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혁명적 기술, 초절정의 美 스틸 시계가 거듭난다

바젤 시계 페어, 정확하게 말해서 바젤월드는 세계의 양대 시계 박람회 중 둘째로 열린다. 1월에 호반도시 제네바에서 먼저 열리는 제네바 페어가 더 고급스러운 반면 바젤 박람회는 규모가 더 크다.
지난 20년 동안 거의 대부분의 바젤 페어에 참석했다. 그리고 매년 중앙 홀에 들어설 때 느껴지는 전율은 내게 시계가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지를 말해주는 증거다.
항상 시계산업의 혁신과 파격에 경탄해왔다. 올해도 다르지 않았다. 금융위기의 상흔은 여전히 또렷이 남아 있지만(경영자가 경질되고 일자리가 사라졌다) 많은 중견 업체가 그 불행 속에서 기회를 만들어냈다.
일례로 잘 알려진 무브먼트(시계의 모터를 구성하는 주요 부품) 제조사 BNB가 파산하자 언제나 자신만만한 위블로 사장 장-클로드 비버는 그 중 30명을 고용해 단번에 사내에 맞춤 고급시계 사업부를 구성했다.
비버는 이번 박람회에서 미닛 리피터(시와 분을 소리로 알려주는 기능)를 포함해 그런 노력의 결실을 자랑스럽게 선보였다. 박람회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미래를 낙관하는 듯했다. 기업들은 자신들의 전문기술을 새로운 검약 분위기에 어울리게 미세 조정했다. “올해엔 많은 시계 브랜드가 바젤에 도착할 때 박람회가 어떻게 진행될지 불안했으리라고 생각한다”고 바젤 박람회 참가 경력이 32회에 달하는 라 로제 영국 브라이틀링사 상무가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 떠날 때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 뿐 아니라 더 나아가 앞날을 낙관했다.” 브라이틀링의 전시관을 빛낸 제품은 수퍼오션 II였다. 튼튼하고 세련되고 젊어 보이는 다이빙 타이프의 시계다(라 로제는 이 시계를 ‘덜 비싼’ 브라이틀링이라고 조심스럽게 불렀다). 가격은 2300유로 선.
제니스의 신임 CEO 장-프레데릭 뒤푸르는 브랜드 전체에 일관된 특색을 부여하려 심혈을 기울였다. 올해 컬렉션의 특징은 바로크풍의 호화로운 시계로 고전적인 시계제조 스타일을 보여준다. 새로 나온 캡틴 계열의 제품이 대표적이다. 두어 해 전만 해도 이런 시계가 거의 눈길을 끌지 못했지만 지금은 수요가 많다.
정교하게 설계됐으며 깨끗하고 단순하다. 바늘을 움직이는 고급 무브먼트를 자체 제작한다. 판매가격도 적당하다. 실제로 전시관을 돌아다니는 동안 가격(그보다 ‘가치’) 문제가 공공연히 논의됐다. 브레게는 어느 모로 보나 전혀 싼 티가 나지 않는 브랜드다. 이 브랜드는 10Hz의 고주파 무브먼트로 기술적 혁명의 완성도를 과시한다(반면 대다수 수동시계는 2.5~4Hz 사이에서 움직이며 5Hz이면 빠른 편에 속한다).
브레게가 개발한 이 혁신적인 무브먼트는 스포츠형의 타이프 XXII에 내장되며 기본가격이 결코 싸지는 않지만 1만3000유로 적당한 수준이다. 한편 브레게의 자매 브랜드 블랑팡 시계의 진정한 가치는 무브먼트 안에 있다고 CEO 마크 하이에크는 설명했다. 그는 그 핵심가치를 훼손하는 대신 다른 방법으로 시장 변화에 대응했다.
“화이트 골드 소재를 사용할 곳에 대신 스틸을 썼다.” 하이에크의 컬렉션은 고전적인 특성이 강하다. 예를 들어 3종의 호주머니 시계는 케이스의 투명한 뒷면을 통해 무브먼트에 새겨진 디자인이 보인다. 호주머니 시계는 쇼파드에서도 간판제품 중의 하나였다. 이 시계는 20세기 초의 디자인에 기초했으며 손목시계로 사용해도 된다.
쇼파드 산하 고급시계 브랜드 L.U.C(루이스-율리스 쇼파드)는 이를 포함한 특수시계 4종 세트를 내놓았다. 이 세트는 쇼파드가 창사 150주년을 기념해 제작한다. 역시 창사 150주년을 기념하는 태그 호이어도 복고 분위기를 감지했다. 신비감을 주는 디자인 중의 하나인 1970년대 실버스톤을 다시 선보였다.
빈지티풍의 스포츠 시계 애호가들이 좋아할 만한 멋진 시계도 몇 가지 준비했다. 롤렉스의 하위 브랜드인 튜더의 헤리티지 크로노그라프가 대표적이다. 헤리티지 크로노는 40년 전의 디자인을 되살린 세련된 스틸 소재 시계다. 금속 줄과 고급스러운 나일론 줄이 딸려나온다.

용두 둘레의 도톨도톨한 금속표면이나 스톱워치 단추 등의 작고 세세한 부분까지 꼼꼼하게 정성을 들였다. 튜더의 모 브랜드인 롤렉스가 선보인 클래식 익스플로러의 신 모델은 현대적인 취향에 맞게 개조해 이 박람회의 분위기를 완벽하게 집약했다.
케이스의 지름을 약간 더 넓히고 특허 기술인 이지링크 시스템을 도입해 날씨가 더울 때 시계줄을 느슨하게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파텍 필립도 스틸 소재를 사용했다.
하지만 불황을 의식한 선택은 아니었다. 매력적으로 개조한 연간 캘린더 시계 가격을 합리적으로 책정하자는 말은 있었다. 만년 캘린더 시계 값의 절반에 가까운 2만8000유로 이하로 정해졌다.
그러나 파텍 필립의 진짜 걸작은 몇 분의 1초까지 재는 크로노그라프 시계(스톱워치 기능을 갖춘 시계)였다. 스틸 케이스에 담겼지만 가격은 33만5000유로(5억500여만원)를 넘는다.
이렇게 비싼 까닭은 무브먼트가 대단히 복잡한 탓에 1년에 20~30개밖에 만들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비싼 가격에도 엄청난 관심을 모았다. 파텍의 복합기능 시계(high-complication watch, 크로노그라프 등 여러 기능을 추가) 중 스틸 소재는 이 제품뿐이다. 그래서인지 역설적으로 귀금속 소재의 시계들보다 더 인기가 높았다.
예전에는 파텍이 스틸 시계를 금시계 값에 판다는 말이 있었다. 지금은 스틸 시계를 집 한 채 값에 판매한다는 사실에 거물 수집가들은 오히려 즐거워하는 듯하다. 진귀한 파텍 시계 가격이 한 세대에 걸쳐 꾸준히 오르는 모습을 지켜본 수집가들은 아마 이 시계(파텍은 “가장 격조 높은 형태의 스틸”이라고 묘사했다)를 부동산보다 더 나은 투자로 기대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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