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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길 해피소뿡이 대표 - 피자 넣은 붕어빵으로 젊은 입맛 잡다

김영길 해피소뿡이 대표 - 피자 넣은 붕어빵으로 젊은 입맛 잡다

55년만의 한파가 불어 닥친 2월 첫날, 매서운 추위 탓인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일대도 한산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영하 8도의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람들의 발목을 잡는 곳이 있다. 2010년 문을 연 뒤 대학로 ‘맛집’으로 알려진 ‘해피소뿡이’다. 길게 늘어선 사람들의 어깨 너머로 고소한 냄새가 새어 나왔다.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줄을 선 임정숙(43)씨는 “붕어빵 안에 피자가 들어가 있어 독특하면서도 맛있다”면서 “애들이 좋아해서 자주 들르는데 나도 꼭 하나씩은 먹게 된다”고 말했다. 대학로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 구영재(21)씨도 “바쁠 때 이거 하나 먹고 가면 일할 때 든든해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붕어빵 모양 토스트’는 맛과 모양이 이색적이어서 인기다. ‘행복한 작은 붕어’라는 뜻의 ‘해피소뿡이’는 ‘행복한일터安’에서 운영하는 토스트 전문 프랜차이즈이다. 금융업을 하던 김영길(48) 대표가 2008년 세운 행복한일터安은 소자본 창업 프랜차이즈를 기획·운영하는 회사다. 이 회사는 해피소뿡이 1호점인 대학로점을 시작으로 강남역점·청담점 등 전국 57개 가맹점을 갖고 있다(김 대표는 이 회사 외에 서울 청담동의 퓨전주점 ‘청담安’을 공동 운영하고 있다). 해피소뿡이는 겉으로 보면 영락없는 붕어빵이지만 속에는 피자·떡볶이·불고기·참치 등 다양한 재료가 들어있다. 붕어빵 모양의 틀에 찍어내 ‘원조붕어빵’의 추억을 살리는 동시에 내용물이 흘러내리지 않게 개발했다. 김영길 대표는 몇 해 전 일본 출장 중에 아이디어를 얻었다.

“겨울 한철 먹을거리인 우리나라 붕어빵과 달리 일본에서는 ‘도미빵’으로 불리는 붕어빵을 사시사철 즐겨먹어요. 거기에 착안해서 우리나라 붕어빵도 1년 내내 먹을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토스트와 접목시켜 보기로 한 거죠. 기존 토스트와의 차별화를 위해 다양한 속 재료를 개발했습니다.”

김 대표는 2000년대 초 지인과 손을 잡고 요식업에 뛰어들었다. 서울 청담동에 퓨전주점 ‘청담安’을 연데 이어 압구정·명동 등 10여 곳으로 발을 넓혀갔다. 연이은 성공에 자신감을 얻은 그는 ‘돼지를 安다’라는 프랜차이즈를 만들었다. 젊은층을 겨냥한 퓨전 고깃집으로 신사동 가로수길, 청담동, 학동 등 비싼 상권에만 입점했다. 하지만 1년 만에 약 20억원의 손해를 보고 손을 들었다. “무조건 입지가 좋은 곳에 돈을 많이 들여 가게를 열면 손님이 몰릴 줄 알았어요. 프랜차이즈는 적은 임대료로 누구나 창업할 수 있어야 했는데 그땐 그걸 몰랐죠. 결국 비싼 임대료와 인테리어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철수했어요.”

뼈 아픈 실패가 교훈이 됐다. 그래서 고급화 대신 실속을 택했다. “적은 자본으로 누구나 창업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를 만들자”는 목표 아래 행복한일터安을 세웠다. 하지만 실속만큼이나 개성을 잃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렇게 개발한 해피소뿡이의 속 재료는 시중에서 유통되는 게 아니다. 재료는 청담安의 요리사들이 직접 개발한다. 요리사들이 철저한 검증 과정 끝에 레시피를 만들고 이에 맞춰 다양한 퓨전 토핑을 만든다. 토스트 빵도 사과식빵을 비롯해 페스트리·찰떡 중에 선택할 수 있어 재미를 더한다. 하지만 이런 다양성이 있기까지 김영길 대표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붕어빵 틀에 찍을 때 온도가 200도가 넘어요. 일반 식빵에 내용물을 넣어서 찍어봤더니 온도에 견디질 못해 내용물이 터져 나오더라고요. 연구개발 끝에 자체 개발한 사과식빵을 쓰게 됐어요.”

우여곡절 끝에 높은 온도에 견디는 식빵 개발에 성공했지만 생산·주문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 일반 대기업에선 대량 생산을 하지 않으면 주문을 받지 않았다. 김 대표는 “본격적으로 가맹사업을 시작하기 전엔 ‘울며 겨자 먹기’로 대기업에 대량 주문을 할 수 밖에 없었다”면서 “식빵 유통기한이 일주일이라 손해를 보며 신제품 개발에 매진했다”고 말했다.

2010년 5월, 대학로점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가맹사업에 뛰어든 후에는 삼립식품과 OEM방식으로 계약을 맺어 사과식빵을 특별 주문하고 있다. 지금도 한 달에 한번 꼴로 신메뉴를 끊임없이 내놓는 김영길 대표는 “메뉴 하나를 개발하는데 최소한 4~5개월이 걸린다”면서 “우리의 경쟁력이 다양한 속 재료에 있는 만큼 계속 새로운 메뉴를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사 물류 시스템과 식재료 공급 시스템 구축을 완료했다는 점도 가맹주들에게 매력적이다. 김 대표는 “해피소뿡이는 물류를 본사에서 직접 조달하는 것이 아니라 OEM방식으로 풀무원에서 총괄 유통시키기 때문에 본사가 시기적으로 재정난을 겪을 경우에도 물류조달이 용이하다”고 말했다. 가맹점주는 각 지점마다 재고를 파악해 원하는 메뉴와 수량을 선택할 수 있다. 이런 시스템을 통해 재고율을 최소화한다.

“가맹점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본사에서 일방적으로 제품을 강매하면 점주들에게 부담이 전가되거든요. 프랜차이즈 업체로서 진정한 성공은 생계형 창업으로 운영하는 모든 가맹점이 잘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초기 창업비 4000만원선김 대표의 말처럼 해피소뿡이는 다른 가맹점보다 초기 창업 비용이 저렴한 편이다. 창업비용은 점포 임대비용을 제외하고 5~6평 규모가 4000만원 선이다. 대부분의 가맹주가 가맹점 하나를 낼 때 평균 약 2억원이 드는 걸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이다. 그럼에도 김 대표는 더 적은 자본으로 창업이 가능하도록 변화를 계속하고 있다.

“처음엔 간판 크기나 인테리어도 모두 표준화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매장 별 사정을 고려해 지금은 ‘예외’를 많이 두고 있어요. 특히 기존에 카페 등을 운영하는 사람 중에 우리 가맹점이 되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아 ‘샵인샵’ 매장도 허용하고 있습니다. 불필요한 원칙을 고수하기 보단 각각의 상황을 고려하는 편입니다.”

해피소뿡이의 또 다른 성공비법은 상권과 입지 전략에서 온다. 약 10평 정도의 소규모 매장으로도 출점이 가능해 상권밀집지역뿐만 아니라 역사나 주택가 등 좁은 입지에도 문을 열 수 있다. 특히 테이크 아웃 수요가 많기 때문에 매장 규모 대비 매출이 많은 편이다. 김 대표는 “매출이 좋은 신논현역점에서는 매일 200만~300만원의 매출을 올린다”고 귀띔했다.

현재는 로드숍보다는 놀이공원이나 스키장·워터파크와 같은 특수상권에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위생적이고 깔끔하게 포장할 수 있어서 고속도로 휴게소나 지하철역에서 인기가 높은 점에 착안했다.

해외 진출도 앞두고 있다. 현재 가맹주가 나선 국가는 미국·중국·싱가포르·호주·뉴질랜드 등이다. 그중 미국 뉴욕에는 올해 안에 매장을 열 예정이다. 김 대표는 “전국 각 지역 특성에 맞게 점포를 다양화했듯 해외 메뉴도 현지 입맛에 맞게 바꿀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본 아자부의 유명 붕어빵 가게인 ‘아자부 타이야키’가 일본 내 붕어빵을 지칭하는 이름이 됐듯 국내에서 ‘붕어빵토스트’하면 해피소뿡이를 떠올릴 수 있게 계속 진화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허정연 이코노미스트 기자 jypow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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