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의 입자’를 찾아서
지난 12월 초 유럽에서 전해진 소식이 세계를 흥분시켰다. 자연의 새로운 기본 구성요소로 알려진 ‘힉스 보손(Higgs boson)’ 입자의 발견을 시사하는 실험 결과 때문이었다. 그냥 평범한 입자가 아니라 물리학자들이 지난 반 세기 동안 물질의 기본 구성요소를 이해하는 데 사용해 온 이론의 정당성을 입증할 수 있는 입자다.
‘힉스장(higgs field)’ ‘기가전자볼트(gigaelectronvolt)’ ‘강입자(hadron)’ 같은 용어가 거의 외국어로 들리는 일반인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지금까지 이해가 불가능했던 수수께끼가 풀릴지 모른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강입자는 자연의 네 가지 힘(중력, 전자기력, 약한 핵력, 강한 핵력) 중 하나인 강한 핵력을 통해 상호작용한다. 힉스 보손 실험은 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CERN)의 대형강입자충돌기(Large Hadron Collider, LHC)에서 실시된다. 프랑스-스위스 국경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입자 가속기다. LHC의 지하 미로에서 과학자들은 광속에 가깝게 가속화된 양자들(proton)의 충돌을 관찰한다. 이 양자는 머리카락보다 미세한 곳에서 초당 10억 차례 충돌한다. 아인슈타인의 이론대로 양자는 충돌하면서 에너지로 바뀐다. 그 에너지는 이전에 우리가 보지 못했던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12월 13일 화요일 오후 제네바에서 LHC의 ATLAS팀과 CMS팀의 대변인들은 각기 힉스 보손을 찾는 실험의 진행 상황을 발표했다. 영국 물리학자 피터 힉스의 이름을 딴 이 입자가 만약 존재한다면 ‘힉스 메커니즘(Higgs mechanism)’이 실제로 증명해 줄 것이다. 힉스 메커니즘이란 원소 입자(elementary particles)가 질량(mass)을 얻는 방식을 설명하는 가설이다. 그 질량은 우리가 보는 물질의 구조 대부분에 필수적이다. 전자(electron)가 질량이 없다면 원자(atom)가 생성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은하계(galaxies), 행성(planets), 심지어 생명체도 존재할 수 없다. 사실 이런 모든 구조에는 힉스 메커니즘 하나만이 아니라 훨씬 많은 방식이 작용한다. 따라서 노벨상을 받은 물리학자 리언 레더먼이 지어낸 ‘신의 입자(God particle)’란 은유적 명칭은 오해의 소지가 있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힉스 메커니즘은 물질의 원소를 다루는 현재의 이론에 매우 중요하다. 힉스와 동료들은 우주 공간이 일종의 ‘전하(charge)’를 담고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원소 입자는 이 전하와 상호작용함으로써 질량을 얻는다. 이 전하는 예를 들어 실제 경찰관을 배치하지 않고도 과속 차량을 줄일 수 있는 교통 감시 카메라 역할을 한다. 하지만 우주가 힉스 보손 입자로 채워져 있지는 않다. 그 입자를 만들려면 LHC 같은 충돌기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힉스 보손 입자는 그런 ‘전하’가 우주에 실재한다는 확실한 증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 문제(catch)가 있다. 힉스 메커니즘은 아직 실험으로 검증되지(vindicate) 않았다. 제네바에서 전해진 소식이 그토록 중요한 이유는 LHC의 과학자들이 힉스 메커니즘의 증명에 한 발 다가갔을지 모른다는 점이다. 그런 발견이 곧바로 세계를 바꿔 놓진 않는다. 기초 과학(basic science)이 원래 그렇다. 우리가 자연에서 근본적인 심층 지식을 얻더라도 그 지식이 앞으로 무엇을 의미할지 곧바로 확실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전기가 발견됐을 때 전세계가 머지 않아 전구로 뒤덮이리라고는 아무도 내다보지 못했다. 양자역학(quantum mechanics)이 발견됐을 때 아무도 반도체와 전자 혁명을 예측하지 못했다. 힉스 보손의 발견이 10년, 20년 또는 100년 뒤에 무엇을 의미할지 아직 불확실하다. 그러나 사람들이 자신의 세계에 관해 더 많이 배우고 과학이 소중히 여겨지는 문화가 형성된다면 궁극적으로 더 나은 삶을 누리게 된다.
나는 지난 25년 동안 물질의 수수께끼를 연구한 물리학자로서 힉스 보손에 관한 단서라면 무엇이든 소중하다고 생각했다. 맨 처음 발표자는 ATLAS 실험을 주도한 파비올라 지아노티였다. 그녀는 힉스 보손이 광자(photon)나 다른 입자로 소멸하는 증거를 제시하며 아직은 확실하지 않다고 계속 덧붙였지만 잦은 미소는 낙관을 뜻했다. 그녀의 말을 들으며 나도 흥분을 느꼈다. 한순간 나도 힉스 보손이 실제로 발견됐을지 모른다고 믿었다.
그러나 뒤이어 CMS팀의 발표를 들으면서 약간 실망했다. 안타깝게도 CMS의 힉스 입자 증거는 훨씬 허약했다. CMS팀은 힉스 보손의 존재를 배제하진 못했지만 실제로 목격했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
좋은 소식은 내년엔 그 네 배의 데이터가 수집된다는 사실이다(LHC의 효율성은 매년 높아진다). 가장 신중하고 회의적인 사람도 내년이면 적어도 힉스 보손에 관한 답을 얻으리라고 믿는다.
만약 발견의 단서가 틀렸다고 해도 전체 이야기가 잘못됐다는 뜻은 아니다. 입자에 질량을 부여하는 ‘전하’를 설명하는 좀 더 신비로운 이론이 있을 가능성을 시사할 뿐이다. 역설이지만 물리학자들에게 힉스 보손 발견의 실패는 매우 극적인 효과를 낸다.
더 흥미로울지 모르는 무엇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향후 연구는 힉스 보손과 비슷한 입자가 표준 모델의 방식과 달리 소멸하는지, 아니면 힉스 보손이 더 작은 원소로 구성된 더 복잡한 입자인지 알려줄지 모른다. 양자가 쿼크(quark)로 불리는 기본 소립자로 구성되듯이 말이다.
실험(experiment)의 가치를 가장 먼저 깨달은 사람은 갈릴레오였다. 실험이란 하나의 현상을 연구할 목적으로 과학자들이 만드는 인위적인 상황이다. 갈릴레오는 그런 실험이 새로운 발견이나 제시된 아이디어의 증명을 넘어서는 가치를 갖는다고 말했다. 그 못지 않게 중요한 역할이 설정된 아이디어들을 배제하는(rule out) 일이기 때문이다. 최근 나는 몬태나주 로키 박물관에서 노벨상 수상자 4명의 토론회 사회를 봤다. 한 이론가가 실험자에게 자신이 제시한 이론을 증명하는 입자를 발견해 줘서 노벨상을 타게 됐다며 감사를 표했다. 그러자 실험자는 감사할 필요가 없다며 그 이론이 틀렸음을 입증했어도 자신은 기뻤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연에서 어떤 아이디어가 실현되고 어떤 아이디어가 실현되지 않는지 알아내면 앞으로의 탐구에 훌륭한 지침이 된다. 우주와 그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과 관련해 더 깊은 의문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필자는 하버드대 입자 물리학자다.
번역 이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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