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후자금 계산법 달라졌다
대다수 은퇴설계 정보에서 인생의 중요한 사실 한 가지가 잘못 알려졌다. 은퇴한 사람들의 실제 생활이나 지출방식과 관련된 지식이다.
간단히 말해 대다수 은퇴 계산 프로그램이나 설계자는 수십 년 동안 일정한 지출을 염두에 두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은퇴기간이 길어질수록 지출이 줄어든다.
미국 보험계리사협회와 보험계리재단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이런 괴리는 전통적인 노후설계 작업의 결과를 크게 왜곡하기 쉽다. 따라서 근로자가 정년을 앞뒀을 때나 퇴직 초기의 활동적인 기간에 더 큰 투자 위험을 감수하거나 지나치게 검약생활을 할 가능성이 있다.
은퇴자의 예산은 흔히 4단계를 거친다. (1) 은퇴 초기에는 여행, 주택개량, 취미활동, 가구교체 등으로 재직 당시보다 지출이 증가하기 쉽다. (2) 은퇴 중기에는 사람의 활동(그리고 지출)이 대체로 둔화된다. (3) 은퇴 말기에는 지출과 활동이 더 둔화된다. (4) 인생 말기에는 의료비와 간병비 지출로 남은 은퇴자금이 동나기 쉽다.
그러나 일반적인 은퇴 계산 프로그램은 근로자의 마지막 해 연봉을 바탕으로 은퇴 첫해의 지출을 계산한 뒤 그 추정치를 매년 인플레율에 따라 조정해나갈 뿐이다. “사람들의 소득과 지출이 오랜 기간 일정할 경우는 대체율(은퇴 전 소득과 은퇴 후 생활비의 비율)이 분석 도구로서 합리적일지 모른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두 전제가 모두 잘못됐다”고 그 조사는 지적했다. 미국 노동통계국의 자료에 따르면 실상 은퇴기의 지출은 시간이 갈수록 현저하게 감소한다. 2008년(가장 최근 자료가 발표된 해), 가장이 55~64세 연령대인 일반적인 가구의 지출은 5만4783달러였다. 같은 해, 가장이 65~74세 가구의 지출은 4만1433달러였던 반면 75세 이상인 가구는 3만1692달러에 불과했다.
최저 연령 그룹과 최고 연령 그룹의 지출이 식품으로부터 주택·의류에 이르기까지 모든 항목에서 42%나 차이가 났다. 오락문화 비용 지출은 3분의 2 가까이 감소했으며 연방세는 거의 완전히 없어졌다. 이는 정년을 앞둔 재직자들의 저축과 은퇴자들의 절약 방식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보험사들도 이에 따라 인생 말년의 가장 돈이 많이 필요한 시기를 겨냥한 신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한다. “첫 2~3년 동안 지출이 가장 많다. 이 시기의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뉴저지주 뉴 프라비던스의 자산설계사 다이어핸 래서스가 말했다. “모두 건강하고 함께 움직이고 싶어할 때 여행도 하고 원하는 일을 하려 하기 때문에 미래를 대비해 저축한 돈을 미리 당겨 쓰게 된다. 그러나 어느 시점엔가는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
실질적으로 어떻게 그렇게 되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어림짐작으로 따져볼 때 은퇴 첫해 저축액의 4%를 꺼내 쓴 뒤 매년 인플레율에 따라 인출액을 늘려갈 경우 인생 막바지까지 자금이 바닥나지 않는다.
그러나 초기에 지출을 많이 하고 그 뒤로 인플레율을 반영하지 않는다면, 가령 첫해 6%를 꺼내 쓰고 매년 인플레율에 따라 인출금을 조정하지 않을 경우, 활동이 둔화되는 은퇴 중기 무렵에는 남은 자금의 비율이 처음부터 적은 돈을 인출해서 차츰 지출비율을 높여갈 경우와 같은 수준으로 떨어진다.
물론 이런 접근방식에는 주의할 점이 있다. 퇴직저축의 태반을 과세유예 상품에 넣은 베이비붐 세대는 부모 세대와 같은 감세 혜택을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 주가가 크게 하락한 데다 초기 몇 년간 큰돈을 인출한다면 전체 은퇴계획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메릴랜드주 헌트 밸리의 금융설계사 팀 모러가 말했다.
그는 활동적인 은퇴 초기를 다년간에 걸친 단계로 간주하고 값비싼 유람선 여행을 1년 이상 미루라고 고객들에게 말한다. 그는 또한 은퇴 후 활동적이고 지출이 많은 초기 몇 년 동안 계속 어느 정도 소득을 올려 삶의 보람을 얻으면서 가외활동 자금을 넉넉히 마련해야 한다고 은퇴자들에게 말한다.
“시간제 근로나 컨설팅 업무 등을 하는 가상 은퇴기간을 두는 쪽이 건강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훨씬 더 합리적이다.” 끝으로, 수십 년에 걸쳐 지출이 감소한 은퇴자라도 건강이 악화되면서 한 달 지출이 크게 늘어나 타격을 받기 쉽다는 문제가 있다. 장기 요양이나 값비싼 간병인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이 문제에 대처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이미 집을 줄이지 않았다면 집을 팔아서 그 돈으로 말년의 생활비를 충당하는 방법도 있다. 설계사들은 한 달에 보통 200달러를 웃도는 보험료를 감당할 만큼 자금이 넉넉한 고객들에게는 종종 장기간호 보험을 권하기도 한다. 보험사들은 은퇴 후반을 겨냥한 신상품 설계에 여념이 없다.
‘장수 보험’으로 불리는 이들 상품은 실상 피보험자가 80여 세가 될 때까지 지급되지 않는 거치연금이다. 그러나 혜택에 비해 보험료가 너무 비싼 편이라고 래서스가 말했다. “적극적으로 권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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