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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가 부추기는 ‘신데렐라 공주병’

디즈니가 부추기는 ‘신데렐라 공주병’

요즘 딸 키우는 엄마들의 걱정이 많다. 자아상의 혼란, 우울증, 섭식장애를 딸아이가 어떻게 헤쳐나갈지 난감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영특함만큼이나 미모가 여성의 가치를 결정한다고 가르치는 우리 사회의 문화가 큰 문제다. 페기 오렌스타인은 그 방면의 대가다. 뉴욕타임스지 사회논평가로서 여자아이들의 성장에 관한 글을 수년 동안 썼다. 1994년에 펴냈던 책 ‘여학생: 어린 여성, 자긍심, 그리고 자신감 격차(Schoolgirls: Young Women, Self Esteem, and the Confidence Gap)’는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2007년 자신의 딸에 대해 쓴 책 ‘데이지를 기다리며(Wating for Daisy)’도 그랬다. 그래서 임신할 당시 오렌스타인은 한 가지 걱정거리를 밖으로 드러내지도 못하고 혼자서 끙끙 앓았다. 그녀는 “딸을 낳으면 어쩌나 무척 두려웠다”고 적었다. “여자아이들의 행동에 대해 전문가이긴 하지만 딸아이를 잘 키우지 못하면 어떡하나 겁이 났다.”

오렌스타인이 최근 ‘신데렐라가 내 딸을 먹어치웠어요(Cinderella Ate My Daughter)’라는 책을 냈다. 바로 그런 문제와 씨름한 자신의 경험을 다뤘다. 꼬마 여자아이에게 핑크색 드레스와 모조보석 왕관으로 방을 채우도록 부추기는 요즘 세상에서 행복하고 자신감 넘치는 딸을 키우는 어려움을 그려낸 책이다. 소위 ‘공주병’을 말한다. 어린 딸이 신데렐라부터 침대 시트, 칫솔, 컵, 왕관, 실내 장식, 조그만 웨딩드레스에 푹 빠지는 과정을 말한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초여성성의 메시지도 전한다.

잘 알려졌듯이 공주병은 여자아이들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모범생으로 과학과 수학에서 남학생들을 능가하지만 왕자 같은 멋진 남자친구를 원하고 누가 가장 예쁜 드레스를 가졌는지에 집착한다. 그들은 매스마케팅(mass marketing: 대중판촉)과 미디어를 통해 자신이 강하고, 똑똑하고, 창의적이라는 사실보다는 얼굴과 옷으로 가치가 판단되는 꼬마 공주라는 점을 배운다. 잘 알려진 동화를 보라. 신데렐라, 잠자는 숲속의 공주, 백설공주는 모두 사악하고 추악한 노파와 맞선다. 나이가 곧 끔찍함이라는 메시지 아닌가? 여주인공은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왕자가 자신의 미모(‘머리’가 아니다)에 혹해 자신을 고통에서 구원해주기를 기다린다. ‘인어공주’에서 바다왕국의 공주 에리얼은 생면부지의 왕자로부터 사랑받을 기회를 잡으려고 사악한 마녀에게 자신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저당 잡히고 꼬리지느러미 대신 인간의 다리를 얻는다.

오렌스타인의 딸 데이지(지금 일곱 살이다)는 처음부터 공주병 환자가 아니었다. 데이지는 캘리포니아주 버컬리의 유치원에 처음 등교하던 날 애지중지하는 가는 세로줄 무늬 오버롤(상하의가 붙은 옷)을 입고 ‘토머스와 친구들(성별이 드러나지 않는 캐릭터)’ 그림이 그려진 도시락을 들고 갔다. 하지만 한 달도 못 가 데이지는 엄마가 바지를 입히려 하자 비명을 지르며 ‘진짜 공주 드레스’와 그에 어울리는 플라스틱 하이힐을 사달라고 졸라댔다. 갑자기 오렌스타인에겐 도처에서 공주병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데이지의 급우들은 공주 복장으로 등교했다. 수퍼마켓의 점원은 데이지를 보고 “안녕, 공주님!”이라고 말을 걸었다. 한번은 한 아이의 파티에서 데이지가 남자애들에게 둘러싸인 채 바닥에 누워 ‘왕자’가 와서 자신을 깨워주기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오렌스타인은 마음이 어지러웠다. 주름장식 많은 드레스? 멋진 왕자를 기다리는 모습? 그런 이미지는 시대를 역행하는 역할 모델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긴 쉽지만 그런 개념을 뒷받침할 과학적 논리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오렌스타인은 이런 어린 여자아이들의 문화를 직접 체험해보기로 작심했다. 아이돌 스타 마일리 사이러스의 공연, 어린이 미인대회, 아메리칸 걸 스토어, 완구 박람회 등에서 십대 이전 여자아이들의 세계를 관찰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디즈니랜드에 가 보았다. 디즈니의 공주 상품은 2~6세 여자아이들을 겨냥한 지상 최대의 브랜드다. 오렌스타인이 거기서 무엇을 깨달았을까? “공주가 여자아이들의 상상력을 넓혀주지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오늘날의 문화에서 공주는 다른 무엇으로 변질됐다. 가장 예쁜 아이가 되기만이 아니라 가장 인기 있는 아이, 가장 패리스 힐튼(할리우드 스타) 같은 아이, 가장 킴 카다시안(섹시 모델 겸 배우) 같은 아이가 되는 일 말이다.” 쉽기 말해서 피상적이고, 자아도취적이며, 난잡하다는 뜻이다.

사실 그런 지적은 전혀 새롭지 않다. 하지만 오렌스타인이 보기엔 자신의 딸아이 세대와 그 전 세대를 구분하는 큰 기준이 있다. 바로 매스마케팅이다. 디즈니만 해도 시판 중인 공주 상품이 2만6000가지나 된다. 연간 40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대규모 사업의 일부로 디즈니가 창조한 급성장 브랜드다. 오렌스타인은 “이런 회사는 자신의 사업에 대해 여자아이들이 이런저런 상품을 원하니 그에 부응한다고 사업을 정당화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 핑크색 공주 장난감에 관심이 없는 여자아이들은 어쩌란 말인가? 그들에게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런 공주들이 성장하면 어떻게 될까? 마일리 사이러스의 사례를 들어 그녀가 “최선의 역할 모델은 아니다”는 이야기만 해도 충분하다. 공주병 문화의 부작용에 초점을 맞춘 연구는 그다지 많지 않다. 하지만 여자아이들이 그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증거는 숱하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요즘 여자아이들은 ‘완벽함’을 위해 어느 때보다 많은 압력을 받는다. 공부도 잘해야 하고, 동시에 예쁘고, 패션 감각이 뛰어나고, 친절해야 한다. 그들은 주류 미디어를 많이 접할수록 자신이 예쁘고 섹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네소타 대학의 한 연구에 따르면 광고를 1~3분 정도만 봐도 여자아이들의 자긍심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친다.

오렌스타인은 자신이 완벽한 부모는 아니라고 솔직히 고백한다. 하지만 그녀는 부모에게 자녀가 공주가 되려고 할 때 “안 돼!”라고 단호하게 말해야 하고 그런 결정에 자부심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그녀가 이렇게 말했다. “주변 사람들은 저한테 ‘딸이 원하는 바를 막으면 딸을 세뇌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나요?’라고 물어요.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어요. 디즈니가 선택할 여지를 주지 않거든요.” 공주가 되기는 쉬울지 모른다. 하지만 공주를 키우는 일은 너무나 어렵다.

번역·이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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