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이민 가려면 상속세 없는 나라로

이민 가려면 상속세 없는 나라로

국적이 달라지면 상속·증여세도 바뀐다. 상속세는 피상속인 국적에 따라, 증여세는 수증자의 국적에 따라 세금 크기가 달라진다.

세금은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강제적으로 징수되기 때문에 재산 형성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 그래서 가끔은 세금 때문에 잘못되고 합리적이지 못한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하기도 한다. 고대 중국의 경전인 예기(禮記)에는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라는 문구가 있다.

가혹한 세금은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뜻이다. 비록 호랑이가 출몰하는 산기슭이지만 그래도 세금이 많이 나오는 아래 동네보다는 살기 좋다는 뜻이다. 이런 이야기를 현 시대에 접하면 웃을 일이지만 이러한 결정이 오늘날에도 이루어지는 것을 가끔 본다.

스웨덴 조립가구 회사인 이케아(IKEA)의 창업주인 잉그바르 캄프라드, 현존하는 프랑스 최고의 요리사로 손꼽히는 알랭 듀카스, 그리고 독일 출신의 F-1 레이싱의 황제 미하엘 슈마허, 이 세 사람은 두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는 엄청난 부자라는 것이고, 둘째는 세 사람 모두 세금을 줄이기 위해 국적을 바꿨다는 점이다.

상속세와 증여세도 국적(거주자와 비거주자 여부)에 따라 큰 영향을 받는다. 상속세는 피상속인 국적에 따라, 증여세는 수증자의 국적에 따라 크기가 달라진다. 아무리 재산이 많더라도 국적이 달라지면 상속세나 증여세가 전혀 나오지 않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속세와 증여세의 과세 방식을 알아야 한다.

상속세는 피상속인(망자)을 중심으로 세금을 계산한다. 피상속인이 거주자인지 비거주자인지에 따라 상속세의 크기와 과세 여부가 달라진다. 반면 상속인의 국적은 상속세 계산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거주자란 국내에 주소를 두고 있거나 가족 또는 주된 재산이 국내에 있는 납세자를 의미한다.

반면 비거주자는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갖고 있고, 한국이 아닌 해외에서 주된 생활을 하는 납세자를 의미한다. 상속세를 계산할 때 피상속인이 거주자일 경우에는 국내에 있는 재산뿐만 아니라 외국에 있는 재산까지도 모두 우리나라 세법을 적용 받는다. 피상속인이 거주자인 경우에는 국내·외 모든 재산에 대해 상속세를 계산한다.

그리고 국외에 있는 재산이 해당 국가의 세법에 따라 상속세를 납부했다면 이중과세를 조정하기 위해 해당 국가에서 납부한 상속세를 우리 세법으로 계산한 상속세에서 공제한다. 피상속인이 비거주자인 경우에도 우리나라의 세법 기준으로 상속세를 내야 한다. 다만 국내에 있는 재산에 대해서만 상속세가 계산된다.

국외에 소재하는 재산은 우리나라 세법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상대 국가에서 상속세를 과세할 때, 그 해당 국가에서는 거주자 신분에 해당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상속재산까지 포함해 그 나라 세법 기준으로 상속세를 계산한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납부한 상속세는 이중과세 조정을 목적으로 그 나라에서 공제할 것이다.

피상속인이 거주자인지 비거주자인지의 판단이 상속재산의 범위에만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상속공제에도 영향을 준다. 일반적으로 피상속인이 거주자인 경우에는 우리나라 세법에서 허용하는 모든 종류의 공제를 받을 수 있다. 기초공제와 기타 인적공제 또는 일괄공제 5억원을 공제받을 수 있고, 배우자 상속 공제는 최대 30억원까지 받는다.

만약 상속재산 중 금융재산이 있다면 최대 2억원까지 공제할 수 있다. 상속재산 중 가업과 관련한 재산이 있다면 최대 100억원까지 추가로 공제받을 수 있다. 반면 피상속인이 비거주자인 경우에는 기초공제 2억원 외 특별한 공제를 받을 수 없다. 결국 피상속인이 비거주자인 경우에는 과세의 범위가 국내에 있는 재산으로 한정되지만, 공제금액도 같이 줄어든다.

피상속인이 비거주자인 경우 상속세 계산 측면에서 유리한 경우도 있다. 시민권자이거나 영주권자이면서 주된 생활의 근거지가 한국이 아니라면 국외에 있는 재산에 대해서는 우리 세법으로 과세할 수 없다. 그리고 본인이 거주하는 국가에 상속세가 없다면 어떨까? 상대국에 있는 재산에 대해서도 상속세는 없게 된다. 그렇다면 상속세 없는 나라가 얼마나 될까?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은 상속세가 없는 나라다.

실제 상속세가 없는 나라는 의외로 많다.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이탈리아, 포르투갈 그리고 스웨덴과 홍콩 등도 상속세가 없는 나라다. 물론 상속세가 없는 대신 상속 당시의 자본 이득에 대해서는 과세하는 경우가 있지만 그래도 상속세와 비교하면 그 부담이 적다. 만약 비거주자이면서 재산의 대부분이 국내에 있다면 국적 회복을 생각해 보는 것도 좋다. 외국 국적을 갖고 있으면서 재산이 국내에 있다면 어차피 상속재산에 모두 포함된다. 상속세는 계산되는데, 상속공제만 적게 받는 셈이다. 피상속인이 비거주자일 때의 상속공제는 2억원뿐이기 때문이다. 사망하기 전에 국적을 회복하면 상속공제는 거주자를 기준으로 다양하게 공제되기 때문에 상당한 세금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증여세는 수증자의 신분에 따라 달라진다. 증여자의 신분은 증여세 계산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수증자의 신분이 거주자일 경우에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의 모든 재산에 대해서도 증여세가 계산된다. 만약 수증자의 신분이 비거주자인 경우에는 국내에 소재하는 재산에 대해서만 증여세가 과세된다.

상속세와 유사하게 증여공제도 수증자가 거주자인지 비거주자인지에 따라 공제금액이 다르다. 만약 수증자가 거주자일 경우에는 각종 공제를 받을 수 있다. 배우자는 6억원, 직계비속은 3000만원(미성년자는 1500만원), 그리고 기타 친족은 500만원의 공제가 가능하다.

하지만 수증자가 비거주자일 경우에는 증여공제를 못 받는다. 같은 논리로 수증자가 비거주자이고 증여 받는 재산이 국내에 있는 것이 아니라면 해외 재산에 대한 증여는 우리나라 세법으로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다.

상속세를 줄이기 위해 인위적으로 국적을 변경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실무적으로 거주자와 비거주자 판단이 모호한 상황에서 단순히 세금을 줄이기 위한 영주권 취득 등은 향후 적극적인 조세회피(Aggressive Tax Planning)로 규제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해외로 이민을 계획하고 있거나, 이미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취득한 상황에서 재산의 소재지가 양 국가에 나뉘어 있다면 상속세와 증여세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재산의 소재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KB국민카드 “KB페이로 자산·소비 관리 다 하세요”

2메리츠화재, 반려동물 평균수명 20년 시대 맞아 캠페인 시작

3김인 새마을금고중앙회장 "올해 신뢰와 명예 되찾는 원년"

4최우형 케이뱅크 행장, 임직원과 세운상가∙종묘 돌담길 플로깅 행사

5닥터지, 두피 탄력 케어 ‘두피랩 코어 펩타이드’ 2종 출시

6교촌치킨, 중국 진출 가속화…항저우에 직영 2호점 오픈

7도쿄일렉트론코리아, 하천 정화 위한 ‘흙공 던지기’ 진행

8“배양육 기술로 환경·식량·동물복지 문제 해결한다”

9‘하반기엔 좀 살아날까?’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7인이 내다본 국내 증시

실시간 뉴스

1KB국민카드 “KB페이로 자산·소비 관리 다 하세요”

2메리츠화재, 반려동물 평균수명 20년 시대 맞아 캠페인 시작

3김인 새마을금고중앙회장 "올해 신뢰와 명예 되찾는 원년"

4최우형 케이뱅크 행장, 임직원과 세운상가∙종묘 돌담길 플로깅 행사

5닥터지, 두피 탄력 케어 ‘두피랩 코어 펩타이드’ 2종 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