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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 주가 향방은 >> 펀더멘털이 루머를 누른다

하이닉스 주가 향방은 >> 펀더멘털이 루머를 누른다

하이닉스반도체는 국내 증권시장에서 소액주주 수가 가장 많은 종목이다. 40만 명에 달한다. 국내 증권 투자자 열 명 중 한 명은 하이닉스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얘기다. 상장 주식 수는 5억9000만 주로 넷째로 많다. 이 중 유통되는 주식 비율은 85%다. 하이닉스는 최근 30일 거래 기간(5월 3일~6월 15일) 중 2억8300만 주가 거래됐다. 하루 평균 940만 주다. 2010년 9월 이후 하루 최대치인 2400만 주가 거래된 6월 10일, 하이닉스 개인투자자들이 사고판 주식 수는 2000만 주에 달했다. 여기에 지난해 말 16%였던 외국인 지분율은 25%까지 올랐고 국내 기관들도 하루 수십만~수백만 주를 거래한다.

요즘 하이닉스 소액주주들은 애가 탄다. 두 달째 주가가 내리막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08년 말 5000원대까지 떨어졌던 하이닉스 주가는 이후 꾸준히 오르며 올 4월 중순 3만7000원을 돌파했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실적 개선이 주된 이유였다. 하지만 최근 주가는 2만5000~2만6000원대까지 밀렸다.

최근에는 악성 루머가 발목을 잡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워낙 관심주다 보니 하이닉스를 둘러싼 루머는 통제 불가능할 정도”라고 말했다. 5~6월에만 유상증자설과 주요 주주 지분 매각설, 실적 악화설 등이 잇따랐다.

여기에 매각 이슈가 다시 부각되면서 주가는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일부 소액투자자는 최근 주가 급락과 관련해 “강력한 매도세력이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고 의심한다. 하이닉스 주가가 높으면 인수 가격이 올라가 매각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특정 세력이 주가를 조정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증권 전문가들의 얘기다. 하루 최소 500만 주 이상 거래되는 종목의 주가를 조정하기는 어렵다.

하이닉스에 매각 이슈는 변수가 아니라 상수다. 길게 보면 10년째다. 그런데도 M & A(인수합병) 얘기만 나오면 온갖 소문이 시장에 넘치고 주가에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그간 하이닉스 매각 이슈는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하이닉스 채권단이 공개 매각을 추진했을 때, 시장에서 특정 대기업이 하이닉스를 인수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을 때 이 회사 주가는 어떻게 움직였을까? 결론적으로 매각 이슈가 주가에 미친 영향은 단기적이고 제한적이었다.

채권단이 첫 공개 매각 공고를 냈던 2009년 9월 초순. 당시 주가는 2만1000원 안팎이었다. 효성이 단독 입찰해 같은 해 11월 13일 인수 의사를 철회할 때까지 두 달간 하이닉스 주가 변동폭은 15% 안팎에 불과했다. 하한가나 상한가는 없었다. 2009년 12월 말 재매각 공고가 나가고 이듬해 1월 29일까지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곳이 없어 매각 작업이 무산된 기간 동안은 주가가 상승세를 타며 52주 최고가인 2만6000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매각 이슈보다 당시 인텔 등 미국 IT 기업이 양호한 실적을 발표한 데 따른 기대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특정 기업이 하이닉스를 인수한다는 루머가 돌 때도 생각만큼 주가는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 2009년 8월 중순 포스코, 2009년 9월 말 효성, 2010년 2월 초 한화와 GS의 인수설이 터졌을 때도 거래량이 늘고 하루 이틀 주가가 급등하기는 했지만 매도·매수가 갈리며 주가 변동은 크지 않았다. 다만 피인수 기업으로 거론된 종목은 대부분 급락을 거듭하다 ‘사실무근’ 발표 후에 회복됐다.



목표주가보다 60% 낮아매각 무산 후 채권단이 지분을 블록세일(대량매매)할 때는 주가가 많이 내렸다. 2005~2006년 채권단이 두 차례에 걸쳐 지분을 철회할 때 하이닉스 주가는 약 20% 떨어졌다. 2010년 3월 지분 6.87%, 7월 4.4%를 팔 때도 주가가 17%가량 빠진 후 반등했다. 주식 수가 늘어나 주식 가치가 희석될 것이라는 부담 때문이었다. 하지만 채권단의 블록세일이 모두 무난히 성공했다는 것은 그만큼 하이닉스 주식을 매력적으로 보는 투자자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이닉스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데 큰 이견은 없다. 이 회사의 PER(주가수익비율)은 6배(6월 15일 기준)다. 코스피 평균인 9.6배, 코스피 대표지수인 코스피200 평균인 11.4배보다 낮다. 최근 주가는 각 증권사가 제시한 목표주가와도 큰 차이를 보인다. 올 5~6월 하이닉스 목표주가를 제시한 증권사의 목표주가는 3만9000원(교보증권)~5만원(미래에셋증권)이다. 하이닉스의 6월 16일 종가는 2만6350원. 목표주가 대비 괴리율이 60%에 달한다. 에프앤가이드가 최근 발표한 코스피200 종목의 목표가 대비 평균 주가 괴리율은 39%였다. 괴리율이 높을수록 목표가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얘기다.

결론적으로 하이닉스의 최근 주가 하락은 과도하다는 게 증권가의 중론이다. 확인되지 않은 루머가 퍼지고 2분기 실적 기대감이 낮아지는 과정에서 시장 우려가 증폭됐다는 것이다. 각 증권사는 당초 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을 6000억~6500억원 정도로 예상했지만 최근에는 5000억원 안팎에서 추정치가 나온다. 이와 관련, 대우증권 송종호 애널리스트는 “이러한 부정적 요인들은 주가 하락에 충분히 반영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2~3분기 실적 하향에도 실적 개선은 여전히 유효하고 주가 하락에 따라 매각 성사 가능성은 오히려 커졌다”고 분석했다.

향후 주가에 대해선 낙관적 견해가 지배적이다. 한화증권 안성호 연구원은 “(주가가) 7월까지는 제한적 흐름을 이어가겠지만 8월부터는 상승 전환의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골드먼삭스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 한 해 동안 이익 모멘텀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돼 최근의 주가 약세가 매력적 진입 기회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많은 전문가는 하이닉스가 과거의 하이닉스가 아니라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지난해 2조7000억원의 이익을 남겼고 일본 대지진 영향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올 1분기에도 하이닉스는 12%의 영업이익률을 올렸다. 경쟁사인 엘피다(-6%), 난야(-71%), 이노테라(-39%)와 차별되는 성적이다. 또한 주요 메모리 반도체 업체 중 흑자를 유지하면서 투자를 줄이지 않은 업체는 하이닉스와 삼성전자뿐이다. 주력인 D램·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올라가고 시장이 커지는 비(非)PC 반도체의 매출 비중은 확대되고 있다. 펀더멘털이 확실히 좋아지고 있다는 여러 증거다. 토러스투자증권 김형식 연구원은 “루머에 휘둘리지 말고 펀더멘털을 믿고 중장기적으로 투자한다면 분명히 기회는 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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