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일본 원전 가동중단의 시사점 - 예비율 높은 유럽·일본과 단순 비교 곤란

일본 원전 가동중단의 시사점 - 예비율 높은 유럽·일본과 단순 비교 곤란

2011년, 우리나라와 일본의 전력시스템은 동시에 매우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일본은 지난해 3월 대형 쓰나미로 인해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겪었으며 이는 당사국인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전력·에너지 정책에 엄청난 후폭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후쿠시마 사태가 발생하기 직전에는 총 54기의 원전 가운데 35기가 운전 중이었지만, 이후 고장정지와 정기점검의 사유로 원자력발전기 가동이 계속 중단됐다. 올해 3월에는 가시와자키카리와 원전 6호기가 운전을 중단해 총 53기가 미가동 중에 있다. 5월에는 마지막으로 운전 중인 북해도의 도마리 원전 3호기가 정기점검에 들어감에 따라 일본 원전의 완전 가동중단이라는 초유의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일본 전체 발전설비의 21% 수준에 해당하는 49GW의 원자력발전소가 1여년 만에 증발해버린 것이다. 일본 열도는 원자력 발전 없이 올해 여름을 넘겨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현 시점에서 가장 우려되는 건 일본의 원전 완전 중단을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하려는 시도와 주장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21기의 원자력발전소를 운전 중에 있다. 이들의 설비용량은 전체의 약 24% 수준인 19GW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공급예비력이 600만kW 내외임을 감안할 때 단 몇 기의 원자력발전소만 가동을 중단하더라도 전력의 비상 사태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작년 9·15 순환정전에서 경험한 바와 같이, 전력공급의 안정성은 비용 혹은 환경 문제를 훨씬 넘어서는 최우선의 가치를 가진다. 원자력에 대한 논의는 감성보다는 이성적 접근, 이슈보다는 사실 중심의 접근, 단기보다는 장기적 접근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의 에너지 믹스 구성 전략, 에너지 안보와 안정성의 확보 관점에서 원자력이 이해되고 추진돼야 한다.

일본에서 원전의 가동중단이 현실적으로 일정 부분 수용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약 39%에 이르는 높은 설비예비율에 기인한다. 2010년의 일본 최대 전력수요는 179GW인 반면, 총 발전설비용량은 249GW 수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발전용량과 유사한 70GW의 잉여설비를 보유한 덕분이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동년에 76GW의 발전설비용량, 최대수요 71GW를 감안하면 설비예비율은 6.7%에 불과하다. 잉여설비가 5GW 내외이므로 단 몇 기의 원전 가동중지는 엄청난 공급력 불안을 초래하고 정전발생 확률을 높이게 된다.

일본은 점진적인 원자력 가동 중지에 따른 공급력 저하에 대처하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수립했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부분은 수요조절과 억제책이다. 작년 하절기 전력부족이 예상된 도쿄전력, 도호쿠전력, 간사이전력 등은 중요 소비자에 대해 15% 수준의 수요억제 목표치를 설정해 절전을 추진했다. 그 결과 약 12%의 전기에너지를 절약해 작년 여름철의 전력수급 위기를 간신히 넘긴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원전을 대체하기 위해 중유·가스 화력설비의 가동 증가는 필연적이며 그 비용은 일본 전기요금의 20% 수준인 3조 엔에 달한다. 특히 원전 가동이 완전이 중단되는 올해 하절기는 10%에서 3% 내외의 전력부족이 전망된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 강력한 에너지절약의 추진, 절전 촉진요금제의 확충, 실시간 절전정보 시스템의 구축, 신재생에너지 확충, 기존 화력의 공급력 증대 등 다양한 대책이 수립되고 있다.

이런 대책은 공급이 부족한 우리나라도 최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일본과 같이 원자력의 폐쇄나 가동 중지 등의 사태가 발생하면 단기적으로 전력의 공급 안정성을 확보할 수 없다. 원자력은 명확한 논리와 이성, 과학과 기술, 비용과 CO2, 성장동력, 에너지 안보, 전력공급 안정성의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정립해야 하는 에너지 믹스의 핵심 요소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유흥가·골프장 인근 음주운전 집중 단속..."걸리면 차량 압수"

2'저출산을 막아라'...정부, 인구전략기획부 만든다

3임영웅, "마음이 드릉드릉" 말 한마디 했다가 곤욕

4정부, '소부장 핵심 기술' 육성 위해 700억 투입

5NH농협카드 “NH페이로 해외QR결제하고 15% 즉시할인 받으세요”

6美 전기차 시장서 테슬라 점유율 '뚝뚝'...현대·기아 '쑥쑥'

7신한카드, ‘제1기 쏠트래블 대학생 해외 원정대’ 발대식 개최

8日 새 지폐 인물에 '일제강점기 침탈 장본인'...서경덕 "역사 수정하려는 꼼수"

9멀쩡한 사람을 성범죄자로 오인..."화성동탄경찰서장 파면하라"

실시간 뉴스

1유흥가·골프장 인근 음주운전 집중 단속..."걸리면 차량 압수"

2'저출산을 막아라'...정부, 인구전략기획부 만든다

3임영웅, "마음이 드릉드릉" 말 한마디 했다가 곤욕

4정부, '소부장 핵심 기술' 육성 위해 700억 투입

5NH농협카드 “NH페이로 해외QR결제하고 15% 즉시할인 받으세요”