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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통합 시너지 발휘해 기업시장 잡는다

융·통합 시너지 발휘해 기업시장 잡는다

▎영국 런던의 랜드마크인 ‘BT센터’ 야경. 세계 각지 방송사들과의 계약에 따라 전파를 송출하는 ‘글로벌 BT’의 상징이다.

▎영국 런던의 랜드마크인 ‘BT센터’ 야경. 세계 각지 방송사들과의 계약에 따라 전파를 송출하는 ‘글로벌 BT’의 상징이다.

1년 전인 2009년 1월 KT, SK텔레콤, LG텔레콤의 화두는 ‘통합’이었다. KT는 KTF와 통합했고, LG는 텔레콤-데이콤-파워콤을 합병했다.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SK텔링크 합병 후 3사 합병을 연내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통신 시장의 화두였던 ‘통합’은 건축의 예를 든다면 뼈대 완성은 물론 건물까지 다 지어놓고 내장 공사만 남은 셈이다. 그렇다면 올해 통신 사업자의 화두는 무엇일까?

공교롭게도 KT와 SK텔레콤, LG텔레콤은 2010년 ‘컨버전스 사업’ 또는 ‘기업IT 시장’ 창출을 공통적인 목표로 내세웠다. 통신 요금을 20%까지 인하해야 한다는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압력이 안방 시장에 안주하던 통신 사업자를 새로운 무대로 끌어올린 것이다.

KT는 ‘컨버전스&스마트’, SK텔레콤은 ‘산업생산성증대(IPE : Industry Productivity Enhancement)’, LG텔레콤은 ‘탈통신’을 올해 회사의 목표로 내세웠다. 표현만 다를 뿐 융합 시장을 만들겠다는 의지는 같다. 전통적인 통신업 중심의 비즈니스 한계를 인식하고 통신사업에서 탈피해 방송과 통신의 융합, 방송통신과 서비스의 융합 등 침체된 기업성장의 활로를 위한 신사업을 발굴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다.

이 같은 의지는 브리티시텔레콤(BT), 도이치텔레콤, AT&T 등 외국의 주요 통신사업자들은 기업 분야 매출이 전체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며 핵심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글로벌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 (박스 기사 참조)

KT와 SK텔레콤, LG텔레콤의 올해 목표는 비슷한 것처럼 보이지만 구체적으로 보면 미세하게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KT는 내부적으로 향후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기업 부문에서 찾겠다는 도전적인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물리적 합병, 올해는?유무선 통신사업 위주 사업모델을 컨버전스 중심으로 재편하고 보유한 IT(정보통신) 네트워크를 활용해 이종산업 효율성을 높이면 매출, 이익 증가는 저절로 따라온다는 생각이다. 이석채 KT 회장은 2012년까지 기업 시장에서만 5조원의 매출을 기록한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전체 매출(약 20조원)의 25%에 해당하는 액수다.

이를 위해 기업 고객 대상 성장 전략인 스마트(S.M.ART)를 사업 규모와 분야에 따라 고객을 세분화한 ‘스마트6’를 새롭게 발표하며 이 같은 의지를 피력했다. 이석채 회장은 “KT가 기업시장 진출을 통해 거두는 매출 증가분보다 해당 산업에 제공하게 되는 부가가치가 더 크다”며 “KT의 기업 고객 시장 확대를 통해 강력한 경쟁력을 갖춘 강소기업이 여럿 탄생할 것”이라고 비전을 설명했다.

KT가 보유한 유무선융합 솔루션을 바탕으로 기업의 비용 절감과 이익 극대화를 지원하는 ‘윈-윈’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KT는 스마트 전략을 펼칠 핵심 분야(스마트6)로 ▶기업(Smart Enterprise) ▶소호 및 중소기업(Smart SOHO/SMB) ▶공공(Smart Government) ▶빌딩(Smart Building) ▶공간(Smart Zone) ▶그린(Smart Green) 등을 제시했다.

KT가 스마트 분야를 주력 시장으로 키우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IT와 비IT 부문이 만나는 컨버전스(융합) 시장을 핵심 비즈니스로 육성하겠다는 뜻이다. 기존 유무선망 위주 사업 포트폴리오의 한계를 선언한 것이다. KT는 전체 매출액(18조원) 중 20%에 불과한 CIT 부문 매출을 장기적으로 50%까지 끌어올리며 기업 체질 자체를 변화시킨다는 각오다.

이 회장이 믿는 것은 통신 기업으로서의 ‘KT의 전통’이다. 약 6000명에 달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음에도 통신에서 잔뼈가 굵은 ‘KT 사람’이 결국 힘이라는 것이다. KT는 벌써부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최근 울산 현대중공업 현장에 ‘와이브로 조선소’를 구축하고 동양그룹의 계열사별 IT 인프라스트럭처를 통합하는 등 IT 컨버전스 중심으로 사업이 재편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소호 및 중소기업을 상대로 스마트 비즈(인사, 회계 등 세무회계 솔루션)와 스마트 숍(매출관리, 재고관리, 고객관계관리 솔루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부문에서 컨버전스 IT를 확산하는 상태다. KT는 향후 융합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조직을 정비할 계획도 세웠다.

기업에서 인지하지 못하는 IT 컨버전스 수요를 발굴하기 위해 관련 사업을 전담하는 30여 명 규모의 별도 조직(GTM:Go to Market)을 신설해 차별화된 IT 솔루션을 먼저 제안하기로 했다.

신규 서비스 개발과 상용화를 전담하는 인큐베이팅 센터(FIC: Fast Incubation Center)를 본부급 규모로 신설하기도 했다. 한국의 통신 역사와 궤를 같이하는 KT가 기업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목표는 어쩌면 당연하다.

그런데 개인 이동통신 1위 SK텔레콤마저 기업 시장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고 한다면 의아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SK텔레콤은 이 분야에 ‘사활을 걸었다’고 해도 될 만큼 회사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은 “나에게 회사의 방향을 묻는다면 IPE밖에 할 말이 없다”며 IPE 사업을 특히 강조하고 있다.

이 분야에서만 10년 후 매출 20조원을 만들겠다는 도전적인 목표까지 세웠다. 정만원 사장은 전 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스마트&그린’을 핵심 개념으로 삼아 기업 생산성을 높이고 신시장을 열 수 있다는 확신에 차 있다. 회사 조직도 IPE 중심으로 바꿨다. 지난해 6월부터 태스크포스(TF) 18명으로 시작한 사업단은 어느덧 140명이 넘는 진용을 갖추게 됐다.

사업단 소속 인력들은 사업 방향을 정확히 잡기 위해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자료와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SK텔레콤의 IPE 사업은 8대 산업 영역(교육, 의료, 제조, 금융, 유통, 물류, 건설, 중소기업)에 걸쳐 중점 과제를 세웠다.

특히 SK텔레콤은 사업 초기부터 외국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 KT와 LG텔레콤과 다른 점이다. 외국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성공모델을 마련한 후 국내 시장에도 적용해 파급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SK텔레콤, 해외·교육이 화두IPE 분야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향후 5년간 3조원 이상 투자를 추진하고 필요하면 국내외 인수합병(M&A)도 적극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IPE 성공 여부는 ‘협력(Collaboration)’에 있다. SK텔레콤은 ‘1위 프리미엄’에 안주한 나머지 협력에 약하다는 인식이 있다. 이를 불식시키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이 직접 “그동안 통신기업들이 컨버전스를 강조해 왔지만 잘되지 않은 이유는 통신이 우위에 서는 융합을 강조했기 때문”이라며 “이 때문에 통신업체에 자체 고객을 빼앗긴다는 오해가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자성하고 있을 정도다. 또 “올해 안에는 외국에도 자랑할 만한 IPE 성공사례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며 “이제 이종산업 간 융합을 통한 재도약은 피할 수 없는 과제”라고 말했다.

정 사장의 이 같은 구상은 1위 사업자답지 않고 다소 추상적이다. 그래서 정 사장의 구상을 가장 구체화해 발표한 것이 ‘스마트 러닝’ 서비스다. 책으로 된 어학교재와 시험지 등 종이교재가 사라지고 학생들 출석사항이 자동 체크되는 ‘스마트교실(클래스)’을 현실화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SK텔레콤은 영어교육 전문기업인 청담러닝과 공동으로 정보통신기술(ICT)에 기반한 ‘스마트 러닝 서비스(SLS:Smart Learning Service)’를 공동 개발 중이다.

두 회사는 이를 기반으로 중국 등 글로벌 시장에도 함께 진출할 방침이다. SLS는 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강의실 내에서 학생과 강사 간 상호 교류를 강화하고 언제 어디서든 학습이 가능한 환경을 제공하는 새로운 개념의 영어학습 체계라고 SK텔레콤 측은 설명한다. 강사가 시험지를 배포할 필요 없이 학생이 갖고 있는 교육전용단말기(e북과 비슷한 기기)로 영어 교재와 시험지가 전송돼 종이 인쇄물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된다.

SK텔레콤은 청담러닝이 보유한 영어교육 콘텐트와 자사가 보유한 ICT를 결합해 교육전용단말기를 개발하는 한편 어학 자동평가 등으로 구성된 SLS를 이르면 올해 3분기에 상용화할 예정이다.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고객 미래 건강 예측, 고객 맞춤형 의료서비스 제공, 병원 간 협진체제 확대 등을 모색하는 ‘고객 중심 스마트 커넥티드 헬스(Smart Connected Health)’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 사업은 1~3차 병원을 포괄하는 차세대 정보화 시스템 구축,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u헬스케어 플랫폼과 개인화한 헬스 포털 운영, 환자 편의성과 병원 생산성 제고를 위한 프로세스 개선 등의 방향으로 진행될 방침이다. 1위 프리미엄에 안주해 통신 요금 인하를 막으려 안간힘을 쓰던 SK텔레콤이 아니다.

1위에 안주하지 않고 ‘IPE 확산’이라는 새로운 목표가 생긴 셈이다. LG텔레콤 이상철 부회장은 아예 통신 기업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미인 ‘탈통신’을 회사의 목표로 삼았다. 3위 사업자라는 근본적 한계를 벗어나 새로운 통신 판을 짜야 한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통신이라는 틀을 깨면서 혁신적인 가치를 창조함으로써 새로운 통신 장르를 열어가겠다는 것이다.

이상철 부회장은 “지금까지 통신시장은 드넓은 저수지에서 물고기를 낚는 게 아니라 남의 집 어항에 있는 물고기를 가져오는 ‘어항 속 물고기 빼앗기’ 같은 제로섬 게임이었다”고 진단하고 있다. 통신 3사가 가입자 수, 매출,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치열하게 제 살 깎아먹기 경쟁을 벌여온 ‘숫자게임’을 이젠 그만하겠다고 강조한 것이다.

이 부회장은 “기본적으로 통신선은 ‘빨랫줄(bit pipe)’이다. 단순한 빨랫줄은 도구에 그칠 뿐이다. 사과나무 가지처럼 주렁주렁 열매를 맺게 만들어야 한다. 그걸 어떻게 할 것이냐가 탈통신이다. 통신을 기반으로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주는 게 중요한데 고객들은 각기 다른 가치를 원한다”며 자신의 철학을 LG텔레콤 임직원에게 설파하고 있다.



LG텔레콤, 헬스케어 등 탈통신 가속화이 부회장이 자주 언급하는 『통신붕괴』란 책을 보면 잘하려고 만든 통신기술 때문에 통신업체가 스스로 잡아먹힌다는 분석이 나온다. 새로운 기술 진보로 통신요금이 갈수록 떨어져 결국 붕괴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통신 3사가 관행을 답습하면 모두 공멸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 부회장은 탈통신은 통신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고 기존 틀을 깨고 타 산업과 연계해 전혀 새로운 통신 장르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이 부회장은 회사의 환골탈태를 위해 이미 20여 개 탈통신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교육, 유틸리티, 미디어·광고, 자동차, 헬스케어 등을 주요 탈통신 산업 영역으로 보고 있다.

이를 추진하기 위해 등대 기능을 담당할 조직도 만들었다. 회사의 비전도 ‘가입자 확보’가 아니라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꼭 맞는 ‘스마트 서비스’로 고객 맞춤 가치를 제공하는 ‘퍼스널 밸류 프로바이더(Personal Value Provider)’로 세웠다.

현재 통신시장은 생성과 성장, 쇠퇴라는 S커브 궤도상에서 이미 정점을 지나 쇠퇴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통신 3사가 과도한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붓는 소모적인 경쟁에서 벗어나 국민에게 혁신적인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통신 장르를 함께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LG텔레콤은 이 부회장의 뜻을 받아들여 2월부터 본격적으로 신성장동력 사업을 발굴하기 위한 과제를 선정하고 올해 상반기에 윤곽을 잡아 발표할 계획이다.

IT와 기업 간 접목, 의료와 접목, 인간 감성과 IT를 접목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 정보통신산업 전체가 발전하는 계기를 마련하기로 했다. 3위 사업자라는 핸디캡을 없애는 데도 중점을 두기로 했다. 모바일 인터넷 대중화에 기여하는 오즈(OZ)가 많은 벤처회사와 협력해 탄생한 서비스인 것처럼 탈통신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중소·벤처기업과 협력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이상철 부회장은 IT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정체된 통신시장에서 새로운 성장이라는 재도약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3위 사업자’라며 배려해달라고 주무기관(방송통신위원회)에 읍소하던 LG텔레콤이 아니다. LG텔레콤은 KT와 SK텔레콤을 넘어설 꿈을 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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