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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의 컴백 경쟁자들이 긴장한다

대부의 컴백 경쟁자들이 긴장한다

‘수입 화장품 업계의 대부’로 통하는 신윤태 대표가 시세이도 코리아에서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시세이도가 2009년 하반기에 출시한 프리미엄 안티에이징 라인 ‘퓨처 솔루션 LX’의 에센스 소프너의 3개월 비축 물량이 3주 만에 품절되면서 히트상품으로 떠올랐다.

“값이 조금 비싸더라도 결국은 질 좋은 물건이 팔리게 돼 있다”는 일본 경영계에서 널리 회자되는 시세이도 창업자 후쿠하라 아리노부(福原有信)의 유명한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다.

이 말은 현대의 프레스티지 제품 마케팅에서 금과옥조처럼 여겨지는 럭셔리 마케팅의 주요한 전략 중 하나다. 아시아 지역 대표 화장품 브랜드 하면 일본의 시세이도(SHISEIDO: 資生堂)가 떠오른다. 138년의 역사를 가진 시세이도는 1872년 일본에서 창립됐으며 화장품 사업을 시작한 해는 1897년이다.

올해 창립 100주년이 되는 프랑스의 로레알보다 10년 이상 빨리 화장품 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시세이도는 현존하는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 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가졌다. 그 때문에 1970~80년대, 우리 어머니 시대에 밀수로 들어온 외국 화장품 중 시세이도는 단연 독보적인 존재였다.

그 후 국내에서 외국 화장품 수입 개방화 이후 외국 유명 화장품 브랜드들이 들어오면서 시세이도도 1997년 한국에 정식으로 회사를 설립한다. 미국의 에스티 로더가 1988년, 프랑스의 로레알이 1993년 한국에 진출한 것에 비해 조금 늦게 시동을 건 셈이다. 그러나 시세이도 화장품은 에스티 로더와 로레알이 한국에 진출하기 전 이미 태평양화장품에 기술 공급을 하고 있었다.

글로벌 화장품 업계에서 최고의 역사를 갖고 있고, 또 아시아의 대표 브랜드로 위상을 떨치고 있는 시세이도가 과연 한국에서 어떻게 자리매김하고 있을까. 시세이도코리아를 책임지고 있는 신윤태 대표를 만나서 들어봤다. 2009년 2월 시세이도코리아에 부임한 신윤태 대표는 1984년 에스티 로더와 조인해 88년 한국에 진출할 때까지 산파역을 했다.

그리고 2000년까지 에스티 로더에 있으면서 성장을 주도했으며 이후 화장품 업계를 떠나 있다가 다시 유럽 명품 화장품 라프레리와 만났다. 그 후 화장품 업계를 완전히 떠날 것 같았지만 다시 시세이도 한국 총책임자로 돌아온 것. 업계에서는 신윤태 대표를 수입 화장품업계의 산증인 또는 대부라고 한다.

시세이도가 한국에서 자사 글로벌 브랜드 파워를 되찾기 위해 이 업계의 베테랑인 신 대표를 내세우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시세이도의 고가 제품 마케팅은 신윤태 대표의 경영목표 중 하나인 시세이도 프레스티지 브랜드 이미지와 브랜드 재정립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그의 경영방식에 때맞춰 나온 사업 전략이다. 시세이도가 다시금 프레스티지 화장품 업계 선두그룹에 오르기 위해 신 대표는 한국 시장에 맞는 시세이도코리아의 뉴 노멀(New Normal) 정책을 시작했다. 인터뷰가 시작되자마자 단도직입적으로 시세이도코리아의 현재 브랜드 위상과 매출 상황을 물었다.

“시세이도는 아시아 국가 중 유독 한국에서만 빛을 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중국, 말레이시아, 태국, 싱가포르, 대만, 홍콩에서 시세이도의 마켓 점유율은 1위입니다. 브랜드 파워도 1위지요. 특히 모든 외국 유명 화장품이 다 진출해 있는 홍콩에서조차 시장점유율 1위인 동시에 가장 인기 있는 화장품입니다.”

세계적 브랜드 파워에 걸맞지 않게 한국에서는 프레스티지 화장품 랭킹 3위에 들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신 대표는 세 가지로 요약했다. 첫째는 일본 본사의 한국 시장에 대한 잘못된 판단, 즉 다른 외국 메이저 화장품 회사와는 달리 한국 시장을 평범하게 판단한 점이다.

▎시판 3주 만에 품절된 퓨처 솔루션LX 에센스 소프너.

▎시판 3주 만에 품절된 퓨처 솔루션LX 에센스 소프너.

“한국 시장에 대해 일본 본사가 너무 소극적이었습니다. 사실 한국 여성들은 GDP 대비 화장품을 많이 구입하는 편입니다. 다시 말하면 GDP 대비 상대적으로 화장품 시장 규모가 큰 국가지요. 외국 메이저 회사는 한국을 테스트 시장으로 판단하고 적극적인 공세를 펼친 반면 시세이도는 방관했습니다.”

둘째는 한국 사업을 맡은 일본인 경영자들의 잦은 교체에 따른 경영의 소홀함을 들었다.

“시세이도는 브랜드 리포지셔닝에 실패했습니다. 일본 본사에서 일본 시장과 한국 시장이 다를 게 뭐가 있을까 하고 오판한 사이, 외국 화장품 브랜드가 고가로 제품 포지셔닝을 하면서 들어오는데 시세이도는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이는 한국 책임자들이 한국 시장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지 못한 실책이었습니다.”

셋째는 브랜드 리포지셔닝과 브랜드 관리의 부주의를 지적한다.

“시세이도가 80년대 한국 화장품 회사와 기술제휴를 하면서 고급 이미지가 조금 희석된 감이 있습니다. 당시 한국 화장품과 기술제휴를 하면서 브랜드 인지도는 높아질 수 있었지만 프레스티지 이미지와 명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졌던 겁니다.”

신윤태 대표의 솔직한 자기 비판이다. 과거의 잘못으로 브랜드 위상에 피해가 발생했는데 이를 파악해 수습하지 않고 계속 사업을 운영한다는 것은 죄악이다.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고자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 대표는 팔을 걷어붙였다.



일본 장인정신을 화장품에 녹였다그는 시세이도의 품질과 향후 경영에 관해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일본 상인들에게는 철저한 장인정신과 제품정신이 있습니다. 시세이도의 제품 관리를 보면서 우리는 일본의 장인정신을 배울 수 있습니다. 얼마나 제품 개발에 신경을 쓰고 제품의 안전성에 만전을 기하는지 솔직히 배워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화장품은 피부 건강과 직결되는 제품이므로 안전성, 즉 피부 트러블 확률을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다. 이는 시세이도의 제품 정신이기도 하다. 일본 피부과 의사들이 피부 환자들을 진료해 확인한 바로는 시세이도 화장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피부 트러블이 가장 낮았다는 통계가 있다고 한다.

또 대부분 화장품 회사 고객 상담실에는 3명 이상이 근무하며 소비자 불만족을 처리하나 시세이도코리아에서는 단 한 명만 근무한다. 이는 소비자가 제품의 품질에 불만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례라고 한다. “모든 것은 리치(Rich)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시세이도의 창립자 후쿠하라 아리노부의 경영철학에 따라 최고의 품질과 최상의 용기 및 포장 디자인에 엄격한 장인정신을 고수한다.

시세이도는 60년대부터 해외로 진출해 현재 70개국에 총 2만5000개의 매장을 갖고 있다. 한국에서는 프레스티지 라인과 매스티지 라인 양 축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매출 분포는 프레스티지가 80%, 매스티지가 20%다. 고객 연령층과 매출도 20대에서 50대까지 골고루 퍼져 있다. 어떤 특정 연령층으로 쏠림 현상이 없다는 것이 시세이도의 장점이다. 고객들의 로열티도 높다고 한다.

지난해 초 시세이도코리아에 부임한 신윤태 대표에게는 몇 가지 경영 미션이 있다. 첫째는 경영의 질적 개선을 위해 업무의 비효율적인 요소를 제거하는 것, 둘째는 브랜드 리포지셔닝을 통한 시세이도의 글로벌 브랜드 위상을 한국에 정착시키는 것, 셋째는 새해 매출을 전년 대비 20% 올리는 것이다.

쉽지 않은 과제가 그를 기다리고 있지만 그는 해병대 장교 출신이며 외국 유명 화장품 업계에서 20년 동안 산전수전을 다 겪은 사람이다. 해병 정신과 실전 경험이 2010년에는 시세이도코리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것으로 그는 기대한다. 현재 그는 약 60% 정도 비효율적인 업무 요소를 제거했으며 2010년 상반기에는 경영의 질적 개선을 어느 정도 끝낼 것으로 확신한다.

“전문가 층에서는 시세이도의 품질에 대한 평가가 높지만 일반 소비자층은 광고에 많이 현혹되기 때문에 자기 피부와 상관없이 광고에서 자주 본 제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본식 정직한 마케팅만으로 승부한 결과 한국에서 시세이도의 브랜드 이미지 관리와 매출에 누수가 나는 것을 파악한 신 대표는 올해부터 브랜드 위상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에 더 많은 신경을 쓸 것이라 한다. 그의 올해 경영 목표는 글로벌 브랜드답게 한국에서도 브랜드 파워를 글로벌 브랜드 이미지로 포지셔닝하는 것이다.

경영 방침은 일할 맛 나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해병대 출신이지만 그는 수직적 문화나 군기가 높은 조직이 아닌 사기가 높은 조직, 투웨이 커뮤니케이션이 살아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의 조직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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