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cities >> 베이거스의 '여신' 셀린 디옹

cities >> 베이거스의 '여신' 셀린 디옹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노숙자로 넘쳐나던 도박과 환락의 도시에 엘비스 이후 최대의 스타가 돌아왔다.

사막의 오후가 또다시 저녁 어스름 속으로 사라질 무렵 라스베이거스 (이하 베이거스)의 시저스 팰리스 호텔에 수많은 군중이 몰려든다. 출입구 현관의 석고기둥들이 가볍게 흔들릴 정도다. PR 관계자를 대동한 백발의 기업체 고위 관계자들 말고도 비번인 인근 호텔 직원들마저 카메라를 든 관광객들과 자리다툼을 벌인다. 물론 이 호텔의 상징인 시저 복장의 남자도 청동과 붉은색 깃으로 장식한 백인대장(百人隊長) 무리와 함께 서 있다. 마침내 검은색의 고급 SUV 에스컬레이드가 호텔 현관으로 미끄러져 들어온다. 반짝이 옷차림의 프랑스계 캐나다인 인기 스타 셀린 디옹이 차에서 내려 장미 꽃잎이 깔린 레드 카핏 위에 올라선다.

보이지 않는 스피커에서 벤허 서곡이 울려 퍼질 동안 운집한 군중이 외친다. “귀향을 환영해요, 디옹!”

최근 네온이 번쩍거리는 베이거스로 귀향할 당시를 떠올리며 디옹이 말했다. “내가 언제 이곳을 떠나기는 했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그러나 레드 카핏 위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허상일지도 모른다. 그녀가 시저스 팰리스를 떠난 3년 사이 베이거스는 완전히 몰락했다. 주택압류가 급증하고 대대적인 정리해고가 실시돼 디옹이 기억하는 베이거스의 환상 속 근로계급 남녀들의 꿈은 잿더미로 변했다.

동화 같은 미니스커트 차림의 칵테일 웨이트리스, 바커스 풀장에서 근무하는 웨이터, 네로스 스테이크하우스의 요리사들 말이다. 베이거스 환락가(the Strip)를 따라 늘어선 초대형 카지노 리조트는 최근 2년 새 모두 60억 달러를 웃도는 전례 없는 적자를 기록했다. 그리고 도시의 양지와 음지 간의 전반적인 격차는 베이거스 역사상 어느 때보다 크게 벌어졌다. 공식 실업률이 14%에 가까워 미국 대도시 중 가장 높다. 그리고 네바다대(라스베이거스) 스티븐 브라운 경영·경제연구소장에 따르면 근로시간 단축 또는 구직 포기자를 감안하면 실제 실업률은 리비아와 같은 26%다. “실제는 이보다 좀 더 낫지 않느냐고요?” 지난겨울 기업 지도자 대상의 강연 중 브라운이 물었다. “그 답은 ‘노’다.”

디옹이 스타를 넘어 구세주로까지 묘사되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라스베이거스 선 신문의 한 칼럼은 그 도시의 최근 역사를 셀린 전(BC)과 셀린 후(AC)로 나누며 “재림을 기다리라”고 주문했다. 라스베이거스 리뷰-저널은 더 정색을 하고 ‘새로운 날의 시작(Dawn of a New Day)’을 예고했다. 디옹의 마지막 베이거스 쇼 이름 ‘A New Day’에서 따온 제목이다. USA 투데이 신문은 “특출한 ‘셀린’이 베이거스를 되살려 낼까”라고 묻고는 시저스 팰리스 사장의 말을 인용해 그 답이 정확히 왜 ‘예스’인지를 설명했다.

분명 디옹은 시저스에 이익을 가져다줬고 시저스는 디옹에게 큰돈을 안겨줬다. 향후 3년간 210회의 쇼에 1억 달러를 지불하기로 계약했다고 전해진다. 앞서 2003~2007년 계약기간 중 디옹의 공연은 700회 이상 연속 매진을 기록했다. 총 관객수 약 300만 명이란 기록을 세우면서 4억 달러를 웃도는 흥행수입을 올렸다. 랫 팩(Rat Pack), 전설적인 피아니스트 리버라치, 엘비스를 합친 숫자보다 많은 규모다(랫 팩은 1950~60년대 할리우드와 베이거스에서 활약했던 프랭크 시내트라, 딘 마틴, 새미 데이비스 주니어, 조이 비숍, 피터 로포드를 가리킨다). 그녀는 이번에는 심지어 ‘1인 경기부양 대책’이라고 평가받는다. 네바다대(라스베이거스)에 따르면 디옹은 연간 최소 1억1400만 달러의 경제효과와 수천 명의 고용효과를 창출한다. 그러나 180억 달러 규모의 이 도시 경제가 너무 가라앉아 최근엔 세계 최악의 다섯 도시 안에 꼽힐 정도다. 디옹의 귀환이 실제로 경제를 살리는 효과가 있을까? 네바다주 도박관리위원회의 마이클 로튼 선임 애널리스트는 “우리의 (비관적)전망이 달라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디옹 효과는 한 시즌 전의 가수 셰어 효과를 대체할 뿐이라고 그는 평했다.

물론 디옹 같은 거물이라도 단 한 명의 가수가 베이거스에 대박을 안겨주리라는 발상은 어찌 보면 순진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베이거스란 도시의 성격 자체가 원래 그렇지 않던가?

디옹의 새 쇼를 먼저 보려고 몰려든 4200명의 팬이 시저스 팰리스의 콜로세움을 가득 메웠다. 그녀가 반짝이는 아이보리색 아르마니 프리베 드레스 차림으로 무대에 올라서자 관객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러 명의 팬이 감정을 억제하지 못해 흐느껴 울고 디옹도 북받치는 눈물을 참으려 애쓴다. “이 아름다운 극장에 다시 서게 되어 너무 기쁩니다.” 그녀가 2003년 자신을 위해 세워진 베이거스 최대의 공연장을 둘러보며 외쳤다. “정말, 가수로서 내 꿈이 이뤄졌다고 말하고 싶어요.”

랫 팩이 이끌던 베이거스의 전성기를 연상케 하는 31인 오케스트라의 반주에 맞춰 디옹은 자신의 히트곡(‘My Heart Will Go On,’ ‘Beauty and the Beast’)과 다른 가수의 클래식(마이클 잭슨의 ‘Man in the Mirror’에서 제임스 본드 테마곡 ‘Goldfinger’까지)을 섞어가며 90분간 긴장감 속에 열창했다. 그녀는 노래 틈틈이 개인적인 일화나 자신의 가족사진들을 소개하며 매끄럽게 공연을 이끌었다. 팬들에게 그것은 거의 종교의식에 가까운 체험이었다. 디옹은 4개월 전 쌍둥이를 출산했다.

“30kg 가까이 체중이 불었다”고 공연을 마치고 디옹이 무대 뒤 분장실의 소파에 편안히 기대 앉아 차를 마시며 말했다. “열심히 움직이고 모유 수유를 하면 예전의 몸매를 되찾는다.”

디옹은 베이거스에서 보내는 자신의 동화 같은 삶을 평범하게 보이도록 만드는 묘한 재주가 있다. 그것이 그녀의 매력 중 하나이기도 하다.“이상하게 들릴지 몰라도 우리가 호화판으로 살지만 남들과 하나도 다를 바 없는 보통사람이다.” 베이거스 환락가에서 약 50㎞ 거리에 있는 그녀의 집은 비교적 평범한 침실 네 개짜리 저택이다(하지만 워터 파크가 딸린 2000만 달러짜리 플로리다 대저택을 포함해 다른 집이 두 채 더 있고 디옹이 베이거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지는 않는다는 점은 밝혀 둬야겠다). 그렇지만 디옹은 애당초 베이거스를 찾은 이유가 아들 르네찰스(RC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현재 10세)가 젖먹이였을 때 한곳에 뿌리를 내리려는 목적이었다고 말했다. “내 아이들이 분장실에서 생활하기를 원치 않는다”고 그녀는 말했다. “RC가 집 밖에 나가 야구를 하며 뛰어놀게 하고 싶다.” RC는 리틀 리그 팀에 가입했고 카지노 가까운 곳에서 볼링을 한다. 그리고 에디(그녀의 첫 앨범 다섯 장의 곡을 만든 프랑스 작곡가에게서 따온 이름)와 넬슨(넬슨 만델라를 염두에 뒀다)이 세례를 받을 때가 됐을 때 동네 교회에 데려갔다.

디옹이 현지 주민과 다른 점 한 가지는 도박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남편 르네 앙젤릴의 부업은 전문 포커 선수며 이미 RC에게도 포커 하는 법을 가르쳤다(“부끄러운 얘기”라고 앙젤릴이 말했다). 그는 2007년 부부가 베이거스를 떠나기 직전 참가한 한 토너먼트에서 160만 달러를 획득했다. “내가 남편을 이곳으로 데려오지는 않았다”고 무대 뒤에서 디옹이 남편의 아픈 곳을 찌른다. “그는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이곳을 들락거렸다. 우리 집안 일은 모두 내가 결정하지만 쇼 비즈니스에선 그가 왕이다.” 1981년 디옹을 만난 뒤 앙젤릴은 집을 담보로 잡히고 그녀의 첫 음반을 제작했다. “도박을 하면 때때로 횡재를 하기도 한다”고 그가 설명했다. “내 인생에선 셀린이 그런 횡재였다.”

디옹이 베이거스에 다시 횡재를 안겨 주리라는 기대를 그녀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나로선 더없이 듣기 좋은 말”이라고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쇼가 끝났을 때 경제가 추락했다.” 그녀는 바닥을 가리키며 비행기가 곤두박질하는 소리를 냈다.

베이거스 집행관 사무실의 패트릭 기어리와 크리스티 헨더슨만큼 불황의 인적 피해를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도 없다. 그들은 이번 대불황 관련 공문서를 전달하는 일을 한다. 급여 압류, 주택 압류와 퇴거명령 통보, 그리고 최종적으로 법원이 결정한 폐쇄 조치 등이다. 채권 추심업자들로부터 집행 건당 기준(예를 들어 명도 한 건당 42달러)으로 돈을 받는 기어리는 2007년부터 이 일을 시작했으며 연간 8만 달러 안팎의 수입을 올린다. 금발에 핑크색 매니큐어를 칠하고 금테 조종사 선글라스를 착용한 헨더슨은 매력적인 외모의 여성이다. 그러나 MGM 리조트, 시저스, 베네치언 등 베이거스 환락가의 대형 호텔 체인 직원 다수에게는 저승사자나 다름없다. 요즘 헨더슨은 그 호텔들을 방문했다가 자신이 찾는 사람이 더는 근무하지 않는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알고 보면 놀랄 일도 아니다. 세 곳의 대형 카지노가 파산했으며 최소 여섯 개의 수십억 달러짜리 리조트·콘도 프로젝트가 중단됐다. 불과 두어 해 전의 터무니없는 낙관주의가 낳은 사산아다.

환락가 남단, 이 도시를 상징하는 ‘환상의 라스베이거스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는 문구가 적힌 광고판 근처의 감춰진 콘크리트 길을 따라가 봤다. 축축하고 쓰레기가 널린 총연장 800km의 배수로가 토끼굴처럼 가로 세로로 줄지어 늘어서 있다. 도시의 밑바닥 인생 수백 명이 지하 임시거처로 삼는 곳이다. 그들 다수가 보수 많고 근무조건 좋은 서비스 직종에서 정리해고된 사람들이다. 그런 서비스 직종 덕분에 베이거스는 과거에 노동자 계급의 천국이라는 평판을 얻었다. 경찰과 호텔 경비원은 아예 이곳 배수로를 순찰할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매튜 오브라이언에 따르면 불황 이후 이곳을 찾는 사람이 늘어났다. 오브라이언은 2007년 터널을 소재로 한 ‘네온 불빛 아래(Beneath the Neon)’의 저자다.

이곳의 삶은 궁핍하고 위험하다. 몇 분 만에 터널을 덮치는 홍수 외에도 항상 범죄의 위험이 도사린다. 카지노 웨이트리스였던 조디 앨저(48)는 호신용으로 공기총을 휴대한다. 또 다른 배수관은 입구에 두 개의 간이 바리케이드를 세웠다. 이 곳의 32세 입주자는 플래시를 머리에 끈으로 묶고 낡은 침대 위에 웅크려 앉아 있다. 인근 터널의 존 톤디는 쓰레기 컨테이너에서 주워 온 시트 꺼진 가죽 소파에서 잠을 잔다. 옷은 아무렇게나 쌓여 있고 줄이 하나 끊어진 기타가 그의 유일한 오락거리다. 그 기타로 컨트리 가스펠을 연주한다. “이곳에서 나가려던 참이었다”고 그가 말했다. “이곳 생활이 지겹다.” 톤디는 시설 보수직원으로 일하다가 1년 전 직장을 잃은 뒤 675달러의 월세를 마련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살아남겠다는 생각으로 무슨 일이든 할 작정”이라고 그가 말했다. “돌아다니면서 유리창을 닦겠다.” 그는 밤에는 여장을 하고 환락가를 활보하곤 했다. 그러나 누군가 그의 터널에 침입해 가발 16개를 훔쳐갔다. 지금은 검정색 곱슬머리 가발 하나만 남았다.

오스카 굿먼 시장은 베이거스의 저변에 흐르는 절망감을 그다지 걱정하지 않는 눈치다. 자칭 전직 갱단 변호사였던 그는 자신을 ‘세계에서 가장 멋진 도시의 가장 행복한 시장’이라고 부른다. 그는 베이거스의 앞날에 자신감이 넘친다. “아무런 문제도 없다.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그렇게 말하는 그의 사무실에는 12년 가까운 고위 공직자 생활 동안 스타와 함께 찍은 사진과 기념품이 가득했다. 14만 명의 고용감축(“원상회복을 의심하지 않는다”)에서 연간 방문객 수 200만 명 감소(“그들에게 티켓을 구입할 시간이 필요하다!”)에 이르기까지 베이거스의 모든 어두운 통계에도 그는 낙관적인 전망으로 일관했다.

그러면서도 시장은 디옹의 복귀를 누구 못지 않게 반긴다. 아니, 어쩌면 더 기뻐할지 모른다. 훗날 그가 털어놓았듯이 말이다. “그녀가 돌아오기만을 기도했다. 기도가 이뤄져 하느님께 감사한다.”

디옹의 첫 시사회 공연이 끝난 지 몇 분 뒤 콜로세움 선물용품점의 계산대에 인파가 쇄도했다. 팬들이 65달러짜리 반짝이 셀린 디옹 샌들, 495달러짜리 샴페인 잔, 주디스 리버가 디자인한 3000달러짜리 크리스털 손가방을 쓸어 담았다. “우리 매장에서는 ‘나는 셀린 디옹을 사랑해요, 셀린 디옹은 나를 사랑해요’라는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가 최고 인기”라고 시저스의 엔터테인먼트 소매판매 매니저 매리앤 라우더가 말했다. 그녀는 매장에 흐르는 디옹의 곡을 따라 부르며 덧붙였다. “프랑스어로 된 셔츠도 있어요.” 파자마와 머그컵뿐이 아니다. 디옹의 브랜드 파워는 하늘을 찌른다. 지난 2월 에어 캐나다는 퀘벡과 베이거스 노선의 항공편을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디옹의 열렬한 고국 팬들을 수용하려는 목적이다. 그녀의 베이거스 공연계약 종료 후 2008년 첫 콘서트에 25만 명의 캐나다인이 몰려들었다.

디옹은 캐나다에서 13세부터 스타였다. 16세엔 히트한 프랑스어 앨범이 넉 장이나 됐다. 그때 TV에서 마이클 잭슨을 보고는 영어를 배워 자신의 우상처럼 되기로 작정했다. ‘The Power of Love’나 ‘Because You Loved Me’ 같은 발라드로 일약 스타로 떠올랐으며 세계적으로 2억1500만 장의 앨범이 팔렸다. 그녀는 특히 해외에서 인기가 높다. 아시아 등지의 부자들을 끌어들이려는 베이거스 기업가들에게는 큰 매력이다. “우리 최고의 VIP 고객들이 디옹을 보려고 베이거스 여행을 계획한다”고 게리 셀레스너 시저스 사장이 말했다. “탄자니아, 상하이 등 세계 어느 도시의 바에 들어가도 ‘My Heart Will Go On’이 흘러나온다.”

2003년 디옹이 등장하기 전 베이거스의 음악계는 여전히 리버라치, 엘비스 분장 가수, 그리고 기껏해야 콧수염을 기른 웨인 뉴턴이 지배했다. 그러나 디옹은 베이거스를 다시 왕년의 대스타들이 활동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곳으로 만들었다. 셰어와 베트 미들러가 그녀의 뒤를 따라 콜로세움 무대에 섰고 샤니아 트웨인은 디옹의 전용 무대에 자신의 공연을 올리려고 협상 중이다. 스스로를 ‘밴드 앞에 선 친구’로 낮춰 부르는 배리 매닐로는 디옹이 베이거스 환락가를 자신 같은 왕년의 스타들 입맛에 맞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연기자를 보는 이곳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놓았다”고 무대 뒤 뮤지컬 ‘라이언 킹’의 배우들이 모두 들어갈 만큼 널따랗게 설계된 공간에 앉아 67세의 매닐로가 말했다.

그는 10년 만에 신곡을 수록한 앨범 ‘15 Minutes’를 출시하려는 참이다. 그는 2005년 처음 이 도시에서 공연을 시작했을 때 묵었던 라스베이거스 힐튼 내 프레스코풍의 핑크빛 펜트하우스를 2009년 떠났다. 그리고 파리 라스베이거스 호텔-카지노 내 자신의 공연장에 가까운 더 수수한 콘도로 옮겼다[디옹과는 달리 그는 매 시간마다 화산이 폭발(미라지 호텔의 화산쇼)하는 도시에서 살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래서 랫 팩이 즐겨 찾던 다른 도시 팜 스프링스에서 공연장으로 통근한다]. 매닐로도 디옹과 마찬가지로 베이거스에 일종의 미니 경기부양 프로그램 역할을 한다. 그가 창출하는 경제효과는 연간 6000만 달러가량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그는 베이거스의 불황 동안 자신의 무대에서 보는 경기는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리는 정말 호황을 누렸다”고 매닐로가 말했다. “내 경우는 침체를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이 도시에서 거주하는 스타들은 불황의 영향을 좀 더 직접적으로 느낀다. 오빠 도니와 함께 플라밍고 리조트에서 공연하는 마리 오스몬드는 지난해 10월 말 핼러윈 데이에 과자를 얻으러 돌아다닐 때(trick or treat)의 상황을 설명했다. “모든 집이 텅텅 비었다”고 정문이 세워진 호화 교외주택에서 거주하며 ABC 방송 리얼리티 쇼 ‘스타와 춤을(Dancing With the Stars)’에 출연하는 그녀가 말했다. “가까이 가서 보면 집 안에 아무도 없다. 창문에 ‘압류’ 안내장이 붙어 있다. 심지어 우리 동네도 그렇다.” 마술사 겸 가수인 크리스 앤젤은 호텔 투숙객들이 길 아래 주유소 편의점에서 여섯 개 들이 맥주캔을 직접 사오는 모습을 보고 불황이 심각하다는 걸 알았다. 지난해 말 앤젤은 피라미드 모양의 룩소르 호텔에서 탄탄하게 재구성한 쇼를 출범했다(앞서 2008년에 선보인 공연은 혹평을 받았다). 그의 쇼는 연간 1억5000만 달러가량의 자금을 지역경제로 끌어들일 전망이다(디옹이나 매닐로보다 네 배나 많은 쇼 덕분이다). “나는 룩소르의 얼굴”이라고 앤젤이 말했다. 그는 쇼 막간의 상당히 많은 시간을 ‘블랙 룸’에서 지낸다. 무대 뒤쪽 그의 이 맞춤 라운지는 벽에 가죽을 덮고 샤워기를 26개나 설치한 고급 대리석 샤워장이 완비됐다.

태양의 서커스 단원을 대부분 수용할 정도로 널찍하다. 앤젤은 플레이보이 창업자 휴 헤프너의 맨션에 있던 자신의 옛 여자친구 할리 매디슨을 베이거스로 끌어들였다. 그녀는 현재 불황을 타지 않는 토플리스 뮤지컬 ‘핍쇼(Peepshow, 훔쳐보는 포르노 쇼라는 의미의 제목에서 줄거리는 각자 상상하시길)와 E! 네트워크가 베이거스 환락가를 배경으로 제작하는 리얼리티 쇼 ‘할리스 월드’의 주연으로 활동한다. 매디슨은 플래닛 할리우드에서 공연이 없을 때는 뒷마당에 자체 워터 슬라이드를 갖춘 465㎡의 지중해풍 빌라에서 지낸다. 그녀는 부동산 한파 덕분에 이 빌라를 헐값에 구입했다. “집이 반값에 나왔다”고 그녀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운이 좋았다.”

그러나 3월 중순부터 한 회 공연에 50만 달러가량을 벌어들이는 셀린 디옹만큼 운 좋은 사람은 없는 듯하다. “사람들이 나를 초청할 때는 돈벌이가 되기 때문”이라고 디옹이 말했다. “내 기분이 어떻겠는가? 왕이 된 기분이다.” 그렇게 심한 불경기를 겪었으니 베이거스는 오로지 “행운이 따라주기를” 기원할 뿐이다.

[With STEVE FRIESS in Las Vegas

번역 차진우]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G마켓 쇼핑축제 마감 임박..."로보락·에어팟 할인 구매하세요"

2"비상계단 몰래 깎아"...대구 아파트에서 일어난 일

3"올림픽 휴전? 러시아만 좋은 일"...젤렌스키, 제안 거부

4일론 머스크, 인도네시아서 '스타링크' 서비스 출범

5취업 준비하다 봉변...日 대학생 인턴, 10명 중 3명 성희롱 피해

6주유소 기름값 또 하락...내림세 당분간 이어질 듯

7아이폰 더 얇아질까..."프로맥스보다 비쌀 수도"

8 걸그룹 '뉴진스', 모든 멤버 법원에 탄원서 제출

9 尹 "대한민국은 광주의 피·눈물 위 서 있어"

실시간 뉴스

1G마켓 쇼핑축제 마감 임박..."로보락·에어팟 할인 구매하세요"

2"비상계단 몰래 깎아"...대구 아파트에서 일어난 일

3"올림픽 휴전? 러시아만 좋은 일"...젤렌스키, 제안 거부

4일론 머스크, 인도네시아서 '스타링크' 서비스 출범

5취업 준비하다 봉변...日 대학생 인턴, 10명 중 3명 성희롱 피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