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제작비와 흥행은 반비례?
[Business] 제작비와 흥행은 반비례?
‘존 카터: 바숨 전쟁의 서막(John Carter)’은 디즈니가 2억5000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여 만든 3-D 대작영화다. 디즈니는 ‘아바타(Avatar)’와 같은 대흥행을 기대하지만 할리우드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제2의 ‘사막탈출(Ishtar)’과 같은 실패작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 공상과학 스릴러는 미국에서 오는 3월 9일 개봉된다. 광고를 봤다면 도대체 무슨 영화인지 고개를 갸우뚱했을지도 모른다. 가슴에 가죽벨트를 찬 건장한 사내(테일러 키치)가 원형경기장에서 외계인들과 전투를 벌이고, 몰려드는 네 팔 달린 괴물들을 상대하고, 디즈니의 ‘알라딘’에 나오는 재스민의 섹시 버전 같은 공주를 유혹한다. ‘글래디에이터(Gladiator)’와 ‘타이탄(Clash of the Titans)’ 그리고 ‘스타워즈(Star Wars)’를 섞은 잡탕 같은 인상이다.
이 영화의 초기 흥행 전망은 극히 어둡다. “IT세대는 반응이 없다. 가족이 함께 보기에는 너무 괴기스럽다. 게다가 디즈니 브랜드를 달고 13세 이상 관람가라고? 누가 보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익명의 한 라이벌 영화사 중역이 말했다.
이미 디즈니에선 문책성 인사가 시작됐다. 지난 1월 디즈니 영화사 세계 마케팅 책임자 MT 카니가 사임했다(그녀는 당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려고 뉴욕으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2010년 뉴욕의 제품 마케팅 분야에서 큰 기대를 받으며 영입됐던 인물이다. 한편 할리우드 인근의 영화사 식당에선 리치 로스 디즈니 회장이 이미 도마에 오르고 있다. 카니와 로스 모두 취재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로스로선 다행스럽게도 ‘존 카터’는 전임자가 시작한 프로젝트다. 덕분에 그 영화에 대한 비판을 어느 정도 면할 수 있게 됐다. 4억 달러 이상의 수입을 올려야 겨우 본전을 찾지만 말이다. ‘타잔’ 개발자 에드거 라이스 버로즈의 소설에 기초한 이 프로젝트는 1980년대부터 할리우드 안팎에서 검토돼 왔었다. 여러 감독과 톰 크루즈를 포함한 스타들까지 구체적으로 거론됐다. 2007년 딕 쿡 당시 디즈니 영화사 회장의 승인 아래 픽사의 앤드류 스탠턴이 각본과 감독을 맡았다.
스탠턴의 애니메이션 영화 ‘월-E(Wall-E)’와 ‘니모를 찾아서(Finding Nemo)’가 전부 14억 달러 가까운 수입을 올렸지만 라이브액션 영화인 ‘존 카터’를 그에게 맡기기로 한 결정은 할리우드의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다. “이렇게 큰 예산이 들어가는 영화에 스타를 쓰지 않는다니 피터 잭슨이나 짐 캐머런 감독이라면 몰라도 금시초문”이라고 한 영화사 중역이 말했다. “앤드류 스탠턴은 놀라운 스토리텔링 능력을 지닌 감독이며 언론홍보 캠페인을 벌일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았으니 이 영화가 전 세계 관객들에게 사랑받는 성공작이 되도록 모든 자원을 쏟아부을 계획”이라고 디즈니의 한 대변인이 말했다.
로스는 회장에 취임하기 전 제작한 여러 편의 영화에서 우수한 흥행실적을 올렸다. ‘토이 스토리 3’와 10억 달러 이상의 흥행수입을 올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Alice in Wonderland)’ 등이다. 그러나 2009년 이후 디즈니에는 초대형 흥행실패작과 중대한 오판도 적지 않았다. 1억5000만 달러의 예산을 들여 불과 3900만 달러를 건져 올린 애니메이션 영화 ‘화성은 엄마가 필요해(Mars Needs Moms)’와 로스가 회장 취임 후 승인한 첫 영화 ‘프롬(Prom)’ 등이다. 로스의 흥행감각과 안목은 2013년 이후에나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회사를 먹여 살릴 주축 영화들(tent-pole movies)로 그가 승인한 작품들이 그때부터 스크린에 오른다. ‘오즈: 더 그레이트 앤 파워풀(Oz: The Great and Powerful)’이 대표적이다.
“‘존 카터’가 실패한다 해도 그는 전임자에게 책임을 넘기고 살아남을 것”이라고 어느 영화사 중역이 말했다. 하지만 5월 4일 개봉하는 마블 코믹스 원작 ‘어벤저스(The Avengers)’의 흥행성공 여부에 모든 시선이 집중될 듯하다. “‘어벤저스’가 죽을 쑨다면 그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고 그 중역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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