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평판 좋은 기업 <포스코> - ‘주인 없는 회사’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
- 대한민국의 평판 좋은 기업 <포스코> - ‘주인 없는 회사’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

쇳물이 쏟아지는 제철소에서 땀 흘리는 근로자. 포항제철의 이미지는 그런 것이었다. 박정희 대통령의 결단, 박태준 회장의 집념이 어우러져 포철에는 늘 제철보국이란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포철은 국부기업이었고, 쇠의 기업이었다.
2002년 3월 포철은 포스코로 이름을 바꿨다. 그 사이 기업 이미지는 많이 바뀌었다. 시뻘건 쇳물보다는 글로벌, 환경, 상생, 사회공헌의 이미지가 포스코에 따라붙는다. 이 회사가 10년 동안 사용한 ‘소리 없이 세상을 움직입니다’라는 광고 카피는 대성공을 거뒀다. 포스코는 수년 째 남녀 불문 일하고 싶은 기업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단지 이미지만 좋아진 건 아니다. 포스코는 지난 10년 새 세계적인 철강회사로 성장했다. 국제철강협회에 따르면 포스코는 아르셀로미탈, 바오산강철에 이어 세계 3위 철강업체다. 철강분석 전문 기관인 WSD(World Steel Dynamics)가 올 6월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 조사에서는 2년 연속 1위에 선정됐다. 또한 포스코는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이 선정한 글로벌 500대 기업에서 올해 161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에 비해 111계단 높아진 것이다. 국내에서는 자산 기준 재계 서열 6위다. 시가총액은 코스피 3위다(2011년 10월 31일 현재).
이런 포스코의 위상은 올해 한국기업명성지수(KCRI)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번 조사에서 포스코는 기업철학 및 문화지수(13.59점), 기업경영전략지수(22.14점), 기업커뮤니케이션지수(13.87점) 등 3개 분야 9개 항목에서 골고루 높은 점수를 받아 100점 만점에 59.89점으로 3위를 차지했다. 2007년 실시한 같은 조사에서는 5위였다. 포스코는 특히 경영성과(2위), 브랜드(2위), 조직철학(4위), 기업이미지(4위), 대외홍보(4위) 등 9개 항목 중 7개 항목에서 톱 10에 오른 기업 평균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투명한 지배구조 높은 평가기업체 담당자, 일반인, 기자 등 조사 대상별로 포스코가 명성을 얻는 이유에 대한 시각은 다소 달랐다. 기업체 종사자들은 포스코의 투명한 지배구조를 특히 높게 평가했다. “이사회 운영을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한다” “상생경영과 윤리경영 실천으로 국내외로부터 존경 받고 있다”는 평이 많았다.
2000년 민영화된 포스코는 ‘주인 없는 회사’라는 약점을 장점으로 승화시켰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CEO 인사와 관련된 잡음이 일기는 했지만, 이사회를 중심으로 한 경영 체제를 확고히 한 결과 지속 경영의 틀을 갖췄다는 데 이견은 거의 없다.
포스코는 6월에 한국거래소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주최한 ‘2011 기업지배구조 우수기업’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주최 측은 “포스코가 기업지배구조헌장과 임직원 윤리규정을 공시하고 정기주총 개최 시 주총관련 사항을 4주 전에 통지하는 등 주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한 점이 높이 평가됐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감사위원회 전원을 사외이사로 구성하고 내부 감사업무 책임자에 대한 임면 동의권을 부여하는 등 ‘안으로부터의 투명성’에 전력해 왔다. 지난 5월에는 홍콩 금융전문지 파이낸스아시아가 선정하는 한국의 최우수 경영기업에 2년 연속 선정됐다. 아시아 투자 전문가와 애널리스트 300명을 설문 조사해 발표하는 이 시상에서 포스코는 기업 지배구조와 경영공시 면에서 최우수 점수를 받았다.

기자들은 포스코에 대해 ‘공기업 같은 안정된 이미지’ ‘전문 CEO에 운영되는 기업’ ‘문어발식 확장을 하지 않으면서도 높은 기업 경쟁력 유지’ 등을 높게 평가했다. 특히 내부 직원들의 삶의 질(복지)에 힘쓰는 모습에 높은 점수를 줬다. 실제로 포스코의 복지 정책은 재계에서 직원 보육시설의 메카로 불릴 만큼 유명하다. 일반인 조사 대상자들 역시 “직원 복리후생이 잘 돼 있다”는 평을 내놨다.
포스코가 국내 최초로 도입한 성과공유제에 대한 인식도 좋았다. 성과공유제는 협력업체인 중소기업이 원가절감, 국산화, 품질향상 등의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포스코와 공동으로 과제를 수행해 발생하는 이익을 중소기업에 나눠주는 제도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성과공유제는 포스코 동반성장 활동의 대표 브랜드”라고 강조한다. 올 8월까지 포스코가 협력업체에 지급한 성과공유 보상금은 176억원. 이미 지난해 지급한 169억원을 넘었다. 포스코 측은 “성과공유제 참여 대상을 3차 협력업체까지 확대한 결과 올해 성과공유 보상금은 3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번 기업명성조사에서 조사 대상자들은 포스코의 대외홍보 항목에도 높은 점수를 줬다. 꾸준한 기업 이미지 광고로 좋은 기업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포스코가 높은 평판을 받는 데는 경영성과가 큰 몫을 했다. 기업체 종사자, 기자, 일반인 모두 “높은 매출 규모와 영업이익으로 국가경제에 기여한다”는 평과 함께 경영성과 항목에 높은 점수를 줬다. 올 상반기 포스코는 연결 기준 33조29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3조1000억원이었다. 포스코만 따로 떼 보면 매출 19조1400억원, 영업이익은 2조4200억원이다. 영업이익률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2.6% 늘었다.
포스코는 올 상반기에도 생산 능력 증가를 위한 설비 투자를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6월에는 200만t급 파이넥스 신설에 착수했다. 파이넥스는 포스코가 세계 최초로 도입한 친환경 공법이다. 글로벌 투자도 성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포스코는 올 7월 말 인도네시아에 300만t급 일관밀 프로젝트 공사에 착공했다. 또한 3월에는 중국 광둥 지역에 45만t 규모의 용융아연도금강판 공장을 착공했다. 앞선 1월에는 인도 오리사 지역에 1200만t 규모의 제철소 부지를 확보하는 것과 관련 인도 환경부의 승인을 받았다.
경영성과 부문 2위 차지최근 포스코는 위기관리 능력을 다시 한번 평가 받는 시험대에 올랐다. 철강시장 업황이 안 좋고, 유럽발 재정위기의 여파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철강시장 회복에 대한 증권가 전망은 다소 엇갈린다. 대신투자증권 문정업 연구원은 “철강 업황이 올해 바닥을 다지고 내년 1분기에는 회복 가능성이 있다”며 “업황 약세 속에서도 (포스코의) 성장 정책은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메리츠종금증권 이종형 연구원은 “국내외 철강시황 부진에 따라 포스코의 분기 이익은 올 2분기를 피크로 내년 1분기까지 둔화될 것”이라며 “계절적 성수기인 내년 2분기부터 시황이 회복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이미 공격적 투자를 줄이는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했다. 이 회사는 10월 21일 가진 기업설명회를 통해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지속됨에 따라 올 투자를 7조3000억원에서 6조원으로 낮춘다”고 발표했다. 경영진의 이번 의사 결정이 향후 포스코의 평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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