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RT&CULTURE] 김명한 aA디자인 뮤지엄 대표

위치한 aA디자인 뮤지엄. 지하 2층 지상 5층인 이 곳에는 20세기 디자인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는 가구들이 있다. 그렇다고 단순한 박물관은 아니다. 카페, 가구 디자인 회사, 스튜디오를 갖춘 복합 문화 공간이다. 4개 층이 가구 전시실로 주인이 어디에 무게를 두고 있는지 짐작하게 한다.
가구 전시실은 스칸디나비안·바우하우스·모던 빈티지 테마로 분류돼 있다. 이중 80% 이상이 의자다.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헝가리 출신의 미국 건축가, 디자이너 마르셀 브로이어의 바실리, 20세기 모던 디자인을 주도한 찰스&레이 임스의 LCW, 영국의 잘 나가는 20대 디자이너 벤자민 휴버트의 메리타임 의자 등이 있다. 가구 디자인의 보고(寶庫)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김명한 대표(59)는 홍대를 비롯해 서울 삼청동 aA 디자인 뮤지엄과 경기도 남양주시 창고에 약 2만 개의 가구를 갖고 있다. 유럽의 엔티크 계단, 조명, 타일 등 건축 오브제도 수집했다. 이것까지 합치면 컬렉션은 10만 개에 달한다. 11월 14일 뮤지엄의 주인이자 컬렉터인 김명한 대표를 만났다. 예술(art), 건축(architecture), 살아있음(alive)의 뜻을 담고 있는 aA. 천정이 높아 스튜디오를 연상시키는 이 건물 컨셉트는 ‘창고’다. 문이 무거워 뮤지엄 대문조차 열기 쉽지 않다. 1933년 영국의 캐드버리 초코릿 공장에 쓰이던 아르데코 양식의 울타리 사이에 있는 계단으로 걸어 올라가 1800년대 영국의 철제문을 당겼다. 이 문을 통과하니 1850년대 프랑스 문이 또 있다. 모두 유럽에서 배로 실어 온 것들이다.
갈색 가죽 재킷에 검정 모카신을 매치한 그의 패션이 예사롭지 않다. 머리 양편을 빡빡 밀고, 말총처럼 가운데만 남겨놓은 모히칸 헤어 스타일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젊을 때부터 인테리어가 잘 된 곳을 찾아 다니는 걸 좋아했어요. 공간의 필수 아이템이 가구잖아요. 그래서 모았죠. 원래 돈 벌면 다 써버리는 성격이에요. 여행 다니고, 가구 사는데 다 썼죠(웃음).”
홍대에 모인 20세기 디자이너들 가구그는 여성복 디자이너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1980년대에 유럽 출장을 다니면서 그 곳의 카페, 레스토랑 인테리어에 푹 빠졌다. 그때부터 고풍스러운 유럽의 빈티지 가구에 관심을 가졌다. 40대에는 이태리 레스토랑도 차렸다. 파리, 런던 등에서 봤던 인테리어를 레스토랑에 재현했다. 마당이 있는 건물에 파티오(patio)를 만들고, 유럽 빈티지 가구로 내부를 꾸몄다. 이게 주효했다. 1년에 매장 3곳을 오픈 할 정도로 잘 됐다. 이 때 번 돈이 컬렉션의 종자돈이 됐다. 2004년부터 15개였던 점포를 줄여나가 현재는 3곳만 운영한다.
그는 바우하우스가 설립된 1919년 이후 가구를 모은다. 모더니즘 디자인의 절정을 이룬 시점이다. 작고한 디자이너와 생존 디자이너의 가구를 모두 산다. 비율은 50 대 50 정도다. 요즘은 생존 작가들의 가구를 더 수집한다. 그들도 곧 디자인 역사 속 주인공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쇠파이프와 짚 풀로 의자의 형태를 구현하는 영국 디자이너 톰 딕슨, 초현실적 디자인으로 주목 받는 하이메 아욘의 작품을 좋아한다.

그의 최초 컬렉션은 1980년대 중반에 구입한 ‘토넷 no.14’. 가구 컬렉터라면 꼭 사야 하는 필수 아이템으로 꼽히는 것이다. 이 제품은 1859년 첫 생산됐다. 독일의 소목장 미카엘 토넷의 작품이다. 그는 나무를 잘라 가구를 제작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곡선으로 휘는 ‘Bent wood’로 작업했다. 토넷 no.14.는 현대 가구 디자인의 효시로 불린다. 샤넬 no.5에 버금가는 스테디셀러다. 김 사장은 “유명세만큼 세상에서 짝퉁이 가장 많다”고 귀띔했다.
김 대표가 이 의자를 가진 단 한 명은 아니다. 이제는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는 기성품이다. 에이후스, 허먼 밀러, 비트라 같은 디자인 가구회사는 찰스&레이, 필립 스탁, 가우디 등 유명 디자이너들과 계약한다. 회사는 보통 70년간 저작권을 갖고, 가구를 생산한다. 이들을 통하면 웬만한 디자인 가구는 구입이 가능하다.
그는 희소 가치가 높은 빈티지 가구도 모은다. 단 한 개만 제작됐거나 더 이상 출시되지 않는 것들이다.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거나 소장자 히스토리에 따라 가격은 달라진다. 소더비와 크리스티 경매, 갤러리 등에서 살 수 있는 ‘아트 피스(Art piece)’도 모은다. 이 가구들은 디자인 가치와 파인 아트적 성격을 동시에 갖췄다. 모두 한국에서 구하기가 쉽지 않다. 한 달에 한 번씩 유럽을 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밀라노 가구 박람회, 바젤 아트 페어, 파리 국제 가구 박람회 등에서 유럽의 가구 오퍼상, 컬렉터들과 교류한다. 소장자간 거래가 이뤄지는 카 부스·창고 세일 등도 찾는다.
“여기 의자 하나가 중형차 한 대 값을 훌쩍 넘는 것들이 꽤 많습니다.” 김 대표가 가장 아끼는 가구들로 채워졌다는 2층 스칸디나비아 전시실로 향했다. 북유럽 가구는 복잡한 장식을 최대한 배재한 채 목재의 색상과 질감을 극대화 한 게 특징이다.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구입해 이름이 붙은 입코포드 라르센의 ‘엘리자베스 소파’, 클래식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한스 브라트루드의 ‘스칸디나 의자’ 등 전설적인 의자가 즐비했다. 그는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을 대표하는 덴마크 디자이너 핀 율의 ‘펠리칸’을 보여줬다. 새의 부리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된 의자다. 유기적 곡선이 두드러진 원형 모양이었다. 김 대표는 “핀율은 디자인과 기능의 완벽한 조화를 꾀한 디자이너”라고 평가했다. 보이는 것과 달리 앉아보니 무척 편했다.
초현실주의 작가 살바도르 달리의 ‘달리와 갈라가 마주보는 소파’도 볼 수 있었다. 앉는 사람의 방향이 반대가 되는 기묘한 모양의 이것은 2004년 달리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블랙 컬러로만 한정 생산됐다. 늘 출시되는 빨간색에 비해 비싸다. 그는 자신과 같은 컬렉터들을 겨냥해 장삿속으로 내놓은 물건이라고 했다.
가장 아끼는 컬렉션이 무엇인지 묻자 그는 “다 내 새끼 같아서 순위를 매길 수 없다”며 웃었다. 백 만원부터 수 억원에 달하는 가구가 있지만 전부 소중하다는 것이다.
“핀 율과 찰스&레이 임스의 가구 가격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핀 율은 대량생산을 안 해서 가격대가 높고, 찰스&레이 임스는 좀 더 많이 생산해 상대적으로 싸죠. 하지만 두 디자이너 작품의 우열을 가릴 수는 없어요. 각각 다른 시대를 대표하니까요.”
빈티지와 하이엔드는 다르다1973년 프랑스 디자이너 입생 로랑이 산 에일린 그레이의 ‘Dragon chair’는 2009년 2월 파리 크리스티 옥션에서 28만 달러에 낙찰됐다. 그가 얼마의 이익을 남기고 팔았는지 공식적으로 비밀이다. 김 사장은 “역대 의자 경매 중 최고가”라고 말했다.
그는 “나의 컬렉션 투자 가치는 제로”라고 했다. 한국에서는 시장 형성이 안돼 되팔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한국에서 빈티지 가구 시장은 별 볼일 없을 것이라고 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새 물건을 좋아하고, 헌 물건은 버리잖아요. 유럽은 빈티지 가치를 인정해주죠.”
그렇다고 유럽으로 되팔 수도 없다. 그는 보통 한 개의 가구를 들여올 때마다 8%의 관세를 지불한다. 운송료도 붙는다. 그는 “100원에 산 물건이 한국에 가져오면 140원이 되는 격”이라고 했다. 아시아 컬렉터끼리도 거래하기 힘들다. 일본은 한때 디자이너 가구 브랜드가 세계 최고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빈티지 시장이 붐이었다. 지금은 거품이 꺼졌다. 중국은 번쩍거리는 화려한 제품을 좋아해 빈티지 수요가 생길 수 없는 문화다. 홍콩과 싱가포르는 컬렉터 수가 너무 적다. 자신처럼 빈티지 가구를 모은다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라고 말했다.
조언도 잊지 않았다. 국내에서는 디자인 가구 회사, 옥션, 갤러리 등의 경로를 통해 빈티지 가구를 구입하는 게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이베이를 통해 사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보통 지식으로는 월척을 낚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내가 빈티지 가구를 수집한다고 하면 다들 오해하죠. 난 절대 하이엔드 성향은 아니에요.”
그는 빈티지와 하이엔드는 다르다고 했다. 높은 가격대로 상류층을 위한 럭셔리를 지향하는 샤넬, 에르메스와 같은 브랜드를 하이엔드라고 했다. 그는 “뉴욕 명품거리 5번가에 유니클로가 입점하는 세상”이라며 “이제 하이엔드는 과거 트렌드”라고 말했다.
aA는 대중을 위한 공간이라고 했다. 이 곳 아이템들은 사람이 살아가는 방법을 보여주는 도구라는 것이다. 누구든지 aA 카페에서 찰스&레이 임스, 나나 디첼 등의 의자에 앉아 1850년대 프랑스 정육점 도마에 커피잔을 올려놓을 수 있다. 그는 광주, 부산에도 aA디자인 뮤지엄을 세울 생각이다.
3달 전 설립한 aA디자인 퍼니처의 타깃도 대중이다. 그는 영국, 네덜란드 등 유럽 디자이너의 저작권을 사서 가구를 만든다. 자체 디자이너도 있다. 국내에서 합리적인 가격에 디자인 가구를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마흔 전에 10억"...신혼여행 첫날밤 숨진 19세 신부 [그해 오늘]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마켓인
이데일리
"걸리면 혼난다" 수지 '루머'에 대표 발끈..왜?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李 "토론 통해 檢개혁안 마련하라"…여권, '실질논쟁' 이뤄질까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마켓인]서울회생법원, 양재 ‘캠코양재타워’ 임차 이전 추진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단독]퀀타매트릭스, 국내 최초 美정부 200억 지원과제 뚫었다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