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은이 탓하기 전에 생각 바꿔라
고대 이집트 동굴 벽화에 ‘요즘 아이들은 버릇이 없다’는 낙서가 있다니 참 재미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도 “요즘 아이들은 버릇이 없어 말세”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한다.
오늘날과 비교해 인간, 삶, 자연환경 모든 것이 완전히 다른 세상인데도 불구하고 어른들이 보는 아이들은 늘 이해할 수 없는 구석이 있는 것이다. 세대 간 갈등은 수천 년의 시대를 초월해 ‘어른’들을 탄식하게 만드는 것이다.
현재 우리 기업의 피라미드 조직 구조에서 상층부는 베이비붐 세대가 차지하고 있다. 피라미드의 하층부에는 밀레니엄 세대 또는 N세대라고 불리는 ‘신세대’가 있다. 이 두 세대 사이에는 X세대가 끼여 있다.
1948년 이전에 출생한 사람들까지를 구세대라고 부른다면 이들은 회사와 일을 위해 가정을 희생한 세대였다. 이들에게 일터는 평생 직장의 개념이었기 때문에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높았다.
나이와 경험이 반드시 비례하는가?베이비붐 세대에게는 직장보다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즉 직업이 중요해졌다. 경쟁을 통해 승진했고, 또 한편으로는 이직을 통한 커리어 설계가 받아들여졌으며, 여성의 사회 진출이 시작됐다. 베이비붐 세대는 현재 기업 임원으로서 의사결정 권한을 쥐고 있다. X세대는 가족을 매우 중요시한다.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 목에 열쇠를 걸고 다니는 초등학생이 많아진 것도 이 X세대다. 이 세대는 삶의 질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시작했으며 인생을 즐기는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회사 내에서 이 세대는 사업가적 정신과 도전정신을 중요시하는 특징을 보인다. X세대는 기업에서 팀장이나 부서장 역할을 하고 있다.
한편 밀레니엄 세대는 글로벌화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고 있다. 인터넷의 발달, 글로벌화, 다양성, 다문화 등이 이 세대를 특징 짓는 말이다. 과연 이 세대는 무엇 때문에 일하는가? 이 세대는 일에서 직업 이상의 가치를 추구한다. 이들은 신입사원부터 대리 혹은 과장급으로 기업 내에서 양적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어느 회사에서 CEO가 중요한 회의를 마친 후 갑자기 저녁 식사를 하자고 제의했다고 치자. 베이비붐 세대는 승진과 커리어에 중요하다면 개인적 약속이 있더라도 저녁 식사에 참여할 것이다. X세대는 가족 행사를 이유로 빠지는 사람이 생길 것이고, 밀레니엄 세대는 동호회 등의 취미 생활을 이유로 더 많이 빠질 것이다.
지금까지 언제나 상관의 말에 복종하며 회사 생활을 해 온 CEO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풍경이다. 이런 현상은 회사 기강의 문제도 아니고, 예의의 문제도 아니다. 바로 달라진 세상에서 태어난 세대 차이의 문제다. 미국에서도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최근 직장으로 진입한 밀레니엄 세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 밀레니엄 세대는 1980~2000년에 태어난 사람들로 10대부터 20대들을 통칭한다. 약 8200만 명으로 미국에서 인구 수가 가장 많은 세대다. 베이비붐 세대보다 200만 명 정도 많고, X세대의 두 배가 넘는다. 우리나라에서는 1976~1996년에 태어난 사람들로, N세대라고 불리기도 한다.
1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까지로, 약 1500만 명이며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30%를 차지하는 방대한 그룹이다. 1949~1965년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는 약 100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22%를 차지한다.
보통 일터에서 경력자라고 할 때 숙련되고 경험이 많다는 뜻이다. 한 분야에서 5년 이상, 혹은 10년 이상 일하면서 경험을 축적해 지식과 노하우가 풍부하고 특정 분야의 문제해결 능력이 탁월해지면 그 분야의 경력자가 된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경력자는 곧 나이가 좀 든 사람이라는 말과 함께 쓰였다.
하지만 디지털 사회가 된 요즘은 좀 다르다. 테크놀로지 혁명이 거듭되면서 나이가 많다는 것은 특정 부분 (예를 들면 IT기기나 문화)에서 경험이 적다는 의미가 됐다. 디지털 세계에서는 나이가 어릴수록 더 경험이 많고 지식과 노하우가 풍부하며, 문제해결 능력이 탁월하다.
일하는 거야, 노는 거야?어느 조직에서나 컴퓨터나 디지털 기기에 문제가 생기면 그 부서에서 가장 나이 어린 사람이 해결하곤 한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다. 디지털 네이티브라 불리는 이 세대는 컴퓨터나 최신 테크놀로지에 열광하고 두려움이 없다. 특히 많은 회사에서 근래 들어 확장한 신사업이나 사활을 좌우하는 변화는 디지털, 인터넷 영역의 변화에서 왔다.
온라인 유통의 성장, 스마트폰의 등장 등은 그런 조짐의 일부일 뿐이다. 이런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적합한 인물은 과연 누구일까? 밀레니엄 세대의 또 다른 특징은 ‘일과 삶의 균형’이다. ‘일과 삶의 균형’이란 말은 적어도 베이비붐 세대에게 낯선 말이다. 대부분의 이 세대 사람들은 일과 삶의 균형보다는 일에 바친 인생을 무용담처럼 여긴다.
이 중 간혹 변화가 빠른 사람들도 기껏해야 일할 땐 확실히 일하고, 놀 땐 확실히 노는 것을 일과 삶의 균형이라고 본다. 이 세대가 생각하는 일과 생활의 균형이란 오전 9시 출근해 퇴근할 때까지는 직장에서 일에만 집중하고, 집에 돌아가서는 회사 일을 잊어버리는 것이다. 근무시간 동안 회사 컴퓨터로 개인 일을 처리하거나 집에서 전화가 자주 걸려오면 뭔지 경계가 불분명한 사람이다.
반대로 퇴근하면서 집에 일을 싸 들고 가거나 야근과 주말 근무가 잦으면 일 중독자로 여겨졌다. 그래서 회사마다 ‘가정의 날’이 생겨나고 정시 퇴근하는 날이 정해졌다. 일과 개인 생활 사이에 경계를 긋는 것이 일과 생활의 균형이라고 생각하는 세대인 것이다. 밀레니엄 세대는 다르게 접근한다.
이 세대는 근무시간 중에도 회사 컴퓨터로 주식 거래를 하고 온라인으로 책을 주문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일찍 퇴근해 개인적인 다른 볼일을 보고 난 후에는 새벽 2시에 다시 컴퓨터를 켜고 일을 하는 것도 자연스럽다. 휴가지에서도 블랙베리로 회사 일을 그때그때 처리해야만 오히려 긴 휴가를 더 재미있고 맘 편하게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워낙 글로벌하게 일이 벌어지기 때문에 밤늦은 시간에도 전화회의 등이 늘 있지만 자연스러운 일이다. 밀레니엄 세대에게 일과 생활의 균형이란 오히려 경계가 없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들은 이 세대를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CAD로 유명한 오토데스크의 직원은 자신이 키우는 애완견을 회사에 데려올 수 있다.
또한 글로벌 프로젝트를 완수했을 경우 온라인에서 팀별 축하 제도가 있어 가상공간을 통해 팀이 서로의 성과를 축하해 주는 시간을 갖는다. 직원들은 전 세계 어느 곳에 있든지 온라인에 접속해 가상공간에 낙서를 하며 대화를 나눌 수 있다. 팀별로 스타벅스 커피숍에 모여 앉아 접속할 수 있다.
밀레니엄 세대를 포용하기 위해 기업들은 유연근무시간제를 도입하고 있다. 세계적 실리콘 회사인 다우코닝은 직원 대부분이 엔지니어 등 전문가로 이뤄져 있다. 이 회사는 재택근무 제도를 통해 직원이 회사에 출퇴근할 필요 없이 집에서 일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 주고 있다. 일과 생활의 경계 없이 자유롭게 일하는 젊은 세대의 특성을 존중해 유연한 업무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그들이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도록 하고 있다.
선택적 복리후생 제도 또는 카페테리아식 복리후생 제도로 이미 국내 기업에도 널리 소개된 유연한 복리후생 제도는 직원 간 다양성을 존중하기 위한 대표적 인사 제도다. 세계적으로는 이 제도가 나온 지 이미 20년이 넘었고,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한층 진화된 모습을 갖추고 있어 흥미롭다.
기존 복리후생 제도는 직원 대부분이 유사한 라이프스타일을 갖고 있다는 전제하에 마련됐다. 입사 후 20대 후반 30대 초반에 결혼하고 가정을 꾸린 뒤 자녀를 출산한다. 직원 복리후생 제도는 결혼 축의금, 전세자금 지원, 자녀 대학 학자금 지원 등으로 이뤄졌다.
밀레니엄 세대는 늘 새로운 것을 좋아하고 새로운 것을 찾는다.
이들은 꼭 정해진 나이 언저리에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꼭 결혼해야 한다고 여기지도 않는다. 결혼했다 하더라도 자녀를 가질 계획을 안 세울 수도 있다. 이들에게 전통적 복리후생 제도는 아무리 풍성해도 그림의 떡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전세자금 지원이나 자녀 학자금 지원이 가장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부분인데 정작 다수 직원에게 매력이 없다 보니 고민하게 된다.
기업은 뺏기고 싶지 않은 직원을 만족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시작했다. 이처럼 세대 간 다양한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해, 직원 간 다양성을 충족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선택적 복리후생 제도다.
직원에게 일정 금액의 펀드를 주고 그 안에서 본인의 니즈에 맞게 복리후생 제도를 설계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젊은 세대 직원들은 자기계발을 위해 책을 구입하거나 어학교육을 받을 수 있고 건강 관리를 위해 피트니트 센터에 등록할 수 있다.
복리후생 제도도 내가 만든다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측면에서 인사 제도가 훨씬 발달했다. 선택적 보상 제도라는 것이 있어서 급여와 복리후생 제도, 그리고 휴가 제도를 비롯한 각종 보상 프로그램을 하나로 묶어 제공한다. 직원들에게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기금을 제공하고, 본인이 매월 지급되는 급여, 각종 복리후생 제도를 맞춤 설계하는 것이다.
건강 관련 보험을 추가하고 싶으면 내 월급을 줄여 보험금을 늘릴 수 있다. 월급 일부를 차감해 휴가를 구입할 수도 있다. 직원이 스스로 설계한 총 보상 제도를 보면 개성을 존중하는 회사임을 느낄 수 있다. 경영층은 더 이상 ‘요새 애들은’이라는 소모적은 탓은 그만두고 새로운 세대의 문법을 읽어야 한다.
어차피 그들과 함께 성과를 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베이비부머는 장기적이고 전체적인 시각에서 일을 추진하며 서로 협조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긴다. X세대는 하나씩 과제를 완수하는 것을 즐기며 완벽주의적이고 세밀하다. 한편 밀레니엄 세대는 멀티태스킹하면서 속도가 빠르고 매우 단기적이다.
세대 간 일하는 방식의 차이를 이해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포용의 전략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세대 간 다양성을 포용하기 위한 전략은 회사 내 모든 인재 전략에 연계돼야 한다. IBM, P&G 등 글로벌 기업들은 CDO (Chief Diversity Officer), 즉 최고다양성책임자를 두고 이미 10년 이상 다양성 관리를 해 왔다.
최근 들어 다양성을 관리하는 차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긴박한 요구가 생겨났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인내하는 차원의 소극적인 관리에서 벗어나 더 적극적으로 서로 간 차이를 통해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요구이다.
스탠더드차터드뱅크와 같이 인재 전략을 중시하는 기업들은 다양성과 포용을 책임지는 부서를 회사 내에 두고 있다. 함께 일하는 구성원들의 차이를 적극적으로 포용함으로써 개인의 성장을 돕고, 조직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우리 기업도 변화하는 세대, 글로벌한 경영환경을 고려한다면 서둘러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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