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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스마트 vs 3D’ 삼성·LG의 2차 TV대전

[Business] ‘스마트 vs 3D’ 삼성·LG의 2차 TV대전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1’이 지난 1월 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막을 올린 가운데 삼성전자 부스에서 한국인 관람객들이 스마트 TV를 통해 중앙일보 뉴스를 보고 있다.

신혼집에 놓을 TV를 고르고 있는 이권혁(32)씨는 삼성전자와 LG전자, 어느 브랜드의 제품을 골라야 할지 망설이고 있다. 백화점과 전자제품 매장 직원은 대부분 “삼성은 스마트 TV 기능, LG는 3D 영상이 강점”이라고 말한다. 집에서 3D 영상을 보고 싶어하는 이씨와 TV로 웹 서핑을 하고 싶어하는 예비 신부의 의견이 엇갈리며 두 사람은 고민에 빠졌다.

서로의 3D TV가 우수하다고 대립각을 세우던 삼성과 LG. 최근 들어선 대결 양상이 좀 달라졌다. 삼성전자가 3D보다 스마트 TV 기능을 중점적으로 부각하면서다. 이에 따라 두 회사의 신경전도 수그러든 모습이다. 5월 11일 열린 2011 월드 IT쇼 전시장에서도 이런 경향은 뚜렷이 나타났다. LG전자가 TV와 모니터, PC, 스마트폰까지 모두 3D로 무장한 반면 삼성전자는 스마트 TV의 사용자 환경을 체험할 수 있도록 꾸몄다.



전혀 다른 전략으로 맞불광고도 비슷한 양상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 TV 기능을 전면에 내세워 배우 현빈과 탕웨이가 TV로 웹 검색을 하고 영상통화를 즐기는 광고를 내보냈다. 반면 LG전자 광고에서는 배우 원빈이 박진감 넘치는 3D 화면을 시청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화질이 좋고 편리한 3D TV를 강조했다. 삼성은 고사양 제품군 전체가 스마트TV 기능을 기본으로 탑재했고, 3D 없는 제품을 선택할 수 있다. 반대로 LG는 3D 기능을 고사양 제품에 기본으로 탑재하며 스마트 기능이 없는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한때 3D TV 시장의 패권을 놓고 다투던 두 회사가 전혀 다른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얼핏 보면 삼성 측이 3D 기술 경쟁에서 한 걸음 물러난 듯한 모습이다. 삼성은 LG보다 한발 앞서 3D TV를 내놓고 2010년 세계 3D TV시장에서 80%가 넘는 점유율을 보이며 선두를 달렸다. 그런데 올해 초 LG가 FPR (필름패턴편광안경) 방식의 3D TV를 내놓으며 삼성의 뒤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SG(셔터글라스) 방식의 삼성 3D TV 안경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무게가 가벼운 편광안경 3D가 소비자의 호평을 받았다. 한 신기술 리뷰 사이트가 학계와 공동으로 진행한 ‘소비자 블라인드 테스트’에서도 조사 대상자의 74.2%가 LG전자 제품의 손을 들어줬다. 눈이 더 편하다는 이유였다. 6월에는 미국 소비자 잡지인 ‘컨슈머 리포트’도 최고의 3D TV로 LG전자 제품을 선정했다.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세계 3D TV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점유율 34.1%를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 LG전자는 8.2%로 4위에 그쳤다. 하지만 판매량 증가율에서 전분기 대비 36%를 기록했다. 삼성전자 3D TV 판매량이 전분기에 비해 16%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원래 스마트 TV가 우리의 궁극적 차세대 제품이며, 3D는 그 기능 중 일부”라며 “경쟁사가 우리 기술을 폄하하는 것에 대응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3D TV가 부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술 문제와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TV를 인터넷 검색,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 다른 기기의 역할까지 하는 가정 내 허브 장치로 발전시킨다는 전략”이라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이에 대해 LG전자 관계자는 “풀HD의 다음 단계 TV 기술은 3D”라고 강조했다. “스마트 TV 기능은 3D 콘텐트를 가져오는 보조적 기능이며, 향후 시장은 FPR 기술 위주로 재편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렇다면 두 기업이 내놓은 차세대 TV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은 어떨까? 최근 200만원이 채 안 되는 보급형 모델이 나오면서 차세대 TV의 판매량이 늘고 있다. 전자제품 인터넷 쇼핑몰 다나와의 AV 담당 관계자는 “가격이 떨어진 4월부터 3D TV 판매량이 늘어 최근에는 전체 판매 TV의 65%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삼성은 6월 들어 전체 TV 판매량의 70%가 스마트TV라고 밝혔다.

LG전자 연구원들이 화질 선명도를 측정하는 계측기로 3D TV 화질 검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건 고가 신제품을 선호하는 우리나라 소비자의 특성 때문일 뿐이지 스마트 TV와 3D TV가 각광 받고 있다는 증거는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전자제품 유통업계 관계자는 “비싼 가전제품일수록 실용성보다 신제품을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의 특성상 혼수 등 신규 수요나 교체 수요가 고사양 TV에 몰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차세대 TV시장 선점 효과 커디스플레이서치는 호황을 누린 지난해와 달리 올해 글로벌 TV시장은 3.4%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스마트 TV와 3D TV가 경기침체에도 구매욕을 불러일으킬 만큼 인기가 있진 않다는 방증이다.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이에 대해 “새로운 기술의 TV가 비용 대비 충분한 가치를 제공하지 못해 소비자를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며 “이 점이 TV 시장을 위축시키는 요인”이라고 꼬집었다. 3D TV를 보는 소비자 사이에서 콘텐트 부족에 대한 불만이 흘러나오고 있다. TV 제조업체인 삼성과 LG도 콘텐트 확보의 중요성을 익히 알고 있지만 사업 영역 밖의 일이라 손을 쓰는 데 한계가 있다. IT전문 블로거인 함영민씨는 “영화 아바타가 3D 영화 붐을 일으켰듯 킬러 콘텐트가 있어야 3D TV가 대중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민철 상명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는 “3D가 단순한 엔터테인먼트 영역에서 벗어나 생산적 활동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스마트TV 역시 소비자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이다. 네트워크가 자주 끊기거나 웹에 접속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현상이 곧잘 발생해서다.

그럼에도 삼성과 LG가 선점 효과가 큰 차세대 TV시장에서 해외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 있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는 평가도 있다. 차세대 TV시장을 둘러싼 환경도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다. 함씨는 “스마트 TV의 걸림돌이던 리모컨이 점점 더 입력하기 편리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으며 전용 앱 시장도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3D TV 쪽의 호재도 있다. 스카이라이프가 국내 최초로 3D 전용 채널을 내놓는 등 3D 콘텐트 시장에 대한 관련 업계의 관심도 점점 커지고 있다.

박미소 기자 smile8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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