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소 하고 싶던 일 이젠 맘껏 즐긴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명창 박옥초 선생의 구성진 가락에 청중은 와인 잔을 들어올리며 환호했다. 지난 2월 19일 저녁 8시 청담동 와인바 와인&프렌즈에서 열린 ‘와인과 국악의 만남’ 행사 자리다. 음식도 한식에 외국 소스를 이용해 동서양의 만남을 선보였다. 백김치에 봄나물을 섞어 만든 샐러드, 이탈리아 고르곤졸라 치즈를 얹어 구운 너비아니 등 7가지 요리가 코스로 나왔다.
여기에 시원한 민트향으로 입맛을 살려주는 알자스 화이트 와인부터 메를로의 풍부한 자두향이 가득한 프랑스의 말러베세 블라비아, 너비아니와 환상의 마리아주로 평가 받은 스페인의 마르케스 드 리스칼 리제르바 와인이 차례로 선보였다. 와인과 국악의 이색적인 만남을 기획하고 준비한 사람은 구덕모 와인&프렌즈 대표다.
2006년 5월 LG디스플레이 부사장에서 와인바 사장으로 변신했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와인을 마시며 얘기할 수 있고, 지인과 만나고 새로운 사람을 사귈 수 있는 장소를 찾던 그에게는 와인바가 안성맞춤이었다. 바 명칭도 와인과 친구들이다. 이곳에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친구가 되자는 의미다.
요즘 구 대표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 친해졌다고 자랑한다. “와인을 마시며 얘기하다 보면 저보다 30년 이상 젊은 회사원부터 기업가, 대학교수, 의사 등 직업이나 나이에 상관없이 좋은 말동무가 됩니다.”와인과 국악의 만남 행사에 참석한 탤런트 전광렬과 오페라 가수 한규원씨도 단골로 시작해 형제처럼 돈독한 사이로 발전했다.
명창 박옥초 선생 역시 지난해 지인의 소개로 우연히 와인바를 찾은 후 열성 팬이 됐고, 구 대표의 제안으로 행사까지 마련했다. 단골이 느는 데는 구 대표의 와인 지식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1976년부터 와인을 공부한 전문가다. 당시는 한국 최초의 와인으로 불리는 마주앙조차 없던 때였다.
KOTRA 뉴욕무역관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한 구 대표는 와인 문화를 접하면서 와인이 훌륭한 의사소통 도구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후 와인 관련 책을 읽고 와인을 마시며 공부를 했다. “식사하면서 업무 얘기만 계속 할 수는 없잖아요. 와인은 편안하게 이야기를 이어가도록 도와줍니다. 특히 외국 바이어들은 와인 얘기를 하면 눈이 반짝입니다. 이때 자연스럽게 비즈니스 얘기를 꺼내면 일처리가 수월합니다.”
와인 덕분일까. 그는 81년 금성사(현 LG전자)로 스카우트된 이후 LG전자 상무, LG반도체 영업본부장을 거쳐 2000년 LG디스플레이 부사장이 됐다. 20년 넘게 줄곧 마케팅을 담당한 그는 와인으로 수많은 계약을 따냈다. 그가 LG디스플레이 부사장 시절 단일 계약으로 최고 금액을 따낸 것은 지금까지 업계에서 회자될 정도다.
당시 한국을 방문한 미국의 유명 업체 사장을 모시고 그가 간 곳은 제주도의 허름한 횟집. 바이어가 생선을 좋아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국내에서 가장 맛있기로 소문난 곳으로 데려간 것. 그리고 59년산 프랑스 보르도의 그랑 크뤼 와인인 샤토 랭쥐 바주를 내놨다. 바이어가 1959년생임을 알고 도착하기 3시간 전부터 디캔팅을 해 놓은 히든 카드였다.
구 대표의 정성에 바이어는 감동했고, 그 인연으로 계약을 성사시켰다. 그는 자신의 와인 비즈니스 성공 비결을 고객들에게 전수하고 있다. 와인은 대화의 촉매제 역할을 한다는 것. 중요한 점은 잘난 척하며 와인 지식을 자랑하기보다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다. 와인에 얽힌 얘기를 들려주는 것도 방법이다.
구 대표는 프랑스의 샤토 칼롱 세귀르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이 와인은 라벨에 큼지막한 하트가 그려진 게 특징입니다. 생산업자인 칼롱 세귀르 후작은 프랑스 보르도에서 가장 훌륭한 와인을 생산하는 포도원인 샤토 라피트와 샤토 라투르를 갖고 있었어요. 하지만 샤토 칼롱 세귀르를 소유하게 된 후작은 모든 와인 중에서 자신의 마음은 칼롱에 있다고 얘기했죠. 그의 마음을 담아 라벨에 하트가 그려진 겁니다. 이후 사랑이나 감사의 마음을 전할 때 애용되고 있죠. 실제로 제 얘기를 들은 바이어가 이 와인으로 고백하고 6개월 후 결혼에 골인했죠. 하하”
와인바를 창업한 이후 그는 “얼굴 좋아 보인다”와 “부럽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LG 쪽 직원들이 놀러 오면 다들 얼굴이 편안해 보인다고 하더군요. 좋아하는 일을 하니까 스트레스를 덜 받아서 그런가 봅니다. 친구들은 부러워하죠. 자영업 하는 친구 빼곤 대부분 은퇴했습니다. 그중 80%가 집에 있어요. 시간 보내며 노는 것도 힘들다고 하더군요.”
구 대표는 본인 스스로도 성취감이 크다고 말한다. “대기업에서 근무할 때 느끼는 성취욕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지금은 제 만족도를 높이는 게 중요합니다. 특히 고객들이 제가 추천한 와인을 마시고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기분이 좋습니다. ”
앞으로도 좋은 친구들과 와인 마시기 좋은 와인 바를 운영하는 게 목표다. 요즘 그가 가장 좋아하는 와인은 프랑스 샹볼 뮈지니. 밝고 고운 루비 색상을 띠고 와인 잔 가득 꽃향기가 피어오르는 게 특징이다. 맛 역시 부드럽고 달콤해 작업주로 불린다. “이 와인은 여성은 물론 와인 초보자들도 한번 마시면 좋아합니다. 반하는 거죠. 저도 고객들에게 와인 작업을 걸어 보려고요. 넘어올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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