 안 되지만 직원들에게 마음은 전달된다고 생각해요.

서울 시민도 마찬가지고요. 서울 시민을 한 명이라도 더 만나기 위해 블로그도 운영하고 강연도 많이 다닙니다. 강연을 들은 사람은 서울 시민의 1%도 안 되겠죠. 그래도 열심히 다닙니다.



잠자는 시간 빼곤 일만 생각



임형주
한 시간가량 얘기를 듣고 보니 시장님의 하루 일과가 예상됩니다. 그렇게 쉴 틈 없이 일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쌓일 텐데요. 운동으로 푸시나요.



오세훈 운동은 여러 가지 긍정적인 효과가 있죠. 시장은 일단 체력이 뒷받침돼야 할 만큼 수많은 일정에 시달리는 버거운 자리입니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건강해야 직무를 수행하는 데 지장이 없을 정도죠. 운동을 꾸준히 해주지 않으면 안 돼요. 또 새로운 발상은 운동할 때 많이 나옵니다.

머릿속에 신선한 공기가 주입되면 창의적인 발상이 쏟아져요. 인터뷰 초반에 제가 즐겁게 일에 미쳐 있다고 표현을 했는데요. 잠자는 시간을 빼곤 일만 생각합니다. 그러면 상상 못하는 결과가 나오죠.

서울 전체가 제 일터잖아요. 버스가 지나가는 것을 봐도, 보도블록을 봐도, 남산을 쳐다봐도, 한강을 봐도, 숲속을 거닐어도 다 제 일입니다. 근데 그때 운동을 하면서 여유롭게 바라보면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릅니다.



임형주 무척 좋은 결과인데요. 시장님이 뛰기도, 자전거 타기도 좋은 도시를 만들고 있으니 앞으로 시민들도 창의력이 높아지겠는데요.



오세훈 하하하. 정말 가끔은 저 혼자 경험하기 아깝다고 생각해요. 이곳은 다들 와서 함께 봤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요. 사람은 행복하기 위해 살잖아요. 우리가 사는 곳인데 도시 생활이 팍팍하고 삭막하다면 스트레스를 받을 거예요. 가끔은 탁 트인 한강변을 바라보며 맑은 공기를 마시며 생각에도 잠기고 삶의 여유를 갖게 하는 것이 시장이 해야 할 일이죠.

시민 고객에게 제공해야 하는 일종의 삶의 질입니다. 이것은 1000만 시민 고객에게 공평하게 제공되는 기회예요. 예를 들어 공기가 맑아지는 것은 천만 시민이 골고루 혜택을 받는 정책이죠.



“우리 집은 완전히 자유방임”



임형주
좌뇌형 사고방식 때문인가요? 생각이 남다르십니다. 자녀 교육도 독특할 것 같아요. 세종대 영화예술학과 송현옥 교수님이 부인이시라 감성교육을 중시할 것 같기도 하고요.



오세훈 딸 둘인데요. 첫째는 한국무용을 전공했고, 둘째는 사회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집은 완전히 자유방임이에요. 야생마처럼 풀어놓고 키워요. 각자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하죠.



임형주 교육방식인가요.



오세훈 교육관이라기보다 둘 다 바빠서 그렇죠. 사실상 필요에 의해서지만 아이들 능력대로 하는 거죠. 전공도 각자가 정한 거예요. 저는 인생 설계도 직접 하라고 해요. 그래도 반듯하게 잘 자란 것 같아 기쁩니다.



임형주 신기하네요. 이 시리즈에서 처음 만난 분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님이신데 그분도 방목형 교육을 주장하시더라고요. 그래야만 아이 스스로 공부할 생각도 하고 꿈을 찾아갈 수 있다고요.



오세훈 아마 CEO들 교육방식은 다들 비슷할 거예요. 동기부여는 합니다. 동기부여만 해주면 자기가 더 잘할 수 있어요. 그것이 내면화돼서 하기 시작하면 잔소리해서 일일이 다 디자인해 주는 것보다 더 잘할 수 있어요. 자유방임이라고 얘기하지만 완전히 나 몰라라 하는 CEO 분들은 없을 거예요.



임형주 서울시를 운영하고 계시지만 기업 CEO를 뵙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오세훈 앞서 얘기했지만 보람을 느끼는 게 많습니다. 서울시는 해야 할 일이 참 많은 조직입니다. 예산이 뒷받침된다면 하고 싶은 일이 셀 수가 없죠. 빚지면 안 되니까 예산 안에서 해결해야겠죠.(웃음) 아무래도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헤아리면 임기 안에 다 못할 것 같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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