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업계를 움직이는 최고경영자들
경제·산업계를 움직이는 최고경영자들
취임 15돌 맞은 구본무 LG그룹 회장
특히 그의 경영 족적은 비단 LG뿐만 아니라 한국 재계 전체, 나아가 글로벌 경제에까지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반추의 대상이 됐다. 그뿐만이 아니다. 앞으로의 경영 행보는 더욱 주목받을 것이 확실하다.
한국 재계 오너 회장들의 재임 기간을 대개 30년이라고 볼 때 구 회장은 이제 오너 회장으로서 ‘경영의 절정기’를 맞았다고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그가 이건희 전 삼성 회장과 함께 우리 사회에 영향력 큰 경제·사회적 화두(話頭)를 곧잘 던져온 한국 재계의 몇 안 되는 오너란 점도 무시할 수 없다.
LG가(家) 오너 3세인 그는 고(故)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맏손자다. 부친인 구자경(85) 명예회장에 이어 1995년 2월 22일 제3대 회장에 올랐다. 당시 50세. 럭키금성그룹 하면 ‘한국 재계 서열 3위, 구(具)·허(許)씨 동업체제, 인화(人和)를 중시하는 보수적인 색채의 그룹’ 등으로 기억되던 때다.
학업을 마친 그는 1975년 30세 때 럭키에 입사해 20년간 경영수업을 받았다. 짧지 않은 수업 기간을 거쳐 패기만만한 나이에 경영권을 이어받았지만 지난 15년은 결코 그에게 만만한 세월만은 아니었다.
■ 조용한 리더십 소유, 변화의 순간엔 야무진 결단 = 흔히 구 회장을 두고 ‘조용한 리더십’ ‘그림자 카리스마’의 소유자라고 한다. LG가 오너들이 대개 소탈하고 부드러운 가운데 소통을 잘하는 성향을 보이는데, 구 회장의 리더십 또한 그럼 점에선 맥을 같이한다. 하지만 그룹이 변화를 요구받는 순간 그의 결단은 야무지고 결연하다.
대표적인 예가 반도체 사업을 포기하는 대신 디스플레이 사업을 지켜낸 일(99년 1월)과 LIG(99년), LS(2003년), GS(2005년) 등 3개 그룹을 차례로 계열 분리해낸 일이다. 11년 전인 1999년 1월 구 회장은 당시 김대중 정부의 소위 ‘빅딜’ 정책에 못 이겨 반도체 사업을 현대그룹에 넘겼다.
“대승적 차원에서 모든 것을 다 버리겠다. 하지만 디스플레이 사업만큼은 넘길 수 없다.” 워낙 그의 의지가 강해 현대그룹과 정부로서도 한발 물러서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구 회장은 곧바로 LG반도체와 LG전자의 디스플레이 사업 부문을 떼어내 LG LCD(현재 LG디스플레이)를 설립했다.
그의 결단을 통해 탄생한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매출 20조원에 LCD 패널 판매 기준으로 세계 1위에 올랐다. LG 관계자는 “당시 구 회장의 결단이 없었다면 오늘의 LG디스플레이는 결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결단이 빛났던 또 하나의 사례는 범LG가 계열 분리다.
1999년부터 분리 작업에 나섰고, 2005년 1월 27일 GS그룹마저 분리해 허씨 가문과의 57년 동업을 탈 없이 마무리했다. 안정적인 현금 창출원으로 꼽혔던 건설·유통 등의 사업을 모두 동업자에게 넘기며 ‘아름다운 이별’을 이끌어낸 것. 지금까지도 LG가는 형제·동업경영에 관한한 한국 재계의 모범이 되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 2월 초 신임 전무들과의 대화에서 “처음에는 안정적인 내수기반이 취약해지는 게 아닌가 걱정을 많이 했지만 오히려 ‘배수의 진’을 치는 계기가 됐다”고 밝힌 적이 있다. 계열 분리가 오히려 LG 도약의 밑거름이 됐다는 소회다. 정유·건설 유통의 GS그룹(지난해 매출 46조원), 전선·금속 제련의 LS그룹(매출 21조원), 금융의 LIG그룹(매출 7조원) 등 3개 그룹이 계열 분리함으로써 잃게 되는 매출을 커버하기 위해 무척 분발했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그가 이끈 15년 동안 LG그룹은 네 배 이상 덩치를 키웠다. 전자와 화학을 양대 축으로 성장을 거듭해 매출 규모는 1994년 30조원에서 지난해 125조원으로 4.2배나 커졌다.
■ 글로벌 스탠더드, 미래 기반기술 구축에 큰 성과 = 구 회장은 LG의 전통을 살리면서도 그 강점을 극대화하는 시스템을 통해 ‘뉴 LG’ 축성에 성공했다는 평을 듣는다. ‘글로벌 스탠더드 구축과 미래 기반기술 확보’가 기준이었다. 그가 일궈낸 성과로는 국내 대기업 가운데 최초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 취임 직전 럭키금성에서 LG로의 그룹 CI 변경 등이 우선 꼽힌다.
전자·화학 부문의 글로벌 기업화, 디스플레이·통신서비스 등 신사업 진출 결단, 2005년의 고객중시·정도경영을 표방한 ‘LG Way’ 선포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과다. 특히 3년여 준비 끝에 2003년 3월 (주)LG를 출범시키면서 지주회사 체제를 완성한 것은 그의 대표적인 업적에 속한다.
순환출자의 고리를 끊고 계열사들이 자율적으로 사업에 전념토록 구조를 만든 것. 또 취임 직전 그룹 CI 변경을 통해 럭키, 금성 등 계열사별로 다양했던 명칭을 통일하고 이미지를 통합한 일도 두드러진 성과다. 당시 “널리 알려진 ‘럭키금성’을 굳이 왜 바꾸려 하느냐”는 반대도 많았지만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꼭 필요하다”며 밀어붙였다.
결과적으로 LG에 대한 세계인의 인지도는 98년 9.4%에서 지난해 50.3%로 높아졌다. LG의 글로벌화에 큰 힘이 돼 준 것이다. 그에 힘입어 올해는 매출 목표(135조원)의 75% 이상을 해외에서 올려 해외매출 100조원 시대를 열 계획이다.
1996년 시작한 통신·서비스사업도 이동통신·초고속인터넷·IPTV 등에서 130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최근엔 전기차 배터리·태양전지·발광다이오드(LED) 등 미래형 사업에 관심이 많다. 100년 후에도 살아남아 성장할 LG를 목표로 구 회장은 오늘도 미래 사업과 인재를 키우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인&아웃
■ 박용현 두산 회장, 산업기술진흥협회장 맡아
■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삼성생명 상장 시 주식 팔아 재투자정용진(42) 신세계 부회장은 지난달 24일 2조7000억원(271만 주 상당, 지분율 13.6%) 정도로 추산되는 신세계 보유 삼성생명 주식을 적정 주가에 매각해 미래 성장동력 사업에 재투자할 계획임을 밝혔다.
서울 신라호텔에서 JP모건이 주최한 ‘한국 CEO 콘퍼런스’에 참석해 그 같은 뜻을 내비쳤다.
그는 “신세계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투자를 계속 검토하고, 중국 등 해외투자를 가속화하는 일에 매각 자금을 활용하는 방안을 수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정몽진 KCC 회장, 폴리실리콘 공장 준공정몽진(50) KCC그룹 회장은 지난달 23일 충남 서산시 대산읍 대죽산업단지에서 국내외 협력업체 대표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폴리실리콘(다결정 실리콘) 공장 준공식을 했다.
이로써 KCC는 연산 6000t 규모의 폴리실리콘 일관생산 체제를 구축하고 상업 생산에 들어갔다. KCC는 2008년 2월 태양광·반도체용 웨이퍼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 사업 진출을 선언하고 독자 기술로 초고순도 폴리실리콘 생산에 성공한 바 있다.
뉴페이스
■ 김중겸 현대건설 사장, 한국주택협회장 내정
■ 허진수·나완배 GS칼텍스 대표
■ 홍동옥 여천NCC 사장, 조창호 여수·군장열병합 대표
■ 신철식 STX그룹 미래전략위원장신철식(56) 전 국무조정실 차장이 STX그룹에 영입됐다. STX그룹은 이달 초 신설되는 미래전략위원회 위원장으로 신 전 차장을 영입했다고 지난달 19일 밝혔다. 그는 신현확 전 국무총리의 아들로 경제기획원, 기획예산처 등을 두루 거친 고위 관료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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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철주 벤처기업협회장황철주(51) 주성엔지니어링 대표가 지난달 22일 제7대 벤처기업협회장에 선임됐다. 임기는 전임 회장의 잔여 임기인 내년 2월 말까지. 인하대 전자공학과를 나온 그는 현대전자, 네덜란드계 기업 ASM 등을 거쳐 1993년 주성엔지니어링을 창업해 반도체 장비 산업에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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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범 한국증권학회장최종범 성균관대 경영학부 교수가 지난달 20일 열린 한국증권학회 정기총회에서 제27대 회장에 선임됐다.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나온 후 서울대 경영학과 석사, 미국 뉴욕주립대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뉴질랜드 오클랜드대, 싱가포르 국립대 교수를 거쳤다. 한국증권학회 부회장, 성균관대 경영연구소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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