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rtifacts] 인플레이션의 예술
경제가 나쁠수록 통화는 팽창한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에서 열리는 새 전시회 ‘인플레이션의 흔적(Signs of Inflation)’이 주는 교훈 중 하나다. 미국 화폐협회(ANS)가 주관하는 이 전시회는 BC 7세기부터 현재까지 인플레이션의 역사를 조명한다(실제로 고대 로마 시대에도 인플레이션이 있었는데 수많은 전쟁의 비용을 충당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현상이다). 문양이 새겨진 금화부터 개오지 조개껍질, 뒤틀린 쇳조각, 손으로 쓴 차용증(IOU)까지 각종 화폐와 화폐대용품 약 200점이 전시된다. 돈을 예술품으로 다루면서 지폐 또는 주화, 조개껍질 등이 한 사회의 정치·경제적 건강 상태를 나타내는 다양하고 복잡한 방식을 보여준다.
인플레이션은 상품과 서비스의 일반적인 가격이 상승할 때 발생한다. 그럴 경우 예를 들어 1달러로 살 수 있는 상품의 양이 이전에 비해 줄어든다. 본질적으로 인플레이션(특히 초인플레이션)은 또 부채나 실업 증가, 전쟁 등 정부가 소지한 돈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위기와 연결돼 있다. 따라서 인플레이션 시대에 발행된 지폐나 주화에는 상징적인 의미가 깃들어 있다.
때때로 그 화폐는 당시 사회가 정상임을 강조하는 도구로 사용된다. 프랑스 혁명 당국이 루이 16세를 처형한 뒤 그의 초상화가 새겨진 주화를 계속 만들어낸 일이 그 예다. 또 사회 구성원들에게 낙관적인 인식을 심어주는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1860년대 초 노예제 폐지에 반대하며 미합중국에서 탈퇴해 남북전쟁을 촉발한 남부 연방의 지폐를 예로 들 수 있다. 남부연방의 지폐에는 아름다운 체크 무늬 드레스에 밀짚모자를 쓴 건강한 노예들이 미소 띤 얼굴로 밭에서 일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노예제가 싸워서 지킬 만한 가치가 있는 훌륭한 제도라는 사실을 암시한다.
한편 초인플레를 겪는 국가들은 지폐에 역사적 인물을 등장시키는 경우가 많다. 찬란했던 과거를 되살리려는 의도다. 1990년대 파괴적인 내전 당시 유고슬라비아에서 발행된 핑크색 지폐들이 그 예다. 니콜라 테슬라 같은 국가적 영웅들과 젊은 여간호사(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군에 대한 유고슬라비아 국민의 애국적인 저항을 상징한다)의 모습이 새겨졌다.
전시품 중 액면가가 가장 큰 지폐는 1946년 7월 헝가리에서 발행됐지만 유통되진 않았던 10해(sextillion, 10의 21승) 펜괴다. 평화로운 표정의 아름다운 젊은 여인이 묘사된 이 지폐는 통화제도 붕괴 위기에 처했던 당시 헝가리의 현실을 기만한다. 당시의 실제 가치는 미 달러화로 50센트였으며, 그해 8월 헝가리의 새 통화 포린트가 도입된 후에는 1000만분의 1센트로 떨어졌다.
전시회를 관람하려면 미리 예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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