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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휴가 때 어떤 영화를 볼까

겨울휴가 때 어떤 영화를 볼까

요즘 같은 시기에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겠다고 시내까지 나갈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시즌에 맞춰 개봉되는 영화를 보러 나간다면 또 몰라도 말이다. 뉴스위크는 독자들이

취향에 맞지 않는 영화를 선택해 낭비하게 될 돈을 아껴 더 중요한 일(예를 들면 식료품

구입)에 쓰도록 도움을 주어 왔다. 올 크리스마스 시즌 영화 안내는 다른 어느 때보다

더 독자의 편의를 고려해 만들었다. 기사 제목만 봐도 자신의 취향에 맞는지 구분이

가능하다. 물론 기사 전체를 읽는다면 더 도움이 된다.



THE ONE...

Ballet Movie Even

Straight Guys Might Like
남자들도 좋아할 발레 영화

[‘블랙 스완(BLACK SWAN)’ 12월 3일(미국 개봉)]

CARYN JAMES 기자

대런 애로노프스키 감독이 제작한 어두우면서도 매혹적인 분위기의 영화. 크리스마스 시즌만 되면 쏟아져 나오는 다양한 버전의 감미로운 ‘호두까기 인형’을 싫어하는 사람에겐 더 없이 좋은 작품이다. 강박적으로 발레에 매달리는 발레리나 니나(나탈리 포트만)가 ‘백조의 호수’의 새 여주인공으로 발탁된다. 무대 위에선 언제나 우아하지만 평소에는 태엽이 잔뜩 감긴 뮤직박스의 인형처럼 긴장되고 신경이 곤두서 있다. 음식을 먹고 난 뒤 화장실에 가서 토해내고, 피투성이가 된 발을 돌보고, 성적 환상이나 과대망상에 빠지기도 한다. 한마디로 히치콕의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신경증 환자들을 연상시킨다. 이 영화는 발레라는 주제에 섹스 스릴러의 분위기를 절묘하게 혼합한 작품이다.

아름다운 차이콥스키의 음악과 화려한 발레복들도 영화의 재미를 더해준다. 또 어린 소년처럼 비쩍 마른 포트만은 발레 연기 때문에 강훈련을 받았다고 알려졌다(그러나 그녀가 춤추는 장면 중 발까지 비춰주는 장면은 거의 없다). 하지만 이 작품을 두드러지게 만드는 요소는 노골적인 성(性) 표현과 영화 ‘식스 센스’를 연상시키는 스토리다. 뱅상 캐슬은 조지 발랑신(뉴욕 시티 발레단의 안무가) 스타일의 노련한 예술감독 토머스 역을 맡았다. 토머스는 자신의 작품에 출연하는 발레리나들을 유혹해서 사귀다 차버리기로 유명하다. 위노나 라이더가 가장 최근에 그에게 버림을 받은 여인으로 나온다. 그는 니나를 자극해 (자신과 함께가 아니라) 그녀 스스로 관능에 눈뜨도록 만든다. 백조와 흑조의 양면성을 보여줘야 하는 그녀의 역할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서다. 니나는 착하고 우아한 백조 역에는 안성맞춤이다. 하지만 관능적이고 사악한 흑조의 본성을 제대로 표현해내지 못한다면 그 역할을 라이벌 릴리(밀라 쿠니스)에게 빼앗길지도 모른다. 애로노프스키는 관객을 교묘하게 유도해 니나의 입장에 서서 생각하도록 만든다. 관객은 ‘릴리가 정말 그녀를 스토킹하지는 않을까?’, 또 ‘발레리나로 성공하려는 꿈을 이루지 못한 니나의 억압적인 어머니(바버라 허시)를 다른 사람들도 알까?’라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포트만과 쿠니스의 동성애 섹스신은 이미 유명하다[R등급(부모나 성인 보호자를 동반하지 않은 17세 이하 관람불가)에 맞게 수위가 조절됐는데도 그렇다]. 하지만 이 섹스 장면이 실제 상황인지, 혹은 흑조의 연기를 떠올리는 니나의 상상 속에서 일어난 일인지는 분명치 않다. 예술적인 측면에서 보면 어느 쪽이든 상관없지 않은가?

환각적인 영상의 ‘레퀴엠’부터 거친 링에서 영욕의 세월을 보낸 레슬러 이야기 ‘더 레슬러’,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 ‘울버린’까지 애로노프스키의 작품은 늘 싸구려 소설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블랙 스완’은 종반부에 접어들면서 초자연적인 경향으로 기울긴 하지만(인간의 몸에서 백조의 깃털이 돋아난다고?) 상식의 한계를 벗어나진 않는다. 유혈이 낭자하고 무시무시한 클라이맥스(마이크 파웰 감독의 1948년작 발레 영화 ‘분홍신’에 보내는 경의가 담긴 듯하다)의 대담성이 인상적이다.



THE ONE...

Not to Take

a Date To
애인을 데려가면 후회할 걸!

[‘블루 발렌타인 (BLUE VALENTINE)’ 12월 31일]

DAVID ANSEN 기자

‘블루 발렌타인’은 중반에 가슴 저미게 슬픈 변화가 일어난다. 대학을 중퇴한 딘(라이언 고슬링)은 다정하고 상냥하지만 무능력해 이삿짐 센터 일꾼으로 살아간다. 반면 신디(미셸 윌리엄스)는 좀 더 현실적이고 야망이 크며(의사가 되고 싶어한다) 쓰라린 연애 경험이 많아 남자를 경계한다. 우리는 두 사람이 사랑을 키워가는 모습을 본다. 그들은 브루클린의 밤거리를 쏘다니며 데이트를 한다. 어느 불 켜진 상점 앞에서 딘은 조그만 기타를 연주하며 신디에게 사랑 노래를 불러준다. 그의 목소리에 담긴 열정에 감동한 그녀는 그 앞에서 춤추기 시작한다. 섹시하면서도 어딘지 어색해 보이는 모습이 귀엽다. 사랑의 달콤함과 미래의 약속이 담긴 아름답고 자연스러운 순간이다.

다음 순간 영화는 갑자기 현재로 돌아온다. 딘과 신디(두 사람 사이에는 딸이 있고 결혼생활이 행복하지 않다)는 러브호텔의 ‘미래의 방’(금속 인테리어가 섬뜩하다)에 투숙한다. 아직 사랑의 희망을 버리지 않은 딘(전에 비해 살이 찌고 머리가 벗겨졌다)은 내켜 하지 않는 아내와 예전처럼 달콤한 사랑을 나누려 하지만 헛수고다. 그녀는 딘의 지나친 음주와 성취욕이라곤 없는 그의 인생관에 질릴 대로 질렸다. 예전과 지금의 대조적인 상황이 가슴 아프다.

식어버린 사랑을 지켜보기가 고통스럽다. 이 영화의 감독이자 시나리오를 공동 집필한 데렉 시안프랑스가 의도한 바다. 개인의 성적·감성적 측면을 깊이 파고드는 이 작품은 주인공 커플의 결혼생활이 불행하게 끝나가는 지점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이들의 현재 일상(디지털 카메라로 촬영된 이 장면들은 폐소공포증을 일으킬 듯 정적이고 답답한 느낌을 준다)과 사랑의 희망이 가득했던 지난 시절(16mm 소형 카메라로 촬영됐다)을 오락가락하며 보여준다. 이 반복되는 대조는 가슴을 아프게 하지만 문제가 있다. 똑같은 메시지를 지겨울 정도로 반복해 관객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럼에도 영화에 빠져들게 되는 이유는 윌리엄스와 고슬링의 훌륭한 연기 덕분이다. 두 사람 다 매 순간 진솔한 감정을 토해낸다. 고슬링은 격렬하고 충동적인 딘의 성격을 잘 표현했다. 그의 격렬한 감정이 극에 달하는 병원(신디가 간호사로 일하는 병원) 장면에서는 무시무시하기까지 하다. 윌리엄스의 연기도 결코 그에 뒤지지 않는다. 신디가 뱃속의 아이를 유산하지 않기로 결심하는 순간(딘은 그녀가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녀와 결혼한다) 그녀의 얼굴에 나타나는 고뇌는 전율이 느껴질 만큼 감동적이다.

자극적이면서도 허탈감을 주는 이 영화(존 카사베츠 감독의 영향을 받은 흔적이 역력하다)에서 실망스러운 점은 인상적이고 감동적인 많은 장면이 하나의 일관된 흐름을 이루지 못 한다는 사실이다. 그저 고슬링과 윌리엄스의 연기를 감상한다는 생각으로 보면 좋을 영화다. 단, 애인과 함께 가지 않는 편이 좋을 듯하다.



THE ONE...

For Tea Party Members
만약 당신이 보수주의자라면…

[‘카지노 잭 (CASINO JACK)’ 12월 17일]

CARYN JAMES 기자

잭 애브라모프는 실존인물로 한때 워싱턴 정가에서 이름을 날리던 로비스트였다. 하지만 그는 인디언 부족에게 사기 치고 공직자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교도소 신세를 졌다. 조지 히켄루퍼 감독은 코믹 연기에 특별한 재능을 지닌 케빈 스페이시를 주인공으로 애브라모프의 이야기를 영화화했다. 사실에 바탕을 둔 이 풍자 영화는 야망 앞에 도덕성을 저버린 책략가를 희화화했다.

애브라모프는 뛰어난 언변과 활력 넘치는 행동으로 의회 의원들에게 호감을 사고 해외여행 등의 향응을 제공한다. 그리면서 마리아나 제도의 노동자 착취 공장들이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그들을 설득한다.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이면서도 자신은 전혀 웃지 않는 스페이시의 연기는 애브라모프의 모순성을 부각시킨다. 유대 전통을 철저히 따르는 애브라모프는 종파를 초월한 한 성서 공부 모임에서 이렇게 말한다. “성서 시대에는 세금이 20% 이상 오른 적이 없다. 오래된 경제 정책이지만 모세에게 좋았다면 우리에게도 좋지 않겠는가?”

히켄루퍼는 지난 10월 4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 뜻밖에 그의 유작이 된 ‘카지노 잭’은 그가 감독 활동 내내 열정을 쏟았던 주제를 반영한다. 그는 실존인물(주로 예술가)들의 특이한 면에 애정어린 호기심을 보였다. 영화 ‘지옥의 묵시록’(1979)의 제작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어둠의 심연(Hearts of Darkness)’은 고통스러운 창작의 과정과 극단적인 상황을 마다하지 않는 영화제작 현장을 생생히 보여준다. 영화 ‘팩토리 걸’에서는 시에나 밀러가 팝 아티스트 앤디 워홀의 작품에 자주 등장했으며 그의 연인이기도 했던 에디 세즈윅을 연기했다. 히켄루퍼는 처음에 애브라모프의 노련한 사기꾼다운 면모에 주목했다. 그는 감옥에 복역 중인 애브라모프를 찾아갔을 때 그가 로널드 레이건 전 미 대통령 흉내내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히켄루퍼가 애브라모프를 “무척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말한 이유는 그 때문인 듯하다.

애브라모프는 톰 딜레이 전 하원 공화당 원내총무 등 공화당 인사들과 가까이 지냈지만 이 영화는 부패가 만연한 정부를 정면 공격한다. 히켄루퍼는 워싱턴 정가에 교활한 사기꾼들이 득실댄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애브라모프의 제국(배리 페퍼는 애브라모프보다 더 비열한 그의 동료로 나온다)이 그 추잡함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무너질 때 그 사기꾼들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히켄루퍼의 작품에서는 활기찬 스토리 전개를 기대하기 힘들다. ‘카지노 잭’도 스페이시가 나오지 않는 부분에선 맥이 빠진다. 특히 풍자만화에 나오는 인물 같은 악당들(존 로비츠가 변호사 자격을 박탈당한 악당으로 나온다)이 애브라모프의 카지노 선박 인수를 돕는 장면이 그렇다. 하지만 우스꽝스러운 순간을 포착하는 히켄루퍼의 감각은 뛰어나다. 이런 측면에서 영화계는 천재적 감독을 한 명 또 잃은 셈이다.



THE ONE...

If Javier Bardem Makes You

Want to Weep
진한 감동과 슬픔의 영화

[‘비우티풀 (BIUTIFUL)’ 12월 29일]

CARYN JAMES 기자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바벨’과 ‘21그램’의 감독)와 하비에르 바르뎀(‘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에서 보여준 매혹적인 모습이 아니라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 ‘씨 인사이드’의 어두운 캐릭터를 생각해 보라)이 만났다는 사실만으로도 유쾌한 영화는 아니리라고 짐작이 간다. 하지만 깊은 감동을 주는 ‘비우티풀’에서 두 사람의 공동작업은 빛을 발한다.

우시발(바르뎀)은 바르셀로나의 지저분한 뒷골목에서 근근이 살아가는 잔챙이 범죄자다. 죽은 지 얼마 안 되는 사람과 의사소통을 하는 능력으로 가욋돈을 벌 때도 있다. 어린 자녀 두 명이 있고[영화 제목 ‘비우티풀(BIUTIFUL)’은 그의 딸이 ‘BEAUTIFUL’을 잘못 표기한 데서 따왔다], 전처는 조울증에 걸렸다. 안 그래도 험난한 인생을 살아온 그에게 설상가상으로 치료 가망이 없는 전립선암이라는 진단이 내려진다. 우시발이 자신의 죽음 뒤 남겨질 아이들이 살아갈 방도를 찾는 대목에서 바르뎀의 섬세하고 절제된 연기는 가슴 미어지게 슬프면서도 감상에 치우치지 않는다. 이냐리투 특유의 복잡한 플롯은 이 영화에선 약간 지나친 듯 보이지만 이승에서 저승을 넘나드는 우시발의 쓰라린 경험은 볼만한 가치가 있다.



THE ONE...

If You Need to Brush Up

on Your Shakespeare
셰익스피어를

다시 공부하고 싶다


[‘템피스트 (THE TEMPEST)’12월 10일]

JEREMY MCCARTER 기자

예술작품에서 소재의 재활용은 실용적일 뿐 아니라 특별한 재미도 준다. 줄리 테이머 감독은 최근 장르를 넘나드는 리메이크 작업에서 누구보다 두드러진 활약을 보여 왔다. 1997년에는 엘턴 존의 음악을 배경으로 한 디즈니의 만화영화 ‘라이언 킹’을 소재로 뮤지컬을 제작해 화제를 낳았다. 인형극과 아프리카 가면을 이용한 이 뮤지컬은 1990년대의 가장 혁신적이고 만족스러운 작품으로 인정받았다. 그 후 테이머는 3편의 영화를 제작했는데 모두 세상에 널리 알려진 유명한 작품을 차용하거나, 거기서 영감을 얻은 작품들이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바탕으로 한 ‘타이터스’와 프리다 칼로의 그림에서 영감을 얻은 ‘프리다’(칼로의 전기 영화), 그리고 비틀스의 노래를 바탕으로 한 뮤지컬 영화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다.

이 영화들은 전반적으로 성공적인 작품으로 평가받진 못했다. (연극이나 뮤지컬) 무대에서는 기막힌 장관을 곧잘 연출하던 테이머의 솜씨가 영화 화면에서는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는 듯했다. 하지만 세 작품 모두 나름대로 흥미로운 측면이 있다. 그녀의 연출로 원작이 새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일례로 난 테이머의 영화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를 본 뒤 비틀스의 노래 ‘All My Loving’이 이전보다 더 좋아졌다(테이머의 영화 속에서는 젊은 연인들이 헤어지기 전에 이 노래를 다정한 목소리로 서로에게 불러준다).

영화 ‘템피스트’는 오래된 술을 멋진 새 병에 담으려는 테이머의 노력이 만들어낸 가장 최근의 작품이다. 셰익스피어의 희극 ‘템피스트’는 이전에도 영화화된 적이 있지만 테이머의 해석은 색다르다. 동생의 배신으로 공작의 지위를 잃은 극중 인물 프로스페로(미란다의 아버지이기도 하다)는 테이머의 영화 속에선 프로스페라라는 공작 부인이 된다. 성별이 바뀌다 보니 등장인물들이 마법에 관해 주고받는 대사에도 약간의 변화가 있다. 등장인물의 성별 전환 자체가 그다지 신선한 느낌을 주진 못하지만, 덕분에 이 역을 맡은 헬렌 미렌의 침착하고도 당당한 연기를 보는 재미는 쏠쏠하다. (이 밖에도 주정뱅이 트린큘로 역의 러셀 브랜드와 알론소 공작 역의 데이비드 스트래선 등 쟁쟁한 배우들이 등장한다.)

테이머가 이야기 속의 마법을 표현하려고 연출한 장면들은 장관이다. 하지만 프로스페라의 적들이 탄 배를 좌초시키는 사나운 폭풍우 장면을 제외하곤 특수효과가 이야기 전개에 별 도움이 안 된다. 테이머의 영화를 보면 극중 인물 프로스페로와 셰익스피어 사이에 유사한 점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두 사람 다 자신이 해오던 일을 그만둘 생각을 할 만큼 나이가 들었다(셰익스피어는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붓을 꺾었다). 또 셰익스피어의 대사는 그 자체로 마법의 주문과 같다. 빈 무대 위에 순식간에 환상적인 섬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불러낸다. 마치 프로스페로가 툭하면 요정 에어리얼을 불러내듯 말이다. 셰익스피어의 언어가 지닌 위대한 힘 앞에서는 테이머 같은 재능있는 감독의 뛰어난 영화 기교도 서툰 마술처럼 보일 뿐이다.



THE ONE...

To Cure Commitment-Phobia
결혼 생활의 두려움을 치료해준다

[‘어나더 이어 (ANOTHER YEAR)’ 12월 29일]

JENNIE YABROFF 기자

톰과 제리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산다. 이 말을 듣고 뭐가 대수냐며 어깨를 으쓱하는가, 아니면 어이없다며 쓴웃음을 짓는가? 그 반응에 따라 이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아주 놀라운 영화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예상해 볼 수 있다.

영국의 교외 지역에 사는 한 부부가 살아가는 모습을 한 해 동안 조명한 마이크 리 감독의 ‘어나더 이어’에선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동네 텃밭을 일구고, 독신으로 사는 불행한 친구들을 위로하고, 다 큰 아들을 걱정하고, 출근했다가 돌아와 저녁을 짓는다. 1년이 지나는 동안 사람들이 태어나고 죽지만 그건 작품 구성의 중심이 아니다.

리가 감독한 영화에 단골로 나오는 짐 브로드벤트, 레슬리 맨빌, 루스 신의 멋진 연기를 제외하면 이 영화는 보여주지 않는 부분 때문에 마음에 남는다. 오랜 부부 관계를 다루는 대다수 영화(연극과 책도 마찬가지다)는 그런 관계의 지속이 쓰라린 대가를 치르고 이뤄진다고 가정한다. 예를 들어 외도, 음주벽, 정열 쇠퇴를 두고 타협이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그 문제의 부부는 서로의 기대치를 낮추고 그럭저럭 결혼생활을 유지하려고 최선을 다한다. 대개는 결혼이 마치 흔들리는 땅에 허술하게 지어져 외부의 공격과 내부의 격동에 취약한 집처럼 느껴진다. 결혼해서 행복하게 산다고 주장하는 등장인물은 우리에게 거짓말을 하거나 자신을 속이거나 신혼 부부를 속인다.

하지만 이 영화에선 놀랍게도 톰과 제리가 진정으로 서로를 좋아하는 듯하다. 그들 자신은 운이 좋다는 사실을 안다. 그러면서도 서로 간의 관계를 다지기보다 텃밭 가꾸기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사실 그들의 결혼 생활을 말하는 영화도 아니다. 줄거리는 제리의 불행한 친구 메리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메리는 톰과 제리의 아들에게 욕정을 품는다. 그 아들은 그녀보다 20년 이상 연하이며 메리에겐 전혀 관심이 없다. 리 감독이 밀착 관찰한 결혼 생활을 그려내면서도 기본적으로 그런 일을 당연시하고 다른 곳에서 극적 요소를 찾는 방식은 상당히 급진적이다. 톰과 제리 같은 결혼 생활이 은막에 좀 더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인다. 드물지만 현실에서도 몇 건 찾아볼 수 있기를 기대하게 된다.



THE ONE...

For Grown-Up Jim Carrey Fans
짐 캐리의 성인 팬이라면…

[‘필립 모리스 (I LOVE YOU PHILLIP MORRIS)’ 12월 3일 ]

JENNIE YABROFF 기자

그렇다. 짐 캐리는 놀라울 정도로 훌륭한 배우다. 아니다. 그가 좀 더 자주 훌륭한 연기를 보이지 못하는 이유를 우리는 모른다. 그의 연기가 ‘필립 모리스’를 꼭 봐야 할 이유가 될까? 반드시 그렇진 않다.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 하려고 네 차례나 탈옥한 텍사스의 한 동성애자 사기꾼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하지만 경쾌한 익살극인지 진지한 인물 탐구인지 헷갈린다. 스티븐 러셀(짐 캐리)이 그토록 뛰어난 거짓말쟁이라는 사실 때문에 터무니없는 이름을 가진 필립 모리스(이완 맥그리거)와 그의 동성애 로맨스가 미덥지 않게 느껴진다. 모리스는 약간 멍청하지만 다정다감한 동료 죄수다. 그러다가 러셀은 다른 교도소로 이송돼 모리스와 떨어지게 되자 탈옥한다. 그런 다음 변호사로 가장해 모리스를 석방시킨다. 감옥에 다시 갇힌 러셀은 모리스와 재회하려고 말도 안 되는 술책을 꾸민다. 하지만 그가 모리스를 진정으로 사랑할까 아니면 사법부를 교묘히 따돌리는 재미를 좋아할까(실제 러셀은 144년 징역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다)? 이 영화는 모든 게 사실이라고 우김으로써 관객이 믿기 어려운 점을 간과해주길 원한다. 물론 우리는 믿는다. 다만 관심이 없을 뿐이다.



THE ONE...

If You Have a Famous Parent
유명인사를

부모로 뒀다고?

[‘썸웨어 (SOMEWHERE)’ 12월 22일]

DAVID ANSEN 기자

소피아 코폴라 감독이 가장 좋아하는 무대(호텔)와 집착하는 주제(유명인사들의 표류)로 다시 돌아왔다. 가장 먼저 그녀가 감독한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에선 세계를 누비는 배우(빌 머레이가 연기했다)가 도쿄의 파크 하이야트 호텔에서 낯선 문화와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겪었다. 그 다음 코폴라는 마리 앙투아네트를 18세기 최고 호텔인 베르사유궁의 방대한 공간과 기계적인 격식에서 길을 잃은 10대 팝스타로 변모시켰다. 단호히 절제된 새 영화 ‘썸웨어’의 초점은 자니 마코(스티븐 도프)다. 이혼했고, 삶의 방향도 없고, 부자지만 집이 없는 영화배우로 LA의 최신 유행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찾는 샤토 마몽에 살며 팔목 골절에서 회복하는 중이다. 자니는 쌍둥이 스트립댄서가 그를 성적으로 자극하려는 동안 인사불성이 돼 침대 위에 축 널브러진다. 마몽 호텔 수영장에서 떠돌고, 자아가 있어야 할 빈 곳을 채우려고 강박적으로 섹스를 이용한다. 잘 생겼고, 신경을 쓰면 매력도 약간 있지만 보통은 고약하다. 다른 사람이 그런 점에 주목하진 않는다. 그는 유명한 배우이기 때문이다. 그는 영화 일에도 열정이 없다. 하지만 다른 모든 사람들은 그 앞에서 지나친 열정을 보인다. 홍보 담당은 그를 사진기자들 앞에 세우고 이탈리아의 기자들은 밀라노의 호텔 로비에서 그를 인터뷰한다.

연예계의 사소한 부조리도 날카로운 시각으로 관찰하는 소피아 코폴라 감독(프랜시스 코폴라의 딸로 어려서부터 연예계의 분위기를 잘 안다)은 자신이 원하는 방식 그대로 영화를 만들 권리를 얻었다. 이 영화는 지금까지 나온 그녀의 영화 중 가장 미니멀리즘적이고 유럽화된 작품이다. 피상적이고 무의미한 대화만으로 오랜 시간이 지나간다. 코폴라 감독은 사건이 아니라 사건들 사이의 공간에 관심이 있다. 굳이 줄거리라고 하자면 자니의 열한 살 난 딸 클리오(엘 패닝이 연기한다)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조숙하고 자가발전하는 매력적인 아이로 늘 곁에 없는 아버지에게 정서적인 위안을 바라선 안 된다는 사실을 잘 안다. 어머니는 설명 없는 이유로 무기한 아버지와 별거한다. 그녀는 자니에게 여름 캠프가 시작될 때까지 클리오를 돌봐달라고 한다. 이 영화에서 가장 쾌활한 인물인 패닝은 코폴라 감독의 대리자인 듯하다. 하지만 코폴라의 초점은 영화의 중심에 있는 빈 껍질에 고정돼 있다. 그게 문제다. 게다가 유명인사의 공허함을 폭로하는 일이 참신하지도 않다. 자니가 속 빈 사람이라는 사실은 처음부터 명확하다. 카리스마가 부족한 스티븐 도프에게 주인공을 맡긴 사실이 코폴라 감독의 논지를 보강해줄진 모른다. 하지만 극적으로는 너무도 자멸적이다. 도대체 그럴만한 내용이 없는 데 자니를 어떻게 동정하란 말인가?



THE ONE...

If Your Favorite Film Is ‘The Great Escape’
‘대탈주’를

다시 떠올린다


[‘더 웨이 백 (THE WAY BACK)’ 12월 29일]

JENNIE YABROFF 기자

시베리아의 강제수용소를 탈출해 걸어서 인도에 도착한 사람들의 진짜 같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면 당연히 감정적으로 진을 빼놓으리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 영화는 잔잔하고 거의 즐겁게 느껴진다. 너무도 도발을 자제해 공감을 일으키지 못한다. 눈보라 속에서 소련의 감옥을 탈출한 일단의 죄수는 자연이 주는 극심한 고통을 모두 겪는다. 칼바람 몰아치는 러시아의 산꼭대기에서 벌벌 떨거나 굶주리고, 몽골의 사막에서 셔츠와 동물 가죽으로 만든 머리 쓰개 차림으로 탈수증에 시달리며 환각 상태에 빠진다. ‘지저분한 죄수 일곱 명과 다음 한 시간 반을 더 보내야 하나?’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할 바로 그때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요정 같은 소녀가 숲에서 나와 그들의 피투성이 발을 치료해주고 러시아 민요를 불러준다. 콜린 파렐은 가슴에 레닌과 스탈린을 문신으로 새긴 잔혹한 도둑으로 한껏 재미를 보는 듯하다. 반면 에드 해리스를 포함한 나머지 배우들은 너무도 진지하다. 하지만 관객은 그렇게 느끼지 못한다.



THE ONE...

Where You Cried at the Trailer
감상적이지 않지만

가슴 찡한 영화의 백미


[‘래빗 홀 (RABBIT HOLE)’ 12월 17일]

DAVID ANSEN 기자

자식을 잃는 일보다 더 원초적인 고통이 있을까? 아무튼 그런 부모를 다루는 콘텐트가 문화사업의 주요 상품이 됐다. 아이들의 때이른 죽음 이야기로 우리의 눈물샘을 공격한 TV 드라마, 책, 연극, 영화는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이제 ‘래빗 홀’에서 우리는 또 다시 그런 부모를 만난다. 베카(니콜 키드먼)와 하우이 코벳(에어런 에크하트) 부부는 남부럽지 않게 행복한 생활을 하던 중 어느 날 네 살짜리 아들 대니를 교통사고로 잃는다. 그 뒤 8개월 만에 코벳 부부의 삶은 산산이 부서진다. 이 영화의 전제가 진부하긴 해도 솔직함과 예리함, 자제된 연출, 그리고 심각한 상황에서 정색하고 던지는 유머는 절대로 진부하지 않다. 데이비드 린지-어베어가 퓰리처상, 토니상을 받은 자신의 연극을 멋지게 각색한 이 영화는 감상(感傷)을 교묘히 피하면서도 여전히 가슴을 쓰라리게 한다.

키드먼이 연기한 베카는 아들을 잃은 슬픔을 분노로 굳힌다. 자식을 잃은 다른 부모들과 함께 받는 집단 치료에 남편과 동행한 베카는 그들의 증언을 들으며 경멸에 차 발끈한다. 어머니(다이앤 웨이스트)와 임신한 동생 이지(태미 블랜처드)가 베카를 위로하려 하지만 단호히 거절한다. 남편 하우이의 노력도 거부한다. 하우이는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그는 덩그런 집에 홀로 앉아 아들을 찍은 옛 비디오를 보며 아들을 기억하려 한다. 하지만 베카는 대니의 옷과 장난감을 내다버리며 잊어버리려 애쓴다. 서로 마주 보지 못하는 그들은 다른 곳에서 은밀한 위안을 찾는다. 베카는 대니를 친 차를 운전한 고등학생(마일스 텔러)에게 빠져든다. 하우이는 집단 치료에서 만난 냉소적인 여자친구(샌드라 오)에게서 위안을 구한다. 그녀는 하우이를 만날 때마다 그 직전에 마리화나를 피운다.

존 캐머런 미첼 감독이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감성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는 사실이 특히 놀랍다. 그의 이전 영화 ‘헤드윅’이나 ‘숏버스’와 완전히 다르다. 자신도 배우인 미첼은 배역들에게서 거의 흠잡을 데 없는 연기를 이끌어낸다. 그는 이런 감정적인 영화에선 감정을 과장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잘 안다. 이 영화는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한다. 회복이 불가능한 손실을 당했을 때 어떻게 살아갈까? 슬픔으로 갈가리 찢어진 부부 사이를 어떻게 복원할까? 이 영화가 제시하는 대답은 잠정적이며 어렵사리 얻어진다. 놀랍진 않지만 옳은 대답인 듯하다.



THE ONE...

That Gives Feel-Good Sports Movies a Good Name
가슴을 후련하게 해줄 스포츠 영화

[‘더 파이터 (THE FIGHTER)’ 12월 10일]

DAVID ANSEN 기자

전설적인 복서 미키 워드의 이야기를 잘 모를수록 이 영화를 보는 재미가 크다. 아니, 그의 재판, 시련, 영광의 승리를 잘 안다고 해도 데이비드 O 러셀 감독(‘쓰리 킹스’)과 호화 배역진이 그 이야기를 전하는 방식에 지루함을 느끼진 않을 듯하다. 영화가 끝나고 나면 흔한 스포츠 영화의 하나라는 생각이 들지 모른다. 하지만 다행히도 실제 이야기를 모른다면 이 한 가족의 이야기가 심리적으로 너무 복잡해 도대체 어떤 결말이 날지 몰라 속을 태우게 된다. 세기의 경기에서 누가 승리할지도 궁금하지만 치열한 정글 같은 워드의 집안에서 누가 다치지 않고 살아남게 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대다수 복싱 영화와 달리 ‘더 파이터’의 가장 잔인한 펀치는 우리의 내면을 강타한다.

이 영화는 미키(마크 월버그)가 세 차례 연속 경기에서 패한 뒤인 1993년 그의 고향 매사추세츠주 노동자 마을 로웰을 무대로 펼쳐진다. 그의 트레이너는 이복형 디키 에클런드(크리스천 베일)이다. 그는 오래전 단 한 번 슈거 레이 레너드를 이겼다는 사실을 자랑으로 삼는다. 미키는 형을 너무 충직하게 따라 경기를 망친다. 야윈 볼에 수다쟁이이며 제어불능인 디키는 마약 중독이다. HBO가 그의 중독을 다큐멘터리로 만든다. 베일의 무자비한 연기가 돋보인다.

그 두 남자의 어머니이자 매니저인 앨리스(멜리사 레오)도 섬뜩한 인삼을 준다. 금발에다 막말이 심하고 줄담배를 피우는 그녀는 디키의 마약 중독을 단호히 부인하고 미키의 새 여자친구 샬린(에이미 애덤스)을 지독히 미워한다. 똑똑하고 강인한 바텐더인 샬린은 앨리스에게 맞설 정도로 강한 유일한 인물이다. 레오는 기존의 이미지를 거의 완전히 버리고 고약한 여자 가장인 앨리스의 역을 멋지게 소화했다. 그녀가 레오인지 알아보기조차 힘들 정도다. 게다가 자매 7명이 이 엉망인 집안에 천박함을 더한다. 그들은 시끄럽게 떠들며 담배 연기를 뿜어내고 집안에 널부러져 심술을 부린다.

드디어 미키는 용기를 내 이런 상호의존적이고 자멸적인 집을 떠난다. 그러면서 드디어 그의 경기가 제대로 풀리기 시작한다. 이복형 디키가 교도소에 수감돼 미키가 그의 그림자에서 벗어나면서 그동안 베일의 눈부신 기교 연기에 가렸던 월버그의 조용하고 주의 깊은 연기의 아름다움이 드러난다. 디키가 출소해서 다시 미키의 트레이너를 맡으려 할 때 관객으로서 그를 말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아진다. 진짜 개과천선했을까 아니면 예전처럼 위험한 인물일까?

이 영화는 러셀 감독의 다섯 번째 작품이다. ‘아이 하트 헉커비스’ 이래 6년 만이다. 늘 그렇듯 그는 같은 방식을 반복하지 않는다. ‘더 파이터’는 다급하고, 사실적이며, 때로는 기괴하게 우스꽝스러운 영화다. 아마도 그가 처음으로 만든 기분 좋은 작품인 듯하다. 하지만 러셀은 너무도 정직하고 예리한 관찰자이기 때문에 그런 긍정적인 이야기를 전하면서도 양면적이고 불안한 뒷맛을 남긴다.



THE ONE...

For ‘Lost’ Fans
‘로스트’의 팬을 위하여

[‘나니아 연대기: 새벽 출정호의 항해 (NARNIA)’ 12월 10일]

RAMIN SETOODEH 기자

C S 루이스가 지은 ‘나니아 연대기’ 제3권 ‘새벽 출정호의 항해’는 아동 문학에서 가장 고약한 문장으로 시작한다. “유스티스 클래런스 스크럽이라는 남자 아이가 있었다. 그는 그렇게 불려야 마땅했다.” 따라서 이 책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는 아주 고약한 루이스의 팬들만이 볼만한 자격이 있을지 모른다. 이 영화가 완전히 형편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기대만큼 신나거나 기억에 남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새벽 출정호’는 험난한 바다에서 3D로 촬영됐기 때문에 멀미약을 챙겨야 할지 모른다. 남매인 루시(조지 헤늘리)와 에드먼드(스칸다 케인즈)는 고약한 사촌 유스티스와 어울린다. 그 세 명은 캐스피언 왕(벤 반스)의 배를 타게 된다. 그는 세계의 끝에 있는 신비의 나라를 찾아간다. 하지만 그 전에 이 영화는 다른 대작들의 방식을 차용한다. 검이 ‘스타워즈’의 광선검처럼 빛나고, 해저 괴물은 ‘타이탄’에 나오는 괴물과 흡사하다. ‘반지의 제왕’처럼 영주들이 나오고 ‘해리 포터’ 같은 잊혀진 주문과 용들이 등장한다. 해변에서 펼쳐지는 마지막 장면(종교적 색채가 강하다)은 드라마 ‘로스트’와 비슷하다. 말하는 사자가 나온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이 영화가 다른 작품의 이미지를 도용했다고 탓하기는 어렵다. 루이스는 ‘해리 포터’를 쓴 J K 롤링이나 ‘스타워즈’를 만든 조지 루카스 감독보다 훨씬 일찍 그런 상상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새벽 출정호’는 어딘가 파생작품처럼 느껴진다. 등장인물도 너무 냉담하다(그 험난하고 높은 파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영화 나니아 연대기 1편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은 틸다 스윈턴이 연기한 사악한 하얀 마녀 제이디스 덕분에 아주 좋았다. 나니아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면 그녀가 우리의 안내자가 돼야 한다.



THE ONE...

If You’re on Unemployment
실직자들의

마음을 읽는다


[‘컴파니 멘 (THE COMPANY MEN)’ 12월 10일]

CARYN JAMES 기자

영화 ‘컴파니 멘’은 경제위기가 개인에게 주는 타격을 있는 그대로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응급실을 다룬 의학 드라마 ‘ER’을 만든 존 웰스 감독은 멜로 드라마의 진수를 안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 일자리를 잃은 임원 세 명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정리해고는 안락한 중산층으로 살아가던 그들의 삶을 완전히 뒤엎는다. 벤 애플릭은 자신감 넘치는 남자다. 가정이 있고, 주택담보 대출을 잘 갚아 나가고, 포르셰를 몬다. 그러다가 직장을 잃고는 늘 자신을 엘리트주의자라고 조롱하는 처남 아래서 건설업자로 일한다. 크리스 쿠퍼는 염세주의자인 취업 상담가로부터 베트남 참전 경력을 이력서에서 삭제하라는 조언을 듣는다. 너무 구시대적 사람으로 비친다는 이유다. 가장 그럴 듯하지 않은 등장인물이 우리의 아픈 부분을 건드린다. 토미 리 존스는 정리해고를 정당화하는 윤리의식에 의심을 갖는 기업체 간부다. 하지만 그런 지극히 이상적인 생각 때문에 쫓겨난다. 웰스 감독은 해피엔딩을 추구한다. 하지만 누구를 조롱하는 걸까? 지금의 경제는 혼란 상태다. 감정적으로 정직한 영화에서 주인공 세 명의 감동적인 연기를 보면서 침체된 크리스마스를 즐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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