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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이보다 좋을 순 없어’

반도체 ‘이보다 좋을 순 없어’

▎경기도 기흥의 삼성전자 S라인.

▎경기도 기흥의 삼성전자 S라인.

덜컹. 예고 없던 턱에 차가 기우뚱하더니 곧 중심을 잡고 빠른 속도로 달린다. 최근 우리나라 증시 모습이다. 연말을 앞두고 몇 차례 국내외 악재가 나타나긴 했지만 차체가 뒤집어질 정도로 높은 장애물이 아니라 오히려 과속을 방지하는 턱이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지난해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2009년에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1년이 지난 지금 다시 전망을 부탁 받은 애널리스트들의 표정은 밝아졌다.

하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완전히 끝나지 않은 글로벌 경제위기의 후폭풍이 어떻게 불어올지 몰라서다. 환율 하락, 금리 인상이 점쳐지는 가운데 업종별 담당 애널리스트에게 2010년 전망을 물었다.



건설4대강 정비 사업, 수도권 광역교통망 확충 등 장기 대형 프로젝트가 줄줄이 대기 중이다. 분양 시장 등 건설 경기 역시 회복국면이다. 건설투자 증가율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웃돌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유다. 여기에 실물경기와 함께 구매력이 회복되고 부동산 정책이 주택공급 확대로 선회해 수도권 지역 도심지 개발이 활기를 띠며 부동산 경기를 띄울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2009년 하반기 이후 중동 플랜트 수주가 재개되는 모습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등 중동 지역의 2010년 수주금액은 389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반도체별 5개. 2010년 반도체 산업은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공급에 제약이 있고 수요가 매우 탄력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게 호황을 전망하는 가장 큰 이유다. 2008∼09년 유동성 위기로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자본적 지출 급감 등으로 공급이 늘기 어렵다는 것. 반면 스마트폰 시장 확대 등으로 수요는 급증할 전망이다.

연 평균 가격 하락이라는 변수가 있지만 이보다는 생산업체들의 원가절감 속도가 더 빠를 것으로 보여 ‘강세’는 여전하다. 가격 상승보다 원가절감에 더 주목하는 시점에서 세계 최고의 공정 기술력을 보유한 국내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수혜가 기대된다.



소프트웨어·인터넷NHN, 다음 등 인터넷 포털의 주요 수익모델인 온라인 광고 시장이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 성장 속도가 빨라졌다. 또 인터넷 포털에 새로운 성장 잠재력을 가져다줄 모바일 인터넷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2010년에는 한국 온라인게임 산업의 글로벌화가 한층 구체화되고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수출 시장이 아시아에서 구미권으로 확장됐고 전 세계 2010년 온라인게임 시장 규모는 전년보다 24% 성장할 전망이다. 한국에서 만드는 모든 온라인게임이 해외 수출 가능성을 열어둔 만큼 수출액 역시 높은 증가세를 보일 것이다.



운송 항공·해운업은 최근 2년 동안 어려움을 겪었다. 올해는 신종플루까지 덮쳐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모습을 연출했다. 하지만 신종플루에 대한 우려가 사그라지면서 이들 산업의 업황도 개선될 전망이다. 항공업이 좀 더 긍정적이다. 유가 안정, 환율 하락으로 수요가 늘 것으로 보인다.

해운업은 2010년 실적이 올해보다 좋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2009년 실적이 사상 최악이었다. 흑자 전환보다 적자 폭을 줄이는 데 무게를 둬야 할 것이며, 수요가 늘어난다 해도 공급이 많아 회복을 예측하기 어렵다. 컨테이너 부문보다 벌크 부문이 적자 규모가 작을 것으로 보인다.



유통고소득층뿐 아니라 중산층 이하 계층에서도 소비가 확대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임금 인상 결정이 큰 몫을 한 것 같다. 얼마 전 삼성전자가 상여금 복구와 10% 임금 인상을 결정했다. 이것이 삼성 그룹 내 계열사로 확산되고 산업계 전반의 임금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소매 시장 성장률이 2009년 5%에서 2010년 6.5%로 높아지고, 유통업의 개선이 기대된다. 다만 하반기 금리 인상, 환율 하락으로 해외 소비가 증가한다면 국내 소매 시장에 부담이 될 것이다.



은행시장 참여자라면 누구나 출구전략을 걱정한다. 경기선행지수가 하락 반전할지 여부도 걱정거리다. 기업 구조조정 역시 충분치 않았다. 그리고 세계 각국이 금융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결론적으로 좋은 날씨는 아니다. 하지만 은행들의 이익 개선 모습이 뚜렷하다.

순이익은 과거 호황기 수준인데 자기자본이익률은 12.4%에 머물고 있다. 선제적인 자본확충으로 차입투자 비율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은행 자본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다 해도 국내 은행의 추가 자본확충 부담이 작은 이유다. 이 같은 자본의 적정성 확보가 주가의 안정성을 높일 것으로 전망한다.



음식료가장 중요한 변수는 환율이다. 달러 약세와 경기 회복으로 환율이 하락하면 음식료 업종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다. 2010년 상반기까지는 곡물 가격 안정 등으로 마진이 상승해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생산량 감소와 소비량 증가로 곡물 가격이 소폭 반등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재고율이 안정적인 수준이라 급등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또 곡물가격이 상승한다 해도 원가에 영향을 주는 것은 2010년 하반기부터다. 음식료품 소비량은 경기가 회복되고 자산가치가 커지면서 2010년 상반기까지 회복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자동차2009년 국내 자동차 업체는 세계 시장에서 정점을 찍었다. 원화 약세, 선진 메이커들의 경영 위기, 소형차 수요 증가. 모든 상황이 유리했다. 그러나 이런 상대적 경쟁우위는 점차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제일 큰 이유는 환율 하락으로 환율 효과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또 포드, 도요타 등 글로벌 경쟁 기업들이 강력한 구조조정을 펼치며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다. 여기에 글로벌 기업 간의 합종연횡이 이뤄질 것을 고려하면 경쟁 강도는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2010년은 한국 자동차 업체가 장기 성장성에 대한 검증을 받는 해가 될 것이다.



전자·전기LG전자가 소니를 제치고 2위 업체로 오르는 등 올해 글로벌 경기 부진에도 국내 업체들은 고성장을 보였다. 2010년에는 경기 회복으로 PC, 휴대전화, 가전, LCD TV의 글로벌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환율 하락, 경쟁업체들의 재정비, 원재료 가격 상승 같은 국내 업체들에 부정적인 요소가 조금씩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2009년에 전체 시장이 어렵고 국내 업체가 좋았다면 2010년에는 반대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구조적 문제점을 노출한 일본 경쟁 업체들이 당분간 펀더멘털을 개선하지 못할 것으로 보여 아주 비관적이지는 않다.



조선어두운 바다에서 불을 밝히는 배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조선 업종에 2010년은 구조조정 시기다. 벌크선, 탱크선 위주로 선박 발주량이 올해보다 늘겠지만 건조 능력 대비 절대적인 수주량을 고려하면 많지 않다. 특히 올해 경기침체로 경영난이 겹쳐 저가 수주 경쟁이 계속되다 보니 중소형 조선사들이 심한 구조조정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눈에 띄는 것은 선박 수주보다 해양 설비 부문이다. 대규모 신개념 프로젝트가 증가해 국내 대형 조선사들의 기대가 크다. 따라서 비조선 부문이 강하고 해양사업 비중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는 업체가 유망하다.



통신서비스아이폰 등 스마트폰 출시로 이동통신 시장의 뜨거운 경쟁이 예상된다. 유선통신 시장 역시 인터넷 전화 중심으로 과열 경쟁이 지속될 듯하다. 특히 고가 요금 시장에서 가격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여 그 과정에서 비용이 증가해 성장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를 얻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FMC(유무선통합)와 FMS(유무선 대체서비스)가 요금 경쟁의 큰 변수인데 FMS보다 FMC가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크다. 유선 네트워크가 가입자 유치 경쟁력에 중요한 변수가 될 거라는 얘기다. SK텔레콤보다 유선 네트워크 경쟁력이 강한 KT와 LG 그룹을 더 주목하는 이유다.



화학공급 부담. 중동과 중국 지역의 증설 물량이 내년 화학 업종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경기 회복이 본격화하면 증설 물량이 늘어 세계 석유화학제품의 공급 부담이 커진다는 것.

그동안 미뤄진 중동 지역의 증설 물량에 최대 석유화학 시장인 중국의 증설 물량이 가세하면 수급이 상당히 불안해질 수 있다. 특히 세계 증설분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중동 지역에서 그동안 설비가 지연될 가능성이 있었지만, 2010년 이후에는 그동안 지연된 설비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한다.



12개 대표업종 전망 들어보니 반도체 매우 맑음, 조선은 계속 흐림도표 보는 법

① 산업별 체감 경기 지수

(별이 많을수록 체감 경기가 좋은 것임)

② 상·하반기 흐름

③ 호재

④ 악재

⑤ 추천종목

건설

이창근 현대증권 애널리스트

①★★

②갬 → 맑음

③경제 회복과 유가 상승에 따른 중동 플랜트 시장 재확대, 토목 부문 장기 대형 프로젝트의 본격 발주, 주택 부문 수급불균형 심화에 따른 회복 양상 전환

④금리 상승, 지방미분양 주택 적체, 분양가 상한제 폐지 지연,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 등에 따른 부동산 부문 회복 지연 가능성

⑤GS건설, 삼성엔지니어랑, 현대건설

반도체

김성인 키움증권 애널리스트

①★★★★★

②맑음 → 맑음

③기업·소비자 PC 교체 수요 늘어 D램 수요 확대, 스마트폰 시장 커지고 애플의 태플릿 PC 시장 열리면서 낸드 플래시 수요 확대, 대만의 정부 주도 D램 산업 회생안 실패

④가능성 매우 작지만 대만 업체들의 성공적인 램프업(생산량 증대), 환율 급락, 세계 경제 더블딥 가능성

⑤삼성전자

소프트웨어·인터넷

김창권 대우증권 애널리스트

①★★★

②맑음 → 맑음

③내수경기 회복으로 온라인광고 시장 성장률 상승, 스마트폰 보급 확산으로 모바일 인터넷시장 형성 기대, 신규 게임 출시 등에 따른 글로벌 온라인게임 시장 성장, 단말기 출시로 e-북 시장 형성

④웹보드 게임 정부 규제 확대 가능성, 저작권 이슈로 콘텐트 비용 증가, 구글 등 외국기업의 공격적인 시장 진입 시도

⑤NHN, 엔씨소프트

운송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

①★★★

②항공 맑음 → 맑음, 해운 흐림 → 갬

③국제선 여객·화물 수요 증가

④해운업의 공급 과잉 지속

⑤대한항공

유통

박진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

①★★★

②맑음 → 흐림

③점진적 경기 회복과 고용 여건 개선, 수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임금 상승 효과 기대

④금리 인상과 환율 하락에 따른 해외 소비 증가가 국내 소매 시장에 영향 미칠 것

⑤신세계

은행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

①★★★

②맑음 → 약간 흐림

③이익 개선, 산업 재편

④글로벌 금융규제 개혁

⑤KB금융, 하나금융

음식료

백운목 대우증권 애널리스트

①★★★★

②맑음 → 조금 흐리다 맑음

③환율 하락과 경기 회복에 따른 음식료품 소비량 증가

④곡물 가격 소폭 반등 가능성

⑤오리온, CJ제일제당

자동차

조수홍 현대증권 애널리스트

①★★★

②흐림 → 맑음

③신차 출시 효과, 중국 정부의 자동차 수요 진작정책 연장

④환율 하락, 글로벌 경쟁기업의 회복에 따른 경쟁 심화

⑤한라공조

전기·전자

이승혁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

①★★★★

②맑음 → 흐림

③LED TV 시장의 폭발적 성장, 휴대전화·PC·가전 시장의 완연한 회복, 자동차용 2차전지 보급 확산, 헬스케어 가전의 본격적 판매

④환율 하락, 해외 경쟁업체들의 재정비, 가격 경쟁 심화

⑤삼성전기

조선

성기종 대우증권 애널리스트

①★

②계속 흐림

③해양 설비 시장 확대 기대, 선박금융 시장과 국제 유가 안정

④공급 능력에 비해 컨테이너선 발주량 부족

⑤현대중공업

통신서비스

최남곤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

①★★★

②흐림 → 맑음

③아이폰 등 스마트폰 확대로 무선데이터 매출 증가

④보조금 등 요금 경쟁 심화

⑤KT, LG텔레콤

화학

안상희 대신증권 애널리스트

①★★

②맑음 → 흐림

③세계 실물경기의 빠른 회복 속도

④중국 출구전략 시행에 따른 영향

⑤SK에너지, K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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