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김포공항 확 바꾼 성시철 한국공항공사 사장
[ceo] 김포공항 확 바꾼 성시철 한국공항공사 사장
인천국제공항이 개항하면서 김포국제공항은 구닥다리 취급을 받았다. 단순히 비행기를 타고 내리는 ‘터미널’ 정도로 여겨졌다. 지금은 다르다. 쇼핑·레저·숙박시설 등은 물론 전시공간까지 갖춘 복합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김포공항을 확 바꾼 주인공은 성시철(62) 한국공항공사 사장이다. 1980년 공항공사 창립 멤버로 발을 디딘 성 사장은 30년 넘게 한국공항공사에 몸담은 ‘공항공사맨’이다. 성 사장의 별명은 ‘365 500’. 365일 500번 출근한다고 해서 직원들이 붙인 별명이다. 성 사장은 한국공항공사에서 관리하는 전국 14개 공항을 분주히 돌아다니며 언제나 휴대전화를 놓지 않는다. 언제 어느 공항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대중목욕탕에 들어가도 휴대전화를 가까이 둘 정도다.
항공 수요는 육상교통과 대체재 성격이 강하다. KTX를 비롯한 육상교통 수단이 발달하면서 국내 항공 수요가 꽤 줄었다. 땅이 좁은 탓에 항공은 도로나 철도와 비교해 수송경쟁에서 뒤질 수밖에 없다. 항공기로 빨리 공항에 도착해도 물건을 내리거나 도심까지 접근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항공수송의 장점은 거리가 700㎞를 넘을 때 생긴다. 국내 운송 거리는 이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성 사장은 “항공 수요는 공항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달려있다”며 “각 공항의 특성에 맞춘 특화 전략으로 항공 수요 부족 문제를 극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공항공사가 관장하는 공항은 인천공항을 제외한 전국 14개 공항이다. 김포·김해·제주공항은 흑자지만 나머지 11개 공항은 연간 4
80억~500억원 안팎의 적자를 내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든 전체 공항이 모두 흑자를 내는 나라는 없다. 공항은 전형적인 국가 사회간접자본이기 때문이다.
365일 500번 출근성 사장은 11개 공항 인근의 항공 수요가 부족하다는 걸 가장 큰 문제로 꼽는다. 이에 더해 육상교통 발달로 경쟁력마저 떨어지고 있어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다만 지역 발전과 지역 주민의 항공편의를 위해 공항을 열어둬야 하는 상황이다. 성 사장은 “지역 공항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경제유발 효과가 2000억원에 이르기 때문에 없앨 수는 없다”며 “전국 공항을 핵심육성 공항(김포·김해·제주), 중점육성 공항, 지역발전 공항(원주·사천·양양) 등으로 나눠 지원 육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 사장은 침체된 공항을 살릴 방도를 저비용항공(LCC)에서 찾고 있다. 항공공사가 LCC 운항을 지원하고 소형항공기 운항을 확대하는 한편, 주차료를 감면해 공항의 활용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LCC의 국내선 운송분담률은 2008년 9.8%에서 지난해 35.1%까지 크게 증가했다. LCC 항공사가 50~70인승 등 작은 항공기를 포항·사천 등으로 자주 띄우면 지역 공항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동남아시아 등 가까운 해외로도 나가면 금상첨화다. 성 사장은 “LCC 항공사가 국제선 항공기를 자주 띄우면 공급률과 탑승률이 함께 높아져 취항 공항을 살릴 수 있다”고 기대했다.
기술 수출로 수익성 강화현재 국제공항인 무안공항과 양양공항은 운영이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나 양양공항의 경우 평창겨울올림픽을 계기로 재도약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 강원도는 현재 양양공항을 올림픽 지정 공항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지난해 강원도는 6억원을 들여 중국 선양과 양양을 연결하는 4박5일 관광코스를 만들었다. 참가한 외국인들의 호응이 상당히 좋아 올해는 16억원을 들여 대만에서 시작하는 연결편을 구상 중이다. 성 사장은 “지방공항을 육성하는 데는 이처럼 지자체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며 “공항이 발전하려면 연결되는 택시 등 대중교통과 숙박시설, 관광지가 함께 개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항공사는 양양공항에 외국인 관광객이 모이면 이들이 강원도를 구경하고 난 뒤 쇼핑을 위해 경기도나 서울까지 진출할 것으로 예상한다. 관광레저 공항으로서 양양공항의 발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김포공항은 편리한 접근성 덕에 비즈니스 중심 공항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일본 하네다 노선 외에도 2008년 12월에 오사카, 2010년 3월에 나고야 노선을 신설했다. 2006년에는 중국 상하이 노선을, 7월 1일부터는 베이징 노선을 신설했다. 지난해 11월에는 하네다 노선을 증편하기도 했다. 명실상부한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공항 ‘비즈포트(Biz-Port)’로 발전하는 것이다. 공항공사는 김포공항의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8년 동안 국제여객 이용료 1만7000원과 착륙료를 동결해 왔다. 성 사장은 “공사는 공항운영으로 수익을 낼 생각은 없다”며 “대신 비항공 수익사업에서 수익을 노린다”고 말했다. 항공안전에 투자하고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비항공 수익사업을 강화하는 건 세계적 트렌드다. 다른 나라 공항공사는 전체 수익의 60% 정도를 비항공 수익으로 올린다. 한국공항공사의 비항공 수익 비중은 68%에 이른다.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다. 다른 나라 공항에서 벤치마킹할 정도로 경쟁력이 있다.
성 사장은 취임 이후 꾸준히 김포공항을 개발했다. 인천공항 개항 후 김포공항 시설의 78~80% 정도는 유휴시설이었다. 성 사장은 여기에 상업시설을 차례로 유치했다. 병원, 영상관, 마트 등을 주변에 둔 공항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다. 성공한 공항모델로 해외 공항에서 여러 차례 배우러 오기도 했다. 성 사장은 “이제 공항은 단순히 손님을 만나는 곳이 아니라 문화생활공간”이라고 말했다. 공항에서 쇼핑하고 밥도 먹고, 컨벤션에서 행사도 하는 곳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상업시설 때문에 항공기를 이용하는 데 불편해서는 안 될 일이다. 공항공사는 김포공항과 지방을 바로 연결할 수 있는 육상교통로를 더 확충하고 있다. 교통영향 평가를 네 차례 해서 공항 접근로를 넓히고 있다. 조만간 김포공항과 88도로를 바로 연결하는 별도 도로가 개설된다.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 앞 녹지에 조성하는 복합문화공간 ‘스카이파크’는 12월 개장한다. 자연친화적인 테마파크와 호텔, 전시관람시설, 쇼핑몰, 영화관 등이 들어선다. 성 사장이 ‘서울 서부권의 명소’로 만들기 위해 기획한 사업이다. 이외에도 27홀 규모 대중 골프장 건설도 추진 중이다. 중앙도시계획 심의는 끝났고 현재 정부와 출자문제를 협의하고 있다. 이르면 2013년 오픈한다. 골프장이 들어설 곳은 항공기 소음과 안전을 위해 공항공사가 매입해 묵혀뒀던 땅이다. 그냥 두면 관리비용만 들고 녹지로 조성하려면 50억원이나 들어가는 땅을 수익성 있게 바꾼 것이다.
성 사장은 현재 공항공사의 발전방향을 글로벌 기술 수출로 잡고 있다. 2020년까지 신장비 수출, 해외컨설팅 등 신성장사업으로 매출액의 30%를 채우겠다는 계획이다. 2020년 전체 매출 전망은 1조5000억원. 이 중 5000억원 정도를 신사업으로 벌겠다는 것이다. R&D 항공보안장비 시장은 세계적으로 연간 1조2000억원 규모다. 공항공사는 그중 2000억원을 차지할 계획이다. 성 사장은 “한국 공항의 기술은 30여 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서 뛰어난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성 사장은 공항공사 경영의 핵심가치를 안전에 두고 있다. 항공기는 무엇보다 안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둘째로 선제적인 서비스를 강조한다. 그래서 ‘개선’이라는 말은 뒤늦은 것이라고 본다. 문제가 있기 전에 해결해야 승객들의 불만이 없을 거라는 생각에서다. 항상 예측해 대응하는 것, 30년 공항지기의 노하우다.
박상주 이코노미스트 기자 sa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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