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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any] 한화를 한화라 부르지 못하니…

[Company] 한화를 한화라 부르지 못하니…

한화그룹의 서울 플라자호텔 뒤에는 한화금융프라자가 있다. 한화금융프라자는 한화손해보험빌딩 2층에 자리 잡고 있다. 한화금융프라자는 2007년 2월 이곳에 처음 개설됐다. 이곳 시청점 외에 여의도 63빌딩 등 전국에 모두 25곳이 운영된다.

“보험, 융자업무와 계좌개설, 예탁업무 등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도록 해 고객의 번거로움을 최소화하겠다. 통합 이미지를 구축해 한화그룹 금융계열사의 브랜드 파워를 높이겠다.” 한화그룹이 밝힌 한화금융프라자 운영 목표다. 첫째는 고객이 한자리에서 원스톱으로 편리하게 금융서비스를 받도록 돕고, 둘째는 금융계열사를 ‘한화’라는 브랜드로 통합함으로써 금융부문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한화금융프라자에는 그러나 이 목표와 어긋나는 이름이 있다. 대한생명이다. 한화의 금융계열사는 대한생명을 비롯해 한화증권, 한화손해보험, 한화투자신탁운용, 한화기술금융, 한화저축은행 등 6개사. 대한생명은 한화 금융계열사의 기함(旗艦) 격이다. 대한생명은 2002년 말 한화그룹에 인수됐다.

보험사 중 대한생명과 비슷한 이름의 대한화재가 있었다. 이름은 비슷하지만 계열은 달랐다. 대한생명은 한화로 넘어갔고, 대한화재는 롯데그룹이 인수했다. 그러나 대한화재는 롯데에 인수된 뒤 롯데손해보험으로 이름이 변경된 반면 대한생명은 간판을 새로 달지 못하고 있다.



금융사는 대부분 브랜드 통합브랜드는 힘이 세다. 많은 소비자를 상대로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에서도 브랜드가 중요하다. 특히 증권사에서 보험상품을 파는 것처럼 금융 업종 간 경계가 없어지는 상황에서는 브랜드 통합이 긴요하게 여겨진다. 금융그룹이 브랜드 통합에 공을 들이는 까닭이다.

금융회사들은 대부분 주인이 바뀐 다음에는 브랜드를 변경한다. LG카드는 신한금융지주에 인수된 뒤 신한카드로 바뀌었다. 쌍용투자증권은 굿모닝증권으로 사명이 변경된 뒤 신한의 울타리에 들어온 다음 굿모닝신한증권을 거쳐 이제 신한금융투자라는 간판을 달고 있다. KB금융그룹은 한누리투자증권의 사명을 KB투자증권으로 변경했다.

한화의 금융네트워크는 인수를 통해 확장됐다. 한화손해보험의 전신은 신동아화재다. 신동아화재는 대한생명의 자회사였다가 2002년 말 한화의 대한생명 인수로 한화의 일원이 됐다. 신동아화재는 2007년 한화손해보험으로 개명했다.

최근에는 새누리저축은행이 한화 브랜드로 통합됐다. 새누리저축은행은 7월 한화저축은행으로 이름을 바꿨다. 새누리저축은행은 제일화재의 자회사였다가 제일화재가 2008년 11월 한화그룹에 인수되면서 한화 계열로 편입됐다. 제일화재는 한화손해보험에 합병됐다. 한화저축은행은 “사명 변경을 통해 한화금융네트워크의 일원으로서 계열사들과의 연계를 통해 다양한 상품과 더욱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화는 다른 계열사들에 이어 대한생명 사명도 한화생명으로 바꾸고 싶어한다. 브랜드 통합에 따른 시너지 창출을 위해서다. 한화그룹 홍보팀 박종국 부장은 “그럴 생각이 있지만 아직 구체적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사명 변경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항이다. 사명은 기업의 목적, 발행주식 총수, 본점 소재지 등과 함께 정관에 기재하는 사항이다. 상법은 제433·434조에서 ‘정관의 변경은 주주총회의 특별결의에 의해야 하고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의결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개별 기업은 상법에서보다 정관 변경 요건을 강하게 정할 수 있다. 반대로 느슨하게 하지는 못한다. 예를 들어 주주총회 특별결의 요건을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80% 이상’으로 강화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주주 의결권의 과반’으로 낮추면 안 된다.

대한생명 정관은 정관 변경 요건이 상법보다 더 강하다. 대한생명 정관은 ‘주주총회의 특별결의에는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100분의 70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필요하다고 정해놓았다.



예보, 지분 약 25% 보유대한생명은 한화건설과 한화, 한화케미칼 등 한화그룹 계열사와 특수관계인이 약 50%의 지분을 갖고 있다. 대한생명은 외환위기 이후 부실해져 공적자금이 투입됐고, 예금보험공사가 100%의 지분을 갖고 있었다. 예금보험공사는 아직도 대한생명 지분을 약 25% 보유 중이다.

한화는 사명 변경을 위해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은 동원할 수 있다. 그러나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70% 이상은 장담하지 못한다. 특히 예보가 반대할 경우엔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70%를 모으지 못할지 모른다.

한화는 지난해 3월 상장을 앞두고 대한생명을 한화생명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예보에 타진했다. 대한생명 관계자는 “예보가 반대해 사명 변경을 추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계산상으로는 예보가 반대해도 우호적 주주를 끌어들여 70%를 넘을 수 있지만 정부기관의 뜻을 거스를 수는 없지 않으냐”고 덧붙였다.

예보는 대상생명 간판을 한화생명으로 교체하는 데 왜 반대할까. 예보는 대한생명의 브랜드 가치가 한화보다 더 크다고 본다. 예보 금융정리부 천재원 팀장은 “지난해 용역을 줘 조사한 결과 대한생명 브랜드가 한화보다 인지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천 팀장은 그러면서도 용역 조사가 언제 어떻게 누구를 대상으로 이뤄졌고 어떤 수치로 나왔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대한생명 관계자는 “용역 조사 내용을 알면 구체적으로 대응할 텐데 그 개요조차 모르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예보가 남은 지분을 매각하고 대한생명에서 손을 떼면 문제가 간단해진다. 그러나 요즘 대한생명 주가는 상장 때보다 낮은 수준이다. 공적자금을 최대한 회수해야 하는 예보로서는 지분 정리에 나설 시기가 아니다.

예보가 사명 변경에 반대하는 데엔 다른 요인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종구 국회의원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의원은 국정감사 질의 등을 통해 “한화가 대한생명을 부당하게 인수했다”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국정감사, 국제상사중재원 소송, 국회의 청구에 의한 감사원 감사를 주도했다. 예보는 한화가 원하는 대로 사명 변경에 동의해줬다가 이 의원의 화살을 받게 될까 봐 우려하는 것이라고 금융계는 보고 있다.

내년이면 한화가 대한생명을 인수한 지 10년이 된다. 한화가 계열사 이름을 원하는 대로 바꾸지 못한 지도 10년이 된다.



■대한생명 환골탈태

총자산 24조에서 63조로 급증


한화는 대한생명을 인수한 이후 영업력을 강화해 총자산과 수입보험료 기준으로 2위에 올려놓았다. 대한생명은 이전까지는 만년 3위에 머물렀다. 대한생명의 총자산은 한화에 인수되기 전인 2002년 3월 말 24조7526억원에서 올해 3월 말 기준 63조7239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자본금은 5304억원에서 6조1602억원으로 10배 넘는 규모가 됐다. 대한생명의 연간 수입보험료는 2006년 10조원을 넘어섰고, 이후 계속 10조원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대한생명은 건전성에서도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보험사 자산 건전성 지표로 여겨지는 지급여력비율이 한화에 인수될 당시 97%에서 3월 말 277%로 대폭 개선됐다. 지급여력비율은 보험회사의 순자산이 보험회사가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돈에 비해 어느 정도인지를 나타낸다. 금융당국은 지급여력비율이 100% 미만인 보험사에 경영개선 권고나 요구·명령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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