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원조 삼키고 세계로 간다
▎정우현 미스터피자 회장. 사진:정치호 기자
미스터피자는 최근 일본 미스터피자 상표권을 획득했다. 원조인 일본 미스터피자는 창업주가 한 도시락체인점에 회사를 매각하면서 쇠락의 길을 걸었다. 그 결과 일본에서 미스터피자라는 상표는 허공에 뜬 상태가 됐다.
올해 초 이 소식을 접한 정우현(62) 회장은 지난 7월 일본 상표권 등록말소 소송을 제기했다. 아울러 한국 미스터피자를 권리자로 한 새 미스터피자 상표 등록을 신청했다. 이 소송이 통과되고 새 상표가 등록돼 9월 30일 미스터피자는 완전한 순수 토종 브랜드가 됐다. 한국 미스터피자가 1990년 일본 미스터피자와 기술제휴로 이대점 1호점을 오픈하며 사업을 시작했으니 20년 만에 원조를 삼킨 셈이다. 정 회장은 일본을 뺀 전 세계 사업권을 사들였다.
정 회장은 “일단 기분이 좋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제 세계 어디서든 한국식 피자로 로열티를 받는 회사로 거듭나는 계기가 됐다고 믿기 때문이다. 몇주 전 신라호텔에서 일본 사업과 관련해 미팅도 가졌다. 이르면 일본에도 2011년 상반기 이내에 안테나 숍을 론칭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시장조사 및 상권분석팀을 구성할 예정이다.
일본에서 한 번 실패한 미스터피자가 일본 땅에서 재기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정 회장은 확고했다. 그는 “일본에서는 창업주가 회사를 어느 정도 키워 팔기를 원했다”며 “자기가 만들었지만 보석인 줄 몰라 실패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일본에 내년 상반기 안테나숍 론칭정우현 회장은 20년 전을 떠올렸다. “그 당시 ‘미스터피자는 된다’라는 확신이 틀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 동대문 평화시장에서 천일상사라는 의류 도매업체를 운영며 ‘동대문 거상’이라고 불릴 정도로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점차 의류도매업 환경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의료도매업과 달리 재고가 없고 외상이 없으면서도 마진이 높은 사업을 찾고 싶었다. 결국 외식업에 관심을 가진 그는 경양식집을 운영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미스터피자의 창업주 호소카와 요시키(細川吉樹)가 그를 찾아왔다. 그는 한국의 파트너를 찾던 중이었다. 정 회장은 그가 보여준 수타피자의 맛에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정 회장은 “지금도 피자 프랜차이즈 중 수타피자를 선보이는 것은 우리 뿐”이라고 말했다. 피자헛, 도미노피자 등 다국적 프랜차이즈에 맞서는 경쟁이 쉽지 않았지만 시식행사를 통해 수타피자의 매력을 보여주면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지난해에는 점포 수 등에서도 이들을 앞질렀다. 미스터피자 측은 “소비자 매출은 지난해 4300억원을 기록했고 올해 5200억원을 예상하며, 점포당 매출과 점포 수가 가장 많아 미스터피자가 국내 피자업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브랜드인 피자헛과 도미노피자 등을 앞선 브랜드가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미스터피자의 성공 요인은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맛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미스터피자는 기존 피자 가격보다 약 40~50% 고가인 프리미엄 피자 비중에 집중하고 있어 가맹점의 마진을 약 20~30% 정도 높이고 있다. 이 때문에 경쟁자에 비해 더 많은 점포 수를 확보할 수 있었다. 또 여성 고객을 타깃으로 꾸준히 마케팅한 점도 주효했다.
매장 수에서 글로벌 브랜드 앞서미스터피자 측은 “한국 피자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것은 사실이나 회사에서는 450여 개 이상의 한국 내 추가 오픈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피자의 틈새시장 확보 및 세컨드 브랜드 등을 통한 사업 확장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스터피자는 사업의 다각화를 위해 2006년 이탈리안 뷔페레스토랑 ‘제시카키친’을 오픈해 현재 4개 매장을, 2008년에는 수제머핀 전문점 ‘마노핀G카페’를 오픈해 현재 7개 점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미스터피자는 10년 전부터 해외시장을 노크했다. 중국 베이징에 현지법인을 설립했고, 현재는 19개의 매장(직영 12개, 가맹 7개)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법인의 매출액은 120억원. 중국 최고의 음식평가사인 다중뎬핑(大衆点坪)에서 선정한 50대 외식 브랜드에 글로벌 피자 업체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5년 내 중국에서 600개 이상의 매장을 여는 것이 목표다.
정 회장은 중국 시장 진출 속도와 관련해 “10년이란 기간에 비해 작은 성과가 아니냐는 사람도 있지만 모래성을 쌓고 싶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중국 등 특히 해외에서는 빠르게 매장을 확장해 나가는 것보다 모든 인프라 구축 및 브랜드 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 수준에서 매장 확장을 전개해 나가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미스터피자 측은 “현재 중국 내 프랜차이즈 문의가 빗발치고 있으나 충분히 준비가 되었다고 판단될 경우 적극적인 가맹사업 등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스터피자는 한국에서도 물류센터 등을 정비하는 데 6년여의 시간을 투자한 바 있다.
그는 중국 등 해외시장에서의 순조로운 성장을 위해 상장이라는 수단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홍콩에 중국 및 동남아시아 등을 관장하는 홀딩 컴퍼니 설립 후 향후 홍콩 증시에 상장할 예정이다. 미스터피자는 지난해 코스닥 시장에 기업을 공개한 뒤 올해 이민주 에이티넘파트너스 회장으로부터 200억원을 투자 받으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민주 회장은 2008년 케이블방송 C&M 매각으로 1조원이 넘는 현금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정 회장은 “이민주 회장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회장이 우리의 성장성을 높이 평가하지 않았다면 투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과 이 회장은 ‘미스터 피자가 해외에서 로열티를 받아올 만한 회사’라는 데 생각을 함께했다. 해외시장에서 상장할 잠재력이 크다는 생각이었다.
정 회장은 “사실 중국에서 아직 한계를 생각지 않고 매장을 최대한 늘리고 싶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미스터피자로 피자왕을 꿈꾼다. 그는 “굳이 ‘프랑스 최고의 지성’으로 불리는 자크 아탈리의 말을 인용하지 않아도 피자가 얼마나 세계적인 음식이냐”고 말했다. “미래의 인류가 공통적으로 먹을 음식은 피자라고 생각한다. 피자 위에는 사람들이 나름대로 먹고 싶은 재료를 넣을 수가 있다.”
임성은 기자 lseco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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