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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과 값 ‘동급 최강’

맛과 값 ‘동급 최강’

‘어머님이 파는 떡도 싸고 맛있어야 또 산다.’ 횟집 카운터 뒤에 큼지막하게 붙은 글귀다. ‘엄마표 떡’까지 동원해 멋진 문장을 완성했는데 요지는 ‘싸고 맛있는 집’이란 얘기다.

음식점을 찾는 손님 대부분이 원하는 음식점 개념과 딱 맞아떨어진다. 그러나 값이 싸면 품질을 보장할 수 없고, 맛이 있으려면 비싼 재료를 써야 하는 태생적 모순이 있다.

그러니 주인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는 일. 바로 검증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사실 다른 음식점 가격과 비교해 싸다는 점을 확인하는 건 쉽다. 그러나 맛을 체크하는 건 쉽지 않다.

맛이란 게 주관적이기 때문이다. 객관화하려면 재료의 품질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특히 횟집처럼 주재료 자체의 신선도에 따라 맛이 오락가락하는 경우엔 더욱 그렇다.

‘어머님이 파는 떡도…’가 한눈에 확 들어온 음식점은 경기도 파주시 교하읍에 있는 ‘야당리 외식공간’. 수족관의 생선을 골라 즉석에서 회를 쳐 먹을 수 있는 시장형 수산물 직판장이다. 생선회 한 점이 소비자의 입에 들어가려면 일반적으로 5~6단계의 유통단계를 거친다.

그런데 이곳에선 수산물 중매인 자격증을 소지한 주인이 통영·완도 등지에서 직접 구입해온단다. 중간상인들의 마진을 싹 걷어내 판매가가 산지 가격에 운송비만 더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매장은 수족관이 있는 1층과 식사 공간이 있는 2층으로 나뉘어 있다. 1·2층을 합하면 족히 1000평은 될 듯하다.

1층에서 생선을 골라 회를 뜨고 값을 치르고 난 뒤 2층에서 식사를 한다. 회 뜨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 개방형 주방이라 생선이 바뀔 염려가 없다. 두툼하게 썬 횟감은 보기만 해도 탱글탱글 씹는 맛이 나는 듯하다. 횟감을 받아 들고 2층에 자리를 잡으면 깻잎과 상추·샐러드·꽁치구이·옥수수통조림버터구이 등이 식탁 위에 차려진다.

기본 세팅 값은 1인당 3000원. 채소와 반찬을 다 먹으면 추가 비용 없이 ‘야채·반찬 셀프코너’에서 자유롭게 갖다 먹을 수 있다. 서덜(서더리) 매운탕도 끓여주는데 5000원을 받는다.

지난 주말 아내와 함께 참돔 한 마리(1.18kg짜리, 2만4700원)를 골라 소주 한잔에 식사까지 마쳤다. 총 비용은 3만9700원. 돌아오는 길에 빵빵한 배를 두드리다 ‘싸고 맛있어야 또 산다’는 문구가 떠올라 입가에 빙그레 웃음이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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