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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프리미엄 간장 일본에 수출

[CEO] 프리미엄 간장 일본에 수출

진미식품은 된장, 고추장을 만드는 장류 전문업체다. 창립한 지 63년 된 장수기업. 1965년 화재로 공장이 전소되는 불운과 이듬해 고추 파동도 이겨냈지만 외환위기 때 큰 타격을 입었다.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송상문 대표는 2003년 홍국균을 사용해 차별화한 된장과 쌈장을 출시했다. 시장 반응은 좋았지만 제품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 무렵 한국암웨이로부터 국산 원료를 사용하는 프리미엄 장류를 공동 개발하자는 제안을 받는다. 국산 콩을 쓰려면 콩 재배 농가와 직거래해야 한다. 그런데 국내 농가의 콩에 혼입된 풀씨, 돌 등의 이물질을 제거하려면 20억원 이상을 들여 시설 투자를 해야 했다. 이렇게 해서 올라가는 가격을 국내 소비자가 받아들일지 불확실했다.

두 회사는 여러 차례 소비자조사를 해 발아현미찹쌀 고추장, 우렁된장, 녹차쌈장, 가쓰오부시를 첨가한 양조간장 등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개발했다. 포장용기 전문업체와 손잡고 에틸렌비닐알코올 재질의 정육면체 투명 용기도 새로 만들었다. 2005년 이들 제품 출시 후 진미식품은 매년 15% 이상 성장하고 있다. 까다로운 일본의 식품 수입 절차도 통과해 일본에도 수출하고 있다. 진미식품이 100% 국산 원료를 사용한 후 다른 장류 업체들도 국산 원료로만 만든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엔 우리나라 전통 용기인 옹기에 담은 된장·고추장 명절 선물 세트를 내놓아 전량을 팔았다. 진미식품은 한식 세계화의 흐름이 국산 원료를 사용한 고품질 장류 제품 확산에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진미식품이 이런 개가를 올리는 과정에서 박세준(59) 한국암웨이 대표가 핵심적 역할을 했다. 그는 원포원(One for One) 프로젝트가 성공하려면 국내 중소기업과 상생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원포원 프로젝트는 암웨이 미국 본사 제품이 국내 시장에 출시될 때마다 국내 유망 중소기업의 우수 제품을 암웨이 유통 채널을 통해 판매하는 정책. 전북 익산의 기동산업이 생산하는 철수세미(재질은 스테인리스 스틸) 스크럽버즈, 제지회사 깨끗한나라의 여성용품 브랜드 후아, 커피회사 쟈뎅의 프리미엄 커피 까페드다몬이 이 정책에 따라 탄생했다. 스크럽버즈는 미국, 일본, 유럽 등에서 연간 170만 달러어치가 팔린다.

브랜드력이 떨어져 판로를 뚫지 못했던 송화소금은 원포원 제품 덕에 기사회생했다. 이 회사 제품은 지금 음식 전문가들에게서 최고의 천일염으로 평가 받고 있다. 바이오 벤처 셀바이오텍이 암웨이에 납품하는 유산균 제품은 암웨이의 건강기능식품 브랜드인 뉴트리라이트로 미국, 일본, 홍콩, 말레이시아 등에 수출되고 있다. 지난해 수출액은 250만 달러.

7월 25일 서울 섬유센터빌딩에 있는 한국암웨이에서 박 대표를 만났다.



원포원 프로젝트가 다국적기업과 국내 중소기업이 상생하는 모델을 보여줬다고 봅니다. 원포원은 어떻게 시작됐나요?“외환위기 당시 다국적기업인 암웨이가 한국 기업을 돕는 길이 무엇일지 생각해 봤습니다. 결국 우리의 핵심 역량인 네트워크 파워, 즉 한국암웨이의 수십만 자영사업자(IBO)와 58개국에 있는 현지법인이라는 판매망을 활용하기로 한 거죠. 본래 암웨이의 사업은 미국 본사에서 생산한 제품을 58개국 현지법인을 통해 판매하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만든 제품을 이 유통망을 통해 판다는 것 자체가 패러다임의 전환이었어요. 본사 차원에서도 이례적이고 과감한 시도였죠. 그래서 처음엔 왜 엉뚱한 일을 벌이느냐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원포원은 다국적기업 세방화(世方化·glocalization)의 성공 사례입니다.”



제품을 공동 개발한 중소기업들의 반응은 어떤가요?“품질관리 절차가 까다롭고 품질에 대한 요구 수준이 높은 것에 대해 처음엔 오해도 많이 했습니다. 다국적기업이라 오만하다는 것이었죠. 지금은 글로벌 스탠더드로 이해를 합니다. 부수적으로는 암웨이와 일하다 보니 자신감이 생겼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다른 해외 바이어에게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게 된 거죠. 한마디로 단순히 제품을 공급하는 관계가 아니라 기술과 혁신을 통해 상생하는 관계로 발전했다고 봅니다.”



다른 나라 현지법인도 원포원 같은 프로젝트를 하나요?“제품 구색을 확장하기 위해 일본법인이 일부 화장품과 식료품을 현지업체에서 조달하고 있지만 원포원처럼 현지 기업과의 동반성장을 목적으로 한 건 아닙니다. 지난해 원포원을 모델로 본사 차원에서 암웨이 신기술·원료 글로벌 사업화 프로젝트(Global Development Project)를 시작했습니다. 일종의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으로, 58개국 현지 기업과 연구기관으로부터 신기술과 원료를 조달해 상용화하는 프로젝트죠. 국내에서는 14개 업체에서 16가지 기술을 발굴했습니다. 그중 하나가 식물 줄기세포 기술입니다. 본사에서도 굉장한 기술이라고 평가한 이 기술이 그 후 네이처에 소개됐습니다. 그러자 국내 대기업들이 눈독을 들였죠. 이 회사 대표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다른 회사들이 거들떠보지도 않을 때 우리 기술력을 인정한 한국암웨이를 배신하지 않겠다.’ 이런 게 그야말로 상생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암웨이는 부산신항만의 자유무역지역에 아시아물류허브센터를 설립했다. 미국 본사에서 생산한 제품은 이곳을 거쳐 한국은 물론 일본, 대만, 홍콩, 싱가포르, 동러시아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현지법인에 공급된다. 이 물류센터는 암웨이 본사가 있는 미국 미시간주의 에이다, 네덜란드의 벤로에 이어 세 번째로 만들어졌다. 올 들어 개장했는데 한국암웨이 측은 이곳의 물동량이 연간 1조원어치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암웨이는 왜 물류기지로 한국을 낙점했나요?“일본, 말레이시아, 대만 등과 치열하게 경쟁했습니다. 마지막엔 저임 등으로 경비 면에서 유리한 말레이시아와 경합했죠. 본사에서 노조가 강성인 한국을 택한 건 우리나라 사람들의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기질, 기민성, 도전정신 등을 높이 샀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세제 혜택을 주는 등 유치에 적극적이었던 것도 좋은 영향을 미쳤죠. 상생의 한 측면은 다국적기업과 진출국 정부의 상생입니다.”



한국암웨이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이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암웨이는 다단계판매회사이고 다단계회사는 나쁜 기업이라는 등식이 입력된 탓이죠.“암웨이는 국내에 유통회사로 알려졌는데 판매 제품의 절반에 가까운 450여 종을 미국 에이다에 있는 관계사의 공장에서 자체적으로 생산합니다. 어엿한 제조업체이기도 하다는 거죠. 건강기능식품 뉴트리라이트는 생산한 지 무려 77년 됐습니다. 원료식물의 씨를 뿌리는 단계부터 완제품 생산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암웨이가 직접 관리합니다. 직접판매라는 업태는 선용될 수도 있고 악용될 수도 있습니다. 이 역시 인간이 창안한 하나의 도구라는 것이죠. 한국암웨이는 한국인의 정서를 공유하고 현지화하려는 기업입니다.”

한국암웨이의 매출액은 암웨이의 58개 현지법인 중 중국·일본·미국에 이어 4위다. 인구 대비로는 1위. 지난해 매출액은 7803억원으로 국내 직접판매 업체 중 독보적 1위다. 박 대표는 햇수로 10년째인 장수 CEO.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같은 CEO가 되려고 했습니다. 지휘자의 가장 큰 미덕은 잘 듣는 것이죠. 문제가 생겼을 때도 실무자가 하는 이야기를 막지 않고 경청하다 보면 거기서 해답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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