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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퍼 리치 위한 ‘아트 하우스’

1% 수퍼 리치 위한 ‘아트 하우스’


최근 고급 주택은 예술을 강조하는 추세다. 세계적인 유명 건축가들이 독특한 외관뿐 아니라 집 안에 공연과 전시 공간을 만든다. 파티 무대도 설치한다. 한국에도 이런 ‘아트 하우스’가 등장하고 있다. 1% 수퍼 리치를 겨냥한 것이다.
제주 서귀포시 색달동에 세워지는 롯데 아트빌라스는 문화공간이 마련된 `아트 하우스`다.

국가 지정 명승지인 산방산과 마라도가 손에 잡힐 듯 보이는 제주도 서귀포시 색달동의 한 건축현장. 막바지 조경공사가 한창이다. 이곳엔 롯데제주리조트가 대한민국 1% 수퍼 리치를 겨냥해 리조트형 고급 단독주택 아트빌라스(ART VILLAS)를 짓고 있다.

아트빌라스는 세계적인 건축가 5명이 제주의 자연을 모티브로 집을 짓겠다며 설계에 참여해 일찌감치 화제가 됐다. 세계 3대 건축가 중 한 명으로 ‘땅을 재단하는 건축가’로 불리는 프랑스 출신 도미니크 페로,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 받는 일본 출신 구마 겐고,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총감독을 역임한 건축 디자이너 승효상과 한국예술종합학교 도시건축연구소장인 이종호, DA글로벌그룹 등이다.

거장들은 자신만의 건축 양식을 제주 지형과 결합시켰다. 독특한 외관은 물론 여유와 문화가 있는 ‘세컨드 하우스’를 원하는 수퍼 리치들의 욕구를 실내에 풀어놓았다. 공연과 미술작품 전시, 와인 파티, 레저 등을 집 안에서 즐길 수 있다. 이른바 ‘아트 하우스’다.

아트빌라스는 건축가 작품을 기준으로 크게 5개 구역으로 나뉜다. A블록을 담당한 승효상의 주제는 ‘제주의 수평선을 들보 삼아 올리다’이다. 각각의 공간에서 바다·산 혹은 정원이 보이도록 해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과 계절의 변화를 느끼도록 구성했다. 모던 갤러리 스타일을 컨셉트로 절제된 한국의 미를 표현했다. 1층엔 사우나와 히노키 욕조가 들어섰고, 2층 마당엔 월풀수영장이 마련됐다. 집 한가운데 중정이 자리하고 이를 6m짜리 통유리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 1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너른 주방과 거실, 1층에 마련된 게스트룸을 보면 이곳에서 파티를 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제주 자연을 모티브로 건축물에 예술을 담다프랑스 국립도서관, 베를린 올림픽 사이클·수영 경기장, 유럽 사법재판소, 이화여대 캠퍼스 복합단지 등을 설계한 도미니크 페로가 맡은 B블록은 ‘제주의 선으로 수묵화를 그리다’가 주제다. 그는 중정, 테라스 등을 통해 건물 내부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건물 마감을 원형과 곡선으로 처리해 자연에 가깝게 했다. 2층은 원형방 등 실내가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어린아이가 많은 가족에 안성맞춤이다. 1층은 지인들을 초대해 파티를 열 수 있는 개방형 구조다.

이종호는 C블록을 작고 모던한 갤러리풍 스타일로 꾸몄다. 주제는 ‘제주의 바람을 집으로 청하다’. 실제로 현관과 창문을 열어보니 서귀포 바람과 한라산 바람이 차례로 집 안을 휘감는 느낌이었다. 산방산 조망과 자연을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높이 4.8m인 대형 창을 설치한 게 특징이다. 실내에 가족실이 별채로 분리돼 있어 작가, 예술가 등이 창의적인 작업을 하기에 좋다.

구마 겐고의 D블록은 ‘오름의 곡선으로 지붕을 잇다’라는 주제답게 제주의 오름을 형상화한 곡선이 특징이다. 일본 건축 양식을 반영하듯 정적인 느낌의 ‘다실’도 마련했다. 천연 소재를 활용해 자연스럽고 주변 환경과도 조화를 이룬다.

롯데 아트빌라스는 총 73가구(210∼382㎡)다. 분양가는 3.3㎡당 2100만~2500만원으로 한 채에 20억원 안팎이다. 비싼 만큼 부가 혜택도 크다. 단지 내에는 실외 수영장과 멤버스 라운지, 레스토랑, 카페, 피트니스센터, 사우나, 갤러리 등으로 구성된 커뮤니티센터가 조성된다. 단지 앞 롯데 스카이힐 제주CC 이용은 물론 승마, 요트 등 레저 시설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이 모든 서비스는 호텔롯데에서 관리한다. 수퍼 리치를 겨냥한 타깃 상품인 셈이다. 롯데제주리조트 관계자는 “대기업 최고경영자, 중견기업 오너 등이 고소득층이 주요 고객”이라고 말했다.

제주에는 럭셔리 아트 하우스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대부분 친환경 복합테마리조트 형식을 띠고 있다. 제주 SK 핀크스리조트가 대표적이다. 핀크스리조트는 192만㎡ 부지에 타운하우스·빌라 등 최고급 주거시설과 커뮤니티센터 및 생태공원·미술관·부티크형 호텔·골프코스 등 복합 휴양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한 곳에서 주거와 문화 체험, 레저를 즐길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곳은 프랑스 예술문화훈장, 아시아 문화 환경상 등을 수상한 재일교포 건축가 고(故) 이타미 준의 작품이다. 그는 1998년 핀크스 클럽하우스를 설계하며 제주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핀크스리조트 단지 안에 있는 포도호텔(2001), 물·바람·돌 미술관(2004), 두손 미술관(2005), 비오토피아 타운하우스(2008) 등을 설계했다. 그가 설계한 건축물은 ‘모던 코리아를 대표한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종호가 설계한 D블록 주택의 전경과 거실.
삼성중공업도 ‘요트 위에서의 휴식’을 테마로 최고급 인테리어로 치장한 요트팰리스를 분양 중이다. 총 15가구를 분양한다. 분양 받은 사람들에겐 이탈리아 명품 업체 페레티그룹의 대표 요트인 페레티 592를 즐길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진다. 월 2회, 연 24회 요트 및 마리나 시설 이용권이 분양가에 포함돼 있다.



예술가와 함께 어울려 사는 서울 근교제주의 아트 하우스가 ‘세컨드 하우스’ 성격이라면 서울 등 수도권에 위치한 아트 하우스는 실주거용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예술인이 모여 사는 경기도 헤이리 마을을 비롯해 정·재계 유명인과 교수·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 유명 연예인들이 터를 잡고 있는 경기 서북부 지역이 각광받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교하 신도시에 시공한 헤르만하우스02도 그중 하나다. 시내 고급주택에서는 접할 수 없는 대자연 속 고급 타운하우스라는 게 장점이다. 2만3140㎡의 양지말근린공원을 품에 안고 있으며 청룡두천에 수변공원이 조성될 예정이다. 대지 면적 550~552㎡, 공급면적 328~329㎡, 지하 1층~지상 2층 38가구다. “헤르만하우스02는 삼성중공업에서 시공한 대표적인 고급 타운하우스 브랜드로 부호들을 잡기 위해 작심하고 만들었다”는 게 현장 관계자의 말이다.

헤르만하우스02는 서울 대치동 타워팰리스 설계로 유명한 최시영 리빙엑시스 대표 작품이다. 최 대표는 대치동 아티누스와 미켈란, 부산 퀀텀시티, 창원 시티세븐, 평택 북시티 등을 설계한 우리나라 대표적인 건축문화 디자이너다.
파주 교하신도시에서 분양 중인 타운하우스 `헤르만하우스02`.

그는 헤르만하우스02를 자유롭고 특별한 컨셉트의 인테리어가 가능한 집으로 설계했다. 요르단 대리석으로 마감한 외관은 웅장하고 아름답다. 현관 천장은 4m, 거실 천장이 6.2m나 된다. 실내 공간을 강조한 게 돋보인다. 예술가의 아트 스페이스, 다양한 용도의 피트 공간이 부수적으로 제공됐다. 층마다 천장에 픽처레일(갤러리 레일)을 장착해 예술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각 가구에는 타운하우스 최초로 전용 엘리베이터를 설치했다. 입주 예정자는 예술 분야와 관련 있는 사업가, 기업 임원, 교수, 유명 연예인 등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서울 성수동에 지난 7월 지어진 한화 갤러리아포레는 시내에 위치한 아트 하우스다. 2008년 분양 당시 3.3㎡당 4000만원이 넘는 분양가로 화제를 모았다. 45층에 233~331㎡짜리 230가구로 구성됐다. 리움미술관을 설계한 프랑스의 대표적 건축가 장 누벨이 직접 디자인한 내부 인테리어는 상류층의 구미에 맞췄다. 조경 디자인에는 이탈리아의 마시모 벤투리 페리올로 교수가 참여했다. ‘숲을 향한 창’을 주제로 건물 중심부에 열린 공간을 조성했다. 공연·문화시설이 들어서는 아트리움은 나뭇잎을 형상화한 거대한 유리돔을 설치했다.

쌍용건설의 서울 평창동 타운하우스 ‘오보에 힐스’ 역시 갤러리 같은 주거 공간이다. 건축가 이타미 준이 설계에 참여했다. 갤러리와 같은 외관과 한국풍 디자인이 함께 어우러진 건축 스타일이 눈에 띈다. 주택 면적이 454~482㎡에 달한다. 지하 2층~지상 2층 총 18가구로 가구별 69~189㎡ 규모의 잔디 마당과 최대 90㎡짜리 테라스가 제공된다. 지붕에는 기왓장을 걷어내고 사철식물을 잔디처럼 깔았다. 최고급 편백나무를 깎아 만든 나무 욕조도 설치했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고급 주택이지만 화려함 대신 고전미와 절제미를 최대한 살렸다”고 말했다.



삶의 질 보장되면 ‘시세차익’ 안 따진다이 같은 럭셔리 주택을 찾는 사람들은 어떤 계층일까? 이는 올해 초 경기도 판교 산운 아펠바움의 프로젝트 매니지먼트(PM)를 맡은 에스케이디앤디가 해당 사업장을 방문한 고객과 계약자 등 총 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잘 나타나 있다. 고급 단독주택인 ‘산운 아펠바움’은 한 채에 최고 80억원이 넘는다.

조사 결과 이들의 절반이 주상복합 아파트에 거주하다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고려하는 사람들로 나타났다. 이는 한때 고급주택의 대명사였던 초고층 주상복합의 인기가 시들고 전원형 단독주택이 떠오르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이들의 직업은 중소기업 CEO가 41명(82%)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고소득 전문직 6명, 대기업 임원 3명이었다. 연령대는 50대가 32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40대가 12명, 60대가 6명으로 중장년층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이들은 대부분 기존 계약자 소개로 사업장을 방문하거나 프라이빗 뱅커(PB) 등 사적 네크워크를 통해 문의하는 경우가 많았다. 주된 관심사는 사생활 보호와 자연친화적 입지로 나타났다.

헤르만하우스02의 경우도 방문 고객이나 계약자 현황이 비슷하다는 게 삼성중공업 관계자의 말이다. 박상언 유엔알 컨설팅 대표는 “부동산시장 침체에도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한 고급주택 시장은 조용히 움직이고 있다”며 “고액 자산가들은 상대적으로 경기에 덜 민감하고 구매력에 여유가 있어 건설사들도 일반주택 분양은 미루거나 축소하는 반면, 고급주택 분양에는 정성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외부 상황이 어떻든 수퍼 리치들은 쾌적하고 사생활이 보호되는 그들만의 주거단지가 생기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설명이다.

구마 겐고가 제주의 오름에서 착안해 설계한 롯데 아트빌라스 D블록 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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