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봇이 몰려온다] 집에서 로봇 하나쯤 갖는 시대 왔다

집에 들어가면 로봇이 거실을 청소하고 마루바닥을 닦으며 세탁물을 정리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로봇 집사가 미끄러져 다가와 저녁 식사로 무엇을 원하는지 묻고 가장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준다.
전쟁터에선 더 진풍경이 벌어진다. 미국에서 원격 조종하는 로봇 병사들이 아프가니스탄의 적군과 총격전을 벌이고, 무인전투기가 미사일 폭격을 가한다. 뒤이어 합류한 로봇 평화유지군이 자살 폭탄테러범들을 일망타진한다. 공상과학 소설이 아니다. 전쟁터에서 로봇 병사가 군인을 대신해 전투에 투입된 지는 이미 오래됐다. 2003년 이라크전에만 30여 종의 로봇 병사 1만5000대가 투입됐다. 최근 미군이 파키스탄에서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할 때도 미 본토에서 조종한 무인비행기와 적진에서 ‘용감하게’ 앞장선 정찰 로봇의 활약이 컸다.
군사로봇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심민보(보나비젼 대표) 박사는 “현재 미국 공군에선 실제 조종사보다 조이스틱을 움직여 무인비행기를 조종할 수 있는 게이머를 더 많이 채용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전쟁터에서도 로봇이 인간을 대신해 싸울 날이 멀지 않았다”고 내다봤다.
‘아이로봇’ 시가총액 6억 달러 넘어매사추세츠공대(MIT) 공학박사 출신들의 벤처기업 아이로봇(iRobot)은 세계 최초의 로봇 청소기 ‘룸바’와 폭발물 해체용 로봇 ‘팩봇’, ‘워리어’를 만들어 창립 15년 만에 시가총액 6억 달러가 넘는 기업으로 급성장했다. 콜린 앵글(Colin Angle) 아이로봇 CEO는 궁극적으로 로봇 사업이 수십억 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앵글은 “로봇산업은 이동 중이다. 로봇산업은 중요한 사업계획과 아이디어, 수많은 개념이 태동하면서 시험 받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갈 수 없는 재난 현장에서도 로봇의 활약이 돋보인다. 일본 정부는 최근 아이로봇에 원자력 재해 현장에 팩봇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했다. 팩봇은 후쿠시마 원전으로 들어가 방사능 농도를 기록하고 내부 모습을 비디오로 생생하게 촬영했다.
가정과 병원에서 사람 대신 궂은일을 처리하는 전문 서비스 로봇들이 최근 각광 받고 있다. 의료 행위가 필요한 노인층이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이치호 수석연구원은 “전문 서비스 로봇 시장이 2010년 26억 달러에서 연평균 15%씩 성장해 2020년엔 120억 달러가 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로봇 관련 연구들이 아이폰의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처럼 공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도 로봇산업에 호재다. 아이로봇은 고객이 다양한 앱을 적용할 수 있는 ‘AVA’ 로봇 시스템(태블릿 컴퓨터가 두뇌 역할을 하고 바퀴 달린 몸체가 따로 작동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AVA 시스템의 두뇌 역할은 구글의 안드로이드 태블릿이나 애플의 아이패드(iPad)가 맡을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앵글은 “엄청나게 많은 집단이 AVA에 적용할 수 있는 앱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앵글은 AVA 시스템을 통해 로봇의 성격을 다운로드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가정 보안용과 의료용 앱을 사용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했다. AVA 시스템은 실리콘밸리의 윌로우 개라지(Willow Garage)가 2010년 선보인 인간 크기의 로봇 ‘PR2’와 결합될 예정이다. PR2 로봇은 바퀴가 있고 팔이 두 개 달려 있다. 윌로우 개라지는 전 세계 연구소에 11개의 PR2 로봇을 기부하고 5개를 팔았다. 버클리(Berkeley) 대학의 한 프로그램은 이 로봇이 양말과 타월을 정리하도록 가르치는 데 성공했다.
스티브 커즌스(Steve Cousins) 윌로우 개라지 CEO는 “1970년 대 말 가정에서 컴퓨터를 보유하기 시작했듯이 오늘날엔 가정용 로봇을 갖는다”고 말했다. PR2 로봇은 앞으로 서비스 산업에 고용되고 가정에서 의료 행위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도 인간을 대신한 서비스 로봇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지금까지 제조 현장의 자동화 설비인 산업용 로봇이 수출을 이끌었다면 최근엔 개인 서비스용 로봇이나 의료용·보안용·군사용 로봇 등으로 수출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인간 대신 위험한 일 할 로봇 개발 시급국내 로봇 1호 기업인 유진로봇의 로봇청소기 ‘홈런’은 5월 독일 3대 가전잡지인 ‘엠포리오 테스트 매거진’에서 실시한 로봇 청소기 성능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개발한 영어교사 로봇 ‘메로’는 시사주간지 타임이 애플의 아이패드 등과 함께 ‘2010년을 빛낸 50대 발명품’으로 꼽았다.
로보티즈(Robotis)는 버지니아텍 등 미국 대학들과 ‘다윈 오피(DARwIn-OP·Dynamic Anthropomorphic Robot with Intelligence Open Platform)’를 공동 개발해 화제를 모았다. 다윈은 로봇이라기보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플랫폼이다. 김병수 로보티즈 대표는 “여러 가지 로봇으로 만들어지기 전의 뼈대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컴퓨터 하드웨어와 비슷한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대학에선 다윈 로봇에 다양한 기술을 접목해 로봇의 인공지능과 시력, 언어 구사 능력을 조사하고, 그 결과를 온라인 포럼과 연례 워크숍에서 공유한다. 6세대 다윈을 거쳐 지금 세대의 다윈 로봇은 누구나 쉽게 구매하거나 조립이 가능하다. 펜실베이니아 대학은 다윈 로봇의 움직이는 알고리즘을 수정하는 데 성공, 30% 더 빠르게 걸을 수 있게 만들었다. 이 대학이 수정한 다윈 로봇은 물건을 집고 공을 던질 수 있다. 앞으로는 좀 더 큰 로봇들이 계단을 오르내리는 등 더욱 발전할 것이다.
한국은 로봇 시장에서 미국·일본·독일·이탈리아에 이어 세계 5위권 수준이다. 정부는 2018년 세계 3대 로봇 강국을 목표로 잡고 있다. 심 박사는 “악수하고 노래하는 등 보여주기 위한 로봇을 만드는 시대는 지났다”며 “인간을 닮은 로봇이 아니라 전쟁터와 실생활에서 인간을 대신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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