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모가 경쟁력인 시대
뉴욕주 퀸즈에 사는 데브랄리 로렌자나(33)의 이야기는 이제 널리 알려졌다. 시티뱅크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던 그녀는 지난 6월 몸에 달라붙는 펜슬 스커트, 터틀넥 셔츠, 발가락이 살짝 드러나는 하이힐 차림이 “너무 섹시하다”는 이유로 해고당했다고 주장하며 회사를 고소했다. 우리는 로렌자나의 신뢰성에 의혹이 제기되는 과정도 지켜봤다. 성형수술을 다룬 리얼리티 TV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당시의 오래전 동영상 자료가 나돌았다. 그녀의 모습은 임플란트와 콜라겐으로 온몸을 팽팽하게 부풀린 채 장황하게 말을 늘어놓으며 어떻게든 주목을 받아보려 안달하는 어리숭한 여자로 비쳤다(“나는 성형수술이 너무 좋아요” 라고 그녀가 콧소리로 말한다. “세상에 이보다 더 좋은 건 없다고 생각해요.”) 닭살이 돋는다. 이 여성의 의도가 무엇인지(그리고 그녀가 실제로 외모 때문에 해고됐는지)를 두고 말이 많지만 아무도 묻고 싶어하지 않는 듯한 질문이 하나 있다. 애당초 로렌자나가 외모 덕에 일자리를 얻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다.
물론 모든 고용주가 그렇게 천박하지는 않다. 그러나 우리 문화가 이미지의 포로가 됐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경제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이른바 ‘미모 프리미엄’을 인정해 왔다. 외모가 출중한 사람들은 무엇을 하고 싶어하든 거의 다 잘해낸다는 생각이다. 미남은 추남보다 평균적으로 소득이 5% 높으며(미녀는 4% 높다) 외모가 뛰어나면 교사·상사·선배의 관심을 더 많이 받고 아기들도 잘생긴 얼굴을 더 오래 응시한다(성인도 예쁜 아기를 더 오래 바라본다). 20여년 전 경제가 잘 나갈 때는 미용성형으로 풍만해진 패리스 힐튼이 아니라 화장기 없는 얼굴의 케이트 모스가 미의 이상형으로 간주됐다. 그때라면 그런 통계를 표피적이라고 웃어넘겼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모델 하이디 몬태그의 성형한 오동통한 입술이 시중의 모든 잡지 표지를 장식하고 어린 소녀들이 ‘뽀샵(포토샵을 이용한 사진 보정)’된 비현실적인 S라인 몸매를 갈망하는 2010년이다. 외모에 대한 우리의 편견(이른바 beauty bias)이 어느 때보다 더 널리 보편화됐음을 보여주는 연구결과가 갈수록 늘어난다. 그리고 직장에서도 능력보다 외모가 우선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다음의 사례를 보자. 경제학자 대니얼 해머메시에 따르면 미남은 가장 못생긴 남성보다 평생동안 25만 달러가량 많은 소득을 올린다. 그리고 미국성형외과학회에 따르면 여성 중 13%(뉴스위크 조사에 따르면 남성의 10%)가 직장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면 미용성형을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분명 두 사례 모두 충격적이다. 그러나 고용주의 선택권이 어느 때보다 많아진 요즘 경제에선 외모가 중요할 뿐 아니라 결정적인 듯하다. 뉴스위크가 기업 인사담당자에서 선임 부사장에 이르기까지 202명의 채용 담당자뿐 아니라 일반인 964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모든 고용주가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는 사실이 재차 확인됐다. 채용으로부터 사내 정치, 심지어 승진에 이르기까지 뛰어난 외모가 더는 천박하다거나 표피적이라고 무시하기 어려운 요소가 됐다는 점이다.
뉴스위크 설문조사에서, 자격은 갖췄지만 매력 없는 외모의 지원자는 취업에 더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답한 채용 담당자가 57%에 달했다. 그리고 그들 중 절반 이상이 완벽한 경력을 쌓는 일만큼이나 “매력적인 외모를 가꾸는 데” 시간과 돈을 투자하라고 충고했다. 여성의 경우 타고난 자산을 과시하는 방법이 효과적인 듯하다. 관리자의 61%(대다수가 남성)가 여성은 직장에서 몸매를 드러내는 옷을 입는 편이 유리하다고 답했다. 한편 중요도에 따라 직원 자질의 순위를 매기도록 하자 관리자들은 외모를 교육보다 앞에 놓았다. 아홉 가지 자격요건 중 외모는 경험(1위)과 자신감(2위)의 아래였지만 출신학교(4위)보다는 위였다. 그렇다면 하버드대를 때려치우고 코 성형수술이나 해야 할까? 그럴 필요까지는 없지 싶다. 그러나 주립대학 학벌로도 하버드 졸업생만큼 어필할지 모른다. “이것이 고용시장의 새로운 현실”이라고 뉴욕의 한 취업 전문가가 말했다(취업 컨설팅을 업으로 하기 때문에 익명을 요구했다). “똑똑한 얼꽝보다 평범한 얼짱이 더 낫다.”
1960년의 닉슨-케네디 토론에 얽힌 이야기를 기억하는가? 이는 우리의 외모 편견이 전혀 새롭지 않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당시 라디오 청취자들은 닉슨이 승리했다고 생각했지만 초췌하고 수염이 거뭇거뭇한 얼굴의 닉슨 옆에 구릿빛으로 그을린 피부에 조각 같은 얼굴의 케네디가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을 TV로 지켜본 사람들은 그 젊은 상원의원이 승자라고 확신했다. 여기에는 다양한 해석이 있다. 플라톤은 ‘황금비율’론을 펼쳤다. 이상적인 얼굴 너비는 정확히 길이의 3분의 2이며 코가 미간보다 길지 않아야 한다는 이론이다. 생물학적으로 말하자면 인간은 대칭을 이룬 얼굴과 곡선미를 갖춘 여성에게 끌리는데 거기에는 그럴 만한 까닭이 있다. 그런 몸매가 가장 건강한 아기를 생산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이런 사고에서는 균형 잡힌 얼굴이 아름답다고 간주되며 아름다움은 자신감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우리는 외모와 자신감의 결합을 종종 지성과 동일시한다. 어쩌면 그것을 뒷받침하는 증거도 있을지 모르겠다. 수려한 외모의 어린이가 선생님의 관심을 더 많이 받는다면 당연히 학업성적이 우수하고 궁극적으로 직장에서의 업무능력도 뛰어날지 모른다. 그러나 더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는 과학자들이 말하는 이른바 ‘후광효과(halo effect)’다. 훈련받지 않은 강아지 무리처럼 우리는 아름다움에 현혹돼 외모가 뛰어나면 지적인 특성도 자연히 따른다고 맹신한다는 이론이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데는 수많은 대안 중에서 마음대로 골라 뽑을 수 있는 사용자 중심의 고용시장으로부터 표피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도록 부채질하는 미용성형 산업에 이르기까지 여러 원인이 있다. 하지만 실상은 갈수록 진화하는 아름다움의 이상형에 필사적으로 매달리도록 만드는 문화적 요인들이 복합된 결과다. 요즘의 젊은 직장인은 모든 것이 업그레이드 대상이라고 강력히 세뇌하는 리얼리티 TV와 대중문화 속에서 자랐다. 우리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극단 성형(Extreme Makeover)’에서 체형이 바뀌고 ‘나는 유명한 얼굴을 원해요(I Want a Famous Face)’ 프로에선 얼굴의 일부가 떨어져나가고 다시 짜맞춰지는 모습을 지켜봤다. 우리는 광고와 잡지의 ‘뽀샵’ 이미지를 자신과 비교하며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사실을 설문결과를 통해 읽는다. 우리 문화는 어느 때보다 성적인 측면에 탐닉한다. 기술발달로 우리 스스로를 ‘향상’시키기가 어느 때보다 쉬워지면서 무엇이 정상인지를 보는 우리의 기준도 왜곡된다. 예전에는 부자와 유명인들이나 미용성형술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유방확대술, 복부지방흡입술 등의 비용이 저렴해지고 입원할 필요 없이 점심시간에 간단히 마치는 수술까지 등장하면서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미용성형술이 보편화됐다. 결국 우리는 계속 달려야만 남에게 뒤떨어지지 않게 됐다. 외모가 더는 주어진 운명이 아니라 끊임없는 개선의 대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으니까.
‘미모 편견(Beauty Bias)’의 저자인 데보라 로드 스탠퍼드대 교수 자신도 흥미로운 연구대상이다. 미국변호사협회의 의뢰로 구성된 직장여성 위원회 의장을 맡을 동안 그녀는 미국의 최고 실력자 여성들이 택시를 기다리는 대기 행렬 속에 갇혀 있다가 회의에 지각하는 일이 허다하다는 사실을 알고는 크게 놀랐다. 굽 높은 구두를 신은 탓에 아예 걸어갈 엄두도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현직의 막강한 지도층 여성들이었다고 그녀는 썼다. 그들은 왜 힐을 고집했을까? 물론 그냥 힐을 좋아하는 여성도 있다(그리고 아마도 다른 여성들은 상사들이 좋아한다는 점을 알았을 성싶다). 그러나 똑같이 어려운 환경에 처하더라도 현실적으론 여성에게 더 불리한 측면도 있다(그리고 경제학적 관점에서 남성의 ‘외모 프리미엄’이 더 크다고 경제학자들은 말한다). 여성에게는 항상 이중잣대가 적용되는 탓에 여성은 시대의 미적 기준에 부응해야 하는 한편, 그런 기준에 따른다고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로렌자나 같은 여성이 외모를 과시해서 앞서갈 수 있다고 취업 전문가들은 생각할지 모르지만 여성이 ‘너무 외모가 뛰어나’ 피해를 보는 일도 가능하다고 믿는 비율 또한 47%에 달한다. 그런 것들이 효과가 있든 없든 여섯살짜리가 화장을 하고 그 엄마는 단순히 젊어 보이려고 대학 학비에 맞먹는 돈을 쏟아붓는다면 뭔가 단단히 잘못됐다. “이 모든 현상의 이면에선 직장여성이 증가하면서 온갖 직종에서 임금평등을 위해 노력하는 추세가 진행된다”고 하버드대 심리학자 낸시 에트코프가 말했다. “따라서 우리는 [이 외모의 저주가] 얼마나 우리를 계속 따라다니며 괴롭히는지 알고 놀라게 된다.”
40년 전 여권운동가들이 1968년 미스 아메리카 선발대회장 앞에서 ‘자유의 쓰레기통’에 자신들의 브라를 던져 넣었을 때 시위 주최측의 표현을 빌리자면 여성이 “어처구니없는 미의 기준에 노예가 됐다”는 데 항의하려는 목적이었다. 당시에는 직장에 다니는 여성이 여전히 극소수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들은 일할 때나 놀 때나 가슴 풍만한 비서(단순히 사무실의 장식품)의 역할에 만족해야 한다는 생각을 거부했다. 10년 뒤 여성이 대거 취업전선에 뛰어들 때 그들의 상징적인 복장은 박스형 정장이었지 뷔스티에(어깨와 팔을 드러내고 몸에 달라붙는 상의)가 아니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직장 여성은 ‘평등’을 달성했다(또는 그렇게 믿게 됐다). 그들은 직장의 주류를 이루고 가정의 주요 소득원이 됐으며 따라서 사무실에서든 해변에서든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감춰야 할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직장 이외의 환경에서는 독립적이면서도 여성적인 이상을 받아들일지 모르지만 직장에선 분명 그렇지 않다. 조사결과를 보면 비서 같은 하위직에서 매력 없는 여성은 여전히 불이익을 당하는 반면 전통적으로 남성이 지배하는 고위직 분야에서 활동하는 미모의 여성들은 이른바 ‘빔보 효과(bimbo effect)’의 대상이 되기 십상이다. 말하자면 너무 여성적이고 지성이 부족하며 그러니까 결국 능력도 떨어진다고 간주된다는 얘기다. 남성뿐 아니라 같은 여성 동료들도 그렇게 본다.
설상가상으로 젊은 직장인들이 더 기술에 밝고 인건비가 적게 들고 뭐랄까, 보기에도 즐거운 문화 속에서 노화라는 또 다른 수수께끼도 있다. 뉴스위크 설문조사에서 유능하지만 눈에 띄게 나이가 들어 보이는 지원자는 일부 고용주를 주저하게 만든다는 응답자가 84%에 달했다. 그리고 연령차별은 남성도 예외가 아니지만 여성들이 더 큰 영향을 받는다. 로드의 말마따나 은발과 이마의 주름살은 중년 남성을 ‘품위’ 있어 보이게 만들지만 중년 여성은 젊어 보이려 애쓰다가 따돌림 당하거나 놀림감이 될 위험성이 크다. “이런 이중기준 탓에 여성은 끊임없이 자신의 외모를 걱정할 뿐 아니라 걱정하는 자신을 또 자책하게 된다.”
아름다움의 추구는 수세기를 거슬러 올라가는 집착일지 모르지만 요즘의 현실은 추하기까지 하다. 외모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더 커졌다. 우리가 어떤 사람과 함께 일하느냐뿐 아니라 우리가 애당초 일자리를 얻느냐까지 외모가 좌우한다.
번역·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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