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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장 쇼핑’의 큰손들

‘별장 쇼핑’의 큰손들

중국 본토 관광객들은 쇼핑을 좋아한다. 파리의 루이뷔통 본점 매장이나 홍콩의 샤넬 부티크 본점 앞에 늘어선 줄이 그 증거다. 세계관광기구(WTO)의 통계를 보면 중국인 여행자의 씀씀이가 가장 크다. 한 사람이 한 차례 여행에 평균 7200달러를 지출한다.

그러나 안목이 높은 새 억만장자가 향수와 맞춤 디자이너 의류를 구입하고 나면 살 만한 물건으로 뭐가 남았을까? 갈수록 불어나는 중국의 대부호 사이에서 휴양지 별장이 최고의 기념품으로 떠오른다. 별장을 구하기엔 홍콩만한 곳이 없다. 휴일이 많은 올해 2월 중 인구 700만 명의 이 도시에 중국인 관광객이 100만 명이나 다녀갔다.

그중 일부는 분명 부동산 현지답사가 방문 목적인 듯했다. 아파트 모델하우스 전시장에서 카메라와 물병을 손에 들고 휴가를 즐기는 본토인들의 모습이 이젠 익숙한 광경이 됐다. 세계에서도 비싸기로 손꼽히는 부동산 시장에서 중국인들이 주요 고객으로 부상했다. 대형 부동산중개업체 센털라인에 따르면 2007년 홍콩의 전체 부동산 구입자 중 중국인의 비율이 9%에 불과했지만 2009년엔 갑절로 늘었다.

초고급 신축 타워아파트인 쿨리난(㎡당 3만3000달러)과 매스터피스(㎡당 2만2000달러, 맨하튼의 고급 아파트보다 약간 더 비싸다)의 경우 구매자의 30%가 본토인이다. 홍콩에서 130만 달러가 넘는 부동산 거래 중 40%가 중국인에 의해 이뤄졌다는 추산도 있다. “비싸다는 사실은 모두 안다”고 국제 부동산 컨설턴트 CB 리처드 엘리스의 베네딕트 마 조사부장이 말했다.

“본토인들은 홍콩에서 쇼핑하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 도시를 낯설어하지 않는다. 따라서 쇼핑하러 찾았다가 아파트를 한 채 구입한 뒤 돌아가 친구들에게 자랑을 늘어놓는다. 홍콩에 집을 장만할 만한 능력이 있다면 ‘성공했다’는 징표인 셈이다.”

그에 따라 중국 표준어를 구사하며 홍콩 지역의 주요 부동산을 전문으로 소개하는 소규모 가이드 산업까지 등장했다. 홍콩의 일부 버스투어에서는 가이드가 특정 건물의 최근 부동산 시세까지 안내한다. 몇몇 부동산 중개인은 이웃한 선전이나 중국 남부 광둥성에서 홍콩의 아파트를 돌아보고자 하는 당일치기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무료 또는 할인 버스투어를 운영하기도 한다.

부동산을 답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최근 마부장은 어느 다국적 금융기업 고객이 본토의 투자업무 담당 새내기 직원 15명을 초청했을 때 안내를 맡았다. 교육연수 일환으로 학교 전세버스를 빌려 하루 동안 시내를 돌면서 둥글게 광각으로 굽은 랩어라운드 발코니 같은 특징을 지닌 300만 달러짜리 고급맨션 등을 방문했다.

몇 호는 사람이 살고 있었기 때문에 사진 촬영이 허용되지 않았지만 그 여행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들은 모두 대단히 흥미를 보였으며 많은 질문을 던졌다”고 마부장이 말했다. 상당수 다른 나라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에게만 관광 비자를 발급하지만 1997년 반환된 이후 중국의 특별행정구가 된 홍콩은 본토인의 개별 방문이 어렵지 않다.

홍콩은 또한 외국인의 부동산 구입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특히 본토의 부자들에게 개방적이다. 중국인은 구입대금을 전액 현찰로 지급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금은 홍콩에 새로 생기는 거의 모든 주요 고급 주거시설 프로젝트가 중국 대도시에서 홍보 행사를 연다. 세계 각지의 다른 도시들도 갈수록 불어나는 중국의 부유층과 부동산 투자자들에게 손짓해 왔다.

미국의 경우 엄격한 비자 정책으로 중국인의 방문을 1년에 55만6000명으로 제한한다. 하지만 그중 중국 대도시의 여행사가 준비하는 부동산 답사 투어에 참가해 뉴욕의 100만 달러짜리 고급주택을 둘러보는 본토인이 수십 명에 이른다. 크리스티 경매소 부동산 사업부에 따르면 호놀루루와 캘리포니아주 와인 생산지 주택에 관심을 갖는 중국인이 늘어났다.

두바이도 쇼핑 목록에 올라 있다. 소더비의 조내선 탠 부동산 팀장은 최근 본토의 한 사업가로부터 두바이 아파트 답사여행을 주선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뒤 그 사업가는 두바이 펄 단지의 주택 한 곳을 200만 달러 이상(㎡당 8800달러)을 주고 구입했다. 바카라 크리스탈 제품으로 장식된 이 맨션은 그 밖에도 나이프와 포크로부터 리넨에 이르기까지 모든 집기를 완벽하게 갖췄다.

“그냥 맨몸으로 들어가면 된다”고 탠이 말했다. “돈 벌기에 바빠서 가재도구를 장만하는 데 신경 쓸 겨를이 그 같은 사람에게 안성맞춤이다.”

탠은 여러 대륙에 주택을 소유한 그 고객이 돈과 안목을 모두 갖춘 소수의 세련된 구매자 그룹에 속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구매력은 있지만 방법을 몰라 망설이는 잠재적 구매자 층이 상당하다고 그는 말한다. 탠은 중국인 고객 대상의 투어를 기획해 싱가포르에서 일부 신흥 개발 프로젝트의 홍보를 도울 계획이다. “‘휴일에 방문해서 부동산을 둘러보는’ 쇼핑 관광이나 다름 없다”고 그가 말했다.

“부인들을 상점으로 데려가 싱가포르가 어떤 도시인지를 보여줄 계획이다.” 그리고 투자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면 더 바랄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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