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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view ] 경영자들의 ‘벙커 심리’ 지나치다

[world view ] 경영자들의 ‘벙커 심리’ 지나치다



기업들이 올리는 이익으로 보자면 지금 미국은 왕성한 경제회복을 누려야 마땅하다. 지난 경기침체기에 미국의 기업 이익은 3분의 1가량 줄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래 가장 큰 하락폭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하루가 멀다 하고 기업 이익의 증가소식이 보도된다. 지난 2분기 IBM의 이익은 전년도 대비 9.1% 늘었다. 올해 1분기의 정부 공식 통계에 따르면 기업 이익은 경기침체기에 줄었던 부분의 87%를 회복했다. 2분기의 공식 집계가 나오면 기업 이익은 지난번의 최고치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기업 이익의 반등은 좋은 조짐이라야 한다. 기업들이 족쇄에서 풀려나 더욱 공격적인 사업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지금 기업들은 막대한 현금 보유액을 자랑한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에 포함된 산업 부문 기업들(애플, 보잉, 캐터필러 등)의 현금 보유액은 3월 말 현재 8380억 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도 대비 26% 증가다. S&P의 분석가 하워드 실버-블랫은 “그들은 채용, 신규 투자, 배당금 증액, 인수합병 등 원하는 일을 마음대로 할 만큼 충분한 자금을 보유한다”고 말했다. 지난 역사를 보면 기업의 수익성이 높아지면 고용도 증가했다고 컨설팅 업체 무디스 이코노미닷컴의 분석가 마크 잰디가 말했다. 신생기업을 제외하면 적자 기업은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지 않는다.

그러나 희한하게도 현재의 상황엔 그런 역사가 적용되지 않는다. 이익 수준이 회복되는데도 일자리가 늘지 않는다. 2007년 말부터 2009년 말까지 취업 인구는 거의 840만 명이나 줄었다. 그 이래 미국 경제는 줄어든 일자리의 겨우 11%를 회복했다. 기업들이 근로자들보다 훨씬 배가 부르다는 사실이 지금 미국 경제의 특징이다.

가장 명백한 이유는 (마르크스의 어휘를 차용하자면) 노동과 자본 사이의 관계 변화다. 자본의 힘이 세지면서 노동의 힘이 약해졌다. 노스웨스턴 대학의 경제학자 로버트 J 고든은 “경영진의 보수가 주로 스톡옵션으로 바뀌면서 임원들이 경기침체엔 더욱 열성적으로 비용절감에 나서고 회복 초기엔 고용을 더욱 꺼리게 됐다”고 주장했다. 감원은 이익을 회복하는 가장 신속한 방법이며, 결과적으로 회사의 주가를 올리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고든은 최근 논문에서 미국 경제의 그런 현상이 1980년대부터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그 이전엔 기업들이 숙련된 근로자들을 보호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그 이후로 ‘고용 없는 회복’이 표준이 됐다. 1990~91년 경기침체 후 약 1년 동안이나 고용 증가가 재기되지 않았다. 2001년 경기침체 후에는 그 시차가 거의 2년이나 갔다. [경제전문가들의 단체인 전미경제조사국(NBER)은 주로 경제 산출량이 확대되면 경기침체가 끝났다고 규정한다. 고용 성장은 경제 산출량의 확대와 반드시 일치하진 않는다. 그 차이는 생산성 개선을 반영한다. 효율성이 높아졌거나 근로자 개인의 산출량이 늘었다는 뜻이다.]

경영진의 스톡옵션 외에 고든은 허약해진 노조, 그리고 수입 상품과 이민자들로 인한 치열해진 경쟁이 근로자들의 입지를 약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여기서도 역사가 중요하다. 1981~82년의 혹독한 경기침체 당시 여러 기업의 존립이 위태로워졌다. 그런 임사체험으로 경영진은 대규모 정리해고에 더욱 개방적이 됐다. 최후 수단으로 시작된 감원이 점점 일상적인 일로 변했다. 세대적 변화도 있었다. 고용 불안에 민감한 대불황기 시절의 CEO들이 은퇴했다. 그 뒤를 이은 젊은 경영진은 치열한 경쟁과 기업 사냥을 더욱 우려했다.

돌이켜보면 2008년과 2009년의 대규모 감원은 그리 놀랄 일도 아니었다. 포인트 로마 나자린 대학(샌디에이고)의 경제학자 린 리저는 “금융 시스템의 붕괴로 기업들은 외부 자금에 기댈 수 없게 돼 필사적으로 현금을 아껴야 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일자리, 재고, 신규 투자(컴퓨터, 기계 설비, 공장)를 무자비하게 줄였다. 2008년 4분기에서 2009년 2분기까지 사업 투자는 연율로 24%, 50%, 24%가 줄었다. 적어도 1940년대 이래로 그런 일은 한 번도 없었다고 고든은 설명했다. 무디스 이코노미닷컴의 잰디는 “기업들이 비용을 줄여서 이익을 지속적으로 높이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는 투자와 고용이 반드시 따라야 하는 매출의 증가가 필요하다.” 일부 바람직한 조짐도 있다. 기업들이 노후된 컴퓨터 교체를 확대하는 듯하다. 그런 움직임이 새 일자리를 만들어낸다. 제너럴 일렉트릭은 연구개발(R&D) 예산이 2006년 이래 18% 늘었으며 배터리에서 박막 태양전지에 이르는 다양한 신상품 개발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기업 엘리트들이 경제위기로 받은 충격이 너무나 큰 나머지 계속 몸을 사리는 ‘벙커 심리(bunker mentality)’를 갖게 됐을까? 그 여부는 불확실하다. 그러나 오바마의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만큼이나 그런 심리도 두려운 결과를 낳을지 모른다. 노동이 주눅 들고 자본이 지나치게 몸을 사리면 회복은 더욱 멀어질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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