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명품 ‘메이드 인 코리아’ 가죽가방 자부심
2009년 12월 31일 오후 한 해의 마지막 날, 여느 기업과 마찬가지로 삼덕상공도 조촐하게 종무식을 진행하고 있었다. 회현동 공장에 임직원이 모인 가운데 김권기 대표의 말이 이어졌다.
지난 시간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경인년 새해의 마음가짐을 다지기 위해 이 자리에 다시 모였습니다. 우리 회사의 오늘은 여러분의 ‘믿음과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감사 드리며 내년의 키워드를 정했습니다. 그것은 ‘대화’입니다. 그리고 ‘열정’입니다…. 반세기도 넘은 오래전 이 회사의 시작은 김 대표의 부친(창업주 김일환 전 대표)에 의해 시작됐다.
1953년 6·25전쟁이 끝난 후 삼광사를 설립했다. 당시 김 대표의 부친은 대전역 앞에서 군용 권총집을 만들어 좌판에 내다 팔기도 했다.
“한 번 삼덕인이면 영원한 삼덕인”이후 창업주는 1961년 서울로 올라와 가죽공장을 다시 운영했다. 이후 삼광사의 사업은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고 1970년 초 남대문에 점포를 열고 가죽제품을 팔았다. 이때 지인의 도움으로 군용 제품을 납품하게 됐다. 삼광사는 당시 육·해·공군 사관학교 생도의 가방과 체신부의 우체부 배달용 가방 등을 제작 납품했다.
삼광사는 1972년 회사 상호를 삼덕상공으로 바꿨으며 당시 국방부에 군납 1호로 등록해 권총집, 가방, 침낭, 텐트, 야전배낭, 장갑 등 50여 가지 품목을 납품해오고 있다. 창업주의 장남인 김 대표는 자연스럽게 가업을 잇게 됐다. 대학을 졸업하고 정식 입사한 김 대표는 경영 안정을 꾀했다.
경찰청에 경찰용 벨트 납품도 따냈으며 1994년부터 3년간 6만 개의 권총집을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에 수출하기도 했다. 그는 2001년 대표를 맡으면서 가죽공예 기술로 여성용 가방, 남성용 서류가방, 지갑, 벨트 등 일반 가죽제품을 제작하는 등 사업다각화에 나섰다.
이 회사가 100% 소 통가죽을 이용해 수작업으로 만드는 가방 브랜드 ‘킴불스’는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전문직종 매니어들 사이에는 입소문이 나 있다. ‘김씨 집안의 소가죽 제품’을 의미하는 킴불스 가방은 해외 명품에 견줘도 손색없을 정도로 품질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죽의 줄무늬를 기계가 아닌 손으로 비벼 나타냈고 세련된 디자인을 자랑한다. 김 대표는 “이탈리아 유명 가방업체 2000여 곳이 참가하는 유럽 전시회에도 소 통가죽 제품을 내놓는 곳은 2개사에 불과할 정도”라며 가죽 공예기술만큼은 세계 최고임을 자부했다. 킴불스 가방은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때 선물로 증정됐으며 국내 대기업 회장들도 구매한다고 한다.
김권기 대표는 “‘킴불스’ 브랜드를 세계화하고 100년 가업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말한다. 세계 명품 브랜드 진입을 위해 디자인 및 마케팅 전문회사인 ALife와 제휴해 유럽 시장 공략을 준비 중이다.
김 대표는 지난 1월 19일부터 3일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사냥용품전시회(Shot Show)에 국내 10여 개 관련 업체와 공동으로 배낭, 천막, 이불, 장갑, 피복 등 제품을 출품했다. 김 대표는 대표단을 이끌고 행사참여를 진행했다.
삼덕상공은 다른 대부분의 제조업이 인건비가 싼 중국 등으로 공장을 옮기고 있지만 유독 국내 생산을 고집한다. 그는 “회현동에서만 40년간 공장을 운영해왔다”며 “인건비 등이 부담되지만 국내 고용을 늘리는 것이 기업가의 책임”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장인정신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김 대표의 신념이다. 이 회사에는 80여 명의 직원이 있지만 이 가운데 20여 명은 30년 이상 가죽제조 경력을 갖고 있다. ‘한 번 삼덕인이면 영원한 삼덕인’이란 말이 어울릴 법하다.
중요한 것은 장인정신“우리는 과거 ‘보따리’가 가방 역할을 하던 문화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가방’이 우리 문화에 일반화된 것은 신식 학교 교육이 이뤄지면서부터입니다. 학생들의 가방부터 시장이 형성됐지요. 당시 국내 유명 브랜드들은 그러나 1980년대 복장자율화와 함께 쇠퇴하기 시작했습니다. 국내의 주요 생산 기반은 중국 등으로 이전했고 국내 제조업체는 해외명품 하청업체로 전락했습니다. 한국만의 브랜드가 없어진 셈이지요.”
김 대표는 그러면서 한국 ‘가방’산업의 최근 역사를 회고하며 한국만의 고유 기술이 개발될 여지가 사라진 풍토와 현실에 아쉬움을 토로한다. 김 대표는 이어 대한민국 명품 생산을 위해 산업계 특정 전문인만이 아닌 모두의 노력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흔히 명품의 조건으로 전통, 품질, 품격을 꼽습니다. 품질이 받쳐줘야 하고 시간이 필요합니다. 명품 하면 외국산을 떠올리지만 한국의 명품으로 우리 브랜드가 자리 잡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산업현장 이해관계자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이해도 필요하고 산업 경쟁력을 갖추도록 정부기관의 지원도 뒤따라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명품은 대한민국 사람들이 만드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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