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는 2004년 ‘더페이스북(페이스북 초기 모델)’을 만든 뒤 곧장 실리콘밸리로 날아갔다. 창업자금을 대줄 엔젤투자자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그는 이곳에서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티엘에게 첫 투자를 받았다. 엔젤투자가 없었다면 기업가치가 600억 달러에 이르는 페이스북도 없었을지 모른다. 미국 벤처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이처럼 엔젤투자자에게 나온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한국의 실상은 다르다. 엔젤투자자의 활약이 미미했다. 중소기업청 자료를 보면 국내 엔젤투자 업체는 2000년 1291곳에서 2010년 83곳으로 크게 줄었다. 투자액은 같은 기간 5493억원에서 326억원으로 급감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전직 벤처인이 엔젤투자자로 변신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택경·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자, 장병규 전 첫눈 대표 등이 손을 잡고 세운 ‘프라이머’가 대표적이다. 프라이머는 창업기업을 위한 엔젤투자클럽이다. 이택경 프라이머 대표는 “젊은이들이 창업의 꿈과 열정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전직 벤처인이 의기투합했다”고 말했다.

프라이머가 하는 일은 크게 두 가지다. 스타트업 기업을 선정해 투자금을 지원하고 비즈니스 및 생존기술을 멘토링한다. ‘데스 밸리(Death valley)’를 잘 넘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다. 데스 밸리는 벤처기업 부도율이 가장 높은 창업 후 2년여를 말한다. 프라이머가 관심을 갖고 있는 곳은 대부분 IT업종의 기업이다. 이택경 대표는 “IT기업을 창업하려면 초기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실패했을 경우 젊은이들이 짊어져야 할 재정적 리스크가 크다”며 “IT업종의 스타트업 기업은 멘토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프라이머가 이런 방식으로 인큐베이팅한 업체는 모두 8곳이다. 이 중 2곳이 추가 투자유치를 받는 데 성공했다.

이 대표는 “최근 창업경진대회 등 정부와 기업 부설기관이 나서 젊은 창업가를 돕는 이벤트가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창업은 하는 것도 어렵지만 (창업 초기에) 잘 버티는 것도 숙제”라며 “스타트업 기업뿐만 아니라 데스 밸리에 빠진 벤처기업에도 자금과 비즈니스 기술 등을 전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라이머 외에도 창업기업을 돕는 전직 벤처인은 적지 않다. 네오위즈의 공동 설립자이자 토종검색엔진 ‘첫눈’을 개발한 장병규씨는 지난해 4월 창업기업 투자전문회사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를 설립했다.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는 올 7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개발사 우아한형제들에 3억원을 투자했다. 2010년엔 온라인 게임 전문 개발업체 엘타임게임즈에 7억원을 투자했다. 지문인식 전문기업 슈프리마 이재원 대표도 지난해 5월 50억원을 출자해 엔젤투자전문업체 ‘슈프리마인베스트먼트’를 설립했다. 슈프리마인베스트먼트는 올 6월 온라인 소개팅 업체 이음소시어스에 두 차례에 걸쳐 26억원을 투자했다. 지난해 6월 시범서비스를 시작한 이음소시어스는 그해 11월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회원 수는 현재 15만명에 달한다.

엔젤투자자와 스타트업 기업의 모임인 ‘엔젤클럽’의 김광식 대표는 “엔젤투자가 활성화해야 벤처 생태계를 잘 가꿀 수 있다”며 “자금과 경험을 전달하는 엔젤투자자와 창업기업을 연결할 수 있는 공식적인 ‘정보교류 창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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