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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부동산 거물들 제주도로 눈 돌린다

중국 부동산 거물들 제주도로 눈 돌린다

‘황제의 딸은 시집가는 것을 걱정하지 않는다’는 중국 속담이 있다. 지금까지 중국 부동산 시장에서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황제의 딸’과 같은 존재였다. 아파트를 지었다 하면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가격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들의 유일한 걱정은 분양이 아니라 괜찮은 부지를 남들보다 먼저 확보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요즘 상황은 180도 변했다. 상하이 도심 지역에 위치한 고급 아파트의 분양가까지 20~30% 세일에 나섰다. 부동산 경기가 정말 어렵다는 걸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문닫는 부동산 중개업소 속출지난해 11월 7일 제7회 ‘휘상(徽商)대회’ 참가를 위해 안후이성(安徽)성 허페이시를 방문했을 때도 느낌은 비슷했다. 어느 내륙도시와 마찬가지로 허페이시는 온통 공사판이었다. 하지만 행사장 너머 신규 아파트 단지에는 분양가를 기존 평방미터당 1만 위안에서 8000위안으로 할인한다는 현수막이 보였다. 또 다른 아파트는 내부 인테리어 공사를 무료로 해준다며 유혹하고 있었다.

2년여 동안 이어진 긴축정책과 부동산 가격 안정대책 때문에 중국 부동산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중국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전국 70개 주요 도시 중 49개 도시의 신규 주택가격이 전월에 비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이 오른 도시는 5개에 그쳤다. 특히 원저우(溫州)는 가격 하락 폭이 5.5%에 이르렀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여전히 관망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부동산 거래도 급감하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베이징의 아파트 분양면적은 819만㎡로 전년 동기대비 27%나 감소했다. 최근 10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거래가 실종되자 문을 닫는 부동산 중개업소들도 부지기수다. 영세한 중소 중개업소가 지난해 초부터 하나둘 문을 닫더니 가을 특수를 노렸던 대형 중개업체들도 경영난을 이기지 못해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이 여파로 약 5만 명의 중개인이 실업 상태에 빠졌다. 미분양 주택 재고량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25일 현재 베이징의 신규 분양 아파트 재고는 12만4200채에 이른다.

미분양 면적도 1564만㎡에 달하고 있다. 2012년 상반기에 9만 채가 넘는 신규 주택이 쏟아질 것으로 보여 재고량은 15만 채에 이를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베이징의 주택 미분양 상황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입을 모은다.

상하이 역시 상황은 대동소이하다. 2011년 12월 말 신규 분양 주택 재고량은 베이징보다는 적지만 6만7300채에 이른다. 2010년 연말 대비 55.5% 늘어난 수치다. 미분양 면적도 969만㎡로 2008년 850만㎡를 초과하면서 최근 4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정부의 긴축정책으로 금융대출이 제한돼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심각한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다. 이에 따라 도산하는 업체도 늘어나는 추세다. 부동산 상장업체의 부채비율도 증가하고 있다. 이들의 총 부채금액은 1조2400억 위안으로 최근 10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 증권감독위원회가 130개 부동산 개발업체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부채비율이 70%를 초과한 상장기업은 130개 중 52개에 이른다. 주택업체들이 지난 연말에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분양가 할인에 나서자 이미 아파트를 구입한 사람들이 반발했다. 입주하기도 전에 빚더미에 앉게 됐다며 분양사무실을 찾아 난동을 부리는 등 집단 항의에 나서는 장면도 자주 볼 수 있었다. 분양가 할인에 실내장식 무료 제공도 모자라 일부 업체들은 ‘원금 보장제’까지 들고 나왔다. 아파트 가격이 떨어질까 우려하는 구입자를 위해 ‘3년 원금보장’ 계약을 하는 조건으로 분양에 나서기도 했다. 3년 후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면 개발업체가 당시 분양가에 아파트를 다시 구입한다는 파격적인 조건이다.

올해 부동산 시장 전망은 낙관론과 비관론이 섞여 있다. 대표적인 낙관론자는 조지 소로스와 홍콩의 부동산 재벌 리자청(李嘉誠)이다. 하지만 물가상승률과 밀접한 관계인 부동산 가격은 올해에도 당분간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올해 예상 물가수준이 4~5%대로 여전히 불안한데다 현재 50여개 도시에서 시행하고 있는 주택구매 제한 정책도 대부분 계속 시행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또 첫 주택 구매 때 최대 70% 한도 대출 제한, 대출금리 할인 취소 정책 등도 여전하다.



올해 20%가량 추가 하락 전망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려는 중국 지도부의 의지 역시 강하다. 지난해 12월에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중국 정부는 현행 부동산 정책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조금 더 빠져야 한다는 것이다. 후진타오 주석은 12월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현재의 부동산 정책을 2012년에도 흔들림 없이 유지할 것을 주문했다. 이점에 대해서는 원자바오 총리나 리커창 부총리 할 것 없이 모두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베이징중원(北京中原)부동산은 부동산 가격은 이미 하락세로 돌아섰고 당분간 계속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으로 6~12개월간 20%가량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인민은행은 지난해 12월에 부동산 개발투자 증가세 둔화, 개발업체의 자금난, 토지 거래량과 가격의 동반 하락, 부동산 대출 둔화 등을 고려할 때 부동산 가격은 이미 확실한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특히 현재 부동산 가격이 추가로 20~30% 떨어진다면 ‘묻지마 매도’까지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이 그렇게 폭락하면 경제성장률 8%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이 점을 고려하면 중국 정부도 ‘때가 되면’ 정책을 조정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손을 댄다면 시기는 아마도 올 3분기 이후가 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 부동산 관련주들은 벌써 강세로 돌아서고 있다. 지난해 11월 30일 이후 상하이 증시가 4.9% 하락하는 동안 CSI 부동산 지수와 부동산 개발업체 바오리(保利)는 각각 1.9%, 12.2% 상승했다.

한편 탈출구를 모색하는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도 진출 대상이다. 중국 굴지의 부동산 개발업체인 선전 W그룹과 상하이 L그룹, 베이징 G그룹, 항저우 G그룹, 헤이롱장(黑龍江)성 B그룹 등이 움직이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제주도 부동산 개발에 관심을 보인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한국 관광지인 제주도는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무비자 입국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특히 제주도가 50만 달러 이상 투자자에게 영주권을 부여한 후 매력적인 투자 가치도 올라가고 있다. 휴양레저 시설과 리조트 시설, 헬스케어타운 등이 관심의 초점이다.

이들과 거꾸로 우리나라 기업은 국내 건설경기 침체로 중국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절호의 시장 진입 찬스라는 것이다. 삼성물산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시장 진출을 위한 조사를 강화하는 한편, 중국 부동산업계와 전략적 제휴도 확대하고 있다. 규제가 심한 부동산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현지 유력 기업과 손을 잡는 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직접 사옥 건물을 짓거나 부지를 매입하는 사례도 부쩍 늘었다. 그동안 단물은 다 빼먹었다며 밖으로 나오려는 중국 기업과 돌파구로 중국을 지목하며 안으로 들어가려는 국내 기업들이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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