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Real Estate] 분당·일산에 리모델링 훈풍

[Real Estate] 분당·일산에 리모델링 훈풍

아파트가 오래돼 살기 어려워지면 부수고 새로 짓든지 아니면 고쳐 써야 한다. 부수고 새로 짓는 것을 ‘재건축’, 고쳐 쓰는 것을 ‘리모델링’이라고 한다. 재건축은 준공된 지 20~40년이 지나 안전진단을 거쳐야 할 수 있는 반면 리모델링은 지은 지 15년만 지나면 별다른 절차 없이 가능하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낡은 아파트는 대부분 재건축을 해왔다. 절차가 좀 까다로워도 집값이 오르는 곳이 많았고, 일반분양 물량이 생겨 공사비 등 사업비 부담을 덜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올해부터는 상황이 좀 달라질 것 같다. 국회에서 지난해 12월 말 아파트 리모델링을 할 때 전체 가구의 최대 10%까지 더 지어 일반분양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주택법개정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주택법개정안 통과개정안에 따르면 리모델링으로 기존 아파트는 더 넓어진다. 전용면적 85㎡ 이하 아파트는 40%까지, 85㎡ 초과는 30%까지 확장할 수 있다. 아파트 가구별로 크기가 이렇게 늘어나면 용적률은 상승한다. 단지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100% 이상까지도 더 늘어난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개정안은 이렇게 늘어나는 용적률을 활용해 일반분양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른바 ‘용적률 총량제’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는 리모델링 대상 단지의 모든 가구가 허용 한계치인 30~40%씩 확장한다고 가정하고 늘어나는 용적률 범위 안에서 증축과 일반분양을 해결하는 방식이다. 전체 가구가 한계선까지 증축하면 일반분양 물량은 나올 수 없지만 증축을 허용치보다 낮게 하는 가구가 나오면 그만큼 일반분양 여유분이 생기는 식이다.

시장은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지금까지 리모델링 비용은 100% 조합원이 부담해야 했지만 이젠 일반분양분을 팔아 부담을 덜 수 있게 됐기 때문에 사업성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1기 신도시 가운데 리모델링 대상이 되는 15년 이상 아파트는 200만 가구가 넘는다. 이중 현재 조합이나 추진위를 결성해 리모델링을 진행하는 곳은 30개 단지 3만2600여가구 규모다. 가구당 공사비를 1억원 정도로 계산했을 때 3조원 이상의 시장이 다시 기지개를 펴는 것이다.

서울 강남, 분당 등 리모델링 대상 단지 주변 공인중개업소엔 문의전화가 늘어났다. 분당 야탑동 매화마을1번지 앞 성지공인 남궁수진 사장은 “집을 팔아달라고 매주 찾아오던 집주인이 갑자기 좀 기다려보자고 태도를 바꾼 경우도 있다”며 “주택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급매물이 쏙 들어갔다”고 말했다.

일반분양의 수혜는 달라질 전망이다. 아파트 층수를 높이는 ‘수직증축’은 계속 불허하기로 했기 때문에 일반분양 아파트는 층수를 높여 지을 수 없다. 따라서 ‘수평증축(아파트를 앞뒤 좌우로 넓히는 것)’과 ‘별동증축(단지내 여유 공간에 아파트 동을 새로 짓는 것)’을 할 수 있는 단지 내 여유 공간이 있는 단지가 유리하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따라서 리모델링 요건을 충족한 15년 이상 아파트 가운데 용적률(건물의 모든 바닥면적을 대지면적으로 나눈 비율)과 건폐율(1층 건물의 바닥면적을 대지면적으로 나눈 비율)이 낮은 단지가 우선 주목받고 있다.

일단 건폐율은 별로 문제되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리모델링 대상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지역은 2종, 3종 주거지역으로 건폐율 허용 기준은 50~60%인데, 대부분 아파트가 20% 전후 건폐율을 적용해 지었기 때문이다. 건폐율이 이렇게 낮은 것은 아파트 동을 지을 때 일조권과 프라이버시 등을 보호하기 위한 ‘인동간격’ 등의 기준에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용적률은 대부분 아파트 단지가 법적 허용치까지 활용한 경우가 많다. 사업성과 직결되기 때문에 공간을 최대한 활용한 것이다. 설계회사인 아키플러스 이기백 사장은 “건폐율은 대부분 단지가 평균적으로 법적 기준보다 한참 낮기 때문에 일반분양 아파트를 지을 공간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기준이 못 된다”며 “하지만 용적률은 허용되는 공간을 얼마나 최대한 활용했는지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있으므로 용적률이 높은 곳은 일반분양을 지을 공간이 부족할 가능성이 크다”고 해석했다. 이 사장은 “단지 모양 등 다른 조건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용적률이 180% 이상이면 ‘별동증축’ 공간이 나오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1기 신도시 가운데 도시를 조성할 때 기준으로 삼았던 평균 용적률이 200% 아래인 분당(184%)과 일산(169%)의 아파트 단지가 평촌(204%), 중동(225%), 산본(205%) 등의 단지보다 일반분양을 하기 유리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해당 지역에서도 단지별 상황은 다르다. 예컨대 평촌은 평균 용적률이 200% 이상이지만 평촌 샛별한양1차 아파트는 용적률이 160%로 낮다.

같은 용적률인 아파트라면 층수가 높은 곳이 유리하다. 상대적으로 수평증축을 할 수 있는 좌우와 앞뒤 공간이 많기 때문이다. 계단식보다는 복도식 아파트가 수평증축에는 더 유리하다. 쌍용건설 리모델링사업부 양영규 부장은 “아파트 단지의 입지, 규모, 가구 구성, 단지 배치, 토지 형태, 층수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이번 일반분양 허용의 수혜는 달라질 것”이라며 “단지별로 구체적인 조건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반분양을 하지 못하면 무조건 손해를 본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보다는 증축 허용 한도만큼 늘리는 게 더 경제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까지 늘릴 수 있는데 10㎡만 늘리고 10㎡는 일반분양을 위해 남겨뒀다고 하자. 10㎡를 덜 늘리기 때문에 일반분양 물량에서 나오는 해당 크기 만큼의 수익과 공사비가 절감될 것이다. 하지만 이를 다 합한 금액이 20㎡까지 모두 늘린 데 따라 생기는 자산 가치 상승분보다 낮다면 어떨까. 차라리 증축 한도 내에서 최대한 늘리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1층 필로티에 일반분양분 짓게 요구일반분양을 위해 새로 만들어지는 아파트의 상품성도 고려해야 한다. 현재 기본적으로 용적률이 높은 산본, 평촌 등의 아파트는 대부분 단지 내에 추가로 일반분양을 지을 공간이 부족하다. 따라서 건설업계와 리모델링 추진 단지는 1층 필로티(건물 전체를 기둥으로 들어 올려 확보되는 공간)에 일반분양을 짓도록 허용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현행법으로 필로티를 1층에 지을 경우 수직으로 1개층 증축이 허용되기 때문에 구조안전 논란 없이 안전하게 일반분양분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국토해양부가 올 7월까지 시행령을 만들면서 필로티에 일반분양 물량을 지을 수 있도록 허용한다면 사실상 대부분의 단지는 6~7% 일반분양 물량을 지을 공간이 확보된다. 이게 가능해지면 단지별로 일반분양 공간을 지을 공간이 차이나는 데 따른 형평성 논란은 줄어들 것이라는 게 대부분의 판단이다. 하지만 1층에 일반분양을 지을 경우 잘 팔릴지 따져봐야 한다. 무조건 일반분양을 만든다고 단지의 쾌적성을 떨어뜨리면서 지으면 분양성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무한건축 이동훈 대표는 “일반분양이 팔리지 않는다면 공사비를 회수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다”며 “입지에 따라 일반분양이 무조건 좋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이복현 “공매도 빠른 재개 원해…전산시스템 내년 1분기에나 가능”

2금감원·한은 채용 시험 대리 응시 쌍둥이 형제 결국 “들켰다”

3DGB대구은행 미얀마 자회사 직원 2명, 무장 괴한 총격에 숨져

4통신 3사가 슬로건 전면에 ‘AI’ 내세운 까닭은?

5상주감연구소, 다양한 감 가공품 선보여..."오늘 감잎닭강정에 감잎맥주 한잔 어때요!"

6‘원신’ 4.7 버전 업데이트…새로운 나라 ‘나타’ 예고편 공개

7대구시, 정밀가공 종합기술지원센터 준공...로봇-장비 무인화 "가속화"

8포항시, 스마트 농·수산업 전략 마련에 "동분서주"

9경북도의회, 정재훈 경북행복재단 대표 후보자에 "부적합" 의견

실시간 뉴스

1이복현 “공매도 빠른 재개 원해…전산시스템 내년 1분기에나 가능”

2금감원·한은 채용 시험 대리 응시 쌍둥이 형제 결국 “들켰다”

3DGB대구은행 미얀마 자회사 직원 2명, 무장 괴한 총격에 숨져

4통신 3사가 슬로건 전면에 ‘AI’ 내세운 까닭은?

5상주감연구소, 다양한 감 가공품 선보여..."오늘 감잎닭강정에 감잎맥주 한잔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