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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전남 여수 경도 _ 거울처럼 맑은 장어의 섬

Travel 전남 여수 경도 _ 거울처럼 맑은 장어의 섬

전남 여수 경도(鏡島)는 여수항 앞에 있는 작은 섬이다. 자동차와 사람을 함께 태우는 도선으로 5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섬을 잇는 여객선은 한 척뿐. 평소에는 한산하다. 하지만 여름이 되면 이 배는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붐빈다. 대부분 경도 참장어를 먹으러 가는 외부 사람이다. 7월 말부터 8월 초 사이 여름휴가 기간에는 경도로 장어 먹으러 가는 사람이 1만 명에 이른다.

참장어는 최근 들어 여름 보양식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다. 본명은 갯장어, 일본어로는 하모(はも)다. 하모는 ‘아무 것이나 잘 문다’는 뜻으로 참장어의 날카로운 이빨에서 유래한 말이다.

행정구역상으로 여수시 경호동에 속하는 경도는 ‘거울처럼 맑은 섬’으로 알려져 있다. 섬의 인구는 400가구 600여 명. 그중 170가구가 참장어잡이 조업에 나설 정도로 ‘장어잡이 섬’이다. 구로시오 난류대가 지나는 여수 바다이기 때문에 어족 자원이 풍부한 것은 말할 것 없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 사람들이 직접 어장을 일궜다.

“일본 사람은 참장어회를 먹어야 여름을 날 수 있다고 믿었다고 해요. 그래서 복날이 다가오면 대부분의 일본인은 참장어를 먹었어요.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여기서 잡힌 참장어는 모조리 일본으로 수출됐지요.” 경도 외동마을 통장 한현호(65)씨의 말이다.

일본 사람이 여름 입맛을 돋운다며 좋아하던 참장어는 요즘 국내에서 더 인기다. 한현호씨는 “우리 살림살이가 장어를 먹을 정도로 좋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횟집에서는 1㎏(300g짜리 3마리)에 6만~7만원을 받고 있으니 싼 편은 아니다. 음식점에서 파는 참장어는 샤브샤브 메뉴가 인기다. 끓는 육수에 장어 살점을 살짝 데쳐 내놓는데 담백한 맛 덕분에 성인 1명이 보통 2마리 정도는 너끈하게 먹는다.

참장어 말고도 경도는 볼거리가 많은 섬이다. 외동마을 당산나무는 약 500년 전 자식이 없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살면서 소나무 두 그루를 심고 매일같이 자식처럼 키운 것이라고 한다. 이후 마을 사람들은 위쪽 소나무를 할아버지 나무, 아래를 할머니 나무라고 부르면서 매년 음력 섣달 그믐날 당산제를 지냈다고 한다. 이 풍속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해안 산책로도 좋다. 시원한 바닷바람은 일품이다. 선착장이 있는 외동마을에서 해안을 따라 걷다 보면 마을 앞 바다에 떠 있는 방갈로를 발견하게 된다. 작은 잠수함 모양으로 연인에게 인기가 높다. 침실이 수면 아래 부분에 있어 아늑한 잠자리를 선사한다.

요즘 경도는 참장어섬에서 ‘골프 섬’으로 변해 가고 있는 중이다. 섬의 60%가 넘는 면적에 36홀 골프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골프장 공사 소리로 조금 시끄럽다. 참장어 맛집으로는 경도회관·미림횟집·풍경횟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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